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주로 맛볼 수 있는 횟대

생선 좀 안다는 미식가들에게도 ‘횟대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잠깐이나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횟대? 한 번쯤 들어는 본 것 같은데”
“횟대? 횟감이란 뜻인가?”


밥식해에 쓰이는 횟대
대구횟대로 만든 식해

가자미와 횟대의 다섯 가지 공통점. 

1) 강원도부터 경상도에 이르는 동해에서 주로 잡힌다. 
2) 양식이 안 되며, 자연산이 대부분이다. 
3) 종류가 무진장 많다. (예 : OO가자미, OO횟대 등등)
4) 횟감으로 맛이 좋은 생선이다.
5) 가자미와 횟대 모두 동해의 발효 음식인 ‘식해(식혜x)’의 주재료로 쓰인다.

횟대는 그 흔한 농어목과의 어류가 아닌 쏨뱅이목이라는 분류에 속합니다. 쏨뱅이목 둑중개과라는 다소 생소한 카테고리에 속하죠. 쏨뱅이목에는 쏨뱅이를 비롯해 우리에게 익숙한 우럭(표준명 조피볼락)과 볼락도 속합니다. 

심지어 이들 생선과는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물메기(표준명 꼼치), 삼식이(표준명 삼세기), 양태, 놀래미(표준명 쥐노래미)도 포함됩니다. 쏨뱅이목에 속한 어류의 특징은 탕으로 끓였을 때 뼈와 살에서 맛있는 국물이 우러난다는 것. 

 

그래서일까요? 매운탕하면 쏨뱅이, 우럭젓국, 물메기탕이 인기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횟대를 낚는 낚시인

횟대는 바닥을 기어다니듯 배를 깔고 사는 저서성 어류입니다. 서해에 망둑어가 있다면, 동해는 횟대가 있는 셈이지요. 이 횟대를 두고 현지에선 다양한 발음과 방언으로 불러집니다. 

“홋때기, 회때기, 호태기, 회태기, 오줌싸개(?), 좃쟁이(?), 홍치’ 등등

오늘은 이러한 방언과 더불어 횟대 종류를 알아보고, 동해를 방문했을 때 맛있는 횟대를 고르는 팁까지 소개합니다. 

 

 

강원도 최북단인 고성 앞바다

#. 횟대의 종류
국내 연안에 서식하는 횟대는 약 10여 종이며, 이 중에서 약 5~6종을 동해 북부 고성에서 남부인 포항의 재래시장과 횟집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를 열거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괄호 안 명칭은 방언)

대구횟대, 빨간횟대(홍치), 동갈횟대(싹슬기, 쌕쌕이), 근가시횟대(오줌싸개)

이들 어류는 강원도 북부에서 남부에 이르는 차고 깊은 수심에 살며. 제철의 개념이 희박해 연중 어획되는 편입니다. 그나마 맛이 좋은 철을 꼽으라면 겨울~봄 사이로 시장 좌판, 활어 난전 등 항과 인접한 수산시장이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고급어종인 대구횟대를 제한 나머지는 단품으로 낼 만한 횟감이 아닌, 자연산 잡어회로 끼워 팔기 때문에 대구횟대를 생선회로 드시고자 할 때는 나머지 횟대 종류를 분별해야 하며, 이는 파는 쪽에서 먼저 구분 지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워낙 비슷비슷한 모양에 이름과 명칭도 혼재되어 있어, 횟대를 취급하는 상인 중 일부는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파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구횟대와 매우 유사하게 생긴 근가시횟대입니다. 두 어종은 크기와 생김새, 빛깔이 닮아 자주 혼동되는데 비해 맛과 품질은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어 구분이 시급한 횟감입니다. 

 

 

횟대류 중 가장 맛이 좋은 대구횟대

#. 대구횟대 
횟대류 중 살이 단단하고 감칠맛이 좋아 회, 탕, 식해 재료로 인기가 있는 고급 생선입니다. 대구처럼 입이 크고, 배는 노란 황금빛이 돌기 때문에 붙은 명칭인데요. 다른 횟대류와 달리 최대 전장 50cm까지 자라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크기는 대게 15~25cm 사이입니다. 

 

 

대구횟대 회

대구횟대는 속초 동명항을 비롯해 동해 묵호항을 거쳐 포항 죽도시장에 이르기까지 동해안 일대 포구 및 시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량 자연산이라 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수조에 대구횟대가 보인다면 운수 좋은 날이라 생각하고 선택하시길 추천합니다. 

문제는 대구횟대와 거의 흡사하게 생긴 유사 횟대를 일부 상인이 '대구횟대'라 팔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상술이라기보다는 동해에서 나는 자연산 잡어(워낙 다양한 종류가 혼획되기에)를 구분하지 않고 파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구횟대와 가장 헷갈리는 것이 가시 횟대류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며 알아봅니다.

 

 

근가시횟대

#. 근가시횟대 
국내(동해)에는 가시횟대와 근가시횟대가 서식하며, 시장에서는 두 어종을 모두 볼 수 있지만 주로 판매되는 것은 근가시횟대입니다. 이 둘은 거의 유사한 형태를 지녔는데, 눈 위에 깃털처럼 생긴 피판이 달렸으면 가시횟대, 없으면 근가시횟대로 구분합니다. 

 

동해에서도 수심 50m 이하 연안의 사니질에 주로 서식하며, 참가자미와 함께 혼획되기도 합니다.  근가시횟대는 상인들이 오줌싸개나 좃쟁이라 부르는 경향이 있지만, 올바른 명칭은 아닙니다. 좃쟁이는 수컷의 생식기가 돌출된 돌팍망둑을 의미하는 동해 일대의 고유한 방언으로, 따로 구분해야 합니다. 

 

 

가시횟대와 달리 피판이 없는 근가시횟대

가장 문제인 것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근가시횟대를 대구횟대처럼 취급하는 현상입니다. 이는 적잖은 상인이 가자미 조업에 혼획된 잡어를 한데 모아다 잡어로 취급한 것이 오래전부터 고착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구횟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종류별로 분류하거나 경매에 붙여지지 않고 잡어로 취급하기 때문인데, 주로 끼워 팔거나 서비스용으로 쓰이던 근가시횟대가 대구횟대로 둔갑되면서 벌어진 현상입니다. 여기서 근가시횟대와 대구횟대의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맛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인데요. 

대구횟대는 복어처럼 단단하고 차진 식감으로 활어 상태에서는 회를 얇게 떠야 맛이 좋습니다. 탕을 끓이면 마치 돌돔 맑은탕을 끓인 듯 희고 뿌연 육수가 우러나는데 이때 감칠맛이 매우 좋습니다. 

 

 

수분기가 많은 근가시횟대 회

반면, 근가시횟대는 살에 수분함량이 많아 활어회로 썰어도 질척일 뿐 아니라, 맛이 맹한 편입니다. 때문에 근가시횟대(현지에선 오줌싸개, 홋때기를 비롯해 다양한 방언으로 불림)와 대구횟대의 구분이 중요한 이유이며, 이를 소비자가 구별해가며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판매 상인이 올바르게 구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래와 같은 형태적 차이에 대해 알아봅니다. 

 

 

위에서 바라본 근가시횟대

#. 대구횟대와 근가시횟대의 구별 
두 어종 모두 15~25cm 길이가 많이 잡힙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면 둘 다 노란빛을 내서 같은 종류로 보입니다. 그러나 근접해서 관찰하면 몇 가지 형태적 차이가 나타납니다.  

 

 

앞에서 본 근가시횟대

1) 전반적인 체형
위에서 바라보았을 때 대구횟대와 근가시횟대의 대가리 모양은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대구횟대가 독이 없는 뱀 머리의 모양을 가졌다면, 근가시횟대는 마치 독사의 머리 모양을 가졌습니다. 대가리는 양 옆으로 부푼 모양이며, 그 끝(아가미 뚜껑)에는 양쪽으로 뾰족한 가시가 도드라집니다. 

 

 

옆에서 본 근가시횟대와 옆지느러미

2) 옆 지느러미와 입술, 꼬리지느러미의 차이
근가시횟대의 옆 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는 2~3줄의 검은 줄무늬가 있는데 대구횟대와 달리 선이 매우 얇습니다. 또한, 몸통을 보면 2~3 가닥의 검은 줄무니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구횟대의 옆지느러미

반면에 대구횟대는 몸통에 무늬가 없으며, 옆지느러미 및 꼬리지느러미에는 검은색 줄무늬가 있지만, 근가시횟대와 달리 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선어 대구횟대

포항 죽도시장에는 선어 대구횟대를 팔기도 하는데 전반적인 느낌은 위 사진과 같습니다. 


대구횟대의 꼬리지느러미

대구횟대의 꼬리지느러미는 끝 부분이 일자가 아닌 부채꼴을 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폈을 때의 기준) 이 밖에도 동해에서만 볼 수 있는 횟대 종류를 소개합니다. 

 

물속에 있을 때의 빨간횟대

#. 빨간횟대 
빨간횟대는 언뜻 보면 쏨뱅이처럼 보입니다. 빛깔도 이름처럼 붉지 않은 황갈색인데 물 밖에 꺼내지면서 특유의 붉은 빛깔이 도드라집니다. 

 

 

물밖에 꺼내졌을 때 빨간횟대

지느러미는 붉은색으로 알록달록하며, 몸길이 20cm 내외가 많이 유통됩니다. 홍치라 불리는 빨간횟대는 자연산 잡어회로 취급되며, 물회로도 이용됩니다. 근가시고기 만큼은 아니지만, 살에 수분감이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히 물러지기 때문에 활어회로 썰자마자 먹는 것이 좋습니다. 

 

 

동갈횟대

#. 동갈횟대
현지에서 ‘좃쟁이’, 오줌싸개’, 쌕쌕이’, ‘싹슬기’ 등 다양한 방언으로 불립니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좃쟁이는 돌팍망둑을 의미하고, 오줌싸개는 근가시횟대와 혼용으로 사용되면서 사실상 이 둘의 구분 또한 모호하게 판매된다는 점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갈횟대 역시 혼획물이자 잡어회(또는 탕감) 정도로 유통되며, 앞서 언급한 빨간횟대와 근가시횟대와 비슷한 수준의 회 맛을 보입니다. 

 

 

코에 돌출된 피판과 뉴본 에일리언

이 생선은 특이하게도 코에 돌출된 피판이 영화 에일리언4에 등장한 뉴본 에일리언을 떠올리게 합니다. 몸통에는 엷은 적갈색의 굵은 줄무늬가 4~5줄 나타나며, 특이하게도 측선과 등지느러미 인접 부위에 비늘 모양의 동글동글한 돌기가 나타나기 때문에 너무 자세히 보면 환공포를 일으킬 만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대구횟대

지금부터는 상인이 고기를 꺼냈을 때 멀찌감치 바라본 모습입니다. 위 사진은 대구횟대인데 보다시피 배는 희고 몸통은 황갈색으로 덮여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옆 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는 검은색 굵은 줄무늬가 두드러집니다. 이렇듯 대구횟대는 검은색 줄무늬가 얇지 않고 굵게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으로 유사어종이자 맛에서 확연히 떨어지는 근가시횟대와 헷갈리지 않도록 합니다.

 

 

빨간횟대

빨간횟대는 흡사 삼세기(삼식이)를 닮을 정도로 우락부락한 이미지입니다. 몸통에서 꼬리 쪽으로 갈수록 환공포증을 일으킬 만한 물방울 모양의 무늬가 나타난다는 점, 옆 지느러미, 등지느러미도 알록달록한 무늬가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대구횟대 맑은탕

횟대는 종류 불문 주로 탕거리에 어울리는 생선입니다. 대구횟대의 경우 횟감으로도 매우 훌륭한 생선입니다. 특히, 하얗게 끓인 맑은탕(지리) 스타일이 어울리며, 기름기가 많아 구수한 맛보다는 시원하면서 해장이 되는 국물 맛이 매력적인 생선인 만큼 동해 일대를 찾게 된다면, 대구횟대는 꼭 회로 드시고, 나머지는 탕감으로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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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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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나
    2020.03.24 16:4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대구횟대 찾으러 속초 왓는데, 정작 여기 상인들은 대구횟대 찾으니 모르고, 전종을 횟대기라고 퉁치는군요. 횟대기 회 찾으러 왓다고 하니 잡히는 철이 아니라고 하네요. 근데 다른 시장 가니 매운탕감으로 죽은 근가시횟대는 또 팔더라구요. 상인들도 아직 잘 모르는 생선인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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