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살아있는 킹크랩을 샀는데 너무 짜서 먹다가 버렸습니다.”
“홍게는 원래 짠가요? 먹을 때마다 짠맛이 부담스러운데 안 짜게 먹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갑각류의 짠 맛을 싫어합니다. 모처럼 푸짐하게 한상 차렸는데 첫 입부터 짜면 많이 먹고 싶어도 많이 먹을 수 없고, 한입 한입 먹을 때마다 짠맛이 혀에 배면서 맛을 못 느끼고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수율 좋고 신선한 대게

모름지기 대게나 킹크랩의 살맛은 보드라우면서 은은한 감칠맛과 바다의 자연스러운 향이 배야 하는 법. 간간함을 넘어선 짠맛은 나트륨 섭취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갑각류가 가진 고유한 맛을 음미하는데 방해된다는 점에서 기피 대상입니다. 그런데 갑각류가 짜다는 것은 단순히 짠맛이 도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신선도와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갑각류를 짜지 않게 찌는 방법을 소개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근본은 ‘신선도’ 즉, 활발하게 살아있는 상태가 전제돼야 <짜지 않게 찌는 방법>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반대로 신선도가 좋지 못한 게는 제아무리 <짜지 않게 찌는 방법>이라도 무용지물입니다. 우선은 왜 갑각류가 짜지는지 그 이유부터 짚어봅니다.

 

 

죽은 대게 다리만 모아 판매하기도 한다

#. 갑각류(바닷게)가 짠 몇 가지 이유
새우류를 제하고 흔히 먹는 인기 갑각류는 대게, 홍게, 킹크랩, 랍스터, 꽃게 등이 있습니다. 이들 갑각류를 먹을 때 가장 고유한 맛을 내는 조리법이 ‘찜’입니다. 살아있는 갑각류를 그대로 찜통에 넣어 쪄 먹게 된다면, 어지간해선 짜지 않고 맛있는 갑각류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후기 등을 보면 “다 먹었는데 좀 짰다.” 라거나 심지어 ”너무 짜서 먹다 버렸다.”는 말을 보게 됩니다. 갑각류가 짠 이유는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1) 죽은 게인 경우
2) 활게라도 바닷물을 제대로 빼지 않고 조리할 경우

1)번의 사례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여기서는 킹크랩을 예로 들겠습니다. 

a) 도매시장에서 선어 킹크랩 혹은 냉동 킹크랩을 구매한 경우
b) 활 킹크랩을 구매했는데 신선하지 못한 킹크랩으로 바꿔치기 당한 경우

 

 

노량진 새벽 도매시장에서 경매 중인 킹크랩 대게

a)의 사례는 노량진 수산시장 등 새벽 도매시장에서 저렴하게 내놓은 선어 킹크랩 또는 냉동 킹크랩을 구매하면서 자주 발생됩니다. 선어 킹크랩도 a급과 b급으로 분류되곤 하지만, 겉으로 봐선 어느 것이 더 좋은 상품인지 일반 소비자의 눈으로는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선어는 말그대로 죽은 것이며 이때부터는 ‘생물’로 분류됩니다. 생물은 신선도 저하를 막고자 빙장(얼음) 상태로 유통됩니다만, 중요한 것은 이 킹크랩이 언제 어떻게 죽었느냐에 따라 짤 수도 있고 안 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새벽 도매시장에서 구매한 a급 선어 킹크랩

- 가장 좋은 것은 물 밖에서 죽은 것
킹크랩과 대게는 보세창고(수입산 갑각류를 품질별로 분류하고 보관하는 곳)를 거쳐 활어차에 운송, 각 지역 수산시장과 횟집으로 유통됩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죽어나가는 것들이 있으며, 이런 갑각류를 따로 모아다 ‘선어’로 경매되고 판매합니다. 가격은 활어 대비 약 30~50%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새벽 잠을 포기하고서라도 구매해 드시곤 하지만, 잘못 고르면 짜서 먹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잘만 고른다면 킹크랩 선어도 훌륭한 맛을 낸다

가장 좋은 것은 수조가 아닌 물 밖에서 죽은 것입니다. 선어로 판매하더라도 개중에는 a급으로 분류되는 것들 즉, 죽은 지 얼마 안 된 갑각류입니다. 잘 보면 다리가 까딱까딱 움직이는 것도 있는데 이런 걸 구매하면 실패 확률이 줍니다.

 

 

상태가 좋은 a급 선어 킹크랩(이보다 더 배가 빵빵히 부푼 것은 피해야 한다)
배가 심하게 오목히 들어간 것은 오래됐을 확률이 높으니 이 또한 피한다

킹크랩의 경우 배가 너무 빵빵하게 부푼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배가 풍선처럼 부푼 것은 수조에서 죽고 시간이 지난 것으로 이는 물(바닷물)을 많이 먹었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물 먹은 갑각류는 장은 물론, 다릿살 곳곳에도 바닷물이 침투하므로 맛이 짜고 품질은 떨어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 간혹 바꿔치기 사례도 있으니 주의
최근에는 많이 사라졌다지만 예전에는 손님 앞에서 활게를 보여주고 실제로 찐 것은 죽은 게나 살아있어도 곧 죽어버릴 게를 찐 경우. 즉, 바꿔치기가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손님 입장에선 분명 활발하게 움직이는 활게를 고르고 초장집에 올라갔는데 나온 게가 짜서 별로였다는 사례를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제게도 그런 경험담이나 문의가 가끔 들어온 것으로 보아 실제 바꿔치기가 성행했거나, 혹은 바닷물을 제대로 안 빼고 찐 것을 의심해 볼 수 있었습니다. 상인 입장에선 싱싱하게 살아있는 게를 대신해 이제 곧 죽을 게부터 처리하고 싶은 유혹도 있습니다. 입소문 난 가게나 단골 장사가 아닌, 소위 뜨내기 손님을 상대로 하는 관광지라면 일면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바꿔치기를 주의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 바닷물을 제대로 빼지 않고 조리할 경우
서두에 언급했듯이 갑각류가 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죽은 게인 경우
2) 활게라도 바닷물을 제대로 빼지 않고 조리할 경우

지금까지는 1)번에 대한 설명이었고, 2)번의 사례를 알아봅니다. 살아있는 게라도 바닷물을 제대로 빼지 않으면 찌는 과정에서 바닷물이 살 속에 스며들면서 전반적으로 간이 세집니다. 여기서 우리는 간이 세졌음을 쉽게 알아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킹크랩, 대게, 홍게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다 찌고 나서 배딱지를 열었는데 몽글몽글하게 차 있어야 할 장 대신 물이 가득하다면? 해당 갑각류가 바닷물을 머금은 채 쪄진 것입니다. 이 경우 크게 두 가지 상태로 나뉩니다.

1) 장 대신 바닷물이 찼으나 살 맛은 괜찮은 경우 -> 장은 못 먹지만, 살은 먹을 수 있음.
2) 장 대신 바닷물이 찼으며, 살도 짠 경우 -> 장은 못 먹고, 살은 짠기를 머금은 정도에 따라 먹을 수도, 못 먹을 수도 있음.

어느 쪽이든 찐 갑각류에서 몽글몽글한 장 대신 물이 찬 것은 정상인 품질과 거리가 있습니다. 신선하지 못한 갑각류를 쪘거나 혹은 살아있는 갑각류를 쪘더라도 바닷물을 제대로 빼지 않은 경우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안 짜고 맛있는 갑각류를 고르는 방법은 없을까요?

 

 

품질 좋은 활 대게살은 이런 모습
수율 좋고 맛도 좋은 대게찜은 이렇게 살이 쉽게 벗겨진다

#. 싱싱한 갑각류를 고르는 간단 팁
서두에도 강조했듯이 이 세상 그 어떤 갑각류라도 수조에서 죽어버렸거나 냉동한 것은 입을 찔러 바닷물을 빼냈더라도 이미 일정량의 바닷물이 살 속에 스며든 상태여서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갑각류를 짜지 않게 즐기는 최우선 조건은 “반드시 살아있는 활게를 구입하라” 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활력이 좋은 갑각류일수록 짜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다음은 종류별로 싱싱한 갑각류를 고르는 핵심 팁입니다.

 

 

수조 속 킹크랩을 자세히 관찰한다
허벅다리 눌렀을 때 단단하고 탄력감이 느껴지는 것이 좋다

 

 마디 사이사이가 선홍색을 띠면 수율이 좋을 확률이 높다

1) 킹크랩
수조에서 입 주변이 활발히 움직이는 것. 수조에 꺼냈을 때 집게 다리를 활발히 움직이는 것. 두꺼운 다리 위주로 봤을 때 마디 사이 사이가 선홍색이며, 허벅 다리를 양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푹 들어가지 않고 탄탄한 것.

 

 

수조 밖에서도 집게 다리를 활발히 움직이는 대게
난낭이 많이 붙은 대게
따개비류 등 부착생물이 많이 붙은 대게
최상급 대게의 배딱지와 다리의 색깔을 기억하자

2) 대게
마찬가지로 수조에서 입 주변과, 수조 밖에서 집게 다리를 활발히 움직이는 것. 등 딱지에 난낭(바다 거머리의 알)이 많이 붙어 있는 것. 혹은 석회관 지렁이나 따개비 류 등 부착 생물이 지저분하게 붙은 것. 배딱지가 검거나 멍들어 보이지 않은 것.

 

 

홍게를 들었을 때 집게 다리를 활발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
위보다는 아래의 것(진한 붉은색)이 좀 더 진하며 수율이 좋다

3) 홍게
수조에 꺼냈을 때 집게 다리가 활발히 움직이는 것. 반대로 다리들이 축 쳐진 것은 피할 것. 크기보단 수율 체크가 우선. 배딱지가 검붉거나 진한 체리 색을 띨수록 싱싱.

 

 

최상급 꽃게의 빛깔을 기억하자
봄철 암꽃게의 배딱지는 보라빛이 들 때가 많다

4) 꽃게
수조나 대야에서 맨 밑에 깔린 것보단 비교적 위쪽에 있는 것을 고를 것. 집었을 때 다리가 활발히 움직이는 것. 배딱지가 유백색으로 광택이 나는 것. 검은 멍이 든 것은 피할 것. 예외가 있다면 봄에 난소가 가득 든 암꽃게는 배딱지가 보라색을 띤다.

 

 

깨지거나 균열 난 것은 가급적 피할 것

5) 랍스터
집게발, 가슴팍 등에 균열이 있거나 깨진 것은 피할 것. 꼬리(테일) 부분에 살이 꽉 차고 그 부분을 뒤집어 봤을 때 선홍색 살이 비치는 것을 고를 것. 수조에서 꺼냈을 때 입 주변과 작은 다리, 더듬이를 활발히 움직이는 것.

 

 

입에 칼을 찌른다

#. 갑각류를 안 짜게 찌는 방법
이는 모든 종류의 공통 사항이며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칼을 옆으로 젖힌다
배를 살짝 눌러 물을 뺀다

1) 입을 찔러 물을 빼낸다. 
도구는 식칼이나 과도면 충분합니다. 살아있을 때 입을 다소 깊숙히 찌른 뒤(약 1~2cm) 옆으로 젖히면 ‘딸깍’ 소리가 납니다. 이 상태로 거꾸로 들어 물을 뺍니다. 물이 빠지는 동안에도 손으로 등과 배 부분을 살짝 눌러주면 더 잘 빠집니다. 이 물은 갑각류의 체액(피)과 바닷물로 되어 있으며 최대한 빼낼수록 해감내 없이 짜지 않게 즐길 수 있습니다.

 

 

수돗물에 15~20분 정도 담가두면 해감이 된다

2) 입을 찔러 물에 담가 둔다. 
시간은 좀 더 들지만, 죽은 게나 신선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이 방법을 씁니다. 먼저 1)번과 같은 과정으로 입을 찔러 물을 빼냅니다. 넓은 대야에 게가 잠길 만큼 수돗물을 받습니다. 배딱지가 위로 가고, 입은 아래를 향하게 뒤집어 담가 놓습니다. 담그는 시간은 약 20분이면 충분합니다.

 

 

흰선 표시를 절단해 물을 뺀다

추가로 킹크랩인 경우 활어 상태는 1)번으로 해결이 가능하나 선어나 냉동 상태는 2)번만으로 해결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그나마 짠기를 줄이는 방법은 다리 끝을 가위로 자르는 것입니다. 킹크랩의 다리는 그 끝이 뾰족한데 그보다 조금 윗 부분을 가위로 잘라 다리에 고인 물을 빼내는 방법입니다.

 

그랬을 때 물이 많이 빠지면 성공입니다. 그러나 다리에 물이 많이 고였다는 것은 이미 바닷물이 스며들었다는 증거이므로 애초에 품질이 좋지 못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보통 현지에서 쪄서 온 홍게

또 하나 참고할 것은 홍게입니다. 홍게는 예외적으로 찜기에 얹을 때 배딱지를 아래로 향하게 놓고 찌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게는 살아있더라도 대게보다 짠기가 많을 확률이 높아 바닷물을 확실하게 빼 주어야 합니다.

 

방법은 1)번과 같고 여기에 추가로 찜기에 놓을 때는 배딱지를 아래로 향하게 놓고 찝니다. 이렇게 하면 찌는 동안 짠물이 빠지며, 장은 살 쪽으로 스며들어 맛있는 상태가 됩니다. 다 찐 홍게는 배딱지를 열면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데 물이 많이 고였으면 실패한 것이고, 물이 보이지 않으면 성공한 것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 <수산물이 맛있어지는 순간>,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 도감(감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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