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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고등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고등어 이야기(1) - 고등어는 방사능에서 안전할까? 국산 고등어 알고 먹읍시다.
우리가 먹는 고등어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더 나아가 국산 수산물이 방사능에 얼마나 노출되고 있는지도 알아보았습니다. 고등어 이야기(2) 편은 싱싱한 고등어 고르는 법에 대해 알아보고, 더 나아가 여러분이 구매한 고등어가 왜 맛이 없는지에 관해 알아봅니다.
#. 싱싱한 고등어 고르는 법
다소 원론적이지만 싱싱한 고등어를 구매하는 가장 기초적인 팁입니다.
1) 눈동자와 광택, 색을 확인한다.
신선한 고등어일수록 눈동자는 투명합니다. 희끗하거나 불투명한 고등어는 조리용으로만 가능하며, 횟감 사용은 어렵습니다.
또한, 고등어는 신선할수록 등에 있는 벌레무늬가 선명합니다. 다만, 이 경우는 포항, 부산, 거제 등 신선한 고등어가 많이 들어오는 산지일 경우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의 지역 즉, 서울, 수도권, 내륙지방의 재래시장에서는 잡힌 지 2~3일이 지난 고등어인 경우가 많으므로 등 무늬는 매우 흐릿해진 상태입니다.
※ 서울, 수도권 대형 수산시장에는 하루만에 부산에서 올라온 특급 선도의 고등어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주로 겨울 시기에 품질이 매우 좋은 고등어가 들어오는데 예를 들어, 노량진 새벽시장의 경우 아침 6~7시만 되어도 소진되기 때문에 좋은 물건을 구하기 위해선 새벽 일찍 발품이 필요합니다.
2) 탄력을 확인한다.
우리가 구매하는 고등어는 대게 이 정도 선도이며, 여기서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광택과 탄력에 있습니다. 신선한 고등어는 배가 은백색으로 광택이 나며, 손으로 눌렀을 때 무르지 않고 단단한 탄력감이 느껴져야 합니다.
※ 어떤 고등어는 표면이 말라 있거나 배쪽이 과하게 누런 색을 띠기도 합니다. 이런 고등어는 조리용으로 먹는데 지장은 없지만, 다른 싱싱한 고등어와 비교하면 품질(신선도)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구매에 유의합니다.
3) 아가미 상태를 확인한다.
팩 포장되지 않은 것이라면 아가미의 색을 확인합니다. 아가미는 밝은 선홍색일수록 신선하며, 이후 적색 → 적갈색 →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보관 온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냉장 유통이라는 가정하에 아가미가 선홍색을 띤다면 잡힌 지 1~2일 이내, 적색(여기서부터 진액이 나오기 시작)은 2~3일, 적갈색은 4일 이상, 검은색에 가까울수록 먹기 곤란한 선도가 됩니다. 서울, 수도권으로 유통되는 냉장 생물 고등어는 선도가 좋으면 적색을 띠지만, 대부분 적갈색에 진액이 많은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조림과 구이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횟감은 어렵습니다. 자연산 (선)고등어를 횟감으로 쓰려면 위에 언급한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야 합니다.
※ 시장에서 판매되는 죽은 고등어를 횟감용으로 쓴다고?
미들급 및 하이엔드급 스시야에서 내는 고등어 초절임회(일명 시메사바)는 활고등어가 아닌 선어를 씁니다. 죽은 고등어를 어떻게 횟감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요. 요건은 이렇습니다. 산지(경남)에서 경매된 싱싱한 (선)고등어 중 몸길이 40cm 이상인 것을 선별해서 가져옵니다.
산지가 아니라면,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온지 반나절도 안 되는 특급 선도를 가진 (선)고등어를 횟감으로 씁니다. 내장에 있던 고래회충이 살 속으로 파고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급 선도를 가진 선어 고등어의 경우 내장에 있던 고래회충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확률 즉, 근육 이행률이 매우 희박합니다.
이유는 낮은 온도에 있습니다. 경매 이후 얼음에 파묻힌 고등어는 실온에 노출된 고등어와 달리 사후경직(근육이 단단해지는 현상)이 오랫동안 유지됩니다. 저온이므로 고래회충 이행률이 매우 낮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스시야에서 고등어 초회로 적합하며, 소금과 식초로 절이는 과정에서 한 차례 살균 소독도 됐던 것입니다.
#. 여러분의 고등어가 맛이 없는 이유
국산 고등어는 생물, 냉동 및 해동(정부비축 고등어로 아래쪽에 설명), 자반 등 크게 세 가지로 유통됩니다. 이 중에서 생물은 산지와 거리가 먼 지역일 경우 고르는데 신중해야 합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서울, 수도권의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국산 생물 고등어는 살이 무르고 내장도 뭉그러질 만큼 선도면에선 취약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냉동은 마트에서 판매되는 정부비축 고등어로 최장 2년 가까이 냉동 창고에 있었다가 해동해서 판매대에 오릅니다. 더욱이 문제는 냉동 및 해동 이력을 표시하지 않아서 생물로 착각하고 구매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대게 ‘정부비축 고등어’란 말이 붙습니다.
정부비축은 정부가 유통량과 물가 조절을 위해 냉동 창고에 대량으로 비죽해 둔 것으로 법적 최장 보관 기관은 24개월입니다. 다시 말해, 최장 24개월 전에 잡힌 고등어가 해동 상태로 판매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비축은 고등어의 수급 조절과 물가 안정에 기여하지만, 소비자는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도 모를 고등어를 사 먹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품질 관리가 안 된 맛없는 고등어를 먹게 될 가능성도 높아지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고등어의 제철은 가을~겨울입니다. 봄~여름에는 기름기가 적어 맛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봄철 한두 달 금어기를 제한다면, 사실상 언제 잡혔는지도 모를 고등어를 먹게 되는 셈입니다. 정부비축의 맹점은 제철 개념을 희박하게 하며, 수입산 고등어와의 품질 경쟁에서도 좋지 못한 인식을 심어준다는 데 있습니다.
고등어의 지방 함량이 한창 오를 10~2월 사이, 대형 마트를 찾은 소비자는 이 기간에 잡힌 품질 좋은 고등어를 기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부 마트는 수개월 전에 비축해 둔 냉동 고등어를 해동 상태로 판매대에 올립니다.
그러면서도 해동 표기조차 없으니 소비자는 제철에 잡힌 생물 고등어로 착각하고 구매하게 됩니다. 국산 고등어를 구매한 소비자는 식탁에 올려져서야 비로소 고등어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국산 고등어 자체는 맛이 뛰어난 생선이지만, 이런 유통과 판매 방식이 국산 고등어의 품질 경쟁력을 망치는 것입니다. 그 결과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국산보다 낫다는 인식이 생겼고, 지금도 고등어 음식을 취급하는 많은 식당이 품질 차이가 적은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선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진정 맛있는 국산 고등어는 없는 걸까?
품질 관리가 되고 있는 노르웨이산은 좋은 품질만 잘 선별해 구매하면 크게 실수가 없습니다. 고등어는 클수록 맛이 좋아지므로 무조건 큰 고등어를 구매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그만큼 가격 상승은 감안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국산 고등어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보다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래 조건을 만족하는 국산 고등어라면 노르웨이산 고등어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 오히려 뛰어난 맛과 품질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맛있는 고등어의 조건
1) 제철에 잡힌 고등어라야 한다. (고등어는 10~2월, 망치고등어는 7~10월)
2) 한 번도 얼리지 않은 생물이라야 한다.
3) 몸길이 40cm가 넘어가는 大 크기가 좋다.
4) 잡힌 지 얼만 안된 싱싱한 상태라야 한다.
이런 고등어를 구매하는 방법, 산지만이 답입니다. 고등어는 죽어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선도 저하가 빠릅니다. 따라서 아래의 경로를 통한다면 제철에 맛이 좋은 국산 고등어를 구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서울, 수도권의 경우 대형 수산시장을 이용한다. (예 : 노량진 새벽 도매 시장 am3~6시 사이)
2) 부산, 포항, 거제, 통영, 제주 등 고등어 산지와 연결된 재래시장을 이용한다.
3) 2)번 지역에 있는 수산업체 중 생물 고등어를 취급하는 곳을 이용해 온라인 택배로 배송받는다.
지금까지 소개한 고등어 고르는 팁은 어디까지나 ‘국산 고등어’에 한해서이며, 시장에서 ‘참고등어’라 불리는 종류인 고등어(학명 : Scomber japonicus)에 한해서입니다. 그렇다면 국산 고등어 외에 수입산 고등어는 어떻게 구별할까요? 더불어 고등어에도 종류가 있다면 어떤 것이 더 맛있을까요? 고등어 이야기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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