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요리, 처음으로 만들어 본 오색 도미찜


예부터 도미는 귀한 손님이 오거나 차례상에 올릴 때 사용할 만큼 귀한 재료였습니다.

특히, 도미찜은 싱싱할 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지요. 이러한 도미찜도 한식, 중식 등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지만, 여기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오색 도미찜'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일전에 말린 우럭을 쪄서 매콤한 양념장을 붓는 스타일로 생선찜을 해봤습니다만, 생물 상태에서 쪄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낚시든 요리든 뭐든지 처음은 있는 법. ^^ 일단 한 번 만들어보겠습니다.

 

 

도미를 깨끗이 손질한다.

 

이 카테고리 명칭인 '꾼의 레시피'가 말해주듯이 남자의 요리입니다.

정제되지 않은 레시피일수도 있지만, 생선을 재료로 사용한다면 100% 자연산만 사용하며 無화학조미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은 어릴 때부터 맛소금, 미원 등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감칠맛은 조금 떨어져도 재료의 신선한 맛으로 먹습니다.)

 

도미는 농어목 도미과에 속한 어종을 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술적인 의미일 뿐. 시장에서 불리고 있는 도미는 대부분 참돔을 말하고 있지요.

위 참돔은 낚시로 잡은 것으로 배를 갈라 아가미와 내장을 제거하고 안에 뭉친 혈까지 잘 긁어서 흐르는 물에 씻은 상태입니다.

혹시라도 남아 있는 비늘이 있을 수 있기에 구석구석 꼼꼼히 밀었습니다. 특히, 찜이나 탕을 할 때는 대가리에 붙은 비늘까지 꼼꼼히 벗겨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지느러미는 식가위로 잘라 내었습니다. 다만, 꼬리지느러미는 모양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놔뒀습니다.

 

 

재료 준비 완료

 

#, 오색 도미찜 재료

밑간 : 도미 大 한 마리, 소금, 후추, 청주, 생강즙(없으면 가루)

부재료 : 파프리카, 당근, 대파, 달걀 지단

소스 : 간장 8T, 청주 2T, 물 100g, 생강즙(없으면 가루), 후추 약간, 녹말물, 매실액(또는 효소) 3T, 다진 마늘(선택)

 

먼저 도마에 도미를 올리고 앞뒤로 칼집을 냅니다.

 

 

소금, 후추, 청주 등으로 밑간한다.

 

도미는 앞뒤 표면에 소금과 후추, 생강즙, 청주를 뿌려둡니다. 여기서는 청주 대신 일본 소주를 사용.

이 상태에서 약 10~15분간 실온 방치를 하고요.

 

 

밑간한 모습

 

부재료

 

부재료는 파프리카, 대파, 당근, 달걀 지단을 채 썰어 놓습니다. 오색으로 맞춘다고 했는데 흰색은 양파가 들어가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달걀 지단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따로 부친 후 채 썰었습니다. (부재료와 소스 만들기는 아내가 담당 ^^)

 

 

찜통에 넣기

 

도미가 너무 커서 찜통에 다 안 들어가니 삼등분 하였습니다.

찜통에는 물과 약간의 청주를 넣는데 이때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끓을 때 넘쳐서 도미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찜을 할 때는 오로지 증기로만 쪄야 하므로 물이 끓어도 도미가 있는 찜기에는 넘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찜기에는 깨끗한 면보를 깔고 그 위에 도미를 얹습니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약 25분간 찝니다.

보통은 20분만 쪄도 된다고 하는데 이 도미는 워낙 크고 두툼해 융통성 있게 5~10분을 더했습니다.

 

 

소스 만들기

 

도미를 찌는 사이 소스를 만듭니다. 진간장 8T, 청주 2T, 생강가루와 후추 약간, 매실액(없으면 설탕) 3T 그리고 생수를 조금 부어야 하는데요. 

간장과 물의 비율은 1:3 정도로 맞추면 됩니다.

 

 

소스 졸이기

 

달군 냄비에 소스를 붓고 약한 불에 은근히 졸입니다. 곧바로 다진 마늘 투입(이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해서 같이 졸이고요.

이때 녹말물을 만들어 부어주면 점도가 걸쭉해집니다. 녹말물을 만들 때는 녹말과 물의 비율을 1:1로 하는 게 기본. 양으로는 3~4T 분량이면 충분합니다.

 

 

도미찜이 완성됐습니다.

 

 

접시에 옮기면서 도미를 조립(?)한 뒤 오색 꾸미를 올려줍니다.

 

 

준비한 소스를 골고루 끼얹으면 오색 도미찜 완성.

 

 

하다 보니 소스가 조금 모자라네요. 지금 소개한 소스는 길이 40cm급 참돔으로 할 때 맞을 것 같습니다.

이 도미는 상당히 큰 건데 접시가 더 커서(참치회 데코레이션 할 때 사용하는 접시라) 작게 보이네요. ^^;

오색 도미찜은 처음 시도해 본 거라 처음부터 완성도가 높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태생이 자연산 참돔이고 집으로 잘 공수해서 이틀간 숙성을 마친

싱싱한 생물이기에 음식에 기본기만 있으면 누구도 쉽게 맛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비단 회뿐만 아니라 탕거리나 찜 용으로도 숙성하는 이유는 살 자체에서 '감칠맛'을 끌어올리기 위함입니다.

하루 이상 숙성하게 되면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IMP)'이 죽고 난 직후보다 수 배 많아지므로 어떤 음식에든 맛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합니다.

이 좋은 생물에 굳이 화학조미료를 넣어 맛을 조작할 이유는 없겠지요.

 

 

특별한 날이거나 귀빈에게 대접하는 자연산 오색 도미찜

 

그래서 음식 맛의 8할은 싱싱한 재료에 달렸고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재료 맛을 살리는 양념이 '최소한'으로 들어가 보조적인 역할만 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우리는 재료가 가지는 본연의 맛에 더욱 집중하고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현실은 그러지 못할 때가 많지만 ^^)

이 부분에 관한 내용은 할 말이 많지만, 다음 지면을 위해 여기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야생에서 억척같이 살아온 흔적

 

약간 달곰한 간장 맛이 나는 소스와 함께 먹는 도미찜

 

이날은 입맛 까다로운 베테랑 주부 세 분을 손님으로 모시고 시식하였습니다.

비린내에 민감하다던 주부님이 이것을 드시고선 "어쩜 살에서 비린내가 하나도 안 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하였습니다.

인터넷에 "생선 비린내 없애는 법"을 치면 무수히 많은 내용이 나오곤 하죠. 쌀뜰물이나 김빠진 맥주에 담가 놓는다부터 시작해 레몬즙을 뿌린다. 등등

그런데 제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런 방법들은 생선 비린내가 우려되니까 해야 하는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정말로 싱싱한 생선은 그 자체로도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제가 해준 건 생강즙과 청주를 약간 뿌린 것 외에 없습니다. (사실 안 뿌려도 상관없을 정도의 선도였지만)

우리가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하는 생선은 아무리 선도가 좋다고 해도 사후직후부터 계산해 보면 벌써 어시장에서 경매를 치를 때 수 시간이 지나버리고

(물론, 이때는 각얼음이 보호하고 있지만) 낙찰받아 상자에 담고 운송해 수도권까지 도달하기까지 못해도 48시간을 넘깁니다.

 

하지만 제가 낚시로 잡아서 가져온 참돔은 6시간이면 집에 도달합니다. 손질은 현장에서 이미 끝마친 상태이고요.

그리고 1도로 맞춘 김치 냉장고에서 숙성한 시간이 48시간입니다.

이미 손질을 마친 생물을 저온에서 숙성한 시간과 온도가 일정치 않은 외부에서 48시간 이상을 보낸 생선과는 벌써 질이 차이 나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비법이랄 것도 없습니다. 태생부터 뼛속까지 다른 생선이기에. 어쩌면 이것이 낚시인의 특권일지도요.

힘들게 고생해서 잡아 온 만큼의 보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결국, 오색 도미찜은...

 

 

순식간에 해체되며 우리에게 도미 맛이 어떤 건지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살점이 정말 보드랍네요. 그렇다고 수저로 떠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보슬보슬 쪄진 살은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 무너지지 않은 탄력을 갖추면서도 입에

넣으면 그제야 허물어지며 순한 맛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순하고 담백한 맛이라고 표현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먹다 보니 살에서 고소한 맛도 느껴지는데 이건 참돔이 내는 주특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스에서 나왔네요. 입맛 까다로운 주부들이 이를 그냥 지나칠 리 없었습니다.

2.5kg짜리 도미를 사용한 것에 비해 소스 양이 빈약했다는 점. 이왕이면 새콤한 맛이 포인트로 들어가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소스에 레몬즙이나 효소를 넣어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의견으로 입을 모았습니다.

 

자연산 오색 도미찜은 여기서 마칩니다만, 꾼의 레시피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다음 편은 '일본식 돗벤자리 간장 조림'과 '벵에돔으로 만든 수제 어묵' 그리고 '제주도식 쥐치(객주리) 조림'이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더보기>>

발상의 전환, 도미칩

집에서 폼나게 먹는 광어 스테이크 만들기 

생선 초밥만드는법(배합초, 초밥 재료 만들기)

벵에돔 봉골레 파스타 만들기(만드는 방법) 

육우 채끝등심으로 스테이크 만들기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74)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3)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29 08:44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