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어회(오른쪽 오랜지 색)

 

고가도로를 허물지 않았던 시절의 청계천을 기억하십니까? 그 시절에는 시중에 보기 어려운 다양한 물건을 사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노상에는 속칭 '야바위'라 불리던 사행성 놀음이 판치고,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으로 호객하는 보따리꾼도 있었습니다.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거나 혹은 효능이 없는데 마치 있는 것처럼 속여서 파는 사람을 우리는 '약장수'라 부릅니다. 약장수란 말은 그럴싸한 미사여구로 약의 효능을 설명하고 판매를 촉진해 이익을 챙기는 사람을 일컫기에 대게 좋지 못한 뉘앙스로 불릴 때가 많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의 연어 소비량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연어를 잘 먹지 않았던 우리 국민의 식성은 어느새 연어의 맛과 효능 앞에 입을 열었고, 지금은 우리에게 없어선 안 될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습니다. 연어가 우리에게 친숙히 다가온 까닭,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예전에는 잘 몰랐던 '새로운 맛'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맛은 언제나 새로운 음식과 조합을 만들어 냅니다. 이는 새로운 맛, 새로운 음식을 열망하는 미식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지금은 갈수록 서구화되는 식성에 힘입어 연어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제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이 개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국민이 연어를 좋아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효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어는 대표적인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몸에 이로운 오메가-3(DHA, EPA)과 같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있어 성장기 아이의 발육은 물론, 치매와 같은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는 연어를 아예 '슈퍼푸드'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연어가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을 세계 여러 권위지와 기구를 통해 알려지면서 우리가 연어를 거리낌 없이 먹어왔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미와 유럽권이 소비하는 연어와 우리가 먹는 연어는 같을까요? 과연 우리가 먹는 연어는 슈퍼푸드에 합당할까요? 오늘은 이 부분에 관해 따져봅니다.   

 

 

<사진 1>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

 

사진에 보이는 연어는 전 세계 수출량 50%, 국내로의 수출량이 70% 이상 차지하는 노르웨이산 연어입니다. 지난 글에도 썼지만,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해 먹는 생연어는 90% 이상 노르웨이산 연어입니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전량 양식입니다. 치어 때는 별도의 수조에서 기르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해상 가두리에 옮겨져 본격적인 사육에 들어갑니다.

 

치어에서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2.5년. 그 사이 연어는 무게 5~7kg으로 성장합니다. 그동안 먹어치운 사료만도 수백 킬로그램에서 수 톤에 이르는데, 문제는 사료를 먹고 자란 연어가 과연 슈퍼푸드라 할 만큼의 영양 성분을 갖추었느냐입니다. 노르웨이 최대 양식 연어 회사인 '마린 하베스트'는 한국 시장을 겨냥하면서 연어가 몸에 좋은 슈퍼푸드란 점을 최대한 활용해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마린 하베스트의 국내 마케팅을 담당하는 '노르웨이 수산물 위원회' 역시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를 "청정 해역에서 자라 깨끗하고 신선하다."와 "오메가-3를 비롯한 우리 몸에 이로운 영양 성분이 많아 이러이러한 효능이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류에 편승해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연어 무한리필'에서도 슈퍼푸드와 오메가-3 지방산을 내세워 마치 연어가 우리 몸에 굉장히 이롭다는 식으로 홍보에 열을 올렸고, 이에 소비자는 분별없이 받아들여 소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국내에는 연어에 관한 전문 정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진짜 슈퍼푸드인 연어와 자칭 슈퍼푸드라 행세하는 연어를 구분하지 못해 혼돈에 빠진 것입니다.

 

 

<사진 2> 양식산 연어의 특징인 두꺼운 지방층과 마블링

 

<사진 3> 자연산 연어는 양식산 연어와 달리 지방층이 많지 않고 마블링도 없다

 

원래 슈퍼푸드는 DHA와 EPA 등의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우리 몸에 이롭다는 점을 근거로 합니다. 연어의 오메가-3 지방산은 오메가-3 지방산이 든 물고기를 먹었을 때라야 축적됩니다. 다시 말해, 멸치, 정어리, 청어 등 어육을 먹이로 한 야생 연어에 한해서입니다. 미 타임지와 네이처 등의 권위지 및 전문 영양사들이 밝힌 연어의 효능도 야생 연어, 즉 자연산 연어에 한해서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국내에 유통되는 생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산이자 양식산입니다. <사진 2>는 양식산 연어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양식산 연어는 인위적으로 배합한 사료를 먹고 자랍니다. 사료에는 오메가-3와 같은 불포화 지방산을 늘리는 성분도 포함하지만, 사료 절반은 대량 양식에서 단백질 공급원으로 값싼 재료를 써야 하므로 식물성 기름이 들어가며, 그만큼 포화지방도 늘어나게 됩니다. 아래는 노르웨이 수산물 위원회가 밝힌 양식 연어의 사료 성분입니다.

 

A. 오메가-3 지방산을 높이는 사료 성분

1) 생선 기름

2) 자연산 연어의 어분(?)

 

B. 단백질 공급을 위한 사료 성분

3) 대두

4) 완두콩

5) 누에콩

6) 해바라기씨

7) 그외 어분 등

 

C. 탄수화물을 공급하기 위한 사료 성분

8) 

 

D. 지방을 공급하기 위한 사료 성분

9) 어유

10) 유채씨유

11) 콩기름

12) 아마씨유

 

E. 기타 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한 사료를 사용.

F. 발색제(연어의 근육 색을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한 천연 색소)

- 갑각류

 

※ 갑각류에 포함된 아스타잔틴을 먹임으로써 연어의 근육이 주황색으로 먹기 좋게 형성되지만, 어떤 갑각류를 사료로 쓰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칠레 양식업에서 사용한 파프리카 추출물과 착색제인 '칸타산틴(Canthaxantin)'의 사용 여부 또한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중에서 식물성 기름 성분이 들어간 3), 4), 5), 6), 9), 10), 11), 12)는 모두 포화지방산으로 갑니다. 다시 말해, 우리 몸에 이로운 오메가-3 지방산이 아닌 기름기로 축적되면서 <사진 2>에 나타난 것처럼 두꺼운 지방층과 마블링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식물성 기름에 의해 형성된 두꺼운 지방층과 마블링은 우리 입에 들어갔을 때 부드럽고 녹는 식감에 고소한 맛을 주고 있어 이것이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의 최대 장점이자 영양학적으로 단점이기도 합니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출하하자마자 곧바로 가공 공장에서 피와 내장이 제거됩니다. 우리나라로 냉장 수송되는 생연어는 모두 피와 내장이 제거된 5~6kg 정도의 연어입니다. 이것이 인천의 가공 공장에서 구매자 요구에 따라 통째로 포장되거나 필렛 작업을 거쳐 나갑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노르웨이 현지의 가공 공장에서 생산된 연어 내장의 사용처입니다.


 

 

어떤 곳이든 대량으로 생산되는 내장(부산물)을 이유 없이 폐기 처분하지는 않습니다. 비료에 쓰이든 다시 갈아서 사료에 쓰이든 할 것입니다. 위 항목이 말해주듯이 노르웨이 수산물 측은 사료에 자연산 연어의 어분을 섞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연산 연어의 어분을 어떻게 정기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모두 '대서양 연어(Atlantic Salmon)' 종에 속합니다. 자연산 대서양 연어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채집 및 어획 금지입니다. 알래스카에는 킹연어, 홍연어, 첨연어, 은연어, 곱사(핑크)연어 등 다양한 연어가 야생으로 서식하지만, 철 따라 이동하는 회유성이므로 조업 시기가 한정되어 있으며, 자연산이라는 특성상 어획량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런 야생 연어의 어분을 어떻게 공급받아서 정기적으로 쓰일 수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료의 비용 절감을 위해 양식 출하한 연어의 내장을 다시 사료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 애초에 식물성 사료로 지방을 키운 연어라면, 그 연어의 내장을 사료로 재활용한들 또다시 지방만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자연산 연어의 어분의 사용이 어떻게 가능한지와 출하한 양식 연어의 내장 재활용 여부에 관해 노르웨이 수산물 측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사진 4> 균형있는 배합 사료로 길러진 건강한 소의 마블링(왼쪽), GMO 옥수수로 지방을 인위적으로 부풀린 소의 마블링(오른쪽)

 

또 다른 의혹은 GMO 옥수수를 사료에 투입하는지 여부입니다. 앞서 밝힌 사료 성분에는 옥수수가 빠져있지만, 저는 옥수수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GMO 옥수수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양식산 연어에는 다양한 식물성 기름 성분이 사료를 통해 연어의 지방을 축적합니다. 그 결과를 <사진 2>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최근 문제가 된 '마블링(지방)을 인위적으로 찌운 소고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표 1> 자료 출처 : 한국기능식품연구원 / 자료 제작 : 입질의 추억

 

그렇다면 양식산 연어와 자연산 연어의 영양 성분은 어떻게 다를까요? <표 1>은 한국기능식품연구원에서 밝힌 불포화지방산과 지방함량 수치입니다. 보시다시피 우리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은 자연산 연어가 양식산 연어보다 많았으며,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지방은 양식산 연어가 자연산 연어보다 2.4배 높게 나타납니다. 앞서 말했듯이 식물성 재료를 사료에 쓴 것이 우리가 주로 먹는 생연어의 지방함량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표 2> 자료 출처 : 국립수산과학원 / 자료 제작 : 입질의 추억

 

노르웨이 양식산 연어의 지방 함량은 다른 어종과 비교해도 비정상적으로 많습니다. 반면, 우리 몸에 이로운 오메가-3 함량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종합적으로 내린 결과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는 기름기가 많아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또 먹은 만큼 지방도 많이 섭취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연어를 끼니마다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먹는다면' 이러한 차이가 우리 몸에 치명적인 해가 된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소비자의 알 권리'입니다. 사실 노르웨이 연어에 관해서라면 이보다 더한 의문과 의혹이 많이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 거론하겠지만, 바다 이(Sea lice) 박멸을 위한 살충제 살포라든지, 항생제 오남용, 심지어 핵잠수함 침몰에 따른 방사선 누출과 청정해역으로만 알았던 노르웨이 해역에 수은 방출 등 어떻게 보면 음모론에 가까운 이런 의혹들이 꼬리를 물기도 했습니다. 방사선과 수은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살충제 살포 건에 대해서는 꽤 신빙성 있는 자료를 확보한 상태이므로 이 부분에 관해서는 노르웨이 수산물 측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자칭 '슈퍼푸드'라 불리는 연어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슈퍼푸드로 알고 먹지만, 실제로는 슈퍼푸드와 거리가 먼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영양 성분과 효능이 명확하지 않은데 듣기 좋은 말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꼴이라면, 서두에 청계천의 약장사를 예로 들었듯이 그럴싸한 미사여구로 약의 효능을 설명하고 판매를 촉진해 이익을 챙기는 이들과 뭐가 다를까요?

 

기름이 주는 달콤한 맛만 즐기고 말 것인지 혹은 먹으면서 건강도 생각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일이지만, 잘못된 과대광고가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과대 마케팅일 수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영양 성분과 괴리감이 있는 과대광고는 자제하고, 분별 있는 소비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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