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세꼬시’로 알려진 ‘빼째회’는 예부터 주당들의 인기 안주이자 제철 별미였습니다. 뼈째 썰다 보니 까슬까슬 입에 걸리는 가시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친 식감을 넘어 가시의 찌르는 느낌이 났다면 그것은 분명 뼈째회로 부적합한 생선을 썼거나 혹은 칼질이 좋지 못했을 확률도 배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뼈째회는 사용되는 생선, 크기, 제철까지 삼박자가 맞아야 하며, 여기에 고도의 칼 기술이 더해야 완성되는 섬세한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뼈째회는 언제 어떻게 먹어야 그 맛이 빛날까요? 오늘은 뼈째회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봅니다.

 

 

뼈째회란(사진은 전어)

#. 세꼬시의 오해
보통 뼈째 썬 회를 ‘세꼬시’라 부릅니다. 부산을 비롯한 경상남도 일대에서 발달했지만, 세꼬시란 말의 유래는 일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작은 물고기를 뼈째 썰어 낸 술안주로 인기가 높은데 정작 일본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던 것. 일본 사전에는 ‘せごし(背越し)'로 표기됩니다. 이를 발음하면 '세고시(Segosho)'가 됩니다.

일본인은 '고(ご)'와 '조사로 쓰이는 가(が)'를 부를 때 'ㄱ'과 'ㅇ'의 중간 형태로 발음하기 때문에 '세고시'보다 '세오시'에 근접한 소리를 냅니다. 이 말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경상도 특유의 된소리가 작용해 '세꼬시'가 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최근에는 세꼬시란 말 대신 ‘뼈꼬시’란 말을 쓰기도 하며, 우리말로는 ‘뼈째회’, ‘뼈째썰기회’ 등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포를 뜨지 않고 뼈째 써는 것을 세고시라 한다

어쨌든 세꼬시는 생선 이름이 아닌, 회를 써는 방법 중 하나로 포를 뜨지 않고 뼈째 썰어 뼈의 고소함을 빌린 형태입니다. 통통하게 살을 찌운 제철 횟감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모름지기 횟감이란 철마다 비육상태가 달라 일 년 내내 크고 통통할 수 없습니다. 작은 생선은 작은 생선대로 뼈째 썰어 특유의 식감과 고소한 맛을 살리고, 산란철 물렁해진 뼈를 얇게 썰어 먹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살렸습니다.

 

 

연골처럼 물렁한 뼈맛이 특징인 병어회

#. 뼈째회가 맛있어지는 조건
1) 뼈야 연해야 합니다. 
생선의 뼈는 작아야 연하기도 하지만, 어종에 따라선 크기와 상관없이 뼈가 연하거나 강한 횟감도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특성’을 제한다면 주로 산란 전후로 뼈가 연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도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는 이유가 벌어진 골반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급속도로 빠진 영양 손실을 보충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 시기 골다공증을 비롯한 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 즉, 뼈가 약해질 시기이므로 철분을 비롯한 여러 영양소를 음식물을 통해 두루두루 섭취해야 합니다. 생선도 산란기에 들면 알을 낳으러 얕은 바다로 들어옵니다. 이때가 가장 연한데, 산란을 마치고 나서도 일정 기간에는 연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깊은 바다로 들어가면 그때부터 뼈가 억세 지면서 뼈째썰기로는 적당하지 않게 됩니다.

 

 

봄철 뼈째회로 소비되는 작은 참가자미
봄철 뼈째회 용으로 소비되는 작은 도다리들

2) 어린 개체라야 뼈째 썰어 먹기에 좋습니다. 
즉, 뼈째썰기 수요가 많아질수록 치어 남획도 많아질 우려가 있습니다. 전어처럼 회유성이 넓으면서 개체 수가 비교적 풍족하다면, 인간의 수요가 야생의 번식력을 못 따라잡으니 어느 정도의 남획이 상쇄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어획도 산란철에 집중되거나 혹은 인간의 수요가 번식력을 앞지른다면 결과적으로 자원에 금이 갑니다.

 

어린 치어와 알배기 어획이 집중되다 보면 당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최근 10년을 전후해 어획량은 서서히 떨어지게 되며, 오징어처럼 갑작스럽게 급감하는 변곡점이 올 수도 있습니다.

※ 참고
명태는 명란젓과 노가리(어린 명태) 수요로 명태 자원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여기에 지구 온난화에 따른 고수온까지 겹쳐 오늘날 우리 해역에는 자취를 거의 감추게 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3) 어린 개체도 예외가 있다? 
앞서 말했듯 뼈째회는 어릴수록 뼈가 연하고 맛이 좋다는 점에서 일정 수요를 넘으면 어린 개체의 남획이 우려된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에 예외가 있다면 ‘양식’입니다. 최근에는 볼락, 돌돔, 쥐치 등 뼈째회로 쓰던 횟감이 양식됨에 따라 남획의 우려가 줄고 수요를 메우는 등 긍정적인 시장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너무 큰 것은 껍질이 질겨서 먹기 힘들수도 있다

4) 껍질이 얇고 질기지 않아야 한다.
뼈째회로 쓰는 생선은 대부분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통째로 써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어와 자리돔은 껍질을 벗기지 않고 썰어도 될 만큼 껍질이 얇아 씹는데 위화감을 주지 않습니다. 반면에 껍질을 꼭 벗겨야 하는 어종도 있습니다. 아래 소개할 줄가자미의 경우 껍질은 물론, 속껍질(껍질막)이 대단히 질기므로 완벽하게 벗겨낸 후 썰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산란 직후 뼈째회로 이용되는 겨울 쥐노래미 또는 작은 쥐노래미

5) 뼈가 연할 시기라야 한다.
어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게 산란철에 생선 뼈는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산란 직전 또는 직후에 뼈가 연해지는데 대표적으로 쥐노래미, 도다리(표준명 문치가자미)와 자리돔, 줄가자미가 있습니다. 산란 시기와 상관없이 크기가 작고 뼈가 원체 얇아 선호되는 전어도 있습니다.

 

 

써는 방향이 잘못되어 망한 예

이렇듯 뼈째회는 뼈가 단단하면 쓸 수 없으며, 뼈가 연할 때 썰어 먹더라도 칼질의 방향과 두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독특한 생선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뼈째회로 먹어야 맛이 좋은 횟감은 무엇이 있을까요?

 

※ 다음 편에서 상세히 알아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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