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을 각오로 쓰는 울릉도의 유명 맛집들


    최근들어 토요일마다 쓰고 있는 울릉도 맛집 기행입니다.
    어제 파르르님께서 "가짜가 판치는 제주도 음식점, 그 불편한 진실" 에 대한 글을 쓰셨는데요. 
    저도 얼마전 제주도에서 만난 가이드님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일정 커미션을 받고 단체 관광객들을 
    맛집에 소개시켜주는 여행사 행태도 행태지만 문제는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거 없다고 유명세에 비해 맛과
    서비스는 확연히 떨어진다는 점과 터무니 없이 비싼 음식값에 원산지까지 속이는 양심불량 업소들이 꽤 있다
    고 합니다. 그리고 몇몇 파워블로거들의 개념없는 맛집 리뷰등으로 포장은 포장대로 하면서 막상 찾아가 보면
    실망 덩어리인 음식점도 상당합니다. 

    이런말 하면 꼭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관광지 음식점들이 다 그렇지. 모처럼 여행왔는데 솔직히 돈쓰러 오는거지 이럴꺼면 뭐하러 돈 주고 사먹나.
    차라리 코펠가져가서 밥 해먹지"
    라는 아주 무책임한 말을 하곤 합니다. 그 분들은 먹는거 가지고 사람을 속이는 얄팍한 상술도
    "관광지니깐" 이라는 말 하나로 합리화시킬 수 있는 관대함(?)을 가졌나 봅니다.
    "한철장사", "뜨내기 손님" 위주로 장사하는 집들은 계속 그렇게 장사를 하던지 제가 알바 아닙니다만, 음식점을 운영하나 그걸 먹고 
    글을 쓰는 블로거나 최소한 양심은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오늘 제가 글을 쓰고자 하는 내용의 본질은 앞서 말했던 것과는 약간 다른 측면이긴 한데요.
    이것도 유명맛집이라고 찾아갔는데 실망만하고 나왔다는 점에서 결국 비슷한 얘기가 되겠습니다.
    울릉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진미가 있는데 홍합밥, 약소불고기 그리고 울릉도 오징어 입니다.
    울릉도 오징어로 만든 음식으로 가장 유명한건 "오징어 내장탕"이고 ([울릉도맛집] 울릉도가면 먹어볼만한 오징어 내장탕)
    그 다음으로 손님들이 많이 찾는건 "오삼불고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오삼불고기가 맛있기로 제법 유명한 집을 찾아갔습니다.
    아마도 울릉도를 여행하신 분들 중 이집 안거쳐가신 분들은 많지 않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울릉도에선 세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곳인데 홍합밥, 울릉도 내장탕으로 유명한 해운식당과 오삼불고기, 약초 해장국, 따개비밥으로 유명한 99식당입니다.


    울릉도를 대표하는 울릉도 대표 맛집 99식당

    SBS, KBS등 공중파 방송을 타고 유명해진 울릉도 맛집
    99식당은 자체적으로 개발해 특허를 낸 약초 해장국과 울릉도 별미 중 하나인 따개비밥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특허라곤 하나 결국 다른 음식점에서도 이름만 다를 뿐 엉겅퀴를 이용한 해장국을 팔고 있긴한데요.
    아무튼 이 집은 이 두가지 말고도 오삼 불고기가 맛있다길래 검색을 통해 찾아갔던 곳이였습니다.


    울릉도에서 밥을 먹다보면 늘 느끼는 거지만 메뉴판이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가격도 "의미가 없습니다."
    도동항에 있는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같은 메뉴에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저는 오삼불고기 2인분을 시켰습니다. 1인분에 14,000원. 아무리 섬지역 물가가 비싸기로서니 자연산 홍합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오삼불고기 14,000원은 해도 너무한다 싶습니다. 그리고 이 집만 유별나게 1천원이 비싸요.
    그래도 명색이 울릉도 오징어가 아닐까..육지의 오삼불고기와는 다른 뭔가가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찬은 단촐하며 깔끔하다
    14,000원짜리 2인분을 시켜 먹는데 나오는 찬은 고작 6개. 물론 오삼 불고기를 먹는데 많은 반찬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울릉도에 오면 흔하게 먹는다는 명이나물 정돈 기대를 했것만 여기서 가장 울릉도스러운 반찬이라곤 하단 중앙에 있는 
    부지깽이 뿐입니다.
     

    오삼불고기 2인분 28,000원

    울릉도에서 먹는 오삼 불고기는 왠지 특별할거 같단 생각이 죄라면 죄일까..
    아무런 개성도 특별함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 연신내 불오징어로 유명한 집에 대해 "1인분 6천원에 오징어양은 너무 각박하다" 라고 불만을 토로 했었는데 이 날 오삼불고기를
    보면서 연신내 불오징어가 얼마나 양많고 저렴한지를 깨닭았을 정도랄까요. 게다가 양념이 달아서 먹는 내내 거슬립니다.
    본디 양념맛이란게 호불호가 갈릴만하기에 취향이 다르다 하더라도 언급 안하고 넘어가려고 했것만 이건 달아도 너무 답니다.
    그 단맛이란게 양파가 익으면서 나오는 정도라 여겼다면 특별히 제 블로그의 지면을 할애해서 글을 쓰진 않았을 것입니다. 
    함께 식사를 했던 와이프도 "좀 심하게 달다" 라 느꼈을 정도니.. 하지만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라 생각하렵니다.
    맛적인 측면도 그렇지만 이것이 과연 1인분에 14,000원을 주고 먹어볼만 하냐는데 있습니다.
    이렇게 시켜먹어도 공기밥은 별도입니다. 물어보니 안주로 시키는 손님을 위해서라는데 핑계한번 기가 막힙니다.
    결국 이거 2인분에 밥 볶아 먹고 소주 한잔 걸치니 두명에서 어리버리 34,000원 나오는게 왠지 씁쓸해집니다.
    가격이 문제라기 보단 맛과 내용물에 대한 실망이 큰 것입니다.



    울릉도에서 꼭 먹어보라는 약소불고기 혹은 로스구이..
    로스구이 1인분에 20,000원 이니 2인분을 시켜봅니다. 그런데 최소 3인분 이상 시켜야 한다네요 ^^;
    두명이라 고민이 되었습니다. 들어갔더니 마침 단체로 관광객들을 받아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제 와야 하냐고 했더니
    우리집은 최소 하루전에 예약해야 한다며 정 오고 싶으면 점심때 오라고 하더군요.
    문전에서 손님에게 말하는 말투도 그렇고 영 4가지가 없습니다. 툴툴대는 말투가 좀 거슬렸는데 늘 관광객들로 꽉 차 있다보니
    바빠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보니깐 단체 관광객들 다 이리 보냈더군요.)


    홍합밥 13,000원
    그리고 울릉도에서 꼭 먹어봐야 음식이 있다면 단연 "홍합밥'을 들 수 있습니다.
    울릉도의 자연산 홍합은 수심 20m이하에서 자생해 스쿠버 다이빙을 하거나 해녀분들이 직접 들어가서 따야하므로 단가가 비쌉니다.
    듣기론 5알 정도가 3천원가량 한다던데 그게 정확한 가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울릉도 홍합이 알도 굵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따야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홍합밥 1인분에 13,000원을 받는데 이 가격은 도동항 주변 식당이 거의 똑같습니다.
    둘이서 먹을 경우(대부분의 음식들이 기본 2인 이상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슴) 드시면 어리버리 26,000원, 그리 싼 가격은 아닙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건 가격이 아니라 음식의 퀄리티 입니다.
    밥은 잘 지어져서 밥맛은 좋을지 몰라도 손톱만하게 잘게 썰어진(다졌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홍합에서 어떻게 자연산 홍합의 맛을
    느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양도 각박하게 들어간데다 이런건 순전히 간장양념에 밥 비벼먹는 맛으로 먹는게 아닐까 싶어요.
    일전에 홍합밥에 관한 포스팅을 했었는데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사실 윗분의 의견이 틀린말은 아닙니다. 도서지방이란 점을 감안하신다면 물가가 비싼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13,000원 짜리 홍합밥이 비싸다 생각하면서 15,000원짜리 파스타는
    또 잘 사먹지 않습니까?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음식이란건 이유야 어찌됐건 먹는 이들이 만족해야 그게 음식인 것입니다.
    가격이 얼마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먹는 손님들이 식사를 마친 후 기분좋은 마음으로 음식점을 나서며 다시한번 간판을 확인한다면
    그게 맛집이 아닐까요? 그 가격에 그 음식이 만족스럽다면 13,000원이 아니라 그 두배를 받아도 상관없는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일단 공중파 3사를 통해 홍보가 됐으니 도동항으로 몰리는 손님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가게는 바글바글합니다.
    여기에 맛집 블로거들까지 가세해 장점만 모조리 늘어놓고 있으니 미디어 덕을 톡톡히 본 셈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진짜 음식에 만족하고 가셨던 분들은 몇 명이나 될까요?

    완도에 가면 전복죽이 유명합니다. 전복 내장으로 제대로 쒀서 만든 전복죽이 한그릇에 12,000원 , 조금 비싼 곳은 15,000원 가량 합니다.
    하지만 전복죽이 15,000원이라고 한들 제대로 만들어진 한그릇을 보고 누가 뭐라 그러겠어요.
    내장으로 잘 쒀져 푸릇한데다 전복살이 모자르지 않게 들어가 있는 전복죽이라면 보약이나 다름없으니 15,000원이란 금액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에서 파스타를 주문하면 보통 15,000원~19,000원 가량 합니다. 전 그 돈 내고 파스타 먹고도 불평불만 한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먹어보니 만족스럽거든요. 가격의 압박은 있지만 정확한 레시피와 정성이 들어간 파스타라면 그런 가격에서도 수긍이 갈 것입니다.


    울릉도 독도반점의 자연산 홍합짬뽕 10,000원

    울릉도 독도반점의 자연산 홍합덮밥 12,000원
    그런데 울릉도는 그 고장의 대표적인 해산물인 자연산 홍합의 장점을 생색내기로만 사용하는건지 아니면 단순히 고가 전략인건진
    모르겠지만 메뉴에 울릉도 홍합이 들어갔다하면 가격은 엄청 뛰는데 비해 막상 먹어보면 그 기대감은 허무함으로 변해버리곤 합니다.
    언제나 수요에 비해 물량이 딸린다는 울릉도 자연산 홍합. 제 생각엔 차라리 홍합밥의 가격을 더 올려서 15,000원으로 받아도 좋으니 
    파워블로거들의 표현을 빌려 "홍합의 그윽한 향과  쫄깃한 식감" 한번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음식이였으면 좋겠습니다.
    홍합알 2~3개를 잘게 썰어서 홍합밥 한그릇 만드는 것 보다 차라리 가격을 올리더라도 홍합알을 각박하지 않게 넣어 제대로 만드는게
    어떨까요. 그 지역의 특산물을 부각시키려면 단지 비싸게만 받을게 아니라 먹는 사람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울릉도의 홍합은 확실히 훌륭하긴한데 대부분의 음식들이 이것의 장점을 못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울릉도의 자랑거리, 오징어물회 12,000원
    사실 이런 글을 쓰기까진 적잖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맛집이란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다 보니 이 글을 보는 불특정 다수의 생각을 수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맛있다고 칭찬해도 욕먹고, 맛없다고 불평해도 욕먹는게 맛집 포스팅입니다. 하지만 입맛이란게 절대 다수까진 아니여도 10중 8정도의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이 있을거라고 봅니다. 자신이 직접 맛보고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쓸 수 있다면요.
    울릉도 음식점에서 느꼈던 점들을 요약해 보면 가격대비 만족감이 부족하다는 점. 가격 단합을 한건지 몰라도 울릉도 여행의 중심지인 도동항은
    늘 관광객들 대상으로 손님맞이를 하다 보니 가격도 높고 메뉴들이 다들 비슷하다는 점.
    한마디로 유명세를 치르는 울릉도 맛집들은 즐비하지만 모두가 똑같아지고 있기에 개성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도동항의 식당가들이 예전에는 순수 맛집이였을지 몰라도 어느순간 방송을 타고 유명세를 치르면서 한철장사에만 최적화되어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관광지의 식당이기 전에 내 고장의 '로컬음식'을 외지인들에게 소개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각광받는 관광지일수록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로컬음식을 드시고 만족해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당장의 돈벌이보단 더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최 남단 섬 마라도는 해물 짜장면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한번 불티나게 알려진 이후 지금은 우후죽순으로 업소들이 생겨나 관광객
    유치에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라고 합니다. 바람의 섬 마라도에서 차이나타운을 방불케하는 거리풍경은 돈이 되면 물불 안가리리는 새태를
    보여주는거 같아 쓴 웃음이 나옵니다. 뭐든지 과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법.
    지역 특산물의 우수함이 얄팍한 상술에 얼룩진다면 언젠가는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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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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