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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의 추억입니다.
해마다 봄이면 TV방송등에서 "살 오른 봄 도다리" 라며 자연산 도다리의 뛰어나 맛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데요.
정작 활어 위판 최대규모라는 노량진 수산시장엔 "봄 도다리"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자연산 봄 도다리로 가장한 "양식 가자미와 유사 가자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값 비싸게
팔리고 있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TV와 같은 언론매체가 전달해 주는 정보에만 의지한 채 자연산 봄 도다리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찾는 소비인식과 이것을 이용해 제 값에도 못미치는 유사 가자미를 "자연산 봄 도다리"라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부 상인들의 문제입니다. 비단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수산시장이라면 어디든 있음직한 바가지 행태
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자연산 도다리가 위판되자마자 산지에서 전량 소비되고 있는 해안가 지방은 덜하겠지만
도심지와 내륙으로 갈수록 이같은 현상들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도다리 어획량이 해마다 떨어지는 가운데 급증하는 수요에 물량을 맞출 수 없는데서 비롯되었는데요.
많이 개선되었다곤 하나 일부 상인들은 여전히 소비자를 기만하는 듯한 판매전략으로 대한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서울 동작구
휴일을 맞아 저는 아내와 함께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습니다.
방송에선 연일 "제철 맞은 봄 도다리"가 별미라며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수산시장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도다리"는 어류도감상에서 정의해 놓은 도다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어획량이 극소량이여서 어느 시장에든 보기 힘들어요.
방송에서 부르고 있는 "봄 도다리"는 모두 "문치가자미"를 말하며 봄철에 주로 도다리 쑥국을 끊여먹는 걸 말합니다.
어민과 상인들은 이 문치가자미를 "참도다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 오늘의 핵심은 동영상에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자면 제가 상인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있는 내용을 "녹취를 하기 위함"입니다. 모르는 척 하는건 연기하는 것이고 일행은 옆에서 바람을 잡을 겁니다. 상호는 공개할 수 없고 목소리는 음성변조하였음을 참고해주십시요. (동영상 제작 및 편집 : 입질의 추억 / 촬영 : 어복부인) ※ 화면을 키워서 보면 자막이 더 잘 보입니다. |
아직도 햇갈리시는 분들을 위해 동영상의 내용 중 일부를 설명드자면..
1. 돌가자미
보시다시피 몸에 딱딱한 각질이 있습니다. 아주 큰건 자연산이지만 보통 중국산 양식으로 많이 들여놓습니다.
상인들은 저것을 가리켜 "도다리 중에서도 가장 맛이 좋다는 돌도다리" 라며 굉장히 고급횟감처럼 말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연산의 경우입니다.
50cm가 넘어가는 자연산이면 상품가치가 매우 좋다고도 할 수 있지만 돌가자미는 성장속도가 비교적 빨라 양식어종으로 선호하고 있습니다.
간혹 돌가자미(일어명 이시가레이)를 최고급 횟감인 "이시가리(줄가자미)"라며 키로당 10만원 이상을 판다면 그건 사기가 됩니다.
현재 수산시장에서 소비자에게 부르는 가격은 키로당 30,000~35,000원 선이며 손바닥 만한 걸 출하해 봄도다리 세꼬시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2. 범가자미
상인들 사이에선 '점가자미'라고 부르지만 점가자미는 아랫쪽에 따로 있으니 이것의 본 명칭은 범가자미(일명 멍가레)가 되겠습니다.
범가자미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가자미과 어종 중 이시가리(줄가자미)와 함께 최고급 횟감으로 손꼽히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없겠지요.
들어오는 물량도 적을 뿐더러 그 맛을 아는 미식가들만 찾는 편. 보통 키로당 10~12만원선을 부릅니다만 사이즈가 큰 것들 기준입니다.
사진의 범가자미는 사이즈가 작은 편입니다.
3. 강도다리
흔히 봄 도다리라며 동네횟집 수조에 갖다놓는 대표적인 양식 도다리입니다. 양식이기 때문에 특별히 봄에 맛이 좋지 않으며 사철 비슷한
맛을 냅니다. 동해안 일대에선 자연산 강도다리가 낚시로 어획되고 있습니다. 가자미과 어종 중 가장 담수성이 강해 강 하구나 하천까지 들어와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동해 지방에선 강 하구나 하천등지에서 이러한 강도다리 낚시를 즐기러 오는 낚시꾼들이 많습니다.
산지에선 자연산 강도다리가 귀한 명물로 취급되나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도다리 중 90% 가까이는 양식 강도다리입니다.
가격은 저렴하게 거래되나 소비자들에겐 자연산 봄 도다리라며 비싼가격으로 바가지를 씌우기 좋은 어종입니다.
4. 넙치(광어)
우리가 흔히 먹는 광어입니다. 보시다시피 산란한 이후라 살이 쪽 빠진 광어를 도다리라며 속이는 현장입니다.(동영상 촬영분에서 확인하세요)
뒤집어놓으면 배가 하얗기 때문에 "자연산 도다리"라며 자꾸 자연산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저것은 양식광어입니다.
요즘 양식기술이 좋아져서 양식광어도 배가 저렇게 하얗습니다.(조만간 자연산 광어와 양식 광어 구분법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돌아다니면서 저런 수법으로 팔려는 곳을 딱 두군데 봤습니다.
보통 상인들은 자연산 도다리를 찾는 손님들에게 광어와 도다리의 차이를 "좌광우도와 배가 하얗다"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는 생선을 잘 모르는 손님들을 상대로 도다리를 사게 하기 위한 그럴싸한 멘트에 불과합니다.
1) 강도다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자미(도다리 포함)과 어종들은 전부다 눈이 오른쪽에 몰려있다.
그러므로 좌광우도는 광어와 가자미과 어종(20여종)을 구분짓는 기준이지 광어와 도다리를 구분짓는 기준이 될 수 없다.
2) 도다리과 어종들은 양식이든 자연산이든 상관없이 원래 배가 하얗다.
자꾸 배가 하얗다는 것으로 자연산을 강조하는데 요새는 양식 광어도 배가 하얀것이 출하되고 있으니 이 역시 기준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좌광우도니 배가 하얗다니 하는 말로 자연산 도다리를 설명하려는 상인들의 말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5. 점가자미(별로 중요한 어종은 아님)
상인들은 이것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건지 모르겠지만 도감상에서 이것은 "점가자미"로 보기 드문 가자미입니다.
그런데 이날 시장에 들어왔더라구요. 이것도 자연산 봄 도다리라며 광어와 함께 비교를 해주십니다.
점가자미도 엄연히 따지면 도다리가 아닙니다. 다만 자연산은 맞는 말이고 어획량이 적어 상업적인 가치는 적지만 맛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 편이니
돌가자미와 비슷한 가격대로 사드셨다면 그리 손해라곤 볼 수 없으며 딱히 논란꺼리가 될만한 어종은 아닙니다.
참고로 점가자미는 보시다시피 저런 형태적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흔한 가자미는 아니니 관심있는 분들만 참고하세요)
1) 측선이 둥그렇게 휘어져 있다.
2) 지느러미에 점이 박혀있다(뒤집었을 때도)
3) 꼬리 끝 자락에 밝은 테두리가 있다.
4) 좌광우도의 법칙을 따른다.
6. 찰가자미(로시아)
요즘 문제시되고 있는 유사 도다리과 어종으로 상인들 사이에선 "로시아" 내지는 "찰광어"로 불리고 있는 어종입니다.
요즘 수산시장에서 이 녀석들을 "자연산 봄 도다리"라며 많이 파는데 찰가자미(로시아)는 자연산이지만, 봄도다리와는 상관없습니다.
특히나 늦가을에서 이듬해 3월까지 산란철을 맞고 있기에 봄이 제철인 도다리가 아닐 뿐더러 종 자체가 도다리와는 무관한 가자미입니다.
대부분 산지에 들어오면 미역국에 넣거나 조림(일본의 경우)등으로 먹지만 횟감으로써 매력도는 크게 떨어지므로 이것을 도다리와 같은 가격을
주고 사셨다면 바가지 당하신거라고 보면 됩니다.
어떤 상인들은 이 찰가자미(로시아)가 태안에서 들어온다며 국내산이 맞다고 하지만 어쩌면 중국에서 들어온 물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주꾸미와 비슷한거죠. 아예 중국 본토에서 가져왔다기 보다는 중국배에서 조업된 것이 활어상태로 국내산과 함께 껴서 들어오는..
그리고 촬영할 당시엔 무심고 넘기고 말았는데 사진을 편집하면서 약간의 의혹이 생겼습니다.
윗 사진을 보십시요. 찰가자미(로시아)를 자연산 광어라 적혀있는 칸에서 꺼내는 모습입니다.
행여나 이것이 자연산 광어라며 속여서 팔 가능성은 없길 바래봅니다.
자세히 보시면 몸체가 타원형으로 긴데다 뒤집으면 지느러미가 까맣습니다.
또한 일반 도다리(문치가자미)에 비해 크기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살이 무르고 수분이 많아 횟감으로 사용안하는 이것을 봄 도다리라며
파는 몇몇 얍삽한 상인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없었음 좋겠습니다.
마치며..
방송에선 연신 봄 도다리라며 보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와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시즌에 잡히는 도다리는 이미 산란을 마쳤거나 산란중에 있는 도다리가 대부분이므로 횟감으로는 매력도가 매우 떨어집니다.
산란을 마친 도다리가 됐든 알을 품고 있는 도다리가 됐든 어느쪽이든 살이 맛있을 시기는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러한 이유로 현재 거제도, 통영, 여수쪽에선 활 도다리도 쑥국용으로 파는 것입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안내도
이 날 도다리를 찾으려고 노량진 수산시장을 돌았는데요. 한가지 느낀 사실이 있습니다. 꽤 중요한 얘기인데요.
바르게 장사하는 상인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입니다.
자연산 봄 도다리라며 유사 가자미 어종으로 팔고 있는 곳은 5곳 중 한개꼴입니다.
나머지 업소들은 "도다리는 지금 안들어온다. 현재 도다리라고 파는 건 도다리가 아니라 다른 어종이다" 라며 말해주는 상인들이 제법 많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붉은색으로 표시된 저 구역은 호객행위가 없고, 어종을 속이거나 하지 않는 양심상인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도 이번 탐방에서
느꼈습니다. 그런데 갠적으로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손님들이 "활어1과 활어2"쪽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복잡한 거리이자 호객행위가 심한 곳입니다.(호객행위는 활어1과 활어2 구분없이 심하더군요.)
나중에 착한 가게, 좋은 상인을 소개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에 다녀오면서 느낀것은 사람들이 적어서 매우 한산해 보였던 저 붉은색 블럭에서
무척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양심껏 장사하시는 분들이 보기엔 여전히 얌체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꼴싸납게 보일 것입니다.
몇몇 상인들 때문에 수산시장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악화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겠지요.
한번 입력된 고정관념을 수정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다음 시간에 알기 쉽도록 풀어드리겠지만 여전히 도다리(문치가자미)와 관련해서 제철논란을 가지는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지금까지 도다리의 제철은 "봄"으로 알아왔기 때문이지요. 수산시장의 얄팍한 상술도 문제지만 여기엔 소비자들의 그릇된 편견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제주산이면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생각, 자연산이면 무조건 맛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활어가 아니면 싱싱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 그리고 봄에는
봄 도다리가 제철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들이 방송이라는 거대 매체에 의해 이상한 고정관념을 만들었고 오늘날의 상술을 키워오는데 어느정도 일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횟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올바른 상식을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가지기에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많이 나아지고 있다지만 적어도 자신이 먹는 음식, 우리 아이의 입으로 들어가는 수산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그래서 조금만 더 똑똑해질 수 있다면 먹는거 갖고 장난치거나 얇팍한 상술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들이 조금씩 근절되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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