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며
이 글에서 말하는 다금바리는 제주도 방언으로 다금바리를 뜻하며 도감 상의 표준명은 ‘자바리’입니다.  본문 아래 보충 설명하겠지만, 어류 도감상에서 기술되고 있는 표준명 ‘다금바리’는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제주 다금바리와는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다금바리, 언론사는 TV 방송에서 언급되는 다금바리는 모두 표준명 ‘자바리’를 뜻하고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고급 생선회의 대명사 다금바리의 모습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다금바리를 아십니까?”

열이면 아홉, 다금바리란 생선에 관해 들어봤지만, 실체를 아는 이들은 손에 꼽습니다. 심지어 회 맛 좀 안다는 미식가들도 다금바리에 대한 정확한 실체를 알기보다는 주변에서 ‘다금바리 다금바리’ 하니 매우 값비싼 고급 생선회 정도로 알 뿐, 종을 특정할 지식을 가진 이들은 극히 드뭅니다. 

 

더욱이 놀라웠던 점은 일 년 365일, 다양한 종류의 활어를 직접 잡거나 취급하는 어부 및 상인들도 일부 헷갈려하는 눈치였단 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익히 들어온 다금바리는 어떤 생선이며, 그 실체는 무엇일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칼럼을 통해 여러분은 다금바리에 대한 오해를 풀고, 좀 더 진중하게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 가짜 다금바리 시대가 있었다?
제가 다금바리를 처음 접했던 시절은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초등학생 때입니다. 그때도 사람들은 ‘‘다금바리’를 보며 엄지 척했고 귀히 여겼다는 것입니다. 그 모습은 뉴스에서 간혹 비치는 무게 20kg을 육박하는 대형 다금바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놀래미 같은 작은 생선 여러 마리가 물 밖에 꺼내어질 때 파닥파닥 거렸던 모습이 전부여서 그것이 진짜 다금바리인지, 혹은 다금바리와 유사한 어종을 사람들이 다금바리로 착각한 것인지는 당시로써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그때도 다금바리란 생선이 귀물 취급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세월이 흘렀고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다금바리는 점점 귀해져 갔습니다. 다금바리의 실체를 아는 일부 미식가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맛보고자 진품 다금바리를 찾았고, 웬일인지 당시 동네 횟집을 비롯해 각 지역 수산시장에서는 다금바리를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횟집 메뉴판에는 어김없이 ‘다금바리’가 등장합니다. 당시에는 원산지 표기 의무가 시행되지 않았기에 이것이 국산인지 혹은 자연산인지 알 길이 없었고, 일단 다금바리로 표기되었다고 해도 가격이 무시무시할 수준은 아니었기에 둘이서 7~8만 원이면(당시 다금바리라고 내걸었던 메뉴는 kg당 7~8만 원에 판매되는 수준)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밀레니얼 세대들은 귀하디 귀한 다금바리를 맛본 그 소감을 이제 막 부흥하기 시작한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정보 공유가 이뤄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알 만한 사람들만 알음알음 챙겨 먹었던 다금바리가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꽁꽁 숨겨졌던 다금바리의 실체가 초창기 블로그 검색 결과에 노출되었고, 일부는 기사화되면서 그 명성과 궁금증은 높아져만 갑니다. 여기서 다금바리의 실체는 점점 오리무중에 빠져듭니다. 

 

그토록 귀할 줄로만 알았던 다금바리가 전국 횟집을 통해 쉽게 팔리면서 실제 우리가 알던 다금바리가 맞는지 의심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류에 대한 지식도 명확한 개념도 없었던 보통의 소비자들이지만, 일부는 그 실체를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다름 아닌 블로그와 카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말이지요. 

 

 

한때 다금바리로 오인 또는 둔갑되기도 했던 능성어

많은 정보가 가감 없이 올려지고, 블로그를 통한 개인의 경험담을 퍼트리면서 이제는 정보의 객관성을 따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횟집에서 사 먹었던 다금바리가 사실 대부분 ‘능성어’ 였음이 밝혀지자 다금바리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은 2라운드로 접어듭니다. 

 

그 무렵 한 칼럼니스트가(필자) ‘다금바리와 능성어의 차이’란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적잖은 사람들에게 읽혀졌고, 몇몇 방송사는 다금바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는 물론, 먹거리 X파일 같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인터넷 정보 공유는 단순히 개인 경험담에서 벗어나 정보의 바다로서 순기능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금바리를 먹었다며 올린 그 순수한 경험 사례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본의 아닌 판정과 지적을 받기도 했고, 누리꾼들의 논쟁은 가열되기만 합니다. 당시만 해도 다금바리로 둔갑되는 유형을 나누자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1.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알고 먹는 사례
국내에서는 수년 전, 능성어란 어종이 주로 다금바리로 둔갑된 채 팔렸고, 몇 차례 단속의 폭풍을 거치면서 일단락된 적이 있습니다. 능성어가 다금바리로 자주 둔갑되는 이유는 ‘유사성’에 있습니다. 

 

능성어와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는 모두 농어목 바리과에 속하는데 우리나라 연 근해에 서식하는 바리과 어류만도 여러 종이 있는 데다 생김새가 비슷해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의 양식이 이뤄지지 않아 전량 자연산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미 양식에 성공해 내수용은 물론, 수출까지 하는 일본산 양식 능성어는 다금바리가 귀한 시절에 나쁘지 않은 대안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과, 같은 분류에 속한 어종이라도 염연히 종이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상업적 가치, 여기에는 경매가를 포함한 소비자가 형성이 다름으로 인해 두 어종은 명확히 구분해서 판매해야 한다는, 지금 시대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인식이 당시에 수렴되기 시작하면서 상업 어종의 구분과 원산지 표기 의무화가 대두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불과 90년대와 2000년대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농어목 바리과인 능성어는 비록, ‘가짜 다금바리’란 프레임에 씌워졌지만, 그때는 물론 지금도 제법 값비싼 고급 횟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금바리만큼 비싸지는 않지만, 양식 능성어(주로 일본산)도 훌륭한 횟감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렇다면, 능성어와 다금바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우리는 이 두 어종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요목조목 뜯어보면 꽤 많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 순으로 살펴봅니다.

 

 

능성어의 상징성으로 여기는 아디다스 줄무늬
불규칙한 줄무늬가 특징인 다금바리

1) 줄무늬의 차이
능성어는 제주도에서 ‘구문쟁이’, 영어권에서는 ‘Seven-banded Grouper’로 불립니다. 일곱 줄의 가로 줄무늬가(어류의 줄무늬는 물고기를 똑바로 세웠을 때를 기준으로 가로 세로를 정함) 마치 아디다스 상표의 그것 같은 모양이란 점이 특징입니다. 반면, 다금바리의 줄무늬는 능성어와 비슷하나 중간중간 구멍이 뚫린 듯 불규칙하게 나타나며, 멀리서 보면 호피무늬처럼 보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나온 다금바리

2) 아래턱과 체형의 차이
능성어는 위턱과 아래턱의 길이가 거의 비슷하며, 체고는 다금바리보다 높아 전반적으로 통통한 체형을 가집니다. 반면, 다금바리는 아래턱이 위턱보다 나온 부정교합을 보이며, 체고는 비교적 낮아서 전반적으로 길고 날씬한 체형을 가집니다. 

 

 

이마가 민무늬인 능성어
이마에 줄무늬가 보이는 다금바리

3) 대가리로 침범하는 줄무늬 여부
능성어와 다금바리는 모두 줄무늬가 있지만, 능성어의 이마는 줄무늬가 침범하지 않은 민무늬이며, 다금바리 이마는 두 가닥의 줄무늬가 침범합니다. 사실상 이마만 봐도 두 종을 구분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는 것입니다. 

4) 다 자라면 비슷해진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특징도 어디까지나 성체로 자라기 전에만 해당합니다. 두 어종 모두 몸길이 60cm 이상 자라게 되면, 치어 때 뚜렷했던 줄무늬가 사라집니다. 급기야 미터급에 가까워지면 어지간한 눈썰미로는 분간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금바리와 능성어는 모두 1m가 조금 넘는 크기로 성장합니다. 

 

 

열대성 그루퍼가 길러지는 태국의 한 양식장

2.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 유사 어종을 다금바리로 알고 먹는 사례 
영어권에서는 ‘바리’과 어류를 ‘그루퍼(Grouper)’로 정의합니다. 그루퍼가 한국에서는 ‘바리’이며, 일본에서는 ‘하타(ハタ)’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분류 목에 속한 어류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 여종이 분포하며, 동남아시아와 일본, 한국을 비롯한 극동아시아 해역에 수십 여종이 서식하고 있어서, 개중 외형이 비슷한 몇몇은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이름인 ‘다금바리’로 둔갑됩니다. 

 

 

희미하게 드러내는 갈색둥근바리(일명 라푸라푸) 현지에서는 찜과 튀김용 그러나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횟감용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특히, 동남아시아로 여행하는 한국인 단체 여행객들에게는 현지에서 양식되고 있는 라푸라푸(표준명 갈색둥근바리)를 다금바리로 판매, 현지 가격보다 비싸게 팔았던 상술이 대표적입니다. 

 

제주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가 남해를 비롯해 제주도 및 일본 남부에 주로 서식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다소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다금바리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 맛보았던 횟감이고, 서민이 쉬이 지갑을 열만 한 가격도 아니거니와, 그만큼 한국에서는 내로라하는 고급 횟감의 대명사로 군림했다는 방증을 동남아 관광지의 얄팍한 상술에서 확인된다는 점이 조금 씁쓸하게 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다금바리를 사칭하는 대표적인 횟감이 능성어인데 여기에는 ‘의도한 상술’과 ‘지역 관습’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나뉩니다. 대부분의 횟집과 수산시장 특히, 산지인 제주도에서는 의도된 상술이 많았고, 예외적으로 거문도는 지역 관습에 따른다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습니다.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당당하게 내걸며 장사하는 횟집과 온라인 쇼핑몰이 지금도 있습니다. 거문도는 오래전부터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불렀고, 지금도 습관처럼 '다금바리'로 취급됩니다. 이는 우리가 알던 통상적인 사실과는 대치되기 때문에 상거래 혼선이 우려되며, 능성어와 다금바리의 구분을 흐린다는 점에서 시정의 필요성이 보입니다.

 

※ 2부에서 계속됩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수의 매체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레시피>가 있으며,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 의식주 생활사전> 집필에 참여했다.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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