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들어오는 문의 하나.. 

“안녕하세요. 평소 선생님 글을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현재 저는 임산부입니다. 생선회가 너무 먹고 싶은데 주변에선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먹고 싶은데, 정말로 임산부가 회를 먹으면 안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 질문을 산부인과 의사에게 똑같이 해보았습니다. 때마침 그때는 제 아내가 임산부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질문할 수 있었는데요. 돌아오는 답변은 ‘안 된다’였습니다. 다른 의사에게도 물어봤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이 ‘안 된다’였습니다. 

 

특히, 젊은 의사보다는 이쪽에 보수 성향을 띠는 중년의 의사일수록 임산부가 생선회를 먹는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 내용과 관련해 TV 방송 프로그램에 자문한 의사들의 의견을 찾아보아도 ‘임산부가 회 등 날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였습니다. 생선회는 기생충과 식중독의 위험이 그 어떤 음식보다 높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재래시장에서 구매한 각종 활어

그래서 저의 답변도 ‘안 된다.’로 결론을 짓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강조하겠습니다. 


“생선회는 열처리를 하지 않은 날 음식입니다. 기생충의 감염과 세균 등 식중독에 걸릴 위험이 있으므로 몸을 잘 다스려야 할 임산부가 먹기에는 부적절한 음식입니다. 그러니 임산부는 임신 기간 동안 생선회 먹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문의가 올 때마다 이렇게 답변하고, 관련 주제를 이런 식으로 마무리 짓는다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때론 지나치게 방어적인 입장이 회를 간절히 먹고 싶었던 임산부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결론일 수 있으나, 대다수 사람들의 관념 속에는 ‘임산부는 회를 먹어선 안 된다.’라는 사실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에 ‘회를 권하지 않는다.’고 결론짓게 되면 논쟁이 일어날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편리한 결론입니까? 이렇게 결론 지음으로써 이로 인한 책임도 지지 않으니 글쓴이로서 부담도 없습니다. 

의료인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회를 권하는 것은 자살행위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회를 권했다가 먹고 탈이라도 나게 되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의료인의 답변은 늘 신중하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임산부는 정말 회를 먹어선 안 되는 걸까요?

 

 

마트회

#. 제한적으로 섭취 가능, 일부는 먹어선 안 된다
사람들은 좀더 명료하고 명쾌한 답변을 듣길 원합니다. 임산부는 회를 먹어도 된다 VS 먹으면 안 된다. 같은 이분법적 논리로 결판 나길 바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리 쉽게 가릴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얼마나 위생적인 회’인지,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판별하는지에 달렸습니다. 이런 고민이 필요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회를 먹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반대로 이런 고민이 절실한 임산부도 있을 것입니다. 회가 너무 좋아서 혹은 임신 초기 갑자기 초밥이 막 당겨서. 그렇다면 그들에게 관건은 단 하나일 것입니다. 

“위생적으로 처리된 생선회를 잘 찾아 먹는 것” 

이러한 대전제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의료인들의 주장대로 먹어선 안 되는 겁니다. 어째서 많은 의료인들이 임산부의 회 섭취를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고, 지금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도 함께 알아봅니다. 

1. 식중독
식중독은 주로 여름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병입니다. 위생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음식, 오염된 식수, 날음식 등을 먹고 감염됩니다. 식중독이 아니어도 가벼운 배탈과 A형 간염, 때로는 무시무시한 비브리오 패혈증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우리는 우리 입에 들어가는 이 생선회가 이러한 위험 요인으로부터 100% 안전할 것이라고는 장담 못하죠. 때문에 적잖은 의료인들은 임산부의 생선회 섭취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은? 
우리가 생선회를 먹고 염려해야 할 증상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1) 비브리오 패혈증
2) A형 간염

비브리오균은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여름에 쉽게 발병하지만, 정작 패혈증을 일으키는 균은 우리가 섭취하는 회에 있지 않고, 활어의 아가미, 지느러미, 비늘에 붙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회는 감염되지 않았는데 껍데기에 붙었던 균이 칼과 도마를 통해 옮겨붙는 것입니다. 이는 비위생적인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인재입니다. 

 

A형 간염도 비브리오 패혈증과 마찬가지로 ‘오염된 회’를 먹어서 걸리는 질병입니다. 결국, 위생관념을 소홀히 하면 탈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는 임산부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주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 비브리오 패혈증의 발병 조건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스균이 인체에 침투했을 때 생기는 급성 패혈증입니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기도 하지만, 상처를 통해 감염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니피스균이 침투했다더라도 모든 사람에 발병하지는 않습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주로 간질환, 당뇨병, 알코올중독자 등 주로 간질환을 앓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만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드문 경우겠지만, 간혹 임산부가 이와 같은 증상을 앓고 있다면, 회를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쯤에서 중간 결론입니다.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거나 위생관념이 부족한 식당에서 회를 먹고 생기는 질병인 만큼, 위생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횟집 이를 테면, 재래시장, 수산시장 좌판, 활어 난전, 그리고 위생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관광지 횟집의 이용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자연산 바닷물고기에 종종 발견되는 고래회충

2. 기생충 감염
생선회는 기본적으로 기생충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임산부는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돼지고기는 반드시 익혀 먹고, 생선을 비롯한 해산물도 80도씨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해(멸균 조건) 먹어야 안전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1%의 위험 인자가 있다면, 그것을 먹고 마음을 조아리기보다는 회 자체를 먹지 않는 것이 완전한 예방이라는 것입니다. 

#.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은? 
생선을 '날 것'으로 먹으면 기생충 감염 확률이 있다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평소에 먹는 생선회에는 기생충이 있었단 말인가?"라고 반문해 볼 수 있습니다. 저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라고 봅니다.

 

사실 기생충 감염은 과거에 집중되었던 후진국형 질병입니다. 지금은 물류와 유통 시스템이 발전했고, 무엇보다도 양식 사육이 발달함에 따라 사료의 질적 개선도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바닷물고기의 기생충 중 우리 몸에 해를 입히는 것으로 ‘고래회충(아니사키스)’를 꼽습니다.

 

그러나 고래회충은 물고기가 숙주(기생충을 보유한 물벼룩, 작은 갑각류)를 먹음으로써 감염이 이뤄집니다. 양식 활어는 애초에 사료를 먹이므로 기생충 감염 경로와는 거리가 멉니다. 

 

 

양식 대방어회

우리가 먹는 생선회는 90% 이상이 양식입니다. 기생충 많기로 악명 높다는 연어 마저도 완전 양식으로 출하돼 횟감으로 항공 수송하는 시대입니다. 심지어 돼지고기도 위생적인 사육 시스템에 힘입어 지금은 쇠고기처럼 미디엄으로 즐기는 시대입니다. 

 

때문에 생선회를 먹고 기생충 감염을 우려하는 것은 과거 운송 시스템이 미비할 때 있었던 시절일 때입니다. 주로 위생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자연산 생선회나 민물고기를 먹고 탈이 난 사례들이었죠. 2020년인 지금은 회와 관련해 무수히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는 새로운 품종까지 개발되면서 양식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산지에서 잡힌 자연산 생선회를 접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회는 대부분 기생충 감염 확률이 극히 낮은 양식입니다.

 

또한, 우리가 회로 먹는 것은 붕어나 가물치가 아닙니다. 민물고기를 날로 먹다가 디스토마에 걸린 사례도 어느 시점부터 점점 줄더니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산부라면 자연산 생선회를 조심하고, 민물고기를 회로 안 먹어도 기생충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위생검열이 철저한 대형마트 생선회

#. 임산부가 건강하게 생선회를 먹으려면
임산부에게 생선회가 위험한 음식이라고 인식된 것은 과거의 사례가 현재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먹거리는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했고, 그때마다 위험 인자를 줄어왔습니다. 

 

분명, 운송수단과 냉장기술, 양식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생선회를 먹고 기생충이나 식중독에 감염된 사례가 잦았습니다. 민물고기를 날로 먹다가 디스토마에 걸리기도 했지요.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임산부가 회를 먹으면 탈이 난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민물고기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생선회 문화는 고려시대 중기가 시초입니다, 그 시절 선비들이 낚시로 낚은 것으로 회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주로 잉어나 붕어였습니다.

 

당연히 디스토마나 식중독의 위험이 컸고,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위협이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변했습니다. 바닷물고기의 근육은 기본적으로 '무균' 상태로 태아에게 이로운 단백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주의할 것은 '위생관념의 부제’이지 생선회 자체는 아닙니다. 

 

 

위생적으로 처리한 양식 숙성회

1) 수녀간 횟집을 운영한 지인은 임신한 아내에게 매일 회를 먹였다고 합니다. 영업을 마치고 팔다 남은 회를 먹였는데 아무 이상 없었다며, 위생관념만 확실하다면 회는 기생충이나 식중독의 온상이 아닌 임산부에게 이로운 영양소를 공급하는 음식일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2) 일본에서는 임산부에게 연어와 방어회를 권하기도 합니다. 우리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 및 철분이 많이 함유돼서입니다. 입원한 산모에는 병원식으로 회가 나오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1)번과 2)번의 공통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기생충과 식중독 위험이 매우 낮은 양식 활어란 점입니다. 양식 활어를 위생적으로 손질해 바로 썰어내면 양식 활어회가 되고, 그것을 냉장고에 일정 시간 두었다가 썰어내면 양식 숙성회가 됩니다. 이를 판매하는 곳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1) 위생이 어느정도 검증된 호텔 일식, 고급 일식, 고급 초밥 가게
2) 위생에 있어서 자체 검열이 까다로운 대형 마트 생선회
3) 입소문 자자한 유명 맛집, 단골 횟집

이 세 경우라면, 임산부의 적당한 회 섭취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굳이 생선회를 먹어서 탈이 날 걱정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음식을 먹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합니다. 

 

단백질 공급이 필요하다면, 육고기로도 충분하다면서 말입니다. 저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생선회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른 대체제가 많기에 고민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인구 중 약 20~30%는 육고기보다 생선회를 선호할 수 있고, 임신 3~4개월차에 회나 초밥이 너무 먹고 싶은 임산부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특정 음식의 냄새가 유난히 역하게 느껴지고, 특정 음식이 당기는 임신 초중기에 회나 초밥이 당긴다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임산부가 생선회를 먹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답변해야 한다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항생제나 기타 약물 처방이 곤란한 임산부이기 때문에 회를 먹고 탈이 날 확률을 배제할 수 있는 조건. 바로 그 조건을 반드시 충족한다는 전제하에서 아래 세 가지를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위생이 청결하고 자체 검열이 까다로운 호텔, 고급 일식집, 대형 마트
2) 민물고기가 아닌 바닷물고기,
3) 자연산이 아닌 양식 활어

 


#. 임산부가 조심해야 할 생선회
마지막으로 임산부가 조심해야 할 생선회를 알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앞서 열거한 자연산 생선회나 민물 생선 말고도 임산부는 수은, 카드뮴 같은 중금속 우려가 있는 어종은 회뿐 아니라 가열 음식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산부의 경우 참치회는 조금만 먹도록 하자

생선은 크든 작든 일정 부분 중금속을 함유하기 마련인데, 대표적인 중금속 성분인 수은의 경우 성인 한 사람이 먹어도 되는 기준치는 0.5mg/kg입니다. 이 수치는 성인이 매주 생선회(순살)를 1kg씩 먹어도 이상 없는 수치이며, 이 기준치를 초과하게 되면 폐기 처분되며 시장에 유통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2018년 7월경 부산의 양식장에서 길러진 광어가 수은 기준치 초과로 폐기한 사례가 있습니다. 비단 이러한 사례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임산부라면 중금속을 기준치 이상 함유할 확률이 높은 특정 어류를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생태계의 포식자에 속하는 상어 고기(돔베기), 고래고기, 그리고 참치회 종류인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황새치, 청새치 등 그리고 삼치와 방어, 부시리 같은 어류 중 1m 이상 크게 성장한 것은 섭취하더라도 조금씩 하기를 권하며, 주기적으로 꾸준한 섭취는 금물입니다.

 

참고로 참치 통조림은 그 원료가 몸길이 80cm 이하인 가다랑어이므로 중금속 우려가 낮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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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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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1.02 10:58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굳이 리스크 테이킹하면서 까지 얻는 베네핏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면.. 해당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2020.01.02 13:3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하나의 관점일 뿐이지요. 지금까지 인류가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들 부정적으로만 볼 때 리스크를 떠안으며 연구하고 증명한 혁신가들 때문이라고 봅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맞았던 관념과 상식이 오늘날엔 맞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고착화 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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