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돈줘도 못먹는 회, 국내최초 다금바리(アラ) 시식기


    입질의 추억입니다. 
    오늘 올려드리는 다금바리 시식기는 국내 최초가 될 것 같습니다.
    행여나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서 미리 말씀드리고 시작할께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다금바리는 제주도 특산품인 표준명 '자바리(제주방언 다금바리)'를
    말합니다. 하지만 오늘 시식기의 주인공은 '자바리(제주방언 다금바리)'가 아니고 어류도감에
    등재되어 있는 '표준명 다금바리'입니다.

    제주 다금바리는 키로에 20만원이면 드실 수가 있지만 이 다금바리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먹을
    수가 없기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열흘전 제 블로그에 예고편을 올렸었죠. 이후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고 문의도 주셨는데요.
    그간 일이 바빠서 못올렸다가 이제서야 오리지널 다금바리 소식을 올려드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다금바리를 드셨다고는 하지만 99%는 제주산 다금바리(자바리)아니면 능성어입니다.
    여기에 베트남에서 먹었다는 다금바리는 그루퍼의 일종인 '라푸라푸'인데요.
    다금바리회를 먹어봤다는 이들은 넘쳐나지만 오리지널 다금바리를 먹어본 이들은 국내에 몇 명 안됩니다.
    이유는 다금바리(アラ)가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매우 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제주도 남단 먼 해상에서 우연히 그물에 걸려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선 급히 공수에 나섰고
    서울에 있는 저의 자택에서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선 실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다금바리(アラ)" 그 모습이 궁금하신가요? 


     

    오전 9시, 제주도에 있는 모 어물전에서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오늘 다금바리이 나와서 연락드립니다."

    오래전 자취를 감췄다는 다금바리가 올해 들어 벌써 두번째 잡혀들어 온 것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팔려나갔고 저는 다음에 잡히면 먼저 연락 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후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근 한달만에 4마리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공수에 나섰지요.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실물을 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5시, 다금바리는 당일특송으로 하늘을 날아 서울의 한 가정집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한평생 실물을 보기 힘들다던 다금바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최대 전장 1.2m까지 자라는 대형어지만 이 날 받아본 사이즈는 30cm내외로 4마리, 무게는 1Kg에 조금 못미치는 어린 다금바리였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꽤 많은 출혈을 일으키며 공수받아야 했습니다.


    다금바리는 아가미 뚜껑에 3개의 날카로운 가시(삼지창)가 나 있다.

    다금바리(アラ)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제주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와 모양새부터가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 다금바리를 드셔봤다는 분들은 98%가 능성어나 동남아의 라푸라푸이고, 약 1.999%가 자바리(제주방언 다금바리)입니다.
    지금은 자바리가 사실상 다금바리로 군림하면서 엄청난 고급어로써의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감상에 등재된 표준명 다금바리(アラ)는 드셔봤다는 이들도 거의 없을 뿐더러 실물 또한 국내에선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잠시후 다금바리를 손질해서 회와 초밥을 만들어 볼텐데요. 그 전에 다금바리에 대해 정확히 알지못했던 분들을 위해 제가 아래의 문헌들을 인용,
    다금바리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참고문헌>>
     한국어류대도감, 식용바닷물고기 사전, 우리바다 어류도감, 한국연근해 유용어류도감, 태평양 원양어류 도감
     토카이 대학 출판회, 일본 수산물 무역 협회, 일본 도감(어류학회 산세이도)





    자바리(제주방언 다금바리)의 유어기 때 모습

    우리가 알고 있는 제주산 다금바리의 모습입니다. 정식명칭은 "자바리"
    자바리는 유어기 때 호피무늬가 나 있으며 자라면서 아랫턱이 윗턱보다 더 길어지며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는 게 특징입니다.
    제주도에선 하루 10마리도 안잡히는데 제주도 횟집에선 하루에 100마리씩 팔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능성어이거나 중국에서 수입된 자바리입니다.(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중국산 자바리를 드물게나마 볼 수 있을 겁니다.)



    오리지널 다금바리의 유어기 때 모습

    반면 다금바리는 흡사 농어와 비슷한 길쭉한 체형을 가졌으며 이러한 이유로 제주도와 남해에선 "뻘농어"라 불리기도 합니다.
    제주도에서 다금바리라 불리고 있는 자바리와는 달리 다금바리는 체형이 날씬하고 줄무늬가 있으며 꼬리 지느러미는 검습니다.
    형태적으로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자바리와 다금바리의 구분이 없어진 이유는 자라면서 이러한 특징들이 사라지고 
    성어가 되면서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입니다.



    자바리의 성어(위), 다금바리의 성어(아래)

    보시다시피 위의 두개는 자바리(제주방언 다금바리)이고, 아래는 다금바리입니다.
    비록 다금바리는 국내 해역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지금도 일본의 남쪽 해역에선 전문 다금바리잡이에 의해 저렇게 포획되고 있습니다.
    자바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100~200m 수심에 사는 심해어다 보니 갯바위 낚시론 불가능하며 저렇게 심해 외줄 낚시로 잡는데 그것도 전문 꾼들에
    의해 소량으로 어획이 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수십미터의 바다에서 올라오므로 감압이 안되 올라오는 즉시 죽어버리는게 다반사.
    때문에 일본 현지에서도 활어상태의 다금바리를 보는 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또한 이 둘은 성장하면서 형태적 특징이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에 제주도에선 자바리와 다금바리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하였고, 심지어 일본에서 조차도
    이 둘을 햇갈려 하고 있습니다.

    자바리의 일어명은 'クエ(쿠에)' 이며, 다금바리의 일어명은 'アラ(아라)' 입니다. 

    그런데 '큐슈'지역에선 오리지널 다금바리를 'クエ(쿠에)'로 부르기도 하므로 이는 제주도에서 나타난 현상과 매우 비슷합니다.
    일본의 혼슈(일본 본토)경우는 다금바리를 'アラ(아라)'로 보고 있으며 이는 도감에서 기술된 대로입니다.
    이 두 어종의 가치는 모두 "초고급어"로서 동급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이건 인용한게 아니라 제가 일본인들에게 직접 물어서 확인한 내용입니다.)
    어쨌든 다금바리의 정의는 그러하니 참고를 해주시고 본격적인 손질에 들어가겠습니다.
    이제부턴 편안하게 감상해주시기 바랍니다. ^^



    잡힌지 몇 시간됐는지 모르지만 '횟감'이므로 아가미의 선도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하루에 물고기를 수십, 수백상자를 위판하던 분께서 이 다금바리를 구경한 것은 10년만이라고 해요.
    그런데 엊그제 들어온 것까지 해서 올해만 4번째입니다. 먼바다에서 황돔(벵꼬돔)잡이를 하던 배에서 주로 잡힌다고 합니다.
    어획된 위치나 좌표는 서로간에 금기사항이라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요.
    이어도 해상(동중국해 인근) 아니면 대마도 인근 해상 정도가 될 것이다란 추측만 할 뿐입니다.

    이 다금바리는 따로 경매를 하지 않고(흔히 거래되는 어종이 아니므로 가격형성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 선장에게 따로 빼 놓으라고 한 뒤 제게 연락을
    하셔서 보내주신 거랍니다. 가격은 말하기가 껄끄럽지만 저것을 손에 넣기 위해 상당한 출혈을 감수했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저게 조금만 더 커지면 단위가 일곱자리로 뛴다고 하네요. ^^;


    1) 먼저 다금바리 초밥을 만들기 위해 배합초를 섞어 샤리(밥)을 만들어 놓습니다. 수분이 날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잘 싸서 밥통에 넣어 뒀구요.
    2) 장식을 위해 무채를 썰어둡니다.
    3) 매운기를 빼기 위해 무채, 무순은 얼음물에 잠시 담가놓구요
    4) 회뜨고 남은 다금바리는 맑은탕(지리)을 끓이는데 여기에 넣을 채소를 손질해 놓습니다.


    얼마전 구입한 데바와 사시미 칼. 
    오픈용으론 붉은쏨뱅이(ウッカリカサゴ)를 손질했고, 수일만에 무려 다금바리(アラ) 손질을 맡게 된 칼입니다. ^^


    다금바리 내장 분리 및 손질

    내장에 충 하나 없이 깨끗하네요. 게다가 몸집에 비해 내장이 쥐꼬리만큼 밖에 안나옵니다.
    여름이 제철인 자바리와는 달리 다금바리는 겨울이 제철이예요. 지금은 봄이라 어떨지 몰라도 살집은 꽤 차 있었습니다.


    다금바리 손질 완성

    다금바리 회(오로시) 뜨기

    장식에 들어갑니다.
    다금바리를 공수받던 날, 저는 황학동에 있는 식기재료파는 골목을 찾아 위와 같은 회사라를 장만하였습니다.
    어차피 하나 장만하려고 했는데 다금바리가 불을 지핀 셈이죠.
    누가보면 가정집에서 저러고 먹는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최근 낚시에 이어 이런 게 또 하나의 취미로 급부상하고 있는 입질의 추억입니다. ^^;


    씨알이 작아서 회 뜨는데 머리를 좀 굴려야 했어요.
    등살과 뱃살을 가르면 답이 안나올 것 같은 모양새, 그래서 지아이 가시만 뽑아내어 통으로 썰었습니다.


    세마리는 회를 뜨고 한마리는 초밥을 쥐었습니다.
    국내에서 다금바리 초밥을 먹은 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


    다금바리 초밥 완성!

    국내 유일무일한 상차림이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어찌보면 그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차린 것 치곤 허무했지만 그래도 감격스럽네요.
    살아생전 볼 수 있을까 싶은 다금바리((アラ)를 내 손으로 직접 요리했다니 말입니다.



    다금바리 초밥

    선도 저하를 막기 위해 회 사라 밑에 얼음을 깔았지만 지금은 1분 1초가 아깝습니다.
    혼자서 회를 장식하고 곧바로 초밥을 쥐다보니 모양새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이점은 양해를 바라구요.
    양은 1인당 2피스씩 돌아갈 참입니다.



    저는 자바리회를 본 적은 있어도 다금바리회는 처음 봅니다.
    떠보니 이렇게 생겨먹었군요.^^ 앞으로 또 볼 일이 있을란가 모르겠지만 눈으로 확실히 입력해 뒀습니다.
    당일배송이지만 잡힌지 수시간이 지났으므로 상태는 싱싱회에서 선어회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습니다. 그런데 때깔은 활어회 못지 않네요. 


    다금바리 회뜨고 남은 서더리와 대가리로 끓여낸 맑은탕(지리)

    국물에 둥둥 떠 있는 기름기를 보십시요.
    간은 편마늘 몇 쪽과 소금이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국물맛은 진득하네요.
    저 작은 생선뼈로 육수를 냈는데 국물은 곰탕급입니다. 거참 신기하네요 ^^


    물에 익혀진 다금바리 살점은 어떨까?
    어린 유어기라 식감에 대해선 크게 기대 안했습니다. 하지만 다금바리는 다금바리더군요.
    무슨 살점이 저리도 땡땡할까? 참 희한하죠. 매운탕의 제왕이라는 우럭이나 쏨뱅이와는 또 다른 식감입니다.
    저 살의 탄력도가 어느 정도냐면 뽈살있죠? 다금바리의 살점은 마치 우럭 대가리에서 뽑아먹는 뽈살같은 쫀쫀함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복어만큼의 단단함까진 아니구요. ^^


    인터넷 모두를 뒤져도 어류도감 판 표준명 다금바리(アラ)를 먹어봤다는 포스팅은 제가 국내 최초가 됩니다.
    역사적인 순간이네요. 그간 숱하게 매스컴에서 오르락 내렸던 제주 다금바리(자바리)가 아닌 표준명 다금바리를 맛보는 순간입니다.
    찬조 출연한 멍게 해삼은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씹고 있는 동안 기분이 묘해지네요.
    이것이 다금바리라곤 하나 씨알이 무척 작습니다. 저는 애시당초 맛에 대해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기대치가 10이 최고라고 한다면 저는 일식집에서 먹는 도미회보다도 기대치가 낮은 3정도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냐면 일단 사이즈가 작고 또 횟감으로 날라왔지만 살아있을 때 피를 뺀 게 아니므로 육질에 대한 퍼석거림과 냄새가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깐요.
    그런데 저 살점은 제 이빨에 의해 찍히고 갈라지면서 "그래도 나는 다금바리야"라고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맛으로만 따지자면 그렇게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씨알이 작기 때문입니다.
    다금바리나 능성어나 늘 먹던 감성돔이나..  미묘하게 다른 느낌만이 전해질 뿐...
    그런데 식감은 왜 이리 단단한가요? 선어 상태임에도 그 단단함이 쫄깃거리다 못해 살짝 탱탱한 느낌도 줍니다.
    이빨에 씹혀지는 저항감이 만만치 않네요.
    다금바리는 선어 상태로 2~3일을 보관해도 물러지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나 봅니다.
    비록 어린 다금바리지만 맛은 우리가 먹는 여타 돔 어종과 흡사합니다.
    참돔이나 감성돔보단 벵에돔과 흡사한 느낌이 들었지만 치감만큼은 그 어떤 회와도 달랐지요.


    안동소주와 함께한 다금바리 회

    급하게 쥔 다금바리 초밥, 아주 순식간에 동났습니다.
    이 날 모이신 분들은 초밥이 특히나 맛있었다고 하네요. ^^
    총 8개로 1인당 두피스씩 쥐었는데 저는 사진찍는데 정신을 쏟다보니 1피스 밖에 못먹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3피스 먹은거야!!!!


    생 와사비와 무순을 얹어서 한점

    쇠미역에도 싸서 먹어 봅니다. 그런데 그냥 먹는 편이 더 낫네요 ^^

    이 다금바리를 맛 본 것에 대해 저는 '상징적인 의미'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언제 잡힐지도 모르는 귀한 어종을 맛봤다는데 의의를 두면서 말입니다.
    자바리와 다금바리가 오늘날 진짜 다금바리의 자리를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이 두 어종은 한, 일 양국간에도 최고의 횟감이라는
    인식엔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들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진귀한 자연산들..
    저는 낚시의 생생한 현장과 함께 많은 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연산에 대한 보고를 블로그를 통해 써나갈 생각입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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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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