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와 삭힘이 미학인 생선, 홍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삭힌 생선을 먹는 몇 안 되는 나라라지만, 홍어를 삭혀 먹는 나라는 지구 상에서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홍어는 왜 삭히게 되었을까요? 더불어 가오리와 간재미와는 어떤 관계일까요? 오늘은 평소 궁금했던 홍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국산 참홍어 

#. 홍어를 삭히게 된 까닭
홍어를 삭히게 된 유래는 고려시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당시, 조정에선 백성들을 보호하고자 섬을 비우는 공도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때 흑산도 주민들을 영산강 하류인 영산포로 강제 이주시켰는데요. 이에 흑산도 주민들은 인근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던 홍어를 들고 와야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교통이 불편했고 냉장 시설도 없었습니다. 뱃길 따라 영산포까지 오는데는 4~5일이 걸렸고, 그 사이 홍어는 발효가 돼버립니다. 이것이 숙성 홍어의 시발점입니다. 

 

장원급제를 위해 서울로 가던 선비의 이야기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가지고 있던 홍어가 발효되면서 독특한 냄새를 풍겼는데 먹다 보니 그 풍미가 좋았고 맛이 좋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홍어는 왜 썩지 않으며 독특한 냄새를 발산하는 걸까요?

 

 


#. 썩지 않는 홍어의 비밀
어류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경골어류이고 두 번째는 연골어류입니다. 경골어류는 단단한 척추가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생선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에 연골어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연골’ 즉, 단단한 척추 대신 연골로 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홍어, 가오리, 간재미, 상어 종류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홍어가 썩지 않은 이유와 연골어류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비밀은 ‘요소’에 있습니다. 요소는 여러 노폐물과 함께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연골어류는 이 요소를 소변으로 배출하지 않고 피부로 보냅니다. 경골어류처럼 요소를 배설해 삼투압을 조절하는 것이 아닌, 체내(피부)에 저장해두는 방식으로 삼투압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피부로 간 요소는 암모니아 발효를 거치면서 잡균을 죽이게 됩니다. 보통의 생선은 사후 경직과 이완기(단단해진 근육이 느슨해지는 과정)를 거치고 나면 부패에 접어들지만, 홍어는 암모니아 발효를 거치면서 부패균을 죽입니다. 이 때문에 홍어는 긴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고 발효가 되며, 우리는 상하지 않은 ‘발효된 홍어’ 즉, 삭힌 홍어회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삭힌 홍어회는 매우 독특한 냄새를 발산합니다. 입에 넣자마자 ‘화~’ 하는 느낌에 톡 쏘는 향, 씹고 나서 코로 날숨을 쉴 때 느껴지는 향은 먹어본 자만이 아는 특별한 경험일 것입니다. 최근에는 외국인들도 이 톡특한 홍어회를 유튜브 먹방의 소재로 삼으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물론, 발효된 생선이라고 한다면 청어로 만든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도 있지만, 코를 찌르는 듯한 암모니아 향(일명 뒷간 냄새)으로 먹는 발효 생선은 아이슬란드의 삭힌 상어 요리와 함께 한국이 유일할 것입니다. 

한편, 참홍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삭히지 않고 생물로 이용되는 홍어(간재미) 또한 요소가 나오므로 시간이 지나면 암모니아 향이 납니다. 다만, 간재미는 참홍어보다 크기가 작을뿐더러 요소가 나오는 양과 정도에서 차이가 나므로, 삭히기보다는 활어 및 생물 상태에서 식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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