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 나폴리식 화덕피자를 하는 곳은 많지만 이것을 제대로 구사하는 집은 몇 안되는 걸로 압니다.
본디 나폴리식이라 해도 이태리 음식 정도로만 여겨졌는데 알고보면 그 지방의 특색을 알 수 있는 이태리
남부 지방의 대표적인 로컬음식입니다. 물론 그것은 본토에 가깝게 조리하였을 때 특유의 맛과 풍미를 느
낄 수 있겠지만요. 그래서 오늘은 국내 몇 안되는 전통 나폴리 음식을 표방하고 있다는 곳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카테고리 관련 글* ☞ [일산/갈비탕맛집] 50년 전통 옜날왕갈비탕 ☞ [이승기맛집] 이승기가 다녀갔다는 백반집에 가보니 ☞ [연신내 맛집] 독특한 컨셉의 레스토랑, 몽골리 그릴 ☞ [세부맛집] 만오천원으로 행복했던 필리핀 로컬음식 ☞ [신사동 가로수길 맛집] 장인이 만든 고추장 찌개는 어떤 맛일까? |
전통 나폴리 화덕피자(마르게리따)를 제대로 만드는 곳, 도셰프
우리가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르게리따 피자는 역사는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보이의 여왕 마르게리타(Margherita)는 움베르토 1세와 함께 나폴리를 방문하였는데요. 당시 최고의 요리사였던 '돈 라파엘 에스폰드'는
여왕을 위해 피자를 만들었는데 이태리 국적기를 상징하는 초록색, 흰색, 빨간색으로 재료를 토핑하였고 이것을 맛본 여왕은 매우 기뻐했다고
합니다. 그 후 이 피자는 여왕의 이름을 따서 '마르게리따' 피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와선 수많은 나라들이 이 마르게리따 피자를
만들어 판매하고는 있지만 전통적인 '마르게리따'를 만드는덴 몇 가지 철칙이 있습니다.
첫째, 마르게리따의 핵심이 되는 치즈는 아페니노산맥 남쪽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짜렐라 치즈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
둘째, 크러스트 반죽은 손으로 해야 하고 그 두께는 2cm를 넘어가면 안된다는 것.
셋째, 초록색을 형상하는 토핑재료는 바질잎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
넷째, 반드시 장작화덕에서 구워야 하며 전기화덕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솔직히 위의 조건을 모두 지켜서 만드는 곳. 국내엔 몇 곳 없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오늘 찾아간 곳은 나폴리식에 가장 근접한 피자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에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 분위기부터 살펴보구요.
논현동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이태리 레스토랑, 도셰프
손님이 볼 수 있는 오픈된 공간에서 피자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반죽을 만들곤 후다닥 토핑을 올려
화덕에 굽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프렌차이즈의 피자와는 사뭇 다릅니다. 어디가 어떻게 다른진 아래에 설명드리겠습니다.
레스토랑 정면에는 시원하게 뚫린 오픈키친이 있었고 각자가 맡은 파트를 일사분란하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도셰프 메뉴판
우선 이 집의 주력은 전통 나폴리 화덕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샐러드와 전체요리가 있구요. 뒷장엔 음료와 와인등이 있습니다.
오늘 주문한 음식은 '마르게리따' 피자가 아닌 '엑스트라 마르게리따'피자와 파스타는 '감베리 루꼴라'를 주문했어요.
우선 시원한 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하는데 첫 인상부터 깔끔합니다.
얼음이 가득 든 컵과 시원한 느낌의 유리병으로 물을 따라 마실때 청량감이 돌면서 소소하지만 기분좋은 식사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오렌지 민트 모히또(좌)와 애플민트 모히또(우), 각각 8,000원
모히또는 쿠바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무알콜 칵테일. 여기에 민트와 라임등을 넣어 시원하고 청량감을 살린 캐쥬얼한 느낌의
음료입니다. 전 얇게 슬라이스 된 라임까지 다 씹어 먹었어요. ^^;
감베리 풍기 샐러드, 14,000원
껍질을 벗긴 통통한 새우살과 튀긴마늘, 표고, 느타리, 양송이, 새송이 버섯, 치커리, 비타민으로 보이는 쌈채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여기에 썬드라이 토마토(햇빛 혹은 오븐에 말린)가 포인트 역활을 해줬습니다. 감베리 풍기 샐러드는 이렇게 여러가지 재료를 한번에
집어서 먹게 되면 다양한 식재료에서 나오는 풍미를 느낄 수 있는데 다소 묵직하면서 짭쪼름한 소스는 발사믹이란건 알겠는데 그 이상은
어떻게 한건지 도저히 알길이 없어 물어봤더니 관자를 이용한 소스라고 합니다. 여기에 살짝 꼬릿꼬릿한 풍미가 더해 상당히 맛있게
먹었던 샐러드인데요. 치즈는 파르미지오 레지아노 치즈를 갈아서 뿌렸졌습니다.
사실 이전까진 나폴리 스타일이란게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 생각했는데 이태리에선 나름 확고한 로컬푸드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깐 지중해와 인접한 나폴리는 항구도시로써의 특징과 함께 해산물을 많이 쓰고 특유의 묵직하고 강한 맛을 낸다는게 이태리 북부와는
차이점이라고 합니다. 조금 터프하다고나 할까요. 우리나라로 치면 경상도와 전라도와 같은 남도지방 스타일로 비견된다고 하면 아마 이해가
쉬울듯 해요. 그리고 우리가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고를 때 다소 생소한 단어들을 보곤 하는데 그리 어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베리 = 새우, 풍기 = 버섯, 뽀모도로 = 토마도, 알리오 = 마늘
그리고 모짜렐라까지, 요 대부분이 이태리 음식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식재료들이기에 메뉴를 고르고 이해하는데 수월하실듯 합니다.
엑스트라 마르게리따 피자, 19,000원
100% 버팔로 소젓으로 만든 치즈는 수분 함유량이 많아 보시다시피 피자 토핑에 과다한 수분과 올리브 오일이 흥건하다.
마르게리따와 엑스트라 마르게리따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주된 토핑재료인 "모짜렐라 치즈" 인데, 일반 모짜렐라 치즈가 올려지는
마르게리따에 비해 엑스트라 마르게리따는 '100% 버팔로 치즈'가 올려진다는것입니다.
혹시 버팔로 치즈가 버팔로라는 소 젓으로 만든 치즈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합니다. 저도 모짜렐라를 갠적으로 사다 집에서 카프레제와 같은
음식을 해먹어서 아는데요. 버팔로 치즈는 약간 과하다 할 정도로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매우 촉촉한 상태를 가진다는게 특징입니다.
여기에 일반 모짜렐라에선 느낄 수 없는 산미와 짠맛이 더해 오히려 고소한 풍미를 최고로 이끌어내는 고급 치즈인데 단점은 유통기한이
일반 모짜렐라에 비해 짧다는 것. 하지만 유통기한과 냉장보관 상태만 잘 유지한다면 일반 모짜렐라에선 느낄 수 없는 그윽한 고소함을
맛볼 수 있는데 바로 그 버팔로 치즈가 듬뿍 올려진게 이 피자가 되겠습니다. 때문에 위 사진을 보시면 수분이 아주 흥건할 정도로 차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 촉촉함과 고소함이 더해진 피자로 제가 그동안 먹었던 씬 피자들은 말만 마르게리따지 제대로 된게 아니였음을 알았습니다.
여왕이 먹고 매우 흡족했다던 마르게리따 피자는 이태리 국적기를 상징하는 세가지 컬러를 염두하고 토핑한게 오늘날 마르게리따 피자의
주 재료가 되었습니다. 바질잎(초록색), 모짜렐라 치즈(흰색), 토마토(붉은색)가 그것입니다.
부풀어오른 도우의 가장자리는 저렇게 살포시 탄듯한 느낌으로 먹어야 그 바삭함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나폴리 지방의 피자들은
이보다 좀 더 태운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탄 음식에 대해 안좋은 인식들이 있어 그렇게까지 태우진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태운 음식이 안좋다는건 고기와 같은 육류지 밀가루가 탄건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따듯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 배려가 인상적입니다.
제대로 된 마르게리따는 토핑재료가 매우 단순합니다. 이는 많은 식재료가 믹스되어 어설픈 맛을 내는것 보다 두 세가지 재료만으로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게 한 어찌보면 단순명료한 음식이 아닌가 싶어요.
좋은 치즈를 사용하고 향이 좋은 바질을 띄운 후 직접 으깨서 만든 토마토 페이스트만으로 간을 맞춘다면 그 이상 뭐가 필요하겠냐는게
전통 나폴리 피자가 지향하는거라 봅니다. 저도 처음 피자맛을 들였을땐 이것저것 많이 들어간것을 주로 먹어왔지만 특히 리치골드인가
하는 고구마 퓨레와 치즈 바이트와 같은 것들은 갠적으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맛없는 도우를 맛있게 먹기 위해 고안된 토핑이지만
진짜 피자가 맛있으려면 도우 자체가 맛이 좋아야 한단 사실. 그런점에서 이 집의 피자는 갠적으로 꽤 흡족하였습니다.
감베리 루꼴라, 16,000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베이스로 한 파스타로 루꼴라가 잘게 다져 듬뿍 올려졌습니다.
그 옆으론 토마토와 새우가 자리하구요. 나오자마자 풍기는 향이 약간은 맵습니다.
보통 소스가 흥건하게 젖은 파스타는 이태리 본토와는 거리가 먼데 비해 이것은 본토와 가장 가깝게 조리되었습니다.
다만 전통 나폴리식과 다른점은 그쪽 음식들이 좀 강하고 짭니다. 때문에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다소 순화해서 조리되어야 한다는
것과 파스타의 기본인 간의 세기가 시간이 지나 식어감에 따라 점점 더 짜지기에 그것까지 고려해서 해야 한다는 점에선 매우 충실한
파스타라 생각되어집니다.
포크로 면을 예쁘게 돌돌 말아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어요. 두번 세번을 시도해도 안말려지는 면.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파스타집에서 포크로 돌돌 말려서 드실 정도라면 어느정도 익혀진 상태.
하지만 이 파스타의 면은 꼬들꼬들하다 못해 탄력이 아주 탱탱할 정도였어요. 보통은 면을 살찍 덜 익힌 '알단테'로 내여오면
먹는 동안 면이 어느정도는 불기 마련인데 이 면은 알단테도 아닙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물어봤어요. 저도 갠적으로 집에서 파스타를
만드는것에 아주 큰 관심이 있기에. 사장님께서 흔쾌히 알려주셨는데 건저낸 면을 재빨리 올리브 오일에다 볶는다고 합니다.
이게 손이 많이 가는 이유가 보통은 올리브 오일에다 마늘을 썰어 넣고 푹 익히게 되면 오일에 마늘향이 듬뿍 잠기게 되는데, 이 상태까지
도달하기엔 수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성질급한 손님들을 상대로 오더를 받을 경우 이 조리법은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파스타 하나에 20분은 족히 걸릴 수도 있으니깐요. 그래서 나온 방법 중 하나가 마늘을 아주 잘게 다져서 넣게 되면 마늘향을 끌어 올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겠죠. 그 상태서 면과 함께 재빨리 볶아내면 아주 탱탱한 면빨이 된다는 사실 ^^
그래서 면빨 하나는 제가 먹은 파스타 중에서 가히 최고 수준이라 해도 될 정도입니다. 여기에 살짝 쌉사름한 루꼴라향도 한몫하구요.
다만 파스타를 입에 넣는 순간 훅하고 들어오는 매운 향이 저에겐 조금 거슬렸는데(함께 먹은 일행은 괜찮다고 하나) 페페로치니(이태리 고추를 사용)
의 양을 아주 조금은 줄여주신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새우껍질을 안벗겼길래 그 이유를 물어보니 껍질채 조리를 했을때 새우의 풍미가 오일에 흡수되기 좋아서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새우머리는 당연히 제거하지 않고 조리해야 하는게 맞구요.
전 갠적으로 껍질은 벗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얘길 듣고보니 어느정도 수긍이 갑니다. 또 새우가 그리 큰 사이즈는 아니기에
껍질채 먹어도 된다고 하길래 머리부터 꼬랑지까지 통으로 먹었어요. 이것도 불편하지 않아 괜찮습니다.
남길 수 없었어요. 정말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습니다.
제가 이런 음식을 먹을땐 피클을 무한 리필해서 먹을 정도로 많이 먹는데 이 날은 오히려 남겼습니다.
피클을 한두 조각밖에 않먹은 경우는 별로 없었거든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날은 100년만에 아내님과 영화 데이트를 하는 날.
아직 상영시간까진 시간이 남기에 팥빙수를 하나 시켜놓고 있었습니다.
갠적인 취향이지만 전 팥빙수 비벼먹는게 넘 싫어요 ^^;
이렇게 조금씩 조금식 얹어서 떠 먹습니다. 물론 혹자는 팥빙수는 비벼먹어야 제맛이지~! 라고 하시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니깐요.
근데 팥빙수는 데코레이션이 다소 심심한게 흠. 저와 아내의 의견이 엇갈렸는데. 저는 이 상태 이대로가 심플하니 더 이상의 꾸밈은
불필요하다고 하였고, 아내는 여기서 생과일 몇 조각이라도 얹혀서 내면 심심하지 않아 좋겠다라고 하였습니다.
팥빙수 자체는 빙수위에 미숫가루를 얹혀낸 심플한 방식이지만 맛은 결고 심플하지 않았어요. 우유를 빙수로 갈아낸게 좋았습니다.
팥은 통조림이 아니고 시골에서 재배한걸 직접 공수한 통팥이라고 합니다.
도셰프 찾아오시는 길은 지도 첨부
도셰프 총평
사실 일반적인 파스타와 피자의 가격에서 조금 더 비싼 편입니다. 근데 나오는 음식 상태, 들어간 식재료, 그외 맛등을 생각해본다면
결코 허름하거나 어설프지 않아 가격 값을 한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버팔로 치즈를 사용한 엑스트라 마르게리따 피자는 전통 나폴리식에
근접한 수준이 아니라 그 자체였습니다. 예전에 다큐멘터리를 통해 나폴리 지방을 기행하면서 전통 화덕피자를 본 적이 있었는데 반죽에서
토핑 그리고 굽는 방식까지 쏙 빼닮았기에 여기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본토처럼 도우를 좀 더 태우지 못해 1%가 빗나간 99%의
싱크로율을 가진 나폴리 피자였구요.
서비스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저는 우리에게 한 서비스를 말하는게 아닌 늘 다른 테이블을 대하는 서비스를 봅니다.
대부분의 음식들이 나오자마자 바로 드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데요. 방금 조리되어 나온 음식을 손님 테이블에 올려졌을 때 손님들이 서로
말씀 나누느라 바로 못드시는 경우를 보고 있을때가 가장 안타깝다던 사장님의 말씀. 그만큼 최상의 상태에서 맛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전해져왔습니다. 그리고 분위기나 음식을 아내가 너무나 좋아하더군요. ^^
단지 이런 종류의 음식이 좋아서가 아니라 맛에 있어서 여러가지로 맘에 들었다고 합니다.
담에 다시한번 찾아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생활 정보 > 식당 비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릉도맛집] 울릉도가면 먹어볼만한 오징어 내장탕 (63) | 2011.10.08 |
---|---|
[울릉도맛집] 오징어 물회가 맛있는 집 (69) | 2011.09.24 |
[일산/갈비탕맛집] 50년 전통 옛날왕갈비탕 (48) | 2011.08.28 |
마트초밥 가격으로 고급 참치초밥을 먹어보니(오참치 런치메뉴) (90) | 2011.08.13 |
[이승기맛집] 이승기가 다녀갔다는 백반집에 가보니 (78) | 2011.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