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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는 강원도 최북단인 고성부터 포항까지, 조금 더 연장하면 부산도 포함되지만, 여기서는 강원도와 경상남북도 일대 해안가에서 주로 잡히는 독특하면서 이색적인 생선회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동해의 생선은 매우 특별합니다. 동해가 주는 깨끗하고 청정한 바다 이미지, 여기에 얕은 바다와 깊은 바다가 공존하는데 그 차이가 크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횟감부터 심해 밑바닥에 사는 독특한 생선까지 두루두루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더욱이 서해와 남해에서는 보기 드문 동해 고유 특산종이 있는데요. 오늘은 강원도와 경상남북도의 해안가로 여행 갔을 때, 그 지역 재래시장이나 횟집을 방문할 때 참고하면 좋은 생선 정보입니다.
#. 동해에 가면 한 번쯤 맛봐야 할 별미 생선회 BEST 7
저는 동해를 여행하려는 지인들에게 ‘돔’ 어종을 권하지 않습니다. 특히, 참돔과 돌돔은 산지가 아닐 뿐더러 서울, 수도권으로 유통되는 것과 같은 양식인데 가격은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양식 산지(통영, 남해, 전남 일대)과 거리가 멀어 운송료가 더 들기 때문이며, 중국산 양식이라도 통영과 인천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동해와는 거리가 멉니다. 거리가 멀다는 것은 신선도와 활력에서 불리하기 마련이며, 무엇보다도 산지 이점을 취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감성돔의 경우는 예외입니다. 3~4월에는 벚꽃 감성돔이라 하여, 동해 일대 자연산이 많이 잡힙니다. 많이 잡히는 만큼 가격은 내려가기 때문에 이 시기 감성돔을 맛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일부 바가지 상술이 있기 때문입니다. ‘돔’은 고급 횟감의 대명사로 인식돼 일단 비싸게 부르고 보는 경향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생선회를 위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아래 열거되는 일곱 가지 횟감을 주목해 주세요.
※참고로 이 장에 소개되는 생선은 모두 양식을 하지 않은 자연산입니다.
1) 괴도라치(전복치)
흔히 전복치로 알려진 이 녀석은 몸이 길쭉하고 괴팍한 생김새를 가졌지만, 흰살생선 중에서는 가히 최고라 할 만큼 고급 횟감이 되었습니다. 살은 차지고 담백하며, 가을~겨울에 맛보는 괴도라치는 단맛이 돌아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아직 양식이 없고 전량 자연산이기 때문에 어획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는 1kg당 5~6만 원 전후를 보입니다. 이보다 낮으면 저렴하게 구매한 것이고, 이보다 높으면 다소 비싸게 구매한 것일 수도 있으니 시세는 미리 알아보고 가기를 권장합니다.
2) 기름가자미
동해 고성부터 포항까지 가장 흔히 잡히는 생선을 꼽으라면 저는 기름가자미를 꼽습니다. 현지에서는 어부, 상인 할 것 없이 ‘물가자미’ 또는 ‘미주구리’라 부르지만, 사실 물가자미는 따로 있으므로 틀린 말입니다.
기름가자미는 이름 그대로 기름기(지방)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지만, 이 기름기는 오메가-3을 비롯해 우리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이므로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 보통 기름가자미는 대부분 건어물로 말려서 판매되지만, 조업 직후 어창에 살려 놓은 것은 활어로 경매에 부쳐집니다.
가격은 흔한 만큼 저렴한데 아마도 이 장에 소개한 생선 중에서는 가장 착한 가격일 것입니다.
작은 것은 뼈째썰어 먹는데 뼈의 고소함과 근육의 기름기가 적당히 들어서 활어회임에도 불구하고 감칠맛이 좋은 횟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해에서 가성비가 제일 높은 횟감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기름가자미(현지에선 물가자미라 불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3) 대구횟대
이름도 생소한 대구횟대. 대구횟대는 쏨뱅이목 둑중개과에 속하는 중소형 어류로 다 자라면 몸길이 40cm에 육박하지만, 주로 유통되는 것은 25~30cm가 많습니다. 횟대 종류 중에서는 맛이 으뜸이며, 포항에선 전통 발효음식인 ‘식해’ 재료로 쓰입니다.
회는 단단하여 씹는 맛이 좋고 단맛이 각별한 흰살생선회입니다. 대구횟대를 고를 때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속초부터 포항 사이 재래시장, 횟집, 공판장 등에는 대구횟대와 매우 유사하게 생긴 횟대 종류가 많이 있습니다.
- 빨간횟대(홍치)
주로 홍치라 불리며, 자연산이지만 맛은 횟대류 중 떨어지는 편입니다. 보통은 자연산 잡어회나 탕거리로 씁니다.
- 근가시횟대
대구횟대와 빛깔이 비슷해 자주 오인되는 어종이지만, 잘 보면 옆 지느러미 줄무늬 두께가 대구횟대보다 얇고, 대가리 모양이 둥글넓적하며, 아가미뚜껑에 돌기처럼 솟은 가시가 뚜렷해 구분됩니다. 근가시횟대도 동해에선 대표적인 잡어로 취급되며, 살에 수분이 많아 맛과 식감이 떨어지므로 횟감으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 동갈횟대
현지 상인은 이 어종을 ‘오줌싸개’라 부르는 잡어입니다. 등에 얼룩무늬가 있으며, 코에 작은 돌기가 나서 구분됩니다.
이들 횟대 종류는 모두 양식이 안돼 자연산에 의존하지만, 종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므로 대구횟대를 잘 골라 먹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4) 등가시치(고랑치)
등가시치는 서해에서도 잡히지만, 동해에 더 많이 잡히기 때문에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맛은 무난함을 넘어 겨울에 단맛이 들어 좋은데요. 체형을 보면 꼭 괴도라치와 비슷하며, 맛과 식감에서 공통점이 많으나 괴도라치보다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포항에서는 자연산 잡어회나 물회 재료로 씁니다.
5) 뚝지(도치)
뚝지는 주로 도치나 심퉁이로 불리는 어류로 둥글둥글 귀여운 외모를 자랑합니다. 배 쪽에는 빨판이 있어 바위에 착 붙어살며, 겨울이 제철입니다.
일반적으로 탕감으로 이용되지만(아래에 소개) 회로도 별미인데요. 일반적인 회보다는 껍질째 뜨거운 물을 부어 익힌 숙회로 이용됩니다. 도치 껍질은 그 자체가 콜라겐 덩어리이자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이며, 특히 여성의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 독도새우 3인방
자주 소개돼 이제는 익숙한 독도새우 3인방(도화새우, 꽃새우, 닭새우). 이들 3종 새우는 구이나 튀김보다 회로 인기가 많은데요. 제철은 가을부터 겨울까지로 동해로 여행 간다면 한 번쯤 먹어봄직한 별미입니다.
7) 줄가자미
흔히 ‘이시가리’라 불리는 줄가자미는 등에 거칠한 돌기가 무수히 나서 거칠 가자미라고도 불립니다. 수심 70~80m 이상 준심해의 바닥에 서식하며, 거미 불가사리를 주식으로 하기에 특유의 향과 빛깔을 띱니다.
흰살생선회임에도 마치 핏기가 머금어 들어간 듯 붉은 살점을 보이는 것도 거미불가사리의 영향을 받은 것이고, 특유의 구수한 맛이 나는 것도 그렇습니다.
수온이 찬 심해에 사는 만큼 몸 안에 많은 양의 지방을 가두어 두기에 맛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는 뼈까지 연해져 뼈째썰기로도 제격입니다.
다만, 줄가자미는 어획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매우 비싼데요. 산지 시장에서도 kg당 8만 원 내외이고, 횟집에서는 반찬까지 더해 더 많은 비용이 듭니다. 줄가자미는 같은 무게라도 크기에 따라 품질과 가격이 다릅니다. 따라서 3~4마리가 모여서 1kg인 줄가자미는 8~9만 원 내외이며, 한 마리가 1kg인 줄가자미는 10만 원을 상회한다는 점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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