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홍합의 종류, 참담치와 지중해담치 구별법, 다채로운 홍합 요리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우리가 먹는 홍합이 진짜 홍합이 아니라고? 홍합의 종류와 상식

오늘은 잘못 먹으면 탈이 날 수도 있는 홍합의 독소, 그리고 중금속에 관한 필수 상식, 그 외 홍합을 둘러싼 다양한 사실을 알아봅니다.

홍합의 뿌리인 족사

#. 홍합류에 붙어 있는 수염의 정체는?
홍합을 사서 탕을 끓이려고 보면 제법 뻣뻣한 수염 뭉치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수염은 ‘족사’라 불리는 접착성이 강한 물질로 폴리페놀릭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해 몸을 바위에 부착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함께 끓여도 해를 주지는 않지만, 위생과 미관상 문제로 대부분 잘라내고 씁니다.

조간대 바위에 붙어사는 홍합류들

#. 자연산 홍합의 중금속 안정성은?
홍합류는 유생때는 바닷속을 부유하다 갯바위 등 딱딱한 지반에 안착해 그때부터 정착생활을 합니다. 주로 조간대(조수간만의 차이로 인해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곳) 갯바위에 붙어살며, 수심 10m 이하까지도 바위에 붙어 플랑크톤을 걸러먹는 여과섭식을 하지요. 게다가 어지간히 오염되어도 죽지 않고 번식하기 때문에 일부 오염된 해역에서의 홍합 채취 및 섭취는 권고하지 않습니다.


위에는 새끼홍합이란 종이 아래에는 참담치가 붉은색 석회질로 덮여 있다

특히, 강 하구 쪽에 공장지대가 들어서서 그 일대 해역의 수질이 좋지 못하거나, 오폐수에 의한 중금속(납, 카드퓸) 축적이 염려되는 곳에서 자란 홍합은 중금속 수치가 기준치를 넘지 못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식용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그런 특정 해역을 제외한 청정바다라면 자연산 홍합을 먹어도 무리는 없습니다.

5월말에 채취한 자연산 참담치로 이때는 식용 가능한 상태였으나 6월부터 식용이 금지됐다(전남 고흥)

#. 잘못 먹으면 큰일나는 홍합의 패류독소
홍합의 패류독소로 인해 매년 사망자가 1~5명씩 나오고 있습니다. 독소가 있는 홍합을 먹으면 약간의 마비 증세에서 그치나 심한 경우 안면 마비와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다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보고 됩니다. 홍합류는 종류 불문하고 봄부터 여름까지 마비성 패류독인 *'삭시토신(saxitoxin])'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신경독은 주로 봄철에 발생하는 유독성 플랑크톤인 '알렉산드리움 타마렌스(Alexandrium tamarense)'와 '짐노디움 카테나튬(Gymnodinium catenatum)'을 섭취함으로써 체내에 축적하게 됩니다. 

발생 시기는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동해의 경우 5~8월, 서남해안은 4~6월입니다. 이 시기 자연산 홍합(담치류)은 삭시토신이라는 맹독을 품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임의로 채취하거나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 삭시토신이란?
대표적인 마비성 패독으로 익혀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4~6월에 채취한 자연산 홍합은 생식은 물론, 익혀먹는 것도 조심하길 권합니다.

참고로 시중에 유통되는 홍합류는 남해안 일대에서 양식한 지중해담치로 독소에선 비교적 안전합니다. 다시 말해, 독소가 발생하는 4~6월에 출하된 것이라도 양식은 독성이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패류 독에 대한 잔류 검사가 있습니다. 양식 홍합에 패류 독소가 있는지를 검사하여 이상 없는 것에 한하여 식용으로 유통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검사가 실시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홍합을 먹고 마비성 패독에 중독돼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패독에 의한 사망사고가 처음으로 규명되었던 1986년 이후부터는 수시로 독성을 검사해 출하시킴으로써 패독에 의한 중독사고를 상당 부분 예방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연산 홍합은 그것이 참담치이든, 지중해담치이든 패류독소가 발생하는 4~6월이라면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갯바위에 붙어사는 참담치는 석회질로 인해 껍데기는 흰색으로 보이고, 붉은색 산호로 덮여있다.

#. 울릉도에 자생하는 참담치는 4~6월이 제철이라던데?
양식을 하지 않는 참담치의 경우는 서식지에 따라 패류 독소의 축적 여부가 달라집니다. 패류 독소는 유독성 플랑크톤을 먹어야만 체내에 축적합니다. 그런 만큼, 유독성 플랑크톤이 서식하지 않은 해역이라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지역이 울릉도 같은 먼 도서 지역입니다. 이러한 지역에서 패류 독소 여부는 해당 지역 주민(어민)에 의한 경험적 판단이 상당수 의존하게 됩니다.

4월경 울릉도엣 채취된 참담치를 손질하는 아낙
판매가 대기 중인 참담치(경북 울릉)

실제로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참담치의 경우 이르면 4월부터 머구리에 의해 채취됩니다. 4~6월 준성수기는 물론, 거의 일 년 내내 홍합밥으로 소진하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울릉도에는 유독성 플랑크톤이 없거나, 혹은 있어도 그 양이 미미해 독소 축적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독소를 대비해 4~6월만큼은 생식을 금하기도 한다지만, 이 시기에 생식해도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미루어 본다면, 확실히 유독성 플랑크톤의 분포 여부에 따라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자연산 양식할 것 없이 담치류는 겨울이 제철이다
5월경에 채취한 참담치는 산란기 영향으로 살이 빠져 있다

#. 홍합이 가장 맛있는 제철은?
홍합은 산란을 마친 여름부터 살을 찌우기 시작해 겨울에 제철을 맞습니다. 특히, 우리가 먹는 양식 홍합(지중해담치)은 11월부터 산란 직전인 2월까지가 알이 굵고 맛도 좋습니다. 담치류는 자라면서 암수 비율이 달라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시즌 초반은 초겨울에는 수컷이 많다가 시즌 후반은 2~3월로 갈수록 암컷이 많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맛은 수컷보다 암컷이 월등히 낫습니다. 월등히 낫다는 말은 좀 더 감칠맛이 두드러지고 고소한 맛이 진하다는 뜻입니다. 반면,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수컷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취향 차이입니다. 


탕이나 매운 소스를 곁들인 찜이라면 암수에 따른 맛 차이를 감별해내기 어렵습니다. 암수에 따른 맛의 차이는 ‘회’로 먹었을 때 분명히 다가옵니다. 참고로 홍합도 겨울철에 한해서는 ‘회’로 생식이 가능합니다. 다만, 극상의 신선도를 가질 만큼 신선해야 한다는 대전제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암컷 홍합살은 노랗다

#. 홍합의 암수 구별
홍합의 암수 구별은 비교적 쉽습니다. 알맹이가 흰색에 가까우면 수컷이고, 노랗거나 주황빛에 가까우면 암컷입니다.

홍합에 서식하는 속살이게

#. 홍합에서 흔히 발견되는 기생 벌레?
싱싱한 홍합에서 종종 발견되는 것으로 ‘속살이게’가 있습니다. 공생관계인 속살이게는 홍합과 우리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므로 섭취해도 무방합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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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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