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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째(세꼬시) 생선회, 아무거나 썰면 안돼! 맛있어지는 필요 충분 조건에 관하여(1부)
뼈째(세꼬시) 썰어먹어야 더 맛있다? 뼈째회가 맛있는 생선회들(2부)
3. 기장 붕장어
흔히 ‘아나고’로 알려진 붕장어는 특별히 계절을 타지 않으면서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는 횟감입니다. 특히, 여름부터 가을 사이 지방 감이 좋은데 12월까지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점에 가격 접근성도 좋아 서민 횟감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주요 산지는 부산 기장을 비롯해 통영, 삼천포, 여수 등이며 전남 고흥 나로도를 비롯해 흑산도와 홍도에서 잡힌 붕장어도 인기가 있습니다. 붕장어는 포 떠서 먹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뼈째 썰어먹어도 될 만큼 뼈가 연합니다.
같은 뱀장어과인 갯장어(=하모)는 뼈가 단단해 뼈째 썰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미루어 보면 꽤 상반된 골격 차이를 보이는 셈입니다. 횟감용 붕장어를 고를 때는 작은 것이 유리하며, 큰 것은 구이나 튀김용으로 좋습니다.
붕장어 피에는 ‘이크티오헤모톡신’이라는 혈액독이 들어 있는데 이는 ‘단백독’이므로 60도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사라집니다. 그래서 붕장어를 회로 먹을 때는 반드시 물에 빨아 살 구석구석에 맺힐 수 있는 피를 말끔히 제거해야 합니다. 횟감을 물에 빨면 수분감으로 인해 질척이게 되며, 결과적으로 좋지 못한 식감을 줍니다.
그러한 이유로 붕장어를 회 뜰 때는 물에 충분히 빨고 탈수기에 넣고 돌려 수분기를 뺍니다. 뽀송뽀송해진 붕장어는 뼈째 써는데 얇고 가늘게 썰어낸 모습이 마치 눈꽃 빙수를 연상케 합니다. 잘게 친 붕장어회는 그냥 먹는 것도 좋지만, 깻잎과 초장에 싸서 먹으며, 콩가루를 뿌려 다양한 채소와 함께 회무침으로 이용하면 별미입니다.
4. 제주 자리돔
한 자리에 머무른다고 해서 붙여진 자리돔. 사실 자리돔은 여타 돔 종류와는 다른 자리돔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도미’나 ‘감성돔’과는 거리가 먼 생선입니다. 다 자라도 최대 크기 25cm가 넘지 않는, 대부분 10cm 내외가 많은 소형어종인데요.
평소에는 뼈가 억센 편이나 산란을 준비하는 시기인 5~7월 사이는 뼈가 연해져 횟감으로 이용됩니다. 제주도에서는 오랫동안 자리돔을 식용해 왔는데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자리 강회를 비롯해 뼈째회, 물회 등이 있습니다.
같은 제주 같은 자리돔이라도 어획 지역에 따라 뼈 씹히는 식감은 천차만별입니다. 자리돔은 보목리 앞바다에서 잡힌 것을 제일로 치는데요. 그 이유는 조류가 세지 않아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자리돔이 많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크기가 작으니 뼈가 약해 잘 씹히며, 결과적으로 자리물회 하면 서귀포나 보목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반면, 조류가 강하게 흐르는 모슬포 앞바다나 북제주에서 잡힌 자리돔은 크고 뼈가 억세 구이나 조림에 알맞습니다. 자리돔 뼈째회나 그것을 이용한 자리물회는 제주 토속음식이면서도 외지인들로부터 호불호가 갈리는 생선입니다. 칼질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자리돔이 잡힌 산지가 중요하며, 제철인 5~7월 사이라면 맛이 오를 시기이니 뼈째회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5. 서해 간재미
예전에는 간재미를 ‘상어가오리’라 불렀지만, 유전자 감식 결과 홍어로 밝혀지면서 간재미 = 홍어가 성립이 되었고, 기존에 홍어회로 먹던 흑산도산 홍어는 참홍어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지역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조금씩 다릅니다. 보통은 간재미나 홍어 새끼로 불리지만, 충남에선 강개미로 통합니다.
통영과 거제는 12~2월이 제철, 그보다 한두 달 늦은 3~5월은 서해 앞바다를 비롯해 고흥, 진도, 목포 등지에서 잡힌 간재미가 산란철을 맞는데 이때 잡힌 가재미가 가장 맛이 좋습니다.
간재미 중에서도 암컷은 살이 차지고 부드러워 횟감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수컷은 생식기가 달려 있어 구분이 쉬운데 어판장 거래 가격을 보면 확실히 암컷이 수컷보다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간재미 중 최고 별미는 날갯살입니다.
간재미 뼈는 연골로 이뤄졌는데 여기에는 다량의 황산콘드로이틴 성분이 들어 있어 연골에 영양을 공급, 관절연골의 손상을 막아 연골 재생, 퇴행성관절염의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5월 간재미는 껍질이 얇아 따로 벗기지 않고 썰어내며(지역에 따라 껍질이 질겨 벗겨내기도 함), 날갯살을 촘촘히 지탱하는 잔뼈는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을 선사합니다.
충남에 강개미 회무침은 이 철에 꼭 한번 먹어봐야 하는 별미로 늦어도 6월까지 제철이 지속되기도 하며, 이후 깊은 바다로 들어간 간재미는 뼈가 억세지면서 회보다는 탕이나 찜으로 이용됩니다.
6. 목포 병어
병어 하면 조림이나 구이를 떠올리지만, 해마다 5~6월이면 얕은 바다로 몰려온 병어가 파시를 맞으며 병어축제가 열리곤 합니다.
국내에서 잡히는 병어과 어류는 크게 두 가지로 표준명 병어와 덕대가 있습니다. 이를 어민과 상인은 각각 덕자와 참병어로 바꾸어 부르기 때문에 혼동이 되는데요.
표준명 병어(덕자, 돗병어)는 껍질이 두껍기 때문에 벗겨낸 뒤 한 차례 냉동시켰다가 썰어먹기 좋고, 표준명 덕대(입병어, 참병어)는 껍질이 얇아서 껍질째 뼈와 함께 썰어먹기 좋은 횟감입니다. 5~7월 기름기가 올라 맛이 좋으며, 먼바다에서 잡힌 겨울 병어도 으뜸입니다.
이밖에도 서해안 일대에선 준치와 밴댕이, 웅어를 뼈째 썰어먹고, 경남권에서는 작은 돌돔(줄돔)과 씨알 작은 볼락, 쥐치까지 뼈째 썰어먹는데 돌돔의 경우 뼈가 단단한 편이므로 최대한 작은 씨알을 선택해 얇게 써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참고로 돌돔과 쥐치, 볼락은 양식이 되며, 작은 크기를 소비하는 시장이 있기에 1년만 키우고 출하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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