홍어애와 삭힌 회

#. 홍어애와 간은 다르다? 
이것은 실제로 홍어를 파는 업자로부터 나온 말입니다. 이 말 때문에 먹방을 진행하는 몇몇 유튜버들도 그렇게 방송하게 되었고, 이것을 전해 들은 시청자들도 “지금까지 애가 간인 줄 알았는데 실제론 다른 거였구나.”라고 이해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는 와전된 내용입니다. 해부학적으로 간(liver) 또는 간장은 곧 ‘애’를 지칭합니다. 

 

원래 ‘애’는 창자를 일컫는 옛말입니다. ‘애가 탄다.’, ‘애간장 녹는다.’라고 쓸 때의 표현과 같습니다. 그러나 홍어 간이 유명해지면서 홍어애란 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홍어 배를 가르면 담황색의 간이 세 덩어리가 나오는데 이것이 홍어 내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오늘날 최고의 별미이자 바다의 푸아그라로 인식되었습니다. 

 

어쩌면 홍어애와 간을 따로 구분하게 된 것도 한 덩어리가 아닌 세 덩어리여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덩어리마다 다른 미묘한 빛깔과 맛의 차이로 구분하기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추측은 듭니다만, 근본적으로 홍어애라고 한다면 홍어의 간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굳이 구분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홍어애는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바닷물고기의 간(肝)입니다. 발효시켜 먹는 살과 달리 가장 싱싱할 때 생으로 먹으며, 보리순과 함께 애탕을 끓이면 별미 중의 별미가 됩니다.  

 

 

갓 잡힌 서해 참홍어 

#. 홍어의 제철과 주산지 
흑산도 홍어로 대변되는 홍어의 정확한 명칭은 ‘참홍어(Raja pulchra)’ 입니다. 11월부터 이듬해 3~4월까지 가장 많이 잡히는데 이때가 가장 차지고 맛이 좋습니다. 참홍어의 서식지라면 흑산도를 빼놓을 수 없지만, 실제로는 서해 최북단인 연평도 인근 해역부터 서남해역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분포합니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갯벌이 발달한 서해 및 서남해에서만 서식할 줄 알았던 참홍어가 암반이 발달한 동해에서도 서식한다는 점입니다. 2012년경에는 울릉도, 독도 해역에서 잡히고 있었던 참가오리가 실제로는 참홍어임이 밝혀지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참가오리 인 줄로 알았던 이 종을 유전자 분석한 결과 흑산도에서 잡히던 홍어와 정확히 일치하면서 지역 어민들이 반색한 것입니다. 다만, 울릉도 근해에 서식하는 참홍어가 서해산과는 별개로 서식하던 계체군인지, 아니면 서해산 홍어가 갈수록 높아지는 수온을 피해 동해로 이동한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수입산 홍어

한편, 현재 값비싼 참홍어를 대신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칠레 및 아르헨티나산 홍어는 ‘노란코홍어(Zearaja chilensis)’란 종으로 참홍어와는 구분됩니다. 다만, 수입산 홍어류 중에는  노란코홍어 외에도 다양한 종이 섞여 들어오기도 하는데, 개중에는 한국에 서식하는 참홍어와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종이 남반구에 서식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될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원산지가 엄연히 다르므로 국산과 수입산 홍어는 가격과 품질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엄격히 구분돼야 할 것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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