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잘 모르는 병어와 덕자병어 차이


 

 

횟감용 병어

 

긴 겨울의 끝자락은 병어가 산란을 위해 알과 지방을 가두어두는 시기입니다. 5월이면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몰려오다 주낙과 그물에 잡혀 들고 시장 경매를 통해 마트와 수산시장 어물전으로 유통됩니다. 병어가 맛있다며 선전하고 산지에선 축제가 벌어지는 시기도 대략 이때입니다. 5월에서 7월 사이, 맛이 오른 병어는 민어와 농어와 함께 회 좀 먹어본 주당과 미식가들의 입담에 자주 오르내리는 여름 횟감입니다. 특히, '덕자병어'라 불리는 이 녀석은 크기로 시선을 압도하고 맛으로는 일반 병어와 차별을 둔 특별한 생선으로 각인돼 있습니다.

 

그런데 덕자병어가 뭔지 정확히 아는 이들은 드뭅니다. 병어와 덕자병어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지 않지만, 혹여 있다 한들 이 둘의 차이를 속 시원히 설명해줄 사람은 손에 꼽는...아니 거의 없습니다. 인터넷에는 병어와 덕자병어의 차이를 설명한 글이 난무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설명된 글이 없습니다. 심지어 수 년을 생선 장사에 몸담아왔을 상인도, 덕자병어만을 취급해온 덕자 전문점 사장도 방송에서 '오답'을 말한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선, 병어와 덕자병어를 둘러싼 오해의 골이 상당히 깊게 패 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방송에 내보내는 몇몇 프로그램도 문제입니다. 지역 상인과 어부의 말만 참고해 생선 명칭을 자막으로 처리한 것은 그 지역 사투리를 일반화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지역 사투리가 난무하는 열악한 수산업계의 현실을 방송이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병어와 덕자병어의 정확한 차이"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학술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국내 어류도감, 일본 어류도감을 펼쳐 놓고 설명해야 할 만큼 이 둘의 구별은 쉽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서 상세히 알아봅니다.  

 

 

<사진 1> 표준명 덕대(위)와 병어(아래)

 

표준명 덕대(지역 방언 덕재)

 

표준명 병어(지역 방언 자랭이, 병치)

 

병어는 농어목이라는 광범위한 해산 어류 분류 중 '병어과'라는 독자적인 위치에 있는 생선입니다. 국내 연안에 서식하는 병어과 어류는 표준명 병어와 덕대 두 종류뿐입니다.(이 외에 병어처럼 생긴 몇몇 어류가 있지만, 다른 분류에 속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덕자병어는 어부가 지어낸 사투리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류 명칭입니다. 

 

덕자란 말의 어원에는 이러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옛날에(시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 어부가 이름 모를 생선을 잡고선 마땅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자신의 딸 이름(덕자)을 갖다 붙였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이것도 구전에 구전을 거듭된 내용이라 딸 이름을 갖다 붙였다는 말이 있고, 동네 처녀 이름을 갖다 붙였다는 말이 있습니다.

 

덕자가 딸 이름인지 처녀 이름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어부는 처음 잡은 이 생선에 덕자란 이름을 붙였는데 문제는 이 생선이 병어인지 덕대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입니다. 80년대 기록된 수산 정보에 의하면 덕대란 생선이 병어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잡혀, 실질적인 병어 행세를 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두 어종의 형태가 매우 유사해 구분하지 않고 취급한 전례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병어가 살이 고소하고 맛있다고 알려지면서 소비량이 늘자 가격도 폭발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생선 몸값이 가장 크게 오른 어종을 꼽으라면 단연 병어일 것입니다.

 

병어가 맛좋기로 소문나면서 병어와 덕대를 상업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한 시점도 대략 80년대 들어서부터입니다. 병어와 덕대를 구별하기 위한 언어적 장치로는 병어 앞에 '참'자를 붙여 참병어로 부르게 되었고, 덕대는 병어와 모양만 비슷한 짝퉁 취급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덕대는 일부 사람이 덕재로 부르면서 병어와 구분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와전되면서 덕대와 덕자를 동일시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적잖은 상인과 업계 종사자들은 병어와 덕자가 서로 다른 종이라 입을 모으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병어와 덕자가 아닌 병어와 덕대가 서로 다른 종입니다. 그렇다면 덕자병어는 병어에 속할까요? 덕대에 속할까요? 일각에서는 병어는 작고, 덕대는 크게 자라니 그간 우리가 먹은 덕자병어는 덕대가 크게 자란 것으로 '잘못'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정보는 단순히 인터넷에 나도는 데 그치지 않고 객관적 사실을 전달해야 할 뉴스, 방송, 칼럼 등에 분별없이 인용되면서 오해를 부풀려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덕자는 단순히 30cm 이상 자란 큰 병어를 말합니다. 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수산업계 종사자들과 상인, 그리고 덕자병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에서는 아래의 자료를 참고해 앞으로는 정확하게 덕자병어를 설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림 1> 병어(왼쪽)와 덕대(오른쪽)의 차이(그림 조정연)

 

병어와 덕대를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차이점은 1번과 4번뿐입니다. 어류도감에는 2번과 3번까지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두 어종 모두 성장함에 따라 지느러미 모양과 색이 변하므로 구별에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4번인 꼬리지느러미도 덕대의 경우는 아래쪽이 더 길지만, 덕대를 병어로 둔갑하려는 의도적 상술이든 혹은 그물에 치였든 간에 어느 쪽이든 훼손되는 일이 잦으므로 실질적으로 이 두 어종을 구분하는 정확한 포인트는 1번 다시 말해, 머리에서 측선으로 이어지는 부분인 '파상물결무늬의 면적'입니다. 이 무늬가 넓게 분포돼 있으면 병어이고, 일렬로 좁게 되어 있으면 덕대입니다.

 

본문 첫 사진인 <사진 1>에는 덕대가 병어보다 누런색인데 이는 1) 서식지 환경에 의한 차이(수입산일 경우), 2) 선도에 따른 변색이 예상되므로 구별 포인트가 되지 못합니다. 싱싱한 병어와 덕대는 모두 은색으로 빛나야 합니다.


 

 

병어의 꼬리지느러미

 

첫 번째 육안 구별 포인트로는 꼬리지느러미의 상하 길이입니다. 병어는 상부와 하단부의 길이가 거의 같습니다. 잘 보면 하단의 길이가 1~2mm 정도 길지만, 거의 같다는 느낌이 들면 병어가 틀림없습니다.

 

 

덕대의 꼬리지느러미

 

덕대의 꼬리지느러미는 하단부가 상단보다 더 깁니다. 사진에선 하단부의 끝부분이 조금 훼손돼 길이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병어와 덕대는 대부분 그물 작업이고, 잡히면서 심하게 발버둥 치다 금새 죽어버리기 때문에 경매에 부쳐질 때는 이미 상당수의 비늘이 벗겨진 상태이며, 개체에 따라 날카로워야 할 꼬리지느러미 끝부분도 닳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꼬리지느러미의 길이를 보고 이것이 병어인지 덕대인지를 구별하기란 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병어의 파상물결무늬

 

병어와 덕대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포인트는 머리에서 측선으로 이어지는 부분의 파상물결무늬에 있습니다. 병어의 파상물결무늬는 <그림 1>이 표시한 것처럼 삼각형 모양으로 넓게 펴져 있습니다.

 

 

덕대의 파상물결무늬

 

반면, 덕대의 파상물결무늬는 일렬로 좁게 되어 있어 병어와는 확실히 구분됩니다. 파상물결무늬는 고유종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식으로 병어와 덕대를 구별하는 데 필요한 학술적 의미를 가집니다. 이 점을 배제하고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병어와 덕대는 모두 60cm까지 성장하는 중대형 어류지만, 시장에 유통되는 크기는 대부분 30cm 미만입니다. 그것을 가로 57cm, 세로 30cm의 나무 상자에 담아 경매에 치르는데 20마리로 채워지면 20미, 30마리로 채워지면 30미로 부릅니다. 당연히 숫자가 작을수록 병어 씨알은 큽니다. 10미짜리면, 몸길이 30cm 이상인 덕자병어에 해당하며 몸값이 치솟습니다.

 

 

<사진 2> 시중에 판매되는 덕자병어(일명 돗병어)의 모습1

 

<사진 3> 시중에 판매되는 덕자병어(일명 돗병어)의 모습2

 

앞서 말했듯이 우리 연안에 서식하는 병어과 어류는 병어와 덕대 두 종류뿐이며, 덕자란 표준명을 가진 생선은 없습니다. 덕자는 옛날에 어부가 마땅히 지을 이름이 없어 자신의 딸(혹은 동네 처녀) 이름을 갖다 붙인 것인데 그때 잡힌 어종이 병어인지 덕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오늘날 덕자병어로 취급되는 것은 모두 병어의 특징을 갖고 있으며, 성장함에 따라 지느러미의 모양과 색이 조금씩 바뀌고 형태적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면서 다른 종으로 착각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병어가 아무리 성장해도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다름 아닌 '파상물결무늬'입니다.

 

그것을 정확히 보여주는 사진이 <사진 2>와 <사진 3>입니다. 이 두 사진은 시중에 팔리는 전형적인 덕자병어의 모습으로 병어의 특징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덕자를 취급하는 모든 상인은 이러한 파상물결무늬를 보고 이 덕자병어가 병어인지 덕대인지를 구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횟감용 병어를 직접 사다 회를 뜨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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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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