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어묵 만들기] 냉동실 처치곤란 생선으로 만든 수제어묵


 

 

집에서 만들어 먹는 수제 어묵. 여기서는 냉동실에서 몇 달간 잠자고 있던 벵에돔을 꺼내 어묵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원래 어묵의 재료는 잡고기라고 하지요. 그런데 잡고기도 아무 잡고기나 다 섞는 것은 아니랍니다.

어묵은 부드러운 식감이 중요해 오히려 살이 무른 생선살이 어울립니다. 그래서 동남아산 실꼬리돔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여기서는 수개월이 지난 벵에돔을 해동해서 갈았는데 명태나 대구살로 만들면 더 잘 어울릴 것입니다.

꼭 벵에돔이 아니라도 좋으니 처치 곤란한 생선이 있다면, 한번 시간 내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냉동실에서 벵에돔을 꺼내 해동이 반쯤 진행했을 때 포를 떴습니다.

가시를 제거한 순살 상태에서 키친타올로 꾹꾹 눌러 수분기를 닦아줍니다.

 

 

보시다시피 벵에돔이 그리 신선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냉동실에서 몇 개월간 있었는데 이것을 맛있게 먹는 방법 중에 수제 어묵이 딱 맞더군요. ^^

 

 

생선살을 갈아야 하는데 그 전에 대충 다졌습니다. 

 

 

 

#. 수제어묵 만들기 재료 (컵은 종이컵으로 개량)
생선 중간 사이즈 세 마리, 당근 1/3개, 양파 작은 거 1개, 매운 고추 2개, 달걀 2개, 소금 2티스푼, 후추 약간, 밀가루 한 컵, 옥수수 전분 한 컵.

 

재료가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들어가는 재료가 단출하죠? 채소 다지는 시간만 빼면 만드는 방법도 생각보다 까다롭지는 않았습니다.

당근, 양파, 매운 고추는 사진과 같이 잘게 다져놓은 다음 본격적으로 생선살을 갈아보겠습니다.

 

 

생선을 갈 때는 달걀을 풀어서 함께 갈아줘야 뻑뻑하지 않고 잘 갈립니다.

혹자는 달걀노른자만 넣어야 한다는데 여기서는 흰자까지 모두 넣었습니다. (그래서 맛의 차이가 얼마나 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는 두 개의 볼에 나눠서 담기로 하였습니다. 하나는 양파와 당근, 다른 하나는 양파, 당근, 매운 고추가 들어갔습니다.

간 생선도 두 개의 볼에 반씩 나눠서 담습니다.

 

 

여기에 종이컵으로 밀가루 한 컵, 옥수수 전분 한 컵, 소금 2티스푼도 나눠서 넣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볼에 들어가는 양은 밀가루 반 컵, 옥수수 전분 반 컵, 후추 약간, 소금은 1티스푼 정도 되겠습니다.

 

 

비닐장갑을 끼고 열심히 섞어줍니다. 이를 치댄다고 하는데요.

함박스테이크를 만들 때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열심히 잘 치대면 치댈수록 흡착력이 강해지고 맛도 좋습니다. 여기서는 5분가량 치댔습니다.

이 과정은 팔 힘을 축내는 것이니 남편들이 해주세요. ^^

 

 

반죽한 수제어묵을 도마 위에 펴서 모양을 잡습니다.

저도 사실 처음 만들어 본 거라 재래시장에서 수제 어묵 만드는 분들이 보면 매우 어설프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비록, 어깨너머로 본 것을 흉내 낸 것이 불과한 수제 어묵이지만 그래도 들어간 재료가 무려 벵에돔입니다.

벵에돔이 주는 그 맛에 기대를 걸며 이렇게 모양을 잡아 나가는데요.

 

칼을 이용해 반죽을 핀 다음 가장자리를 잘라서 직사각형 모양을 만듭니다.

그 위에 치즈 반쪽을 올리고 칼과 젓가락을 이용해 말아주면 됩니다. 이 과정이 보기에는 쉬워도 처음 하는 거라면 시행착오를 겪을 거에요.

저 역시 처음부터 수월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치즈 말이 어묵은 몇 개 못 만들었습니다. (실은 귀찮아서 ^^;)

 

 

나머지는 동그랑땡 하듯이 손바닥으로 돌려서 모양을 잡았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어묵 형태이기도 하지요.

 

 

깻잎말이도 두 개 정도 해보고

 

 

가장 만만한 건 이런 형태였습니다. ^^

 

 

150도로 가열한 기름에 한 번만 튀겨줍니다.

 

※ TIP

어묵의 두께가 수면에서 절반 이상 떠오르면 다 익은 겁니다.

 

 

벵에돔으로 만든 모둠 수제 어묵

 

 

간장을 더하긴 하였는데 이미 간이 되어 있어 필요 없었습니다. 이쯤 되니 맥주 한 잔 땡기시죠? ^^

 

 

저는 기본형보다 치즈와 깻잎 말이가 특히 맛있었습니다. 집안 식구들도 같은 의견이었고.

무엇보다도 수제 어묵이 시판되는 어묵과 달랐던 점은 씹는 식감에 있었습니다. 벵에돔이라서 그런가요?

어묵이 살짝 쫄깃하고 차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때문에 씹는 맛이 있는 어묵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남은 어묵은 수제 어묵탕을 끓였습니다. 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육수를 냅니다. 이때 무도 나박 썰어 같이 넣어 줍니다. 이렇게 해야 국물이 시원해지거든요.

육수가 다 되면 멸치는 건져내고 다시마는 찬물에 샤워한 다음 잘게 썰어 국물에 제 차 넣습니다.

수제 어묵을 넣은 다음 국간장을 살짝 넣어 간을 맞추면 어묵탕 완성입니다. 이렇게 만들면 조미료가 없어도 감칠맛이 뛰어난 탕이 됩니다. 쉽죠? ^^

 

 

벵에돔으로 만든 수제 어묵탕과 수제 어묵 튀김

 

최근에 먹었던 어묵탕 중 가장 으뜸이었다.

 

처음 만든 거라 썩 능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을 수제 어묵이니 맛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바다에서 직접 낚아 온 벵에돔으로 손수 만들었으니 이 한 그릇의 가치.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겠지요.

사실 시중에 파는 어묵은 각종 식품첨가물의 온상이기도 합니다. 들어가는 생선 종류도 다 표기하지 않았고 원산지도 '수입산'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쓴 제품도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선택해서 사 먹을 여지는 별로 없겠지요. 대부분은 거기서 거기인 제품들이니까요.

하지만 집에 처치 곤란한 생선이 있고 여유가 있다면, 직접 만들어서 가족에게 대접해 보시기 바랍니다.

확실히 기존에 먹어오던 어묵과는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그 맛의 차이가 식품 첨가물의 여부에서 나는 차이이기도 한데 이를 글로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직접 먹어보면 시판되는 어묵 맛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굳이 글로 설명하자면 집에서 만든 수제 어묵은 좀 더 담백하고 건강한 느낌.

평소 먹어오던 어묵 맛과는 달라도 한참 다릅니다. 그러니 어쩌면 이 맛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맛에서 차이가 나니 시판되는 어묵에 무엇을 얼마나 넣었길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어묵의 원료는 생선살입니다. 여기에 밀가루나 전분이 섞이는 게 기본이며 제품마다 비율 상의 차이는 있습니다.

제가 만든 수제 어묵도 일반적인 어묵 만들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벵에돔이라는 것만 빼면 들어가는 재료도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런데도 시판되는 어묵과 맛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한마디로 우리가 사 먹는 어묵은 주재료 외에도 여러 가지가 투입되어 섞인 맛입니다.

그것을 평소에는 못 느끼다가 아무런 첨가물을 넣지 않은 '순수한' 수제 어묵으로 맛을 보니 그 차이가 와 닿았습니다.

 

그 차이가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사 먹는 게 낫다.'라고 느끼는 이들도 분명 있겠고요.

여기서는 순수하네 어쩌네하며 수제 어묵을 포장하였지만, 결국 내 입맛에 안 맞으면 그건 맛없는 음식일 뿐입니다.

전에도 썼지만,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음식은 별개로 존재하니까요. 

대게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만을 쫓습니다. 그것이 주는 폐해나 부작용은 사실 생각하기에 골치 아픈 문제라 뒷전입니다.

 

"내가 맛있어서 먹는다는데 니가 왜 참견이야?"

"모든 건 경제 논리로 돌아가며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이지 니가 왈가불가할 문제가 아니다."

 

이 두 마디로 불합리, 불공정한 먹거리를 합리화해 버리지는 않았나요?

얼마 전, 전 국민이 속고 있는 쇠고기 마블링의 함정달린 댓글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식이란 게 참으로 무섭습니다. 그런 것까지 생각해가며 먹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는 '비정상' 처럼 되니 말입니다.

어쩌면 그러한 인식을 바꾸겠다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길거리 흡연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어 왔지만, 지금은 국민 의식도 서서히 변화된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그것도 대도시에서만 국한된 이야기일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국민의 삶의 질도 많이 좋아졌으니 먹거리에 대한 까다로운 안목과 인식도

함께 변화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추신

수제 어묵 만들기를 쓰다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이쪽도 파고들면 불편한 사실이 한두 개가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어딨겠나? 라는 무책임한 말은 마시고요. 그 얘기는 제 블로그에 단골로 등장하는 멘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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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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