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낚시] 잔인했던 형제섬 벵에돔 낚시


    제주도 낚시를 경험해 본 꾼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추운 1~2월보다 포근한 4~5월에 낚시가 더 힘들다는 사실을.
    오히려 1~2월은 대물 벵에돔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4~5월은 참 애매한 시즌입니다. 그런 비시즌임에도 불구, 벵에돔 소식이 가장 먼저
    닿는다는 제주도 형제섬에 희망을 품고 벵에돔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제주도 낚시는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했는데요. 역시 갯바위는 아내와 함께
    해야 힘도 나고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아내와 함께한 제주도 낚시 72시간, 형제섬 넙데기 편으로 출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사계항

    전국적으로 수온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오월. 동해 남부와 남해에선 시즌을 알리는 벵에돔 소식이 산발적으로 들리고 있으니.
    그보다 더 남쪽인 제주도는 어련할까? 라는 저의 생각은 크나큰 착각이었습니다.
    3일간의 제주도 낚시 계획은 이랬습니다. 함께 한 인원은 총 4명. 저희 부부를 비롯해 자환이아빠님, 산소맨님이 돌돔팀으로 무장해 오셨습니다.
    숙소와 렌터카도 따로 했고 스케쥴도 각자 달랐지만, 대상어를 만나고자 하는 목적은 같았습니다. 
    원래 계획은 첫날 서귀포 범섬에서 벵에돔 낚시를, 둘째 날은 4명 모두가 서귀포 새섬 방파제로 들어가 돌돔 낚시를, 셋째 날은 상황 봐가면서 범섬이나
    혹은 형제섬에서 벵에돔 낚시로 일정을 마무리하려 했습니다만, 계획대로 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오월의 저주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계획했던 실타래가 착착 맞아 우리의 바람대로 되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낚시란 변수 빼고 시체라 할 정도로 예상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레포츠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석연치 않은 불운은 시작부터 드리워졌습니다.
    그 첫 번째 사고는 공항에서 스마트폰을 떨구면서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 떨궈도 깨지지 않았던 액정에 금이 쫙 가면서 말이죠.
    공항에 도착한 후 일행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데 낚시란 게 늘 그랬듯 시작하기 전까지는 장밋빛 희망으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자환이아빠님과 산소맨님은 대물 돌돔을 우리 부부는 벵에돔 마릿수를 예상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부푼 기대감을 내비치던 우리 일행은 '실시간 연안정보'를 보면서 순식간에 일그러졌습니다.  

    "서귀포 현재 수온 13도"

    아니 오월 중순인데 서귀포 수온이 13도밖에 안 된다고? 13도면 영등철 수온인데 어째서 6월을 앞둔 이 시기에.
    13도라는 수온이 주는 의미. 돌돔, 벵에돔 낚시꾼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혹시나 해서 제주도 현지꾼인 지인께 여쭤봤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오랜 시간 제주도 낚시를 준비한 우리에게 너무 가혹한 답변이었습니다.

    "벵에돔, 돌돔 낚시에 수온이 13도면 게임 끝인데요"

    혹시나 해서 다른 지역을 살펴봤더니 제주시는 16.5도. 성산포는 무려 17도. 제주도 서쪽인 모슬포는 15도. 그런데 서귀포만 13도.
    같은 제주도지만 지역별로 수온이 이렇게나 차이가 납니다. 우리는 낚시 계획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서귀포 새섬 방파제에서 돌돔 낚시 계획한 자환이아빠님과 산소맨님은 그나마 수온이 15도 이상 나오는 차귀도로 행선지를 바꿨고, 서귀포 범섬을
    계획한 우리는 형제섬 넙데기로 핸들을 틀었습니다.


     
    멀리 송악산이 보이는 풍경 속에서 선상낚시가 한창이다.

    형제섬 최고 포인트인 넙데기(좌)와 안테나여(우)가 모습을 드러낸다.

    안테나여(좌)와 형제섬 작은섬(우)

    안테나여에선 3명이 하선해 이른 아침부터 낚시 중인데요. 부력망이 안 보이는 걸 보아 아직 벵에돔을 못 본 모양입니다.


    월요일이라 한산할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이것도 그나마 월요일이어서 간신히 진입할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세 분이 낚시 중이지만, 좀 전까지만 해도 무려 일곱 명이 낚시했다고 합니다.
    밑밥을 개고 사계항에 도착한 우리는 오후 낚시를 위해 넙데기로 들어가려는데 길성호 선장님이 자리가 없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차귀도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선장님에게 다시 전화가 옵니다. 아침에 다른 선박(동광호)을 타고 들어간 4명이 마침 철수 중이라면서 
    넙데기에 들어가겠느냐고 묻자, 당연히 들어가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장님이 불길한 말을 하십니다.

    "요즘 고기 안 나오는데 그래도 들어갈래?"
    "헉.."

    그래도 들어가야죠. 언제나 푸근한 길성호 선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배에 타려는데 현지꾼 4분이 항에 도착합니다.
    고기 나왔느냐는 물음에 대뜸 "이거 가져가실래요?" 라고 해서 봤더니 남아버린 밑밥이 자그마치 한 통입니다. 한 통!
    하지만 우리 부부도 밑밥을 두 통이나 준비했기 때문에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밑밥이 왜 이렇게 남아버렸어요?"
    "고기 안 나와요."
    "한 마리도 못했어요?"
    "...."

    저는 남아버린 밑밥을 보고선 속으로 "이 양반들 낚시 제대로 안 했네" 라는 생각을 했고 순간 "우리는 다르겠지"라는 자만을 하였습니다.
    길성호 선장님은 작년 가을에 우리 부부를 몇 차례 봤었지만, 기억을 잘 못 하시는 것 같고. ㅠㅠ


    형제섬 넙데기에 접안 중

    드디어 넙데기 하선에 성공한 우리 부부.

    "반년 만에 찾은 형제섬"

    작년 가을, 아내는 이곳에서 재미 본 기억이 있는지라 감회가 새로운가 봅니다.
    멀리 그림같이 뻗은 사계리 해안과 산방산, 그리고 하얀 포말이 일어나는 푸른 바다를 보니 그간 꽉 막혔던 숨통이 확 풀리는 듯합니다.
    고기를 잡아도 좋고, 못잡아도 좋......지는 않으나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낚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부부에겐 행복이었습니다.


    벵에돔 낚시가 안 되자 카드 채비를 달아 자리돔을 낚고 있는 현지꾼.

    저는 넙데기에 오르자마자 이곳 분들과 인사를 하고 조황을 물었는데요. 역시 안 좋은가 봅니다.
    이른 새벽부터 들물 타임을 보고 했다던 이분들, 지금 시각이 11시 만조인데 아직 한 마리도 못 잡았답니다. 그래서 자리돔과 노시는가 봅니다.


    부력망이 있길래 살펴보니 자리돔만 몇 마리 있었을 뿐, 다른 대상어종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 부부, 기가 한풀 꺾일 만도 할 텐데 노우~ 절대~네버~!
    이 무슨 자신감인지 자만감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부터 썰물이 시작되면서 뭔가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에 기대를 가져 봅니다.


    벵에돔이 부상하지 않을 것이란 강한 예측에 천조법으로 벵에돔 공략에 나섰다.

    <<입질의 추억 채비>>
    1호 530 낚싯대 - 원줄은 쯔리겐 프릭션 제로(서스펜드 타입) 2호 - 목줄은 쯔리겐 제로 알파 1.5호를 10m로 직결하고 - 찌는 쯔리겐 N원투 00호
    - 가라만봉(찌멈춤) - g4 봉돌 - 4m 간격을 갖고 벵에돔 바늘 6호.

    <<아내의 채비>>
    1호 530 낚싯대 - 2호 원줄 - 00호 구멍찌 - 가라만봉 - g2 봉돌 - 1.5호 목줄 3.5m - 벵에돔 바늘 6호.

    넙데기에서 낚시할 때는 원투성이 좋은 제로 계열의 찌나 B~2B찌가 필수입니다.
    전방에 안테나여, 후방에 홍합여, 어느 쪽으로 캐스팅하든 원하는 본류대로 채비를 잘 안착시키려면 원투성이 필요하니까요.
    이날은 수온이 차기 때문에 벵에돔이 중하층에서 입질 할 것이라는 예상하에 낚시를 시작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저와 아내의 채비는 서로 간에
    비중을 달리하였습니다.
    이는 사소한 차이지만, 저는 g4번 봉돌을 물렸고 아내는 그보다 좀 더 무거운 g2봉돌을 달아 좀 더 빨리 중하층에 도달하도록 했습니다.
    지금 시각, 물때는 만조에 가까워 조류가 빠르거나 하진 않으므로 g2~g4번이면 충분히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첫 미끼를 꿰고 낚시를 시작하는 아내, 제주도 형제섬에서 벵에돔 낚시

    첫 어신을 받고 파이팅에 들어간 아내

    "왔다!"

    낚시 시작한 지 불과 5분 만에 첫 어신을 받으니 뒤에서 낚시하던 현지꾼들의 시선이 아내에게 집중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리돔이겠거니 싶었는데 휘어지는 낚싯대를 보니 잡어는 아닌 듯해요.
    도대체 뭘까? 혹시 아침부터 한 마리도 안 나왔다던 벵에돔일까? 아내의 손맛이 궁금한 저는 대답을 재촉하였습니다.

    "커? 안 커?"
    "크진 않지만, 벵에돔 같아"

    수면에 모습을 비춘 녀석, 빵 좋은 벵에돔이네요. 뜰채를 대야 하나 망설이다가 들어뽕하는 아내.


    30cm급 긴꼬리 벵에돔이 올라왔다.

    "역시 어복부인이야. ^^"



    "올해 첫 벵에돔입니다!"

    아내가 벵에돔을 올리자 뒤에서 지켜보던 현지 낚시꾼들은 한 마디로 얼척이 없다는 표정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지금까지 한 마리도 못 잡고 있는데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여자가 와서는 시작하자마자 벵에돔을 낚아버리니 그럴 만도 했을 겁니다. ^^;


    벵에돔이 모습을 드러내자 딴 곳에서 낚시하던 한 분은 곧바로 자리를 옮겨 아내와 나란히 찌를 흘립니다.
    자리돔을 낚던 분도 다시 진지해졌는지 벵에돔 낚시를 시작합니다.


    계속해서 형제섬 넙데기는 긴장과 침묵이 감돌고 있습니다. 수온은 낮지만 해가 중천에 뜨면서 활성도가 나아질 것이란 예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자리돔도 활짝 피었습니다. 현재까지는 분위기가 매우 좋습니다.
    저와 아내는 자리돔을 발 앞에 묶어두고 당찬 손맛과 입맛이 그리운 벵에돔을 찾아 보이지 않은 물속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합니다.


    150m 감긴 원줄 중 2/3이 풀려나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배달 정신이랄까.

    "벵에돔이 부상하지 않는다면, 벵에돔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 주는 서비스 정신!"

    좀 전에 아내가 벵에돔을 낚은 수심은 약 5m 정도였다고 합니다.
    3.5m 목줄이 정렬되고 난 후, 찌멈춤고무가 안 보일 정도로 들어갔으니 3m가 더 들어갔다고 치면(채비각을 고려해) 약 5m 수심대에서 물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아내가 사용한 채비는 00(투제로)찌에 g2 봉돌. 그래서 저도 g4번에서 g2로 봉돌을 바꾸고 열심히 채비를 내리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밑밥 품질은 어떻게 했냐고 물으니, 중하층에서 입질이 올 것 같아 밑밥을 먼저 뿌린 후 몇 초를 세고나서 캐스팅을 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찌에다 직접 품질을 하는 게 아닌, 각을 벌려서 조류 상층에 밑밥을 치고 시간차를 이용한 캐스팅으로 입질을 받았다고 하니..
    이 정도면 영리한 플레이지요? 과연 저의 수제자 답습니다. ^^;;

    물때는 만조에 다다르며 조류는 스톱!
    곧 있으면 조류가 산방산 쪽으로 흐르면서 썰물이 시작될 것입니다. 아침 들물 때 벵에돔이 안 나왔다면, 썰물 때는 나오겠지.
    게다가 우리 부부의 철수시간은 저녁 7시로 벵에돔 낚시에선 놓칠 수 없는 시간대를 담보로 하고 있으니 아직은 마음이 든든합니다.


    낚시가 잘 안 풀리자 채비를 바꿔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는 아내.

    계속해서 중하층을 더듬고 있지만, 크릴이 멀쩡히 살아 들어옵니다.
    발 앞에는 자리돔이 바글바글하지만, 조금만 멀리 던져도 잡어 한 마리 없어 크릴이 살아오는 상황입니다.

    저는 아내에게 목줄을 1.2호로 한 단계 낮추고 바늘 크기도 낮추라고 주문하였습니다.
    아내는 채비를 바꾼 김에 찌도 바꿀 생각인가 봅니다. 좀 전의 g2 봉돌은 그대로 놔 둔 채 찌만 00호에서 G2 찌로 교환.
    그 찌는 작년 제주도 낚시에서 아내가 재미를 봤던 좋은 기억이 있는 찌였습니다. 그걸로 바꿔 분위기를 전환해 보겠다는 심산인 듯하네요.


    썰물이 시작되자 산방산을 바라보며 무한 흘림낚시를 하는 아내, 1일차 제주도 낚시

    이때였습니다. 뒤쪽 안테나여에 있던 분의 낚싯대가 엄청나게 휘어졌고, 일행이 뜰채 지원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저 정도 휨새라면 씨알이 상당할 터. 올려보니 숭어였네요. 제주도까지 낚시를 왔는데 숭어를 볼 줄이야.
    수온이 낮아서 그런지 밑밥 냄새를 맡고 들어온 숭어떼가 좀처럼 포인트 주변을 떠나질 않습니다.


    채비는 100미터 가까이 흘러간 상태에서 원줄까지 시원하게 가져가는 입질이 옵니다. 순간 벵에돔인 줄 알고 챔질했는데 웬 자리돔? 
    본격적으로 썰물이 진행되면서 조류에 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저는 봉돌 호수를 좀 더 높였고, 바늘 위 1m 부근엔 g5번 봉돌을 추가로 달아주며
    벵에돔 공략에 나서는데 뒤에서 뭔가 한 마리를 걸고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뜰채를 피고 대기 중인 현지꾼. 그런데 수면에 모습을 비친 녀석은.

    대물 숭어입니다. 모처럼 손맛을 봐서 그런지 싫지 않은 표정입니다만, 원하던 벵에돔의 모습은 오늘따라 보기가 어렵군요.
    아내가 첫 수를 한 이후, 세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다는 침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물이 빠지자 서서히 드러나는 홍합여

    오후가 되자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활발하게 다닙니다.
    마이크를 통해 가이드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전해지고, 수많은 관광객은 이쪽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날립니다.
    이 날 형제섬을 관광하러 오신 분들의 사진첩에는 저희 부부가 많이 찍혔을 겁니다. ^^;


    오후 3시, 이른 아침부터 낚시했던 이분들은 자리돔 몇 마리로 아쉬운 철수 길에 오릅니다.


    채비에 예민함을 더하기 위해 찌를 교체했다.

    좀 전에 사용한 찌가 원투성과 시인성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 교체한 찌는 예민성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만약 포인트에 벵에돔이 들어와 있는데 수온이 하강해 입질하지 않는 것이라면, 예민성을 더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사용한 찌는 쯔리겐에서 새롭게 출시된 '아시아 마스터피스'라는 모델로 기존의 '아시아'찌에서 여러 가지로 업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찌에 대한 기능적인 설명은 내용 많아서 다음에 따로 하고요. 여기서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이 찌는 0.01%의 전문 낚시인을 겨냥해서 만든 모델로
    G7, 0, 01, 02, 03, 04, 05, 06, 07 이라는 신부력 체계를 사용합니다. 다시 말해, 0(제로)에서 00(투제로), 000(쓰리제로), 심지어 그 이상인
    0000(포제로)에 대한 부력 체계를 9단계로 초정밀 하게 나눈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이것이 주는 실용성은 앞으로 사용해 봐야 알겠지만,
    내용만 본다면 쯔리겐의 기술력을 이런 식으로도 과시할 수 있구나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생각과 동시에 이런 찌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적당한 무대를 만난 것이 저에겐 무척 설레는 일입니다. 

    사용한 모델은 04번으로 기존의 부력 체계로 치면 000(쓰리제로)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 본 느낌은 좀 예민한 00(투제로)에 가까웠습니다. 이 찌는 캐스팅 이후 목줄이 정렬되면 바늘과 크릴 무게의 하중을 받으면서 서서히
    가라앉게 됩니다. 조류라던가 염분농도, 기타 바다 상황에 따라 가라앉는 정도는 다르지만, 적당한 조류가 흐르는 현장에서 이 찌를 사용하면 봉돌 없이도 
    7~8m 층은 무난하게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넙데기는 갯바위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수심이 깊어지므로 보다 심층 공략을 위해선 G2~3B 가량의 추가 봉돌을 필요로 합니다. 


    안테나여에서도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한 채 철수하는 꾼들.

    현재까지는 잡어 분리가 매우 잘 되고 있습니다. 자리돔은 갯바위 자락에만 붙어 있을 뿐, 본류가 흐르는 곳으로 나가진 않았기에 분명 그곳에는
    벵에돔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저의 확신도 서서히 무너져 갑니다.
    혹시나 벵에돔이 부상하나 싶어 수시로 편광안경을 이용해 수면을 관찰하고 상층에서 바닥층까지 샅샅이 훑어도 봤지만, 크릴이 살아온다는 것.


    급기야 잡어 분리가 무너지고 말았으니 여기저기서 자리돔이 물고 늘어집니다.
    이제는 먼 곳에서도 자리돔이 피어오르며 바다는 그야말로 잡어 천국이 되어가는 상황.
    아내는 벵에돔 공략을 멈추고 잠시나마 자리돔 사냥에 나섰습니다. 이유는 저녁에 일행들과 함께할 횟감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오후 6시. 간조를 지나 초들물이 받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앞으로 한 시간은 포기할 수 없는 피크 타임!
    오전 11시부터 지금까지 꼬박 서 있었더니 허리부터 발끝까지 피로가 몰려옵니다.
    어지간해선 앉지 않는 아내도 결국 앉아버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언제 들어올지 모를 벵에돔 입질에 손끝의 감각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초들물이 받치자 조류가 갑자기 빨라지네요. 급기야 입질이 온 것처럼 주르륵 풀려나갑니다. 
    우리 부부는 계속해서 봉돌을 추가해 가며 공략에 나섰습니다. g2로 시작했던 채비는 어느새 B, 2B, 3B, 심지어 5B와 3B 봉돌을 분납하면서 채비를
    내리는데 전방 60m쯤에 수중여가 하나 있는지 거기서 채비가 걸립니다. 다행히 빠져나왔고 이후엔 3B 봉돌을 빼고 흘리니 밑걸림이 안 생깁니다.
    그런 식으로 조류 속도에 맞춰 봉돌을 가감하고 분납하고 위치를 조정해 가면서 열심히 했는데 바다는 우리를 끝까지



    "배신하네요."

    철수 20분 전, 아내의 낚싯대가 잔뜩 휘어졌지만, 아내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100m가량 흘리다 걸려버린 해초 더미는 거리의 압박과 수압, 무게 등으로 아내를 괴롭혔습니다.


    낚싯대를 세워서 끌고 오기엔 너무나 부담이 컸던 해초 더미.
    이렇게 일자로 펴서 잡아당기길 수차례 반복. 간신히 갯바위 자락까지 끌고 왔고 저는 내려가서 목줄을 잡고 끌어 올렸습니다.
    이것으로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우리 부부. 이렇게 첫날 제주도 낚시는 마무리 지었습니다.


    아내의 갯바위 신발입니다. 낚시 도중 밑창이 반이나 뜯어져 너덜너덜했는데 아내가 임시방편으로 묶었다며 저에게 보여줍니다.
    철수하면 돼지본드라도 사서 붙여야겠어요.


    해가 지도록 세월을 낚는 꾼들, 제주도 형제섬 낚시

    이곳 포인트 지명은 모르지만, 물이 반쯤 빠져야 드러나는 간출여로 이곳도 낚시가 행해집니다.


    5월 중순. 우리 부부가 거둔 조과는 너무나 초라했다.

    낚시 시작하자마자 아내가 낚은 30cm급 긴꼬리 벵에돔이 이 날 유일한 조과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날 형제섬 넙데기에 들어간 아홉 명의 꾼 중 유일한 벵에돔이기도 하였습니다.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

    오월의 제주도 낚시, 정말 쉽지 않네요.
    이날 차귀도 지실이로 들어간 돌돔 꾼들은 올꽝이라고 합니다. 일행이 거둔 25cm급 뺀찌급 돌돔만이 유일한 조과.
    그것과 우리가 잡은 걸 합치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이 한 접시"

    이 안에는 잔인했던 오월의 바다와 꾼의 노고가 들어 있었습니다.
    초반부터 쉽지 않았던 제주도 낚시. 2일 차는 처음으로 대물 돌돔 낚시를 시도하러 갑니다.
    우리 일행은 저녁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회를 먹으며 비상 회의를 열었습니다.
    계속해서 서귀포 수온이 13도를 맴돈다면 내일도 별 볼 일 없을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내일 낚시는 미끼값만 수십만 원. 더 이상의 실패는 양보할 수 없기에 돌돔 포인트 두고 많은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포인트를 두고 서로 간에 의견이 많이 엇갈렸습니다. 어차피 저는 대물 돌돔 낚시를 처음 하기 때문에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할 처지입니다.
    그래서 일행의 의견을 수렴해 다시 차귀도 지실이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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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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