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연산 다금바리 기행(2),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맛


 

몇 달 전, 작살로 다금바리와 돌돔을 닥치는 데로 사냥해 팔아온 일당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추잡스러운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안 그래도 개체 수를 겨우 유지하는 다금바리다 보니 일 년에 위판되는 양이 많지 않아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다금바리 서식지로는 제주도를 꼽을 수 있고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받는 울릉도, 독도에도 확인되어 정확한 개체 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열대성 어류인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는 수온 20도 이상의 따듯한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제주도와 남해는

다금바리가 서식할 수 있는 북방 한계선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보다 더 남쪽인 대마도나 큐슈로 내려가면, 더 많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어 다금바리 낚시가 곧잘 이뤄지고요.

 

그렇다면 똑같은 바다인데 제주도에는 왜 그렇게 귀할까요?

북방한계선이라는 생태 환경적인 요인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남획'에 있었습니다.

60~70년대까지만 해도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는 지금만큼 귀하지 않았습니다. 반평생 다금바리 조업을 해오셨다던 선장님도 과거에는 하루

수십 킬로그램까지 잡아봤다고 하던데 지금은 하루 1kg도 잡기 어렵다고 호소하지요.

 

남획으로 개체 수가 줄자 제주도는 종묘를 생산해 바다에 치어를 방류하는 사업으로 다금바리 개체 수를 유지해왔습니다.

양식도 일부 성공했지요. 제주도 표선리에서는 이미 양식 다금바리를 상품화해 쇼핑몰로 납품 중입니다.

일본과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다금바리 양식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래도 자연산 다금바리는 어지간해서는 쉽게

구해 먹을 수 없는 귀한 횟감이 돼버렸습니다.

 

 

표준명 자바리(왼쪽)와 표준명 다금바리(오른쪽)

 

다금바리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고 본문으로 넘어가고자 합니다. 리가 알고 있는 다금바리는 모두 표준명 <자바리>를 말합니다.

자바리는 농어목 바리과의 암초성 물고기로 50m 이하의 얕은 수심과 암초, 산호 군락을 은신처 삼아 몸을 숨기고 먹이 사냥을 하며 삽니다.

바다의 호랑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수중 동굴을 은신처로 삼으며 지나가는 작은 물고기를 낚아채 폭식하다가도 며칠 동안 아예 먹이 활동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여기에 기상이 안 좋거나 파도가 치는 날에는 아예 굴속에 틀어박혀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므로 다금바리 조업에 상당히 애를 먹습니다.

자기 영역이 확실하며 주변 반경 수십 미터 안에서만 활동하므로 회유를 하지 않은 정착성 어종이죠.

 

반면, 표준명 다금바리도 있습니다. 어류도감 상에 다금바리라고 등재된 물고기가 있는데 이 녀석은 국내의 해역에서 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가끔 자망배에 치어가 혼획되기도 하지만, 어부들이 이 고기를 몰라보는 경우가 많아 잡어로 취급하기도 하죠.

표준명 다금바리의 서식지는 제주도를 포함해 큐슈, 필리핀에 이르는 아열대 해역입니다. 자바리보다는 좀 더 남방계이지만, 서식지 일부는 겹칩니다.

표준명 다금바리도 자바리와 마찬가지로 농어목 바리과입니다. (한때 농어목 농어과였다가 바리과로 편입되었음.)

 

이 녀석도 자바리처럼 암초와 수중 굴을 좋아하며 이동을 하지 않은 정착성 어종입니다.

자바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수심 100m에 이르는 아주 깊은 수심에서만 서식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이유로 자바리는 갯바위 낚시에서 가끔 낚이는 편이지만, 표준명 다금바리는 오로지 심해 전문 선상낚시를 통해서만 낚을 수 있으며 지금도 큐슈

지역에서는 낚시가 성행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자바리와 다금바리의 외형적 차이는 일반인도 쉽게 구분할 만큼 큽니다.

그러나 이 두 어종이 1m 가까이 성장하면, 쉽게 구분하지 못할 만큼 흡사해지기 때문에 두 어종이 모두 낚이는 큐슈 지역의 낚시꾼들은 두 어종의 구분에 

관해 무척 헷갈려했으며 '다금바리(자바리)' 식으로 혼용 표기하는 등 구분과 차별에 애를 먹고 있었음을 어탁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학술지에는 다금바리가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만, 통상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다금바리는 표준명 다금바리가 아닌 <자바리>이며 이 장에서 언급한

다금바리 역시 표준명 <자바리>를 말하는 것이니 이점을 고려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목차>>

1. 제주 다금바리 기행(1), 우열곡절 끝에 찾은 자연산 다금바리

2. 제주 다금바리 기행(2) : 제주도에서 다금바리를 저렴하게 맛보는 방법

3. 제주 다금바리 기행(3) : 다금바리 조업 현장을 가다.

 

 

제주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

 

오늘날 제주도 횟집에는 대부분 다금바리라는 메뉴를 걸고 있지만, 그것이 100% 자연산인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자연산인지 양식인지를 떠나 이것이 다금바리가 맞는지조차도 신뢰가 가지 않을 겁니다.

다금바리와 닮은 사촌인 능성어(구문쟁이)를 다금바리라고 파는 횟집이 도처에 많습니다.

 

여기서 상호명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지속해서 블로그 마케팅을 펼치는 횟집이 몇 군데 있는데 제 눈에는 얄팍한 상술로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특히, 블로그 팸투어를 할 때 전문지식이 부족한 블로거들을 앉혔다가 능성어를 다금바리라고 설명하는 횟집 관계자들.

회에 대해 잘 모르는 블로거들은 그저 공짜로 주는 음식이고 더군다나 다금바리라고 하니 좋다고 사진 찍고 그 내용으로 포스팅하는 실정인데요.

이러한 포스팅이 인터넷이라는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에 지속해서 쌓이다 보면 사실을 왜곡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는 폐단을 낳게 됩니다.

또한, 팸투어라는 명분으로 맛집 촬영을 왔으니 알게 모르게 서비스 음식이 들어갈 수 있죠.

 

공짜 음식을 먹고 글로 올리는 건 개인적으로 상관없다고 봅니다. 

    사진 찍고 글로 옮기는 일을 폄하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 일을 안 해본 사람들입니다.

    사진을 편집하고 글 쓰는 일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인정해야 하기에 음식을 제공받는 일도 있을 있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내용을 가리거나 정보가 왜곡되는 건 블로거로서 크게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설령, 공짜로 먹은 음식이라도 그 음식이 기대에 못 미치면, 못 미쳤다고 글 쓸 자신이 있을 때 음식을 공짜로 드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일식집, 횟집을 포스팅할 때는 1) 이게 몇 인분인지, 2) 가격은 얼마짜린지, 3) 서비스 음식이 포함된 건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런 걸 명확히 할 자신이 없다면, 공짜 음식 먹고 포스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여러 횟집을 수소문한 끝에 자연산 다금바리를 구했습니다.

우도 앞바다에서 다금바리 낚시에 실패하고 모슬포 수협 위판장에서도 볼 수 없었던 다금바리를 동문시장에서 결국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기(6~7월)에는 다금바리가 잘 안 잡힐 때입니다. 그걸 감안한다면 운이 좋은 편이었죠. (양식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제주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

 

무게는 1.5kg 나오네요. 바구니 무게가 있으니 몇 그램은 빠지겠죠.

13kg짜리 다금바리도 섭외할 수 있었지만, 그건 제작비 낭비가 되겠죠. 13kg짜리면 최소 80만 원 이상을 줘야 하니까요. ^^;

여기서는 제주 자연산 다금바리를 시식한다는 데 의미가 있어 1.5kg짜리로 만족하고 요리에 들어갔습니다.

 

 

제주 자연산 다금바리의 모습입니다. 외형상으로는 유달리 다를 것도 없습니다.

 

 

다금바리로 속여 파는 대표적인 어종이 있습니다. 농어목 바리과 어종 중 하나인 <능성어>.

능성어와 자바리는 무늬가 달라 구분이 어렵지 않지만, 두 어종이 성어로 자라면 무늬가 사라져 구분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럴 때 보는 것이 아래턱 길이인데요.

 

보시다시피 다금바리(자바리)의 아래턱을 보면 위턱보다 좀 더 나와 있습니다. 반대로 능성어는 아래턱과 위턱 길이가 비슷합니다.

이렇게 턱 길이만 봐도 두 어종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제 손질에 들어갑니다.

 

 

 

 

 

다금바리에서 나온 부산물

 

알려진 대로 다금바리는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능성어, 붉바리, 그리고 표준명 다금바리까지 농어목 바리과의 특징이기도 한데요.

이들 어류는 철저히 육식성이라 배를 까서 내장에다 코를 대 보면 냄새가 덜합니다.

반면에 황줄깜정이, 벵에돔, 독가시치, 아홉동가리(논쟁이, 꽃돔) 같은 어종은 살아있어도 내장에서 역한 냄새가 나지요.

해초 위주의 초식을 겸하기 때문에 그것이 소화되면서 악취를 풍기는데 이러한 어종은 조금만 관리를 잘못할 경우 살에도 그 냄새가 밸 수 있습니다.

 

 

#. 자연산 다금바리와 양식 다금바리의 구분

이 구분법을 아는 이들은 일부 상인밖에 없습니다. 제 블로그에서도 지금까지는 언급하지 못했는데 최근 국내에서 양식 다금바리가 출하됨에 따라

앞으로는 자연산과 양식 다금바리를 구분할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이 부분에 대해 파고들어 봤지만, 저 역시 뾰족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어류를 구분할 때는 보통 외형의 특징을 보고 판단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체형과 색깔, 무늬가 되겠지만, 이걸로도 구분이 어려울 때는 등지느러미(극조) 배열 수라든지 주로 등과 가슴, 꼬리지느러미의

형태와 개수를 세어 판단하기도 하죠. 그런데 다금바리의 경우는 양식과 자연산에 외형적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외형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현재로써는 어렵다고 보며 배를 까서 내장을 살피는 방법이 유일할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일단 내장을 빼면 그 안에 식도와 위장, 창자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함께 딸려나오는 부산물 중에는 간과 쓸개가 있겠지요.

여기서 포인트는 위장과 창자입니다. 자연산 다금바리는 그 안에 불순물이 들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연 상태에서 먹잇감을 취하다 보니까요.

양식은 사료를 먹고 자라므로 불순물 예를 들어, 소화되다 만 비늘이나 뼛조각 등이 나오지 않습니다.

가장 확실한 구분법이지만, 사실 일반인이나 관광객이 쉽게 구분할 만한 내용은 아닙니다.

그래도 혹시나 직접 손질할 일이 있거나 그것을 옆에서 지켜볼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참고삼아 올려봅니다.

 

 

이건 사장님의 서비스

 

 

다금바리 한상

 

 

 

 

 

제주도에는 다금바리를 파는 횟집이 무수히 많지만, 자연산 다금바리를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은 남경미락, 진미식당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사실 검증이 안 됐고요. (혹시 100% 자연산만 취급하는 곳이 있는데 내용에 누락됐다면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들 업소에서 파는 다금바리, 붉바리는 1kg당 220,000원 선입니다. 1kg이면 둘이서 먹기 알맞은 양이고요.

여기에는 자잘한 반찬부터 소라, 해삼, 자리돔, 튀김, 구이, 맑은탕까지 부요리가 함께 곁들여 나옵니다.

 

하지만 동문시장에 가면 다금바리 1kg이 약 13만 원에 팔고 있습니다. 가격에서 예상했겠지만, 부요리(스끼다시)는 별로 없습니다. ^^;

위 사진에서 확실하게 나오는 건 소라, 딱새우, 밑반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자리돔은 원래 나오는 건지 모르겠네요.

나머지 한치, 전복, 문어 숙회는 제 생각이지만 아마도 사장님이 방송 촬영을 한다니까 서비스로 내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다금바리를 저렴한 가격에 맛보려면 동문시장에 가는 게 맞기는 한데 부요리는 크게 기대하지 마세요.

참. 다금바리 맑은탕(지리)와 내장은 따로 나옵니다.

 

 

제주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

 

 

다금바리의 회 때깔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투명하고 광택이 나는 흰살생선이지요.

그 위에는 엷은 분홍색의 혈합육이 있기는 한데 그 색깔이 워낙 엷어 있는 듯 없는 듯합니다.

물론, 여기서 잡은 다금바리가 1.5kg급의 어린 개체라 이런 엷은 빛깔을 보이는 것이지만, 다 큰 다금바리를 떠도 이보다 약간 진한 핑크빛이 돌 뿐입니다.

그러니 붉은빛, 진한 선홍색이 감도는 회가 나오면 그건 능성어일 확률이 높다는 것.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 제주 다금바리는 회에 붉은 기가 돌지 않습니다.

 

내친김에 URL까지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blog.naver.com/5happytree?Redirect=Log&logNo=220063933148
http://blog.naver.com/man00115?Redirect=Log&logNo=220056656430
http://blog.naver.com/titicoca?Redirect=Log&logNo=220063671925
http://epooney.blog.me/220050624245

 

위 링크는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알고 먹고 쓴 글들입니다. 이것 말고도 더 많이 있지만, 우선은 이 정도로만 올리는데요.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다금바리라고 쓴 회의 혈합육을 유심히 보면 붉은색에 허연 기름층이 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능성어의

특징입니다. (물론, 능성어도 고급어종입니다만, 그것을 다금바리로 속아서 먹는 건 별개의 문제겠지요.)

 

 

이것은 다금바리의 볼살과 턱살입니다. 볼살은 대가리 양면에 한 점씩 나오는 아주 쫀쫀한 근육을 칼로 도려낸 것.

턱살은 정확히 말하자면 '울대'로 아래턱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두 가닥의 근육입니다.

 

 

이것은 다금바리의 쓸개

다금바리가 크지 않다 보니 쓸개도 아주 작은데요. 이를 소주병에 대고 터트린 다음 그대로 넣고 흔들면 다금바리 쓸개 주가 완성됩니다.

 

 

다금바리 부산물

 

껍질 데침(유비끼), 간, 위장, 창자 등이 놓였는데요. 제아무리 다금바리라도 내장을 생으로 드셨다간 아니사키스(고래회충)에 감염될 수도 있습니다.

사장님이 껍질을 제외한 나머지는 안전(?)을 위해 탕에 넣자고 해서 그리하였습니다.

보통 다금바리를 내 올 때는 모두 데쳐서 나오는데요. 여기서는 데치지 않은 모습을 촬영하다 보니 이렇게 낸 것뿐입니다.

 

 

다금바리 껍질 숙회는 정말 발군.

개인적으로 돌돔 껍질도 좋아하지만, 다금바리 껍질은 쫀득하면서 잘 씹혀 목으로 넘길 때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입니다.

 

 

다금바리 맑은탕(지리)

 

다금바리 곰국이라고 해야 옳은 표현인 듯합니다. ^^

맛있는 국물이 우러나기로 유명한 쏨뱅이도 이렇게 뽀얗지는 않은데요.

돌돔과 다금바리로 우린 뽀얀 국물은 그 자체가 보양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 집은 고추를 많이 썰어 넣어 과하게 칼칼한 게 흠이네요.

뽀얀 국물의 구수한 맛을 느끼기도 전에 고추의 칼칼함이 감흥을 죽여 아쉽습니다.

 

 

벵에돔 회

 

다금바리 1kg만으로는 촬영팀이 식사하기에 부족해 벵에돔을 추가로 주문하였습니다. 이것도 정말 훌륭한 횟감인데.

 

 

아무도 젓가락질을 하지 않네요. ^^;

저야 늘 벵에돔을 잡아먹으니 그렇다 쳐도 촬영팀에게마저도 외면받으니 벵에돔이 다금바리 앞에서 영 맥을 못 추는군요.

결국, 남은 건 포장해 숙소에서 마저 먹기로 하였습니다.

 

 

다금바리 회 한 점에 하루의 노고는 금새 사라졌다.

 

횟감의 제왕 다금바리.

그 비싸다는 돌돔(갓돔)을 제치고 대한민국 최고 횟감으로 우뚝 선 다금바리의 첫맛은 사실 기대 이하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많은 종류의 회를 먹어봐서일까요? 한 점 두 점 먹어보는데 식감은 갓 잡은 돔 종류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쫄깃한 식감은 좋았지만, 그 외 사각사각 씹히는 독특한 식감까지 기대한다면 무리일 듯합니다.

 

몇 번을 되씹으면서 맛의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다금바리만이 가질 수 있는 맛의 포인트는 뭐가 있을까? 고소함? 특유의 단맛?

대략 스무 번가량 씹자 죽이 돼버린 살점 속에 미묘한 맛이 느껴집니다. 그 맛은 생선이라면 비록, 즉살한 활어회라 해도 반드시 포함하고 있을만한

생선 향(냄새라 하면 이상할 듯하여)이 나는군요. 이 맛은 간장에 안 찍고 그냥 먹어서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살짝 담갔습니다. 이곳은 재래시장이라 일식집에서 볼 수 있는 생와사비는 기대할 수 없어요.

그냥 분말을 갠 고추냉이인데 그것을 간장에 풀지 않고 한 점 올려 먹어 봅니다. 그랬더니 좀 전에 느껴졌던 미미한 생선 향은 쑥 들어가버리고

살짝 고소한 맛이 나는군요. 간장과 고추냉이가 생선의 비린 향을 죽이고 맛을 끌어올린다는 일식에서의 정론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그 뒤로 계속해서 같은 방법으로 맛을 봤습니다. 그런데 다금바리의 맛은 뒤늦게 발동이 걸리는군요.

처음 두세 점 먹을 때는 별다른 감흥을 못 느끼다가 이제야 고소한 맛이 혀에 붙기 시작해 먹으면 먹을수록 그 감흥이 배가 되었습니다.

그 고소함은 고등어나 참치에서 주는 기름진 맛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벤자리나 참치 회를 먹으면 지방층에서 직접 고소함이 전달돼 그것을 느끼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다금바리는 순수하게

근육에서 오는 고소함이다 보니 그것을 느끼는 데는 몇 점의 시식을 통해 적응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는 지방에서 오는 고소함이 직접 혀에 부딪히는 것이 아닌 근육의 단백질에서 오는 고소함이라 맛이 한층 깔끔하고 덜 물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고소함 자체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고작 1.5kg짜리 다금바리일 뿐인데 이 정도의 고소함을 머금고 있었다면, 13kg짜리 다금바리 맛이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무결점의 다금바리 회 한 조각.

 

이번 기회에 다금바리 회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는데요. 다른 회보다 유난히 투명감이 좋고 광택이 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엉키고 설킨 섬유질이 보이는데 이것이 쫄깃하게 씹히는 근간으로 보입니다.

 

 

#. 표준명 다금바리 회와 맛의 차이가 있다면?

2년 전, 표준명 다금바리를 먹고 남긴 후기가 있습니다. (관련글 : 진품 다금바리(アラ)회, 숨가빴던 시식기)

제주 다금바리(자바리)와 표준명 다금바리는 회를 떴을 때 색상에도 차이가 있지만, 맛의 차이 특히 식감의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살점의 탄력은 표준명 다금바리가 압승입니다. 복어에 준할 만큼 단단하면서 질기지 않은 식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당시 제가 공수했던 표준명 다금바리는 30~35cm급의 어린 개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식감만큼은 그 어떤 어종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독특함이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제주 다금바리(자바리)의 식감은 일반 활어 돔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맛의 차이는 제주 다금바리(자바리)가 은근히 고소한 맛이 있네요.

사실 이 부분은 고기 사이즈도 사이즈지만, 피를 어떻게 뺐느냐의 환경적인 요인도 있어 같은 조건에서 비교해야 보다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제주 차귀도 앞바다

 

다음 날 새벽. 저는 제주 다금바리 조업 현장을 찾았습니다.

50년 한평생을 다금바리 조업에 몸담았던 선장님을 만나 배를 얻어 타고 연승 주낙을 관찰하였는데요.

다금바리 조업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또 미끼는 뭐로 쓰는지.

하루 한 마리도 잡기 어려울 만큼 확률이 낮지만, 그래도 조업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배를 탔습니다. 과연 이날 다금바리가 잡혀 줄지.

제주 자연산 다금바리 기행,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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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류도감/선상낚시] 다금바리(アラ), 자바리 비교

다금바리 사촌 붉바리 야생 시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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