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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습니다. '끝없는 발견'이라는 슬로건 아래 무작정 떠났던 캐나다 여행. 그것은 생전 해본적도 없는 9박 11일간의 렌터카 여행이였습니다. 딱히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것도 아니고 영어구사도 안되는 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기대감 보단 걱정이 앞섰지요. 그래서 여행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하려했는지도 모릅니다.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떠난 캐나다 여행. 그렇게 9박 11일 동안 경험하고 쓴 이야기는 이 글로 57건이 되었고 이제 58번째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합니다. 9월 21일 연재 시작 후 236일째입니다.
밴프(Banff) 보우폭포로 가는 숲길, 캐나다 알버타
캐나다로의 여행길은 비밀스럽고 몽환적인 숲길로 들어가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스포일러가 잔뜩 든 예고편에 메이킹 필름까지..정보가 난무하는 요즘 '장르'조차 모른채 무작정 영화를 보러간 적이 몇 번 있었는데요. 묘한것은 감명깊게 봤던 영화들 중 상당수가 예고편은 물론이고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제목'만 가지고 본 것들이였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밴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였는데 개인적으로 가슴 뭉클해짐을 느끼면서 봤던 영화였죠.(못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영화를 감상하다 보니 중간중간 선뜻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난해할 것까진 없는 영화지만 그렇게 큰 감흥꺼리가 있다거나 화려한 특수효과로 무장된 영화는 더더욱 아니였었죠.
그렇게 보는 동안에는 크게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았는데 다 보고나니 어딘가 모르게 올라오는 가슴 뭉클함이 있었다랄까요? ^^ 캐나다 여행이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언어구사력이 떨어지는 제가 캐나다로 멀찌감치 날아가서는 렌터카를 빌리고 호텔 체크인/아웃을 하면서 그렇게 9박 11일을 보냈던 것입니다. 알버타 남부에서 중부까지 다니면서 총 1200여 km를 운전했고 4개의 도시를 방문했으며 5개의 호텔을 이용했습니다.
당시엔 주어진 일정을 소화하며 매 순간마다 직면한 상황들을 수습하느라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지요. 영어로 대화를 할 때면 머릿속에서 문장들을 미리 생각해놔야 했고 돌발 질문등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닥치면 최대한 손짓으로 커버하고 눈빛으로 은근슬쩍 때우곤 했습니다. ^^; 여기에 아내는 무슨 죄가 있길래 '덤 앤 더머'와 같은 상황에 함께 가담하며 고생하게 했을까.
물론 한 평생 가기 힘든 캐나다니 이때가 아니면 언제 가냐싶어 묵묵히 수행원이 되어줬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힘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하니 아쉬움 보단 시원했다랄까요.
솔직히 말해 "9박 11일의 꿈같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니 너무 아쉬웠어요"라고는 말 못하겠네요. ^^
아내의 표정은 그야말로 "이제 집에간다"며 긴장을 한숨 놓은 상태고 저 또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편안하기만 하였습니다. 귀국행 비행기에 몸담은 저는 창밖을 바라보며 질문합니다. 정말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아쉬움이 없었나?
"그래 없었다. 없었다고!!!!"
지금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짐을 풀고 쉬고 싶을 뿐...그리고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지금 이글로 58번째 캐나다 이야기를 작성하면서 그 짧디 짧았던 순간들을 회상해봅니다.
설퍼산(해발 2,281m) 정상에서 바라본 밴프 스프링스 호텔과 보우강
카나나스키스 인디언 보호지역에서, 캐나다 로키
악마의 호수 미네완카에서 어복부인^^
노키산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던 중 만난 큰뿔산양
끝없는 발견을 위해 떠난 입질의 추억, 보우강 기슭
북미대륙 꿈의 대상어종인 월 아이피쉬를 낚고 좋아하는 어복부인, 노스사스캐처원 강에서
멋쟁이 할아버지 몰래 찍으려고 생쇼하다 들켜버린(아마도? ^^)
인상깊었던 개운전, 스토니 플레인
조물주가 빚은 환상의 풍경, 모레인 호수에서
보우호수, 캐나다 알버타
마치 영화의 필름이 지나가는 잔상처럼 행복했던 추억들은 그렇게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저 작은 돌맹이에 부딪혀 튀어오르는 호수의 파동을 숨죽이며 봐야 했던 풍경들.. 매일같이 변하는게 사람 마음이라지만 왠지 저곳에 있는 다섯개의 돌맹이들은 언제 가더라도 저 자리를 지키면서 변치않을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캐나다 여행이 남겼던 진한 여운에 마음앓이를 합니다. 막상 그때는 몰랐던 감동들. 하지만 영화가 끝나자 왠지모를 감동이 밀려왔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한 감정들을 느끼는덴 사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여전히 변변치 않은 사진실력이지만 그런것을 떠나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사진이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희미해져가는 기억의 조각들을 끼워맞추는 중요한 열쇠였던 것입니다. 총 8천 여장의 사진을 찍었고 그 중 1/10의 사진들이 선택되어져 블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
여행 사진은 어떻게 보면 공허한 것이다.
여행 기간중 8,000여장이라는 사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것은 저에게 독이 되었던거 같습니다. 캐나다에 머물렀던 열흘간의 시간을 8,000장으로 나누면 과연 나는 몇 초마다 셔터질을 했던 것일까?
"보고나서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5초"
그것은 스스로가 충분히 느끼고 받아들여져 이성과 감성이 적절히 혼합되어져 낼 수 있는 시간이라 볼 수 없는, 단순히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올리는 무의미한 셔터질의 연속이였던 것입니다. 사진에 대한 욕심을 이런식으로 풀면 곤란하다란걸 깨닭는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네요. ^^; 동기부여가 잘못된 듯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것입니다.
사진속에 무엇이 보이는가?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지만 어쩌면 보는 이의 심리에 따라 다른 무언가가 보일 수도 있다.
캐나다 로키, 그리고 거기서의 추억들은 분명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였습니다. 현지인과 언어소통이 안되 답답하거나 당황스러웠던 순간들마저도 이젠 까마득한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이 필요하겠지만 준비한 만큼 여행길이 보인다는게 괜한 말은 아닌듯 싶습니다. 그간 캐나다 이야기를 써 오면서 아쉬웠던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컨셉의 부재'였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낚시"에 매우 많은 비중을 두고 싶었습니다. 당초 계획을 세웠던 것은 "영화 속 장면과 같은 낚시를 하고 오자" 였습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같이 허리춤까지 들어오는 물속에서 플라이 낚시를 계획했고 수십미터쯤 깊어보이는 시퍼런 호수위에서 대형 송어낚시를 계획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계획들이 여행 출발 이틀전에 모두 무산되면서 부랴부랴 매꿨던 것이 좀 컷습니다. 그나마 노스사스캐처원강에서의 낚시 마저 없었다면 호수로 시작해 호수로 끝났을지도 모를 캐나다 여행이였죠. ^^;
마릴린먼로가 영화촬영시 방문했었던 보우호수앞에서
여행이란게 성지순례마냥 각 명소들을 둘러보는 것으로만 의미를 두고 싶진 않아요. 그 나라에 갔으면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단순히 여행책자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이라면 캐나다라는 무대가 너무나 아깝죠. 그런데 제 경우는 여행지 위주로 소재를 삼아왔기에 이 부분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것이 바로 두번째 이유이기도 한데요.
'에피소드의 부재' 입니다. "여행지 소개는 이제 충분하네요."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좀 더 색다른 이벤트를 만들어보고도 싶었지만 그 특별한 경험이란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좌충우돌한 부분이 필요하다고 봐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에피소드의 유형은 현지인과의 소통에서 나오는 거라고 보는데 이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죠. ^^;
우선 언어가 되야 하니깐요. 그래서 여행이 좀 더 여행다워질려면 소통에서 불편함을 겪어선 안된다고 봐요. 저는 이 부분이 전혀 안됐습니다. 그러니 여행하는 내내 집중할 수 없었어요. 언어문제가 여행내내 계속 신경이 쓰이다보니 지치게 되고 몰두할 수 없게 되었죠. 그냥 사진이나 많이 찍어오자~ 이렇게 되는거예요.
얼마전 요리사이자 방송인으로 유명한 '릭 스타인'의 미각대탐험 시리즈를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흥미롭게 봤는데요. BBC에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이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나라의 음식문화를 소개할 때 그럴사한 음식과 레스토랑만 고집한게 아니였다는 점입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에만 몰두하지도 않았구요. 한국으로 치면 늘상 소개되는 거 있잖아요. 김치, 불고기, 비빔밥, 잡채같은..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음식만으로 그 나라의 음식문화를 판단한다면 진정한 면들을 놓칠 수 있으니깐요. 진짜 그 나라의 음식문화를 엿보려면 예쁘게 포장되어진 음식이 아닌 서민들이 평소 즐겨 먹는 것을 찾아야겠지요. 길거리 음식, 가정집에 초대받아 먹는 가정식, 농민들이 농사일하고 먹는 새참, 어부들이 배 위에서 먹는 점심식사등등.
그 나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음식문화를 맛보면서 영국인 요리사가 보여주는 반응과 생각들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왜냐면 영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식문화가 그렇게 발달된 나라도 아니고 다른 나라 음식에 대해 그리 우호적인 편도 아니니깐요. 릭 스타인이 그 나라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경험할 때 촬영 스탭진들은 현지 음식이 입에 안맞아 늘쌍 먹는 시리얼과 베이컨등이 나오는 호텔 조식으로만 끼니를 때웠다죠. ^^
만약 입장을 바꿔서 해외의 어느 블로거가 한국에 와서 이런저런 경험들을 하고 돌아갔는데 한국에 대해 소개할 때 이제는 그리 새롭지도 않은 불고기와 비빔밥을 소개하며 경복궁과 인사동을 둘러봤다면 그 신선함이 얼마나 있을까요? 제가 그간 했던 캐나다 이야기도 그것과 비슷한 문제라고 봐요. 물론 미각대탐험과 같은 컨텐츠가 나오려면 투자해야 할 부분들이 많겠죠. 그리고 그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개인의 능력이 아주 뛰어나지 않는다면 통역사나 전문 가이드등이 따라붙어야 거기에 걸맞는 컨텐츠를 낼 수 있으니깐요.
만약 릭 스타인이 한국에서 촬영하게 된다면 불고기나 비빔밥과 같은 음식도 먹어보겠지만 그 사람 성격으로 봐선 순대와 산낙지, 돼지국밥을 먹으며
"잇츠 어메이징 푸드"라고 말 할지도 모르죠. ^^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만 소개할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여행, 뭔가 거창하지만 지금 제게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였어요. 어쩌면 끝없는 발견이 아니라 '끝없는 욕심'일까요? ^^; 갠적으로 부족했던 캐나다 이야기, 미래의 진일보를 위해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며 대장정의 마무리를 짓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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