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꽁치(포항 죽도시장)

지구 상에서 신이 인간에게 내린 바다의 축복이라면 저는 정어리와 청어, 꽁치를 꼽곤 합니다. 물론, 맛과 가치면에서는 참다랑어를 이길 수 없지만, 웬만큼 잡아도 그 개체수가 좀처럼 줄지 않는 왕성한 번식력, 저렴한 가격, 풍부한 영양가, 다양한 음식으로의 활용에서 꽁치는 가히 신이 내린 축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없어선 안 될 식량 자원입니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과연 나는 ‘꽁치’에 대해 글을 쓸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먼저 앞섰습니다. “꽁치회를 맛보지 않았으면 꽁치를 논하지 말라”란 말이 있을 정도로 동해안 일대에서는 각별히 여겼던 것이 꽁치회. 

 

흔하디 흔한 꽁치라지만, 아무나 먹을 수 없고 흔하지도 않은 꽁치회야 말로 동해안 일대를 여행하면서 기회가 맞닿는다면 꼭 한번 먹어봐야 할 ‘생선회 버킷리스트’이기도 합니다. 꽁치회는 왜 먹기가 힘든 걸까요? 우리 식탁에 있어서 꽁치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꽁치

#. ‘치’자 돌림의 대표주자, 꽁치
예부터 ‘치’자 돌림이 들어간 생선은 두 가지 이유로 취급이 까다롭고, 심지어 천대받곤 했습니다. 그 유형과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성질이 급해 금방 죽어버리는 생선
2)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생선

대표적인 치자 돌림 생선이라면 꽁치와 참치, 멸치를 꼽습니다. 이들 생선은 성질이 급해 금방 죽어버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쓰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꽁치, 참치, 멸치는 모두 등푸른생선이자 붉은살생선으로 알려졌습니다. 붉은살생선은 흰살생선보다 미오글로빈 함량이 많아 적색육을 가집니다. 이렇게 적색육을 가진 생선은 흰살육인 우럭, 광어, 도미보다 운동량이 많으며 더 많은 산소량을 요구합니다.

 

즉, 빠른 속력으로 헤엄치면서 바닷물을 빨아들여야 비로서 호흡이 가능해집니다. 만약, 등푸른생선이 물 밖에 올라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즉시 호흡곤란으로 폐사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불과 수분만에 파르르 떨며 경련을 일으키고는 죽어버립니다. 

횟집에서 고등어나 전어 같은 등푸른생선을 수조 밖으로 꺼냈을 때 우리는 힘찬 몸부림을 보고 싱싱하다 하지만, 실제론 호흡 곤란으로 ‘파닥파닥’ 거림을 생각한다면, 그때의 물고기 심정이 얼마나 절박한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집니다. 

 

또한, 등푸른생선은 부레가 없거나 혹은 있어도 퇴화돼 그 역할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물밖에서도 한동안 공기 호흡을 하는 흰살생선과 달리 꽁치는 그물에 올려지면서 그물코에 끼이고 동료들에 치이면서 수분만에 죽게 됩니다.

 

그래서 꽁치는 활어 유통이 어렵고, 선도 저하도 빠르기 때문에 횟감으로 유통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지금은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 어민들이 먹던 꽁치회. 어쩌다 싱싱한 꽁치가 잡혀 들어와 항에서 상자 단위로 팔리며, 이를 이용해 횟감으로도 팔리곤 하나, 워낙 일순간이어서 그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던 꽁치회. 오죽하면 다금바리보다 맛보기 어렵다는 것이 꽁치회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로 ‘치’자 돌림 생선은 제사상에 올려지지 않는 풍습이 있습니다. 특히, 꽁치는 천하고 비린내가 나며, 격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고, 또 다른 이유로는 ‘치’ 자 돌림 생선이 비늘이 없어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탓도 있습니다.

 

때문에 제사상에는 꽁치뿐 아니라 비늘이 없는 미꾸라지와 장어류도 올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치자 돌림 생선에 비늘이 없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멸치, 참치, 꽁치는 사실 매우 작은 비늘로 촘촘히 덮여 있습니다. 꽁치의 경우 그물로 어획할 때 그물코와 동료들에게 치이면서 잔비늘은 대부분 떨어져 나갑니다. 어획 과정에서 상당 부분 제거되기 때문에 막상 우리가 구매한 꽁치엔 비늘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꽁치의 잔 비늘은 워낙 크기가 작고 미세합니다. 어획 당시 꽁치가 물속에서 최후의 발악을 할 때 자신은 물론, 동료들에게서 떨어져 나간 비늘이 호흡과 동시에 위장으로 들어가 버리곤 합니다. 때문에 꽁치 내장에서 꽁치 비늘이 자주 발견되곤 합니다. 

 

 

대만산 꽁치

#. 대만산 꽁치는 대만에서 잡힌 걸까?
꽁치는 찬 바닷물을 좋아하는 한류성 어류입니다. 동해 및 북서태평양을 기준으로 여름에는 더워진 바닷물을 피해 북쪽으로 이동하고, 겨울에는 적당한 수온을 찾아 남하하는 계절 회유성을 보입니다. 

 

과거에는 국산 꽁치가 많이 유통됐으나 지금은 명태와 마찬가지로 동해 개체수가 급감해 한해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대신해서 유통되는 것은 대부분 대만산과 원양산인데요.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대만산 꽁치는 대만 해역에서 잡힌 걸까요? 

 

정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꽁치는 한류 타고 다니는 한류성 어류입니다. 대만 해역은  수온 25~33도의 아열대 해역이기 때문에 수온이 낮아지는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회유할 뿐이며, 꽁치가 대량으로 잡히는 주요 어장은 북서태평양 즉, 쿠릴열도와 홋카이도, 토호쿠를 비롯해 일본 혼슈의 동부 해안 그리고 한반도의 동해 먼바다입니다.

 

따라서 대만산 꽁치는 이들 어장에서 대만 국적의 선박에 의해 어획된 꽁치를 의미합니다. 

 

 

가끔 어판장에 들어오는 국산 생물 꽁치

꽁치의 조업은 ‘북태평양수산위원회(NPFC : North Pacific Fisheries Commission)’라는 수산관리기구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꽁치를 가장 많이 잡는 선단 규모로는 일본, 대만 순이며, 그 뒤로 한국과 중국, 바누아투가 앞서 언급한 공동 어장으로 조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꽁치 원산지는 각국의 선박에 의해 결정됩니다. 

 


#. 꽁치는 방사능에서 안전할까?
우리나라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연안에서 조업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꽁치의 주요 어장은 북태평양으로 여기에는 홋카이도와 쿠릴열도를 포함하고 있으며, 한국 국적 선박이 잡으면 원양산으로  표기되고 대만 국적 선박이 잡으면 대만산으로 표기되는데 문제는 이곳이 후쿠시마에서 약 700~800km밖에 떨어지지 않다 보니 2013년경에 잡힌 꽁치에서 세슘 137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꽁치는 세슘 137이 가라앉기 쉬운 해저 밑바닥에 서식하지 않으며, 주로 표층에 떼지어 회유하는 부유성 어류라는 점, 수명이 약 2년 정도로 짧아서 방사선 물질이 내부에 축적되기에는 그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

 

상위 포식자가 아니어서 먹이사슬에 의한 축적도 또한 낮다는 점으로 인해 당시 꽁치에서 발견된 방사능 피폭도는 1BQ(베크렐) 정도의 미량으로 시중 유통이 가능했습니다. 참고로 식품 방사선 안전기준치는 기존에 1000BQ였다가 후쿠시마발 동일본 지진 이후 100BQ로 강화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방사선 수치가 100BQ 미만이면 시중에 유통할 수 있습니다. 

 

#. 꽁치는 기생충에서 안전할까?
꽁치는 부유성의 소형 갑각류를 먹으며 자랍니다. 다 자란 성체는 몸길이 40cm에 이르며, 크기에 따라 
M2, M1, M, L, 2L 등으로 나뉩니다. 물론, 꽁치 같은 어류는 크기가 클수록 상품성이 높고 가격도 올라가는데요. 이에 따른 기생충 위험도는 현재로서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습니다. 

 

첫 번째로 꽁치가 횟감으로 유통되는 일이 (동해안 일부 지역을 제하면) 거의 없다는 점. 대부분 생물로 유통해 구이로 이용되거나 가공식품(통조림)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고래회충증 염려가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로 꽁치에 기생하는 구두충

다만, 꽁치는 한때 ‘구두충’이라는 꽁치에서 주로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인해 사회적인 이슈가 있었습니다. 2000년대 말, 구두충 사건으로 인해 수산 가공 통조림 업체가 한바탕 곤혹을 치른 것입니다. 

 

당시 꽁치 통조림에서 주황색 충이 자주 발견돼 반품과 리콜이 빈번했고 소비자의 항의도 빗발쳤습니다. 통조림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식약처로부터 구두충이 나오지 않게 조치를 취하라는 시정 명령을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구두충을 제거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을 겁니다.

 

구두충은 주로 꽁치, 가다랑어(그래서 참치 통조림에서도 간혹 발견됨), 고등어, 방어에 기생하면서도 기생 영역이 내장, 항문, 근육을 가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살 속 깊숙이 파고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검사해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구두충은 인간에 기생하지 않으며 먹어도 해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생충은 인체에 해를 끼치는 여부를 떠나 이물질로 분류되며, 클레임의 대상이 됩니다. 지금은 기술이 좋아져 가공 시 구두충 발견율을 높였지만, 완벽하게 제거하지는 못 합니다.

 

따라서 통조림에서 구두충이 나오지 않을 확률이 제로라고는 말 못합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구두충이든 고래회충이든 기생충이란 이 세상 그 어떤 바닷물고기에도 기생할 수 있으며, 그것을 완벽하게 제거할 방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제조사는 소비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만 강조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곤 했는데요. 계속해서 통조림에 구두충이 나올 경우 식품업체 최초로 제조정지 및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제조사는 내장과 기생충 저감화를 위해 인력을 늘렸고, 그 결과 지금은 통조림에서 기생충 발견 횟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학공치(학꽁치)
동갈치

#. 꽁치와 학공치는 다르다.

꽁치는 동갈치목 꽁치과에 속한 어류입니다. 같은 부류에 속한 물고기로 학공치(=학꽁치)와 동갈치가 있지만, 이들 어류는 각각 학공치과와 동갈치과이며 흰살생선에 가깝다는 점에서 꽁치와 거리를 둡니다. 

 

조만간 학공치에 관해 자세히 다루겠지만, 학공치는 살이 달고 맛있는 흰살생선으로 주로 회와 초밥에 이용되는 반면, 동갈치는 포악한 육식성 어류임에도 불구하고 맛과 생산성에서는 상업적 가치가 높지 않아 적극적인 어획이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꽁치 과메기

#. 저렴하지만 맛과 영양소가 빼어난 꽁치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선 꽁치 大 사이즈 8마리가 5천 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마리당 500원 꼴로 저렴한 편인데요. 이 많은 꽁치들은 어떻게 소비될까요? 

 

사실 꽁치는 개인 소비자들이 그렇게 많이 선호하는 생선은 아닙니다. 저렴하다는 강점은 있지만, 지금은 국민 소득이 높은 데다 굳이 꽁치가 아니더라도 고등어, 갈치 등 맛있는 생선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꽁치는 주로 식당 반찬용으로 선호됩니다. 군부대 및 급식, 학식, 사내 식당 용으로도 선호됩니다. 기억을 돌이켰을 때 집에서 꽁치 구이를 해먹은 적보다는 밖에서 접할 때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예외가 있다면, 꽁치 통조림(찌개 용) 정도가 가정에서 선호하는 품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싱싱한 생물 꽁치는 늦가을~겨울(10~1월)을 제철로 규정하지만, 사실 우리가 시중에서 구매하는 꽁치는 대부분 대만과 원양산 냉동을 해동한 것입니다. 사시사철 유통되기에 제철 개념이 희박한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손질 과메기

해마다 11~1월이면 생산되는 과메기 또한 80% 이상이 꽁치로 만든 것이지만, 대부분 냉동 꽁치를 해동해서 말린 것입니다. 이토록 꽁치는 원양산 및 대만산에 의존하면서 냉동을 주로 쓰지만, 그만큼 저렴하면서 맛도 좋은 서민 생선의 대표 주자로 자리를 지킵니다. 

 

 

주로 갈치낚시 미끼로 쓰이는 꽁치

오죽 흔하고 저렴하면 주낙과 낚시 미끼로도 많이 쓰이는데 이때 쓰이는 냉동 꽁치와 과메기에 쓰이는 냉동 꽁치, 그리고 우리가 시중에 구매해서 먹는 꽁치는 크기와 산지에서 미세한 차이만이 있을 뿐, 맛과 품질면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꽁치구이

보통 10마리 묶음이 7천원 내외이며, 마트에서 판매되는 꽁치는 4~5마리가 4~5천 원 정도에 판매됩니다. 대가리가 작아 살이 많이 나오며, 잔가시가 있기는 하지만, 척추뼈와 함께 제거하면 순살로 발라 먹기에도 적당합니다. 

 

 

식당 반찬으로 자주 등장하는 꽁치구이

보통은 식당(횟집 등)에서 반찬으로 애용되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꽁치 구이이며, 조림과 찌개도 인기가 있습니다. 특히, 보일드 한 꽁치 통조림은 단단한 척추뼈마저 씹어먹기 좋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통째로 넣고 김치찌개를 끓이기 좋은 식재료입니다. 

 

 

서귀포 명물 꽁치김밥

또한. 제주도에서는 꽁치를 통째로 넣은 꽁치김밥이 관광객으로부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영양소라 한다면,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성장 발육과 두뇌회전을 돕는 오메가 3 지방산을 꼽습니다.

 

이 지방에는 IPA와 DHA가 많이 들었는데요. IPA는 체내에서 만들 수 없는 지방산으로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여 혈전을 용해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혈관을 확장하며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늘리거나 혈중 중성 지방을 줄이는데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꽁치와 같은 등푸른생선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면 뇌졸중을 비롯해 고혈압, 동맥 경화, 심근 경색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 외에도 꽁치는 비타민 D, B, E가 많이 포함되고 있어서 빈혈 예방에도 도움을 줍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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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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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31 15:1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비린내가 싫으면 꽁치통조림으로...
  2. ㅅㅎㅇ
    2020.05.30 12:1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잘 읽고 갑니다. 꽁치 통조림에 요즘 꽂혔는데, 원산지가 대만산이라고 적혀있다보니 방사능 걱정을 많이했었는데, 저정도 수치라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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