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판매되는 초대형 한치
일반 한치

시장에 가끔 보이는 초대형 한치를 아시나요? 보통 ‘한치’라면 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오징어보다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인 고급 어종으로 여겼습니다. 게다가 한치의 크기는 오징어와 비슷한데요. 

 

가끔 ‘대왕한치’라며 일반 한치보다 수십 배나 큰 한치가 잡혀 들어와 시선이 집중되고, 대형마트에서도 동해안에 출몰하는 대왕한치를 물회로 판매하면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한치가 이렇게 크게 자라?”, “오징어가 저렇게 크면 맛이 없지 않느냐”라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오늘은 초대형 한치라 불리는 ‘대왕한치’의 비밀을 알아봅니다. 

 


#. 대왕한치는 한치와 어떤 관계일까?
사실 대왕한치는 오징어의 한 종류입니다. 그것도 매우 크게 자라는 대형 종인 것이지요. 한치도 오징어의 한 종류입니다. 그러니까 ‘한치’라는 말은 다리가 한치만큼 짧아서 비롯된 말입니다. 그렇다면 한치와 대왕한치는 생물학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표준명이 창꼴뚜기로 흔히 제주 한치라 불린다

1) 창꼴뚜기(학명 : Loligo edulis
표준명 : 창꼴뚜기 
속명 : 창오징어 
방언 : 한치 
일명 : 겐사키이까(ケンサキイカ) 
서식 : 우리나라 남해, 제주도, 일본 중부 이남 
산란 : 여름 
제철 : 여름에서 가을 
이용 : 회, 초밥, 물회, 건어물, 구이, 찜, 튀김, 국

 

 

한치낚시

한치의 표준명은 창꼴뚜기(또는 창오징어)입니다. 제주도가 주산지지만, 해마다 여름이면 남해안 일대로 무리 지어 나타나며, 특히 진해와 거제, 부산 앞바다에서 선상 한치낚시로 인기가 있습니다. 창꼴뚜기는 일반 오징어보다 살이 연하고 부드러워 인기가 있지만, 어획량은 예전만 못해 품귀현상을 빚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중에 판매되는 한치 중 대부분은 수입산(베트남산)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날개오징어

2) 날개오징어(학명 : Thysanoteuthis rhombus) 
표준명 : 날개오징어 
속명 : 지느러미오징어 
방언 : 대포 한치 
일명 : 소데이까(ソデイカ) 
서식 : 우리나라 동해, 남해, 제주도, 일본 중부 이남, 온 아열대 해역에 분포 
이용 : 튀김, 구이, 찜, 숙회 

 

 

지느러미가 크게 발달해 지느러미오징어라고도 불린다

대왕한치의 표준명은 날개오징어(또는 지느러미오징어)입니다. 포항을 비롯한 동남부 해역에 서식하며 이 일대 수산시장에서 아이 몸통 만한 오징어를 보았다면 대부분 날개오징어입니다. 날개오징어는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수면으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야행성이므로 밤바다 한치 낚시를 하러 왔다가 뜻밖에도 날개오징어가 걸려들기라도 한다면,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힘에  릴에선 굉음(스풀이 역회전할 때 나는 소리)이 나기도 합니다. 낚시인들은 대포알을 닮았다고 하여 ‘대포한치’라 부르지만, 한치가 훌쩍 자라서 된 것은 아니며, 날개오징어라는 별종이었던 것입니다.

 

 

평균 크기가 어린 아이 몸집 만한 날개오징어

참고로 날개오징어는 외투막 길이만 1m에 달하며, 무게는 20kg 이상 성장하는 대형 오징어종입니다. 비슷한 크기로는 남서 대서양에서 온 ‘훔볼트 오징어’가 있으며 중국집 짬뽕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만, 전반적인 맛과 식감에서는 날개오징어가 훔볼트 오징어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어쨌든 이 훔볼트 오징어를 일부 사람들은 ‘대왕오징어’라 표현하는데 실제 대왕오징어는 남극해에 실존하는 초대형 오징어로 몸길이만 8m 이상에 다다르는 또 다른 종류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대왕오징어는 살에 암모니아 성분이 많아 식용이 어렵습니다. 

정리하자면, 한치와 날개오징어(일명 대왕한치)는 서로 완전히 다른 종이며, 날개오징어와 중국집 짬뽕에 쓰이는 훔볼트 오징어 역시 완전히 다른 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날개오징어는 최대 30kg까지 보고된 바 있으며, 수명은 덩치에 걸맞지 않은 1년 정도라며 학계에서 추측하고 있습니다.

 

 

흥분 상태로 빨갛게 된 제주 한치
여타 오징어과 같은 다리 개수를 가진 날개오징어

모양은 흥분했을 때의 한치(표준명 창꼴뚜기)와 비슷할 만큼 붉은색을 띠며, 다리 개수는 여느 오징어류와 마찬가지로 10개입니다. 이중 긴 다리 두 개는 ‘촉완’으로 사냥할 때 먹잇감을 낚아채거나 감쌀 때 쓰며, 짝짓기 할 때도 사용됩니다.

 

 

우리가 평소 먹는 오징어(표준명 살오징어)

#. 오징어의 수명
대왕한치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주목받는 대형 오징어 종으로 이전에는 이 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때는 제주 한치가 크게 성장한 것처럼 여기기도 했는데요. 오징어의 수명은 크기와 상관없이 대부분 1년 정도 살다가 죽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참문어(돌문어)
낙지
주꾸미

오징어뿐 아니라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두족류, 여기에는 문어, 낙지, 주꾸미도 포함됩니다. 문어는 종에 따라 3~4년 정도 살기도 하지만, 낙지와 주꾸미는 1년생, 우리가 평소 먹는 오징어나 한치도 1년생으로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매우 짧은 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흰꼴뚜기(일명 무늬오징어)

무늬오징어(표준명 흰꼴뚜기)의 경우도 1년생이며, 가끔 2년까지 살다 죽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20kg 이상 자라는 대형 오징어류는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학계에 의하면 대왕한치조차도 이러한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명은 약 1년 정도. 그나마 남극해에 서식한다는 길이 10m 이상인 대왕오징어 조차도 오래 살아야 4~5년 정도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오징어의 크기는 수명과 상관없이 종의 특성이며 ‘커다란 오징어는 질기고 맛없다는‘라는 통념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같은 종류에 한정했을 때 ‘큰 오징어일수록 다소 질길 수 있다.’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조업된 날개오징어가 판매되는 현장

#. 날개오징어(일명 대왕한치)의 제철은?
날개오징어는 오가사와라 제도를 비롯해 오키나와에서 난류를 타고 북상하는 난류성 두족류입니다.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이 미치는 일본 열도를 비롯해 우리나라에는 부산과 포항 등 동해 중, 남부 연안 해역에 자주 발견됩니다. 

 

1990년대 후반에 들면서 어획량이 점차 증가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한반도 해역의 수온 증가와 난류의 세력 확장과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겨울에 주로 잡히는 이유는 겨울 산란기를 앞두고 연안의 얕은 수심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며, 심지어 배가 정박된 항만 시설과 방파제 내항, 포구에서도 종종 잡히고 있습니다.

 

제철이라 함은 맛이 좋은 철을 의미하지만, 두족류는 산란을 앞두고 먹이활동을 왕성히 하는 철과 가장 많이 잡히는 철 등 두 가지가 모두 내포되어 있습니다. 날개오징어의 경우 이르면 가을부터 시작돼 겨우내 어획량이 증가하며, 주로 포항 등 동남부 해역에서 유통 및 거래됩니다.

 

대부분 산지에서 소진되지만, 어획량이 많아지는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에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한시적으로 판매되며, 온라인 쇼핑몰에도 판매됩니다. 가격은 그때마다 다르지만 kg당 1.5~1.8만 원 사이이며, 가장 많이 판매되는 크기는 마리당 5~10kg 사이입니다.

 

회로 먹어도 될 선도를 자랑하는 날개오징어

#. 날개오징어 먹는 방법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날개오징어를 즐겨 먹어왔습니다. 대형마트에선 날개오징어를 이용한 물회를 판매했었고, 지금도 선술집이나 곳곳의 식당에서 오징어 대용으로 사용해 왔으니까요. 하지만 날개오징어는 한 마리를 구매해도 최소 5kg 이상일 때가 많아 단독으로 사다 드시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날개오징어 한 마리면 마을 사람 불러다가 잔치를 열어도 될 만큼 엄청난 수율을 자랑합니다. 한 가족이 먹기에는 그 양이 상당해 비록,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더라도 주문을 망설이곤 하는데 막상 사서 먹어보니 음식 활용도가 너무 좋아서 요긴하게 쓰인다는 점은 날개오징어의 최대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5kg이상 한 마리를 구매했을 때 여럿이 나눠 먹는 겁니다. 손질은 여타 오징어와 다를 것이 없으며, 내장과 눈알을 제외한 모든 것이 순수한 오징어 살입니다. 이 중에서도 ‘오징어 귀’라 불리는 지느러미 살과 입 주변을 감싼 부위가 독특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날개오징어를 이용한 오삼불고기

날개 오징어를 해체하였다면 적당히 나누어 포장한 뒤 일부는 가족, 친지, 지인들과 나누고 남은 것은 곧바로 냉동 보관해야 합니다. 신선할 때 냉동 보관하면 6개월 이상 지나도 맛의 변질이 크지 않습니다.

 

주로 활용할 수 있는 요리는 날개오징어 회를 비롯해 숙회, 물회, 짬뽕, 라면, 파스타 등이 있으며, 오징어 볶음, 오징어무침, 오삼불고기, 해물탕, 해물찜, 콩나물국, 오징어국 등등 요리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맛은 일반 오징어와 차이가 있습니다. 오징어 특유의 꼬릿함이 덜하다는 점과 담백한 맛, 식감은 너무 부드럽지도 너무 질기지도 않은 적당히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좋은데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날개오징어의 경우 너무 많이 익히면 질겨진다는 점과 조리 후 식어도 질겨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열을 가해 조리할 때는 미디엄 웰던의 느낌으로 익히고, 식기 전에 드시는 것이 이 오징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식에 오징어를 투입하는 타이밍을 잘 계산하여 최대한 오버쿡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일 것입니다.

 

 

날개오징어회
토치로 그슬린 회도 일품이다

비록, 선어로 유통되지만 신선할 때는 회로 먹는 것이 별미입니다. 사진과 같이 칼집을 내어 썰면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으며, 토치를 이용해 표면을 그슬려 불향을 가미하고 그 위에 레몬즙과 와사비, 무순, 소금 등을 뿌려 먹으면 고급 일식집 부럽지 않은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 <수산물이 맛있어지는 순간>,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 도감(감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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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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