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일 동안 쓴 뉴칼레도니아 여행기, 마지막회


    4박 6일간의 꿈같은 여행, 그리고 3개월 넘게 써왔던 뉴칼레도니아 여행기가 이제 마지막 회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누벨 칼레도니아'라고 불리는 '뉴칼레도니아' 역시 천국의 섬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가기전엔 설레임을 주었고, 여행을 마치자 뉴칼레도니아는 저에게 또 다른 희망과 목표를 안겨다 주었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때를 생각하니 아직도 가슴벅찬 감동과 추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는게 아닌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뉴칼레도니아는 아름다운 여행지였고 저는 곧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일상'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128일 동안 쓴 뉴칼레도니아 여행기, 마지막회


     


    #1. 조각
    사진으로 찍지 않았다면 지금쯤 산산조각나서 흩어지고 없어졌을 기억들..그때의 기록들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디지털 신호로 남아 있다. 뿔뿔히 흩어져 있었던 단편적인 기억들을 모아본다.




    "호잇! 얍!"

     

    해변에서 무술을 연마하시던..
    저 아저씨는 Fight 자세를 취했고 나는 찍을 자세를 취했다.



    앙스바타 해변을 산책하던 두 여인. 모녀지간일까, 고부지간일까?



    "Hey Girl!"이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숙기가 없는 나. 찍다 들킬까봐 셔터 누르는 손이 떨린다.



    꼬꼬띠에 광장에서 봤던 초등학생. 이때가 오전 11시, 먼발치에 초등학교가 있었고 종이 울린다. 분명 수업시간일텐데 쟨 땡땡이를 친거 같았다. 



    뉴칼레도니아 원주민의 발. 슬리퍼를 보니 살림꾼이다.



    유서깊은 마을 부라이(Bourail). 거기서 만난 꼬맹이. 여행와서 맞은적은 처음이다.



    뭔가 연륜이 느껴지는 강아지 "뉴칼레도니아에서 얼마나 살았어요?"
    .
    .
    대답이 없다.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는 길. 주차된 모습이 진풍경이다. 왠지 핸드 브레이크 최고로 올려놔야 할듯한 분위기



    누메아 시티 한복판에서 본 다가구주택. 왠지 사생활 노출에 민감한듯 여기저기 가려놓은 흔적이 보인다.


    #2. Discovery
    주변은 온통 녹색, 쉼호흡을 한다. 수천그루의 남양소나무에 의해 정화된 공기를 마시며 숲풀을 해치고 들어간다.


    잠시동안 모델이 되어준 앙증맞은 도마뱀

     


    주변을 돌아본다.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앞에 걸어가고 있는 짝꿍 뿐



    이 넓은 세상에 우리들뿐이라면 '공간의 낭비'라고 누가 그랬던가? 이렇게 드넓은 자연, 지금 이 순간만은 우리둘을 위해 있는거 같다.



    찍고 또 찍고..그렇게해서 쓴 여행기였다.



    부서지는 파도에 발목을 담근다. 밀려오는 파도가 마치 생크림같았다. 물이 너무 맑아 마시고 싶은 충동도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정면을 응시했다.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저것은 무엇인가?"


    설마 저거.. 파도인가? 순간 나는 얼어붙은 사람마냥 꼼짝할 수 없었다. 바..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언뜻봐도 4~5미터는 되어 보이는 파도가 지금 내 앞으로 밀려오고 있다. 곧 있으면 나는 위험해진다.



    사실은 보트에 타고 있었다. 편집을 이렇게 해놓으니 정말 위험해 보이긴 하다. 저 파도.. 보트가 정면으로 받았다. 아니 보트가 저 파도를 타고 넘었다. 순간 나는 바이킹 뺨치는 높이의 이격을 당하며 스릴을 느꼈다. 그렇게 멀미를 해가며 낚시를 했고.. 잡은 물고기들은 인간들에게 뼈와 살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피와 부산물은 이렇게 따로 모았다가 상어낚시에 사용할 모양이다. 그냥 한마리의 물고기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바람소리와 따듯한 햇볕에 잠시 눈을 감아본다. 여행의 피로가 쌓여서 일까? 아주 잠깐이지만 졸았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광각렌즈로 이렇게 찍혔다. 의식이 몽롱해진다. 마치 숲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

     

    "날 내버려 둬.. 그냥 여기에 남고 싶어.."



    #3. 나의 현실은 겨우 16메가
    마지막 날 나의 카메라가 드디어 운명하셨다. 그동안 찍어놨던 메모리 칩도 에러가나서 확인이 안된다. 냉혹한 현실은 좌절로 다가왔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4일간 기록했던 수천장의 사진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채 견디기 힘든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메인 카메라는 죽었고, 서브 카메라엔 딱 16메가만 남아있었다. 앞으로 남은 여정을 이 16메가에 담아야 한다.



    뉴칼레도니아의 마지막 여행지인 "블루리버파크". 이제 이곳을 떠난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고 공항으로가서 귀국 비행기를 타게 될 것이다.



    꿈만 같았던 4박 6일간의 여정은 이렇게 끝이 나려나보다. 가는 시간은 붙잡을 수 없는데, 에러 난 메모리가 살아오는것도 아닌데 자꾸만 한숨이 나온다.




    "냉수나 먹고 정신차리자!"

    산기슭에서 내려오는 차디찬 약수맛을 보고 있는 나의 모습. 128일이 지난 지금 봐도 참 "찹찹해 보인다"



    해변으로 가니 첫날 봤던 택시보트가 덩그라니 떠 있다.



    곧 있으면 우린 이 땅을 떠나는데 저 무지개가 왠지 얄밉게 보인다.




    "그만 생각하고 가자 마!"

    이제 뉴칼레도니아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이제껏 먹었던 식사보다도 더 호화스럽고 화려한 만찬을 즐길 셈이였다.




    "바로 360도 회전하는 이곳, 라마다 플라자 레스토랑에서"



    그러나 그 꿈은 보기좋게 깨졌다. 이제 내 카메라 용량은 4메가 남았다. 4메가 남은 똑딱이로 아무리 좋은 레스토랑에 간들 무엇을 찍을 수 있으랴 게다가 지금은 그런 음식을 먹을 기분도 아니였다. 우리는 그냥 시트롱만에 위치한 "퀵"이라는 곳을 찾았다.



    퀵은 벨기에 브랜드의 패스트푸드점이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허기진 배를 채우러 왔지만 우울한 마음은 더 우울해지고 말았다. 앞에 보이는 가족.. 그리고 아이들을 보니 이제 곧 서울로 돌아가야할 내 운명이 갑자기 불쌍하다고 느껴진걸까?



    경제적으로 부유한 유러피언들이 이곳에 보금자리를 구해서 살고 있다는 뉴칼레도니아의 누메아 시티. 엄마아빠 손잡고 들어오는 금발머리 아이들이 왜 자꾸 부러운걸까 쟤네들은 알까?

    "너네가 사는 이곳 정말 좋고 아름다운 곳이야"



    에러난 메모리 생각에 햄버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바로 옆 테이블에 노트북을 치고 있는 한 여성이 보인다. 한참을 고민하다 나는 그 여성에게 잠시 말을 걸었다. "익스큐즈미~! 봉수아~!" 내가 할 수 있는 정확한 언어구사는 여기까지다. 그 이후론 있는것 없는것 쥐어 짜내서 현 상황을 설명했고 에러난 칩에 사진들이 무사히 있는지 확인만 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그녀의 노트북은 워낙 구형이라 USB를 연결할 만한 장치가 없었다.

    "결국 집에 가야만 확인이 되는 상황.. 비행기 안에서 잠이나 제대로 올까?"



    고개를 떨군 나. 짝꿍의 신발은 블루리버파크의 흙 때문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침묵하던 우리는 잠시동안 시트롱만 해변을 걸었다. 퀵에서 햄버거 세트를 사가지고 나온 한 가족이 해변에 앉아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던 우리부부는 순간 눈물이 나올뻔 했다.

    "우리 뉴칼레도니아로 이사와서 살까?"
    "풋.. 만약 가능하다면 살수 있을까?"
    "못할것도 없지 뭐, 다만 돈이 문제지"

    선착장을 보니 밤낚시를 하러 온 분이 계셔서 잠시 낚시하는 광경을 지켜봤다. 방식을 보니 인조미끼로 던지고 감는 루어낚시였는데 십여분을 그렇게 하다가 한마리도 못잡자 그냥 가버렸다. 내가 봐도 해변가에 덩그라니 나와있는 선착장은 포인트가 아닌듯 싶었다.



    이제 뉴칼레도니아 통투타 국제공항에 왔다. 카메라 용량이 이제 얼마 없다. 가면서 기내식이라도 좀 찍어두려면 사진 사이즈라도 줄여서 찍어야 했다. 남은 뉴칼레도니아 화페를 원화로 바꾸려고 하는데 환전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줄지를 않는다. 보딩 시간은 다가오는데 환전소 직원은 사람 줄이 그리 많은데도 웃으며 여유까지 부리는 모습이 얄밉다.



    오는 길은 내립다 잠만 잤다. 자다 깨우면 먹고, 또 자고..



    밤새 태평양을 가로지른 비행기는 어느새 일본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기내에 불이 켜지고 아침식사가 나온다. 우린 앉아서 그저 받아먹는 일 외에 달리 할일도 없었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동해를 지나 곧 있음 인천공항에 도착할 기세다.

    "이렇게 끝나는군"



    #4. 128일 후..


    2010년 11월 16일 새벽 3시. 나는 마지막 여행기를 쓰고 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나의 모습은 피곤한 삶을 살고 있었다. 프리랜서로 전향한 우리부부.. 특히 와이프는 갑자기 쏟아지는 일복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른다.



    방금전까지 일을 하다 지금은 잠들어버린 아내.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오전 10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밥먹는 시간 이외엔 하루종일 앉아서 일만한다. 나도 블로그 운영을 제대로 하기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난다. 오늘도 3시간 자고 일어나겠군..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 수정인지 모르겠다. 아예 다시 그려달라는 수정이라니 정말 해도해도 도가 지나친 수정에 진절머리가 난다. 이 업체 다시는 일 안받으리라.. 요즘 와이프 모습이 안됐다. 편하게 살게 하고 싶다.

     

    여행을 다녀 온 128일 후 우리부부의 현재 모습입니다. 우리가 뉴칼레도니아에 가서 농사지으며 살것도 아닌데 별 수 있나요 ^^;; 지난 6일간의 여행이 참으로 행복했구나 실감이 나더랍니다. 프리랜서 일도 경쟁, 블로깅도 경쟁, 심지어 낚시 포인트도 경쟁.. 경쟁의 홍수속에 살고 있습니다.

    #. 마치며..
    이제 제 스스로가 설정해놓았던 뉴칼레도니아 여행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난 128일동안 22편의 여행기를 썼고, 19편의 뉴칼레도니아 에피소드를 썼습니다. 여행기는 여기서 마치지만 앞으로 신혼부부를 위한 뉴카레도니아 여행정보가 두세편 정도 더 올라갈 예정이며 그것까지 다 올라가면 모든 포스팅은 끝이 나게 됩니다. 이후에도 제 카테고리 "뉴칼레도니아 여행"에서 글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 여행기를 봐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74)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3)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29 17:01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