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어와 간재미의 이상한 관계 
어류분류학상 가오리와 간재미, 홍어는 모두 홍어과에 속한 연골어류입니다. 여기서 간재미를 비롯한 모든 홍어류는 ‘홍어목’이라는 분류에 속하고, 가오리만 ‘색가오리과’라고 별도의 분류에 속합니다.  

 

 

왼쪽부터 가오리 간재미 참홍어 비교  

1) 가오리, 간재미, 참홍어의 차이 
우리가 이들 어류를 구분할 때는 흔히 ‘코’ 라인을 봅니다. 가오리는 선이 밋밋한데 종류에 따라 돌출된 코가 없으며 완전한 반원을 그리기도 합니다. (사진 속 가오리는 노랑가오리) 간재미는 역삼각형 라인을 그리면서 코가 돌출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흑산도의 명물인 참홍어는 간재미의 코보다 더 많이 돌출되어 있어 뾰족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가오리 중 어떤 종은 꼬리에 독침을 가지기도 하는데 사진의 노랑가오리가 그러합니다. 반면, 간재미를 비롯한 홍어과 어류는 꼬리에 독침이 없으며 단단하고 날카로운 잔가시가 여럿 난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에 알던 인식을 살피면 ‘간재미도 홍어의 일종이나 가오리와는 다르다.’ 정도로 여겼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민들 사이에선 간재미를 두고 “간재미는 홍어 새끼다.”는 말이 오갔고, 더 나아가 “간재미와 홍어는 같은 종이다? 아니다 다른 종이다.” 같은 논쟁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논쟁은 어민과 상인마다 제각각이어서 첨예하게 대립 중입니다. 

 

그런데 한 평생 어류 생태학을 연구하고 유전자를 분석해 종의 구분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학자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서해와 남해에서 잡히는 간재미는 같은 종입니다. 서식 환경이 달라 채색과 무늬에서 차이가 있을 뿐 유전학적으로 같습니다. 

 

간재미란 말은 이들 지역에서 불리는 방언이며, 이때까지 불리던 정식 명칭은 ‘상어가오리(Raja porosa)’ 였습니다. 한편, 우리가 아는 홍어는 아주 크게 자라며 몸에 요소를 포함하기 때문에 삭히면,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면서 강렬하면서 톡 쏘는 맛을 선사합니다. 

 

홍어 중 최고로 여기는 흑산도 홍어(표준명 참홍어) 또한 삭혀 먹는 고급 어종입니다. 여기까지가 낚시계 혹은 미식가나 상인들이 알고 있는 인식입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간재미 좀 안다는 사람들도 뒤통수 맞을 만한 내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간재미 

2) 간재미는 홍어와 같은 종이다? 
좀 전에 썼듯 간재미의 표준명은 '상어가오리'였습니다. 그러나 이 상어가오리가 전남 일대에서 잡히는 '홍어'와 같은 종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저는 3년 전, MBC 모 프로그램 취재진과 함께 4월 무렵 진도 간재미 취재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칼럼을 써야 했는데 이때 간재미와 홍어의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일본의 학술지와 도감을 찾아 일일이 학명을 대질하고 표본을 동정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마침 그 무렵에 찾은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뜻밖에도 국내 자료였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공신력 있는 국내와 일본 자료를 수집해 간재미와 홍어의 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8~2010년 동안 국가 생물종 목록 구축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자연 상태로 서식하는 자생생물 3만 7천 여종의 목록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같은 종이었지만 다른 이름으로 불렀던 홍어(Okamejei kenojei)와 상어가오리(Raja porosa), 간재미(Raja kenojei), 묵가오리(Raja fusca)등이 모두 동일한 동물로 확인됨에 따라 연구진은 분류학적 검토 후 이들 종을 정명(正名)인 ‘홍어(Okamejei kenojei)’로 정리했다. 

 

‘국제동식물 명명규약'에 따르면 같은 종에 이름이 여러 개일 경우 가장 먼저 붙여진 이름이 정식명이 되고 그 뒤로 붙여진 이름은 정식명에 귀속되는 '이명(異名)'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간재미의 정식명은 '홍어'이며, 상어가오리가 이명으로 따라붙게 된다.  

 

 

참홍어(사진은 수컷)   

한편, 홍어 중 최고급 횟감으로 취급되는 흑산도 홍어는 ‘참홍어’라는 별개의 종으로 분류됩니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이자 어류학 박사인 황선도 박사의 글에 의하면 “얼마 전까지 홍어류에 대한 분류학적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한 전문가의 노력으로 한때 살홍어, 눈가오리 등으로 분류되었던 흑산도 홍어가 이제는 ‘참홍어(Raja pulchra)’로 학회에 보고되었다. 그리고 군산을 비롯해 서해안에서 간재미(Raja kenojei)로 지금도 통용되는 놈은 홍어(Okamejei kenojei)로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이다.”라고 밝혔다.   

  

한때 상어가오리라 불렀던 간재미가 오늘날엔 표준명 홍어로 등재되었다  

현재 한국 어류도감과 국립수산과학원의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에는 간재미나 상어가오리 같은 명칭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홍어와 참홍어로만 분류되어 있습니다.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의 분류동정란에 홍어를 찾아보면 유사어에 간재미, 갱게미, 상어가오리란 말이 등장합니다. 학명은 ‘Okamejei kenojei’로 통합되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공식 사이트에는 홍어의 이명을 Raja fusca Garman(상어가오리) 즉, 간재미로 표기했습니다.  

다만, 아직은 이러한 분류체계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간재미로 부르던 것을 홍어로, 홍어로 부르던 것을 참홍어로 불러야 하니 낚시계와 어민 모두 익숙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바닷속 환경이 변하면서 난류성 어류의 출현 빈도가 잦은 요즘입니다. 남획으로 절멸 위기에 놓인 종이 있는가 하면, 신종이 출현해 학회에 보고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교잡종까지 생기면서 이들 종을 가리기 위한 동정과 어류분류학은 점점 고도화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바다가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따른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기존에 알던 인식을 뒤엎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우리도 변화하는 바닷속 환경을 감지하고 발 빠르게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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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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