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미슐랭 맛집] 홍콩 최고의 딤섬맛집, 팀호완
    기다리는데만 세시간, 미슐랭 맛집은 이래도 되나



    홍콩하면 딤섬, 딤섬하면 홍콩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곳에 가야 제대로 된 맛집에서 먹었다고 할 수 있을까? 요즘은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속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수많은 홍콩 딤섬 맛집들이 즐비한데요. 그러다보니 햇갈리는건 당연. 하지만 딤섬에 한해서라면 고민을 덜만한 곳이 있다고 합니다. 이미 맛으로는 내 외국인을 막론하고 "검증"이 된 곳이지만 그만큼 불편도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곳에는 어떤 맛, 어떤 불편들이 있는 걸까요?

     
     

    미슐랭 맛집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더 유명해진 이곳은 홍콩 최고의 딤섬맛집이라 불리는 "팀호완". 이미 분점을 여러곳에 냈지만 이곳은 "본점"으로 홍콩 구룡반도의 몽콕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후에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줄을 피하고자 가게가 오픈하는 시간보다 더 일찍 찾았는데요. 보시다시피 줄이 끝이 없을 정도. 이런 진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현재 시각 오전 9시 30분. 한차례 러시아워가 지나간 직후인데도 출근길 인파는 여전히 많은 거리입니다. 출근하는 행인들이 이 희한한 광경을 쳐다보곤 하지만 사실 이곳 사람들에겐 그닥 대수롭지 않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저는 1시 50분에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왔는데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습니다.





    현재 시각 오전 9시 39분 인증샷! 팀호완의 가게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일찍오면 줄을 안서도 되겠다는 제 생각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입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문이 열리고 20여명이 일제히 입장. 그런데도 줄이 줄어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메뉴판을 나눠주세요. 제가 손에 든건 외국인용 메뉴판, 저 뒤에 보이는 초록색 종이는 내국인용 메뉴판입니다. 이렇게 사전에 먹고 싶은 메뉴를 체크하서 나중에 제출하면 됩니다.


    가게가 오픈하면서 줄은 점점 늘어났는데 그 길이가 100m는 족히 됩니다.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 많은 인파들에게 번호표를 매기고선 전부 해산시켜버리는 센스! 앞으로 한시간에서 두시간 이상 걸리니 그 사이 쇼핑이라도 하고 오라는 심산. 저는 27번을 부여받았습니다. 제 앞으로 26팀이 대기중인 것입니다. 이때만 해도 겨우 26팀 정도는 금새 소화할 줄 알았습니다.


    홍콩 최고의 딤섬 맛집이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 팀호완

    2010년 "미슐랭 가이드 원스타"를 받았다.

    팀호완은 미슐랭 가이드 별 1개를 받아 더 유명해졌습니다. 그동안 미슐랭 가이드가 고급 레스토랑을 위주로 별점을 부여해 온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서민적인 가게에 별점을 부여한건 극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슐랭 가이드 별 1개가 가지는 의미는 실로 대단합니다.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란?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발간하는 맛집 가이드로 세게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레스토랑 평가서로 매년 3월 초 발행되며 연간 60만부 이상 팔리고 있는 권위지입니다. 등급표시는 포크 5개와 별 3개로 포크 5개 보다 더 높은게 별점 1개이며, 별점 3개가 최고점입니다. 선정 기준은 재료, 조리, 맛, 창의성, 가격 대비 만족도 등 복합적인 요소로 매긴다고 합니다.

    - 별점★ : 후보 식당 중 특히 맛있는 집
    - 별점★★ : 멋 곳까지 방문할 가치가 있는 훌륭한 집
    - 별점★★★ : 맛을 보기 위해 여행할 가치가 있는 탁월한 집



    갑자기 재래시장이 나와 의아해 하셨을 겁니다. 한시간을 기다려도 대기순번이 줄지 않자 저는 재래시장으로 쇼핑을 다녀 왔습니다. 그리고나서 두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팀호완에 입장할 수 있었는데요. 도대체 내 앞으로 26팀 밖에 없었는데 세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이유가 뭘까?


    이런이런.. 테이블이 정말 몇 개 안됩니다.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는데 합석은 기본. 또 한가지 시간이 지연된 이유는 이 집은 주문을 받은 후 딤섬을 찝니다. 주문 받기전에는 미리 쪄놓는 법이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 최고급 호텔 수준에 준하는 딤섬맛을 볼 수 있다고는 합니다. 이 집 창업자가 최고급 호텔인 "포시즌스"의 출신임을 감안한다면 맛에 대한 고집이 어떠한지는 알 수 있는 대목.

    그런데 이 집을 처음 찾는 외국인들은 딤섬이란 음식의 양이 매우 적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요? 현지인들도 많이 찾지만 소문듣고 찾아온 저 같은 외국인도 많습니다. 문제는 딤섬이라는 음식이 혼자서 여러개를 시켜 먹었을 때 포만감이 오는데 그러한 특성을 모르는 건지 처음 주문할때 1인당 한개의 메뉴만을 주문해서 먹다가 양이 안차서 추가로 주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먹다보니 양이 안차서 추가주문! 또 먹다보니 옆 사람께 맛있어 보여 추가 주문! 이런식으로 오더가 나오고 또 오더를 받아야만 찌기 시작하니 테이블 회전률이 굉장히 않좋습니다.

    뒤에서 줄줄이 기다리는 손님들이 언제 자리가 나나 싶어 수시로 들여다보는 상황인데도 빨리 먹고 나가라는 눈치하나 없습니다. 이렇게 숨막히게 바쁜데 이 집 종업원들은 웃음과 친절을 잃지 않으면서 손님들을 대하는 여유를 보입니다. 좋게 말하면 유명 맛집만큼이나 이미지 관리 능력도 탁월. 물론 그것이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불편을 줄 수도 있지만 바쁜 와중에도 손님을 대하는 예우가 좋습니다.




    자리는 몇 안되는 테이블인데다 비좁다보니 앉기엔 불편합니다. 저 같은 여행객은 기본적으로 배낭에다 카메라까지 있어 더더욱 그러합니다. 어떻게 비집고 들어가 겨우 자리를 하면 구석에서 나오는 사람 때문에 다시 일어나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합니다. 이곳에선 합석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합석은 홍콩에선 이미 겪어 온지라 이제는 익숙합니다. ^^


    테이블 기본 셋팅, 차를 따라주는데 홍콩의 대부분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차는 모두 유료다. (팀호완 차는 $2로 매우 저렴)

    Baked bun with BBQ Pork(챠슈빠우), $15로 약 2,200원

    저는 처음부터 한꺼번에 3개의 음식을 주문하였습니다. 실은 이 집에서 뭘 시켜먹어야 할지 한국에서 출발할 때 이미 정하고 왔습니다. 갠적으로 꼭 먹어보고 싶었던 메뉴들인데요. 첫번째로는 챠슈빠우로 뜨끈한 빵이 3개가 서빙됩니다.


    정말 독특했다고나 할까. 아니 별미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소한 버터향이 나면서 살짝 소보루 질감이 섞인 빵 속엔 저렇게 챠슈를 썰어 넣은 속이 들었는데 달콤하면서 따듯한 BBQ 소스 맛입니다. BBQ소스의 돼지고기와 버터 번의 조화라.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


    그 맛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한가지 분명한건 제가 느낀것도 그렇고 이 집을 다녀간 다른 리뷰어들의 의견도 그렇고 꽤나 먹을만 했다는 평가입니다. 이것은 십중 팔구는 후회없을만한 선택이라고 보여집니다. 팀호완, 제가 미슐랭은 아니지만 칭찬드릴께요. ^^;


    Steamed fresh shrimp dumplings(하까우), $22로 약 3,200원

    두번째 메뉴는 하가우로 이 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새우 딤섬입니다. 보기에도 촉촉하게 쪄낸 만두피속에 탱글할거 같은 속살이 느껴지는데요. 일단 아무것도 찍지 않고 시식을 해봅니다.


    새우의 탱글탱글한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속실. 4개 뿐이여서 매우 아쉬워 하나 더 시켜 먹고 싶게 만드는 그런 딤섬이였습니다.


    Pan-fried turnip cake(무우 프라이), $18로 약 1,800원

    좀 특이하죠? ^^ 그을린듯 부쳐버린 겉 표면속엔 부들부들한 무우가 덩어리째 프라이되어 나온 음식으로 먹었을 때 그 질감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재료를 몰랐다면 이것이 무우로 만들었는지 모르고 넘어갈 정도인데 매쉬 포테이토의 무우 버전같기도 하구요. 어떻게 무우를 가지고 이런 질감을 낼 수 있지?


    일단 무우는 갈아서 쪄낸 후 어묵 만드는 방법처럼 문어 쪼가리 좀 넣고 반죽한거 같았고, 그것을 네모난 틀에다 넣어 모양을 낸 것을 프라이팬에 지져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뿐 정확한 방법은 모릅니다. ^^


    그 식감이 매우 크리미했고 무우의 시원한 맛이 감돌았지만 잘근잘근 씹히는 문어에선 다소 꼬릿한 맛이 느껴졌던 음식. 그래서 그 꼬릿한 맛에 호불호가 갈릴 듯한 느낌입니다. 실제로 팀호완의 무우 프라이에 대한 반응은 예상한대로 호불호. 저 역시 그다지 맛있게 먹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독특한 음식 체험했구나 싶습니다. 세명에서 이거 하나 시켜놓고 한점씩 집어 먹기엔 적당해 보입니다.



    홍콩 딤섬의 명물, 팀호완(위치는 아래 지도 참고)

    이 집에서 기다리지 않고 음식을 드시려면 오픈 한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줄을 스셔야 할거 같습니다. 저 처럼 조금만 늦어도 두시간, 많게는 세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거든요. 여기서 시간을 꽤 많이 낭비하는 바람에 한국행 비행기를 놓칠 뻔 했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 집을 방문하고 난 저의 솔직한 심정. 정말 세시간이나 기다려가면서 먹을만한 가치가 있을까? 어차피 이곳까지 온 이상 포기하기엔 아까우니 한시간 정도 기다려서 먹을만한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확실히 이 집 음식들은 깔끔하면서 세련된 맛을 보이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만큼 포시즌스 호텔경력의 내공도 무시못합니다.


    하지만 이 집이 미슐랭 원스타라면 우리나라에 원스타 받을만한 곳은 정말 허다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국 음식점에 대해선 미슐랭에 의해 100여 군데 정도만 언급 되었을 뿐 아직까지 별점을 부여받은 곳이 단 한곳도 없습니다. 홍콩과 일본엔 미슐랭 별점을 받은 곳이 많은데 비해 한국은 어째서 한군데도 없을까? 물론 미슐랭 가이드만으로 맛의 본질을 매길 순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신뢰도가 높다는 권위지에서 한국 음식점에 별점을 부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자존심" 측면에서만 생각해 봐도 꽤 부아가 치미는 현실입니다. 우리 음식들이 그들에 비해 부족한게 뭐가 있을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 집이 별점 한개면 한국의 몇몇 음식점 중에선 별점 3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역시 '한식의 세계화'란 측면에서의 부재가 아닐까? 지금 많이 나아졌다곤 하나 여전히 불고기, 비빔밥과 같은 친외국인 입맛에만 의존하는 음식만으론 창의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기존의 전통 음식을 새롭게 재해석해서 맛은 압축시키고 모양은 간결화하는 '분자요리'같은 형태도 좋습니다. 한입 크기와 세련된 디스플레이를 선호하는 외국인의 취향에 맞게끔 기존의 음식들을 재 포장, 그들의 입맛에 맞게끔 개발해 내는 것도 필요할테구요. 일본엔 '스시', 홍콩엔 '딤섬. 모두 한입 크기로써 매우 단순하지만 먹을때의 편의성과 시각적인 요소들을 한데 갖춘 음식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음식을 어떻게 포장해야만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스시와 딤섬에서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습니다. 한국 음식은 별점으로는 매길 수 없는 세월의 맛이 있고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습니다. 어느 타이어 회사에서 부여하는 별점 따위를 우리음식이 못받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미슐랭 원스타 맛집기행은 그렇게 세시간의 진통끝에 마무리됐습니다. 맛집이란 이렇듯 철저하게 만들어지는 것이구나~ 라는 것도 세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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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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