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재래시장에서 본 문화적 충격


    홍콩 이야기 열세번째로 재래시장 탐방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재래시장은 그 나라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고 서민적인 삶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재래시장 방문은 빠지면 서운한 코스이기도 한데요. 오늘은 육. 해. 공으로 알아보는 홍콩의 재래시장, 그곳에서 본 문화적 충격. 좀 거창한가요?^^



    홍콩 재래시장, 홍콩섬 성완

    ※ 오늘 사진은 픽쳐스타일 ND_Yesol5로 촬영, 무보정으로 올려봅니다. 홍콩에서 쇼핑과 미식 그리고 밤문화만큼 매력적인 코스가 있다면 재래시장을 들 수 있습니다. 북적이는 인파와 상인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갖가지 식재료들의 향연, 맛깔나는 시장음식들, 잡상인과 호객행위, 여기에 깍고 깍이는 에누리 설전까지^^ 실로 버라이어티까지한 홍콩의 재래시장 풍경은 우리네 시장과 비슷하면서도 다른듯한 특별함이 있습니다.


    '체험, 삶의 현장'을 방불케 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이곳 역시 치열한 경쟁속을 해쳐가며 열심히들 살아가네" 생각이 절로 듭니다. 겉보기엔 단순이 물건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있는듯 보이지만 물건팔러 시장나갔다 손이 시커멓게 해서 들어오는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처럼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할 책임으로 이렇게 살아가는 구나, 생각하니 사람사는건 다 똑같구나 싶습니다.

    그들에게 이곳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사업장이자 밥벌이 수단일텐데.. 기껏해야 카메라 하나 둘러매고 시장을 두리번 거리는 제가 이들의 진지한 모습들을 담아 낸다는 것은 왠지 맘이 편치 않다고나 할까. 이렇듯 공식화 된 여행지가 아닌 곳에서의 사진촬영은 늘 신경이 쓰이지만 그만큼 리얼한 현장을 담아낼 수 있다는 매력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다소 묵직하게 들었던 기분을 추스리며 제가 본 시선의 홍콩 재래시장 탐방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오늘의 테마는 육.해.공으로 알아본 재래시장 문화 ^^


    홍콩 재래시장, 홍콩섬 성완

    다양한 어묵들

    홍콩의 대표적인 로컬 채소인 초이삼과 가이란


    ■ 홍콩 재래시장에서 본 문화적 충격 1단계, 육군편


    돼지의 간이 통째로 걸려있는 모습

    송아지로 추정되는 고기와 여러 부위의 고기, 장기들이 진열되어 있다.

    우리네 정육점과 비슷한듯 하면서 다른 풍경이 있다면 장기들이 통째로 걸려있다는 점과 송아지(어쩌면 염소일지도)로 추정되는 고기가 토막나지 않은 채 통째로 걸려 있다는 점. ㅠㅠ  첨엔 신기해서 구경했는데 보면 볼 수록 나도 모르게 무뎌져가는 스파르타쿠스 틱함이랄까 고어틱함이랄까. 뭐 이정도 가지고 문화적 충격이라면 엄살이죠. ^^ 그래서 홍콩 시장의 '육군'은 소소한 1단계 수준!


    ■ 홍콩 재래시장에서 본 문화적 충격 2단계, 해군편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바다낚시를 즐기다보니 어류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습니다. 또 홍콩 앞바다와 우리나라 앞바다의 환경이 조금씩 다른 관계로 잡히는 어종들도 차이가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과연 홍콩인들이 즐겨먹는 생선은 어떤것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팔고 있는지를 살펴봅시다. 아.. 기대되는 파트입니다. 생선만 보면 아주 흥분되는게 엔돌핀이 막 쏟아나요. *^^*


    이렇게 생선을 보면서 어종을 구분하고 설명하는 블로거는 별로 많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 생선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편입니다. 자칭 걸어다니는 어류도감이다보니 ^^;; 이런거에 지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사진에다 어종을 표기했듯 홍콩에서 먹는 생선들은 놀랍게도 80% 정도가 우리나라 어시장에서 볼 수 있는 생선들입니다.


    특히 바다낚시꾼들에게 친숙한 감성돔과 숭어를 비롯해 병어, 농어, 구갈돔(얘는 아열대 어종), 병어돔, 그리고 해안가 지방에선 제삿상 고기로
    올려지는 눈볼대(아까무찌라고도 불림)까지 우리 눈에 매우 익숙한 생선들이 많아 반갑다랄까요.


    남도지방 어시장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전갱이와 조기중 제법 덩치가 나가는 부세조기도 대기중입니다.


    그릇엔 베스 비스므리한 민물고기들이 담겨져 있었고, 가운데 돔 처럼 생긴건 '역돔'. 민물에 사는 돔인데 흔히 '틸라피아'라고 부릅니다. 이따금 이것을 잘 모르는 손님들에게 '돔'이라고 속여서 팔거나 혹은 싸구려 뷔폐에서 도미회로 둔갑해서 파는 생선회의 원흉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하지만 얘네들이 자연산이라면 그렇게 떨어지는 것도 않은데 말입니다.

    세상에나 옥돔(옥두어)이 생물로 들어와 있군요. 홍콩 앞바다는 제주도와 비슷한 아열대 해역이라 그런지 잡히는 어종들이 온대에서 다소 아열대 틱합니다. 옥돔 생물은 어떤 맛일까. 궁금한 맘을 갖고 눈길을 바쁘게 돌려봅니다.


    감성돔계의 양아치, 새눈치가 눈에 띄네요. 흔히 감성돔의 사촌격이기도 한데 이 새눈치는 좀 더 남방계 어종으로 저렇게 노란 지느러미가 감성돔과는 구별됩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온난화로 인해 잘 안잡히던 새눈치가 잡혀 올라와서 화재가 된적 있습니다.


    얘는 뭐죠? (아시는 분 ^^;  나 걸어다니는 어류도감 맞아? ㅋㅋ) 첨 보는 물고긴데 심해어를 연상케 하는 저 독특한 얼굴모양. 생김새는 괴도라치과 같은데 저도 정확이 모르는 생선도 보입니다. 지금까진 어시장 분위기를 살펴 본 것이고 문화적 충격 2단계는 지금부터인데요. 아마도 선혈이 낭자한 모습을 보실 것입니다.




    피 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에 잠시 멈칫. 잘려진지 수분이 지났는데도 저 아가미가 벌렁벌렁, 눈알도 움직고 있어요. ㅠㅠ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보기가 거북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까지 숱하게 회를 쳐온 제가 봐도 이것은 뭐랄까.. 다소 이상하겠지만 내가 할땐 몰랐는데 남이 저리 해놓은걸 보니 좀 불쌍하기도 하고 잔인해 보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그렇게 한동안 움직였던 아가미는 수분이 지난 후에서야 멈추었습니다.




    홍콩 재래시장에서 본 생선들은 모두 이런식으로 토막을 내놓고선 시뻘건 피가 낭자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생선을 손질해봐서 아는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저렇게 선혈이 낭자하게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피는 내장과 아가미를 중심으로 몰려있기 때문에 대가리를 분리하고 내장을 적출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피는 빠져나갑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살집에 피가 흠뻑 젖어 있는건 일부러 피를 뿌려준게 아닐까하는 추측입니다. 왜 피를 뿌릴까?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과 홍콩인들의 정서적인 측면 때문일까요? 아니면 저렇게 피가 뿌려져 있어야 싱싱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혹시 피의 헤모글래빈과 철분이 생선의 부패를 늦추기라도 하는 걸까요?

     

    어쩌면 피가 아닌가요? 정확한 답은 모르지만 홍콩에선 늘 저렇게 피 뿌린 생선들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피가 흠뻑 젖은걸 그대로 요리하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씻어 조리를 하겠다란 유추도 할 수 있구요. 구경하는 동안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서 홍콩인들이 즐겨찾는 식재료를 관찰한다는 것,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 홍콩 재래시장에서 본 문화적 충격 3단계, 공군편


    이것은 문화적 충격치곤 약한 1단계 사진.


    쥔 아저씨가 목을 잡고 상품을 둘러보는 모습. 아주 약간 강도가 올라갔지만 아직까진 적응 가능한 풍경입니다. ^^ 


    홍콩의 통닭. 이 정도면 애교수준.


    이때부터 슬슬 부담되는.. 하지만 통으로 구운 오리. 먹음직스럽죠? ^^ 그런데 꼭 머리가 있어야 하나 봅니다. 어쩌면 일종의 풍습이 아닐까. 피가 뿌려진 생선이 싱싱하다면 이렇게 머리가 붙어 있어야만 상품가치가 있는, 그래서 원형보존에 신경쓰는 홍콩인들입니다. 물론 확실히 알고 쓰는게 아닌 어디까지나 저의 추측입니다. 이제부터 문화적 충격 3단계에 돌입.


    우리나라 시골장터에도 종종 본거 같은데 이렇게 닭장에 가두고 손님이 직접 골라서 파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곧 있음 닭모가지가 쳐질텐데 하는 생각에 왠지 측은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너희들은 인류의 주된 식량이거늘, 죽어서 다음세상에 태어나면 닭집 사장으로 태어나려무나. 흑흑 ㅠㅠ


    어쨌든 손님들(주로 아주머니들)이 닭을 잡기 위해 아주 신중히들 고르고 고르는 풍경. 딱히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서 일부러 닭을 잡는 것도 아닌듯 보였고 그냥 이들의 일상이 저녁밥을 위해 닭을 잡는.. 그런데 제 눈엔 그 닭이 전부 그 닭으로 보이는데 이 예리한 아주머니들의 눈엔 확실히 다른가 봅니다.


    지목한 닭을 꺼내면 손님이 이리저리 만져보고 결정하는데요. 살은 통통하게 쪘는지 상처난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만지기를 반복. 맘에 드는 닭이 결정되면 돈을 지불하고 몇 분 후 생닭이 포장되어 나올때까지 기다립니다. 살아있는 닭이 생닭으로 포장되어 나오는 시간은 불과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여기에 문화적 충격 3단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잔인해서 차마 사진을 올릴 수 없습니다. 그나마 모자이크로 올려드릴까 합니다.


    음..모자이크 싫다구요? 그렇다면 바로 아래에다 노모로 올려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심호흡 좀 하셔야 할 것입니다. 보기를 원치 않으시다면 그냥 넘기셔도 무방합니다만, 사람의 심리란 안보곤 못배기는 습성이 있기에 넘기는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 준비 되셨나요? 정말 살아있는 닭이 생닭이 되는걸 보고 싶으신가요? 너무 충격받지 마시기 바랍니다.

     

    ※ 주의 : 임산부와 노약자는 아래의 사진을 조용히 넘기지...말고 그냥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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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합니다. 카메라 렌즈가 잘 안당겨지네요. 같은 사진은 맞습니다. ^^; 어쨌든 선택받은 닭은 곧바로 손질이 되는데 처음 목에 칼을 댈때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봤습니다. 비록 사진으로 올려드릴 순 없으나 설명으로 만족하시기 바래요.

    도마위에 산 닭을 올리고 단칼에 목을 치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습니다. 그냥 대가리를 잡고선 목에다 칼로 스윽~ 하며 가볍게 긋습니다. 왼쪽 목에 그었으면 오른쪽 목에도 긋습니다. 그러니깐 목을 지나는 경정맥을 따는거죠. 그렇게 한 뒤 거꾸로 매달아 몸속에 있는 피를 제거합니다.


    생선도 마찬가지지만 닭과 돼지, 소는 죽은 뒤에 피를 빼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사후 경직이 일어나면 몸의 근육이 딱딱해지고 피가 스며들면서 비린내가 나므로 상품가치는 떨어지게 되지요. 그래서 살아 있을때 주요 혈관을 그어 피를 빼내야 하는 것입니다. 피가 빠지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그리고 깃털과 내장을 제거한 후  토막내지 않은 원형 그대로를 봉지에다 포장해서 줍니다.


    닭 잡는 분들에겐 이게 무슨 대수냐 하실지도 모르지만 중요한건 이렇게 밖에서도 도살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거. ㅠㅠ 관광객의 눈으로 본 홍콩 재래시장은 복잡하게 돌아가는 도심속에 또 하나의 작은 세계였습니다. 선혈이 낭자한 생선부터 닭 잡는 모습까지, 그 모습들이 심히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문화의 차이라는 것. 홍콩 사람들에겐 그저 일상일 뿐이지요. 우리네 모습과 같은듯 다른 풍경을 구경하는게 또 재래시장의 묘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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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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