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낚시 3부, 고등어 낚시와 즉석 고등어회(차귀도 지실이에서)


고등어는 바다낚시 입문자들에게 꼭 한번 권해보고 싶은 낚시입니다. 평소 시장에서 사 먹기만 했던 국민생선
고등어를 직접 낚아 구워도 먹고, 또 즉석으로 고등어회를 떠서 먹을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죠.
고등어 낚시의 최대 장점은 동네 앞 방파제부터 갯바위까지 포인트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수차례 겪은 후 참돔이나 벵에돔을 낚기 위해 적잖은 경비를 들여 가며 원정오신 꾼들에겐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가 그런데요. 이 날은 벵에돔 사냥을 위해 모처럼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잠깐의 실수로 인해 대상어가 벵에돔에서 고등어로 바뀌어 버렸지 뭐예요.
낚시를 하다보면 원치 않은 포인트에 내려 원치 않는 낚시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위안을 삼은 게 있다면 갯바위에서 처음 만난 분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고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 풍경하나는 끝내줬습니다. ^^
비록 대상어 체포엔 실패하였지만 '지상 낙원'을 연상케 한 이곳 차귀도에서 낚시대를 드리울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저는 만족하려고 합니다. 




아침 6시 30분, 제주 차귀도 앞 자구내 포구

이 날은 제주에서 생활한지 열흘차로 처음으로 새벽출조에 나섰는데요. 추석연휴를 맞이하여 포구엔 꾼들로 북새통입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날을 잘못 잡은거 같습니다. 평일날 가도 되는데 굳이 사람많고 포인트 싸움 치열한 연휴 때를 선택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실수네요.
게다가 남들 보다 30분 먼저 빨리 도착해 승선명부를 적고 포인트를 찜해야 할 상황임에도 새벽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첫 배를 놓쳤습니다.
첫 배엔 많은 꾼들이 탔고 차귀도의 각 포인트에 내려준 배는 두번째 출항을 위해 항으로 들어오는 순간입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첫 배를 보냈으니 원하는 포인트로의 진입은 사실상 물건너갔습니다. 지금 나가는 배는 남은 떨거지 자리에 꾼들을 내려줄 것이 뻔한 상황.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해도 이미 늦었지요. 밑밥도 한가득 개어 논 상태라 물릴 수도 없습니다.
안그래도 한번 출조할 때 밑밥 게는 비용(저는 아내와 따로 쓰기 때문에 밑밥 비용이 두배나 들어갑니다. ㅠㅠ)이 만만찮은데 여기에 연휴를 선택한 것과
새벽에 30분 먼저 도착하지 않은 것, 이 두가지 판단착오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습니다.


새벽 여명이 밝아온다, 제주도 고산 자구내 포구

이 날도 해상날씨가 썩 좋지 못한 상황

계속해서 너울의 여파가 남아 있고, 앞서 첫배가 갔다 온거라 원하는 포인트로의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
이제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을까 싶어 선장께 여쭤 봅니다.

"장군바위 자리있어요?"
"없어요."
"썩은여는요?"
"거긴 너울때문에 내릴 수 없어요."
"방어덕은?"
"이미 다 내렸어요."
"그럼 목여는요?"
"거긴 7명이나 내려서 더 이상 못내려요."
"...."


하선을 위해 배는 차귀도 앞개 포인트에 섰다

가고자 했던 장군바위는 자리가 없고

다금바리, 돌돔 명소인 차귀도 지실이 포인트

그렇게 현지꾼들을 모두 내려주고 나니 딸랑 우리부부만 남았습니다.
내릴 자리가 마땅치 않자 배는 차귀도를 한바퀴 선회하더니 지실이 포인트의 남는 자리에 우릴 내려주었습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차귀도 지실이 포인트에서 벵에돔 낚시를 한다는 건 그저 물에다 낚시대를 담그며 시간 보내는 것과 같다

여기만은 제발... 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만만한 지실이에 우릴 내려주고선 홀연히 떠난 배.
이미 이곳엔 여러 꾼들이 자리를 잡고 낚시중이였습니다.
차귀도 지실이는 다금바리, 돌돔을 노리는 원투낚시 포인트로 유명. 발앞에 수심이 무려 17m, 조금 멀리 나가면 40m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곳이지요.
이런 곳에서 벵에돔 낚시를 한다는 건 무리입니다. 선장님이 말하시길 "그래도 가끔 대박이 터지기도 하더라"고 하지만 옆 꾼의 이야길 들어보니..
"내가 이곳을 20년이나 다녀봐서 아는데 이곳은 돌돔 포인트지 벵에돔은 절대로 안나오는 자리다"라고 하니 우리부부, 이 상황을 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낚시를 시작한 아내, 첫수로 전갱이 새끼(각재기)를 올립니다.
그동안 우리부부, 제주도에 온 이후 각재기의 성화 때문에 낚시다운 낚시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녀석들이 수면에서 미끼를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미끼가 물속으로 내려가질 않아요.
밑밥을 한가득 개왔지만 각재기들이 빠질 때까지 밑밥 없는 낚시를 진행해 봅니다.


계속해서 각재기들이 달려들자 저와 아내, 의욕을 상실합니다.
아내는 이대로 당할 수 없다며 채비를 자중이 나가는 B찌로 교체합니다.


추석연휴라 그런지 꾼들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옵니다.
이미 차귀도의 주요 포인트는 내릴 자리가 없고 만만한게 지실이인지 계속해서 사람들을 내려줍니다.
그래그래~~ 어차피 망친 낚시, 다 같이 망해보자 ㅋㅋㅋ

농담이고요. ^^;
이번에 내린 팀은 돌돔 원투낚시 조사님들과 커플팀입니다.
잠시 인사를 나누며 포인트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역시 이곳은 벵에돔 낚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결론.
그렇다면 이제부터 무슨 낚시를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문득 든 생각.
발 앞이 17m라면 바닥층에 뭐라도 물겠네 싶어 곧바로 채비를 바꾸려는데 아뿔싸.
 
고부력 찌를 죄다 숙소에 나두고 왔네..
벵에돔만 낚을 생각에 죄다 제로찌 계열만 가져온 게 화근이네요. 아내는 옆에서 준비성 제로라며 구박을 주고 있고, 이 찌로 수심 17m~40m까지
노릴려니 실로 난감합니다. 그냥 각재기들과 노닥거리며 허공의 삽질만 하다 가야 할 판. 이럴려고 차귀도에 왔나.


해서 준비한 채비는 눈먼 참돔이라도 잡아 볼 요량으로 선택한 000(쓰리제로)찌.
이 날 준비한 찌 중에선 그나마 깊은 곳을 공략할 수 있는 유일한 찌인 셈. 오른쪽 사진은 목줄에 부착한 봉돌인데요.
수심도 깊고 조류도 쎄서 저런 봉돌을 계속 추가하며 주렁주렁 매달았습니다.

"그래 차귀도를 낚을 때까지 죽어라 봉돌을 추가해 보자 ^^;"

도대체 이 수심과 조류에 봉돌을 몇 개나 달아야 차귀도를 낚을 수 있을까? 눈 앞이 캄캄해지네요.
순간 아내에게 들어온 입질!


낚시대 휨새를 봐선 일단 각재기는 아닌 것 같은데..


그나마 쓸만한 씨알의 고등어가 올라와 줍니다. 엄밀히 말하면 중등어네요. 중3 정도? ^^
고등어가 올라오자 옆에서 돌돔 낚시 하시는 조사님이 말하십니다.

"그거 바로 회처묵으면 참 맛있어요."
"네 그런데 낚시하느라 회 칠 시간이 없네요 ^^;"
"이리 줘봐요. 제가 회 떠드릴께~"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그리고는 곧바로 산 고등어를 회치시는 옆 조사님.


저희 부부를 위해 즉석으로 고등어회를 쳐주십니다.

"이리와서 한젓가락 들어요"

비록 한마리만 뜬거라 양이 적은데 우리만 낼름 먹기도 뭐해서 "맛만 보겠다"며 한 두점씩만 집어 먹고 다시 열낚모드에 들어갑니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고등어 낚시로 전향하자. 이 참에 밥 반찬이라도 구해놔야지..
평소 아내는 저에게 귀가 따갑도록 해준 말이 있습니다.

"대상어에 집착하는 낚시가 낚시를 망친다"고..

대상어가 안잡힐 땐 잡어라도 잡아서 즉석으로 회쳐묵는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가 중요한거지.
사람들은 벵에돔을 잡는 것에 대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건 꾼들이나 알아주는거지 벵에돔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말처럼 쉽게 움직여지지 않더군요.
"저기까지 가서 고등어나 잡고"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도 분명 계실테고..
반면 생활낚시 팁을 원하는 사람도, 소소한 에피소드에 흐믓해하실 분도 계실테고 말입니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라는 생각과 그것을 기대하는 사람"

글 쓰면서 늘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면 다양한 계층, 다양한 유저를 만족시키기란 참 힘들다는 것. 
누구에겐 이곳이 동네앞 방파제요 섬이지만, 저같은 사람에겐 늘 장거리 원정을 뛰어야 할 꿈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한 출조인데 대상어가 안된다고 잡어를 타작해 일부는 회쳐먹을라고 하니 저로선 억울할 만도 하지요.
하지만 아내 말을 들으면 낚시도 그에 대한 마음가짐도 한결 편해짐을 알았습니다.
이 날 따라 저도 일찌감치 대상어를 포기하고 이곳 차귀도에서 생활낚시(?)를 하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지요.


000(쓰리제로)채비를 한 저에게는 고등어가 따문따문 물어주는데 비해 B찌 채비를 한 아내에겐 연신 물어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오늘 갯바위는 여인 천하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이 곳은 여러 사람이 내려서 낚시 중이지만 대를 세우며 파이팅하는 사람은 제 아내와 건너편 현지꾼 여성 조사님이 유일하네요.
올라오는 건 고등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고등어 낚시였습니다.


그렇게 잡은 고등어는 옆에 분들에게 회 떠드시라고 서너마리를 물칸에 풀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우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낚시를 하면서도 바다에 감사할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대상어가 안나오면 열내고 스트레스 받고, 잡어가 올라오면 재수없다며 패대기 치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치우지 않고 가버리니 바다는 몸살을 앓고..
어쩌면 바다는 우리가 해준 것 만큼 우리에게 해주는 게 아닐까..


그랬더니 이번엔 좀 더 푸짐해진 즉석 고등어 회 ^^

비록 오늘은 대상어 사냥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바다는 아쉬운 우리를 위해 고등어를 선물해 줬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제주도 일부 조차도 양식 고등어를 썰어 한 접시에 몇 만원씩 받지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산 고등어를 낚아 즉석으로
회쳐먹는 특권을 누리잖아요. ^^


소주잔이 없자 캔으로 만든 센스있는 잔

고등어 몇 마리에 갯바위에서 작은 파티가 열렸습니다. 
다들 처음 뵌 분들이지만 고등어 회 하나로 술잔을 나누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소주잔이 부족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맥주캔을 잘라다 만드는데 끝이 날카롭기 때문에 입 대는 곳을 저렇게 마감하여 주시더군요. ^^



"소주 한잔 털어 넣고 먹는 즉석 고등어회, 달다 달어"


어느덧 정오에 들어서자 차귀도를 관광하러 온 관광객들도 늘어나고

돌돔, 다금바리를 노리는 원투낚시엔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습니다.


올라오는 건 게고동 미끼뿐..



만조에 이르자 평평한 갯바위는 물로 흥건하게 차 들어옵니다.
장화를 신지 않은 우리부부는 뒤로 저만치 물러나 낚시할 수 밖에 없지만 갯바위가 맨들맨들하다면 이것도 좋은 방법이군요. ^^


돌돔 낚시에 쓰이는 미끼입니다.
지금 시즌에 가장 많이 쓰이는 미끼는 게고동과 참갯지렁이(일명 혼무시).


천상 낙원을 연상케 하는 차귀도 지실이에서 고등어 낚시에 열중인 아내
 

 

밑밥을 뿌리자 발 앞엔 전갱이 새끼(각재기)들이 드글드글 합니다.
아내는 그나마 얘네들을 피해서 멀리 던진 후 조류에 태웁니다. 그렇게 꾸준히 흘리다보면 고등어 입질이 들어오지요.
조류가는 걸 보면 참돔이나 긴꼬리 벵에돔이 물어 줄만도 할텐데 이곳 지실이의 물밑 지형과 포인트 여건은 그게 아닌가 봅니다.


연신 고등어를 낚아내는 아내

저는 일찌감치 낚시대를 접은 상태. 이렇게 아침부터 낚시 의욕을 상실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보통은 해가 떠오를 때 찌를 보며 흥분되는 그런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 날은 빨리 철수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열심히 해보겠다며 투지를 불태운지 열흘, 그러나 각재기에 너무 시달리다 보니 조금은 낚시에 흥미를 잃은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아내가 투지를 불태우고 있네요. 저 보다도 더 열심이고.. 

생각해보니 제주도에 온 이후 아내가 먼저 철수하자고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부 제가 먼저 낚시대를 접자고 했지요. 그런 저를 보더니 아내가 그러더군요

"뭔가 서로 바뀐것 같다."


몇 마리 회쳐먹고 남은 고등어를 항에 도착해 바로 손질해뒀다

"포인트를 옮길 수 없다면 철수를 시켜달라"

이 날은 일찌감치 선장께 전화를 넣어 철수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안나오는 포인트에서 낚시대를 담가봐야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이럴땐 조금이라도 빨리 철수해 체력을 아끼고 밀린 업무나 해치우는 게 득.
그런데 이렇게 했을 때 한가지 문제가 생기더군요.



이 날은 정상적으로 벵에돔 낚시를 할 수 없어 밑밥이 엄청나게 남아버렸습니다.
한번 출조시 들어가는 밑밥 가격도 장난이 아닌데 이렇게 남아버리면 바다에 쏟아부어야 하나?
예전에 당일치기 낚시를 했을 땐 그리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다음날도 낚시를 할 수 있다면 썩어버리기 전에 사용하면 되지요.
그런데 다음날은 기상이 더 악화되어 낚시를 할 수 없는 상황. 이대로 두면 썩어버릴 게 불보듯 해 저렇게 비닐에 싸서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이틀 후 저는 이 밑밥을 해동시켜 모처럼 생활낚시를 위해 방파제를 찾았습니다. 그것은 다음편으로 이어지며..
이 날 만났던 돌돔 조사님들, 덕분에 고등어 회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건네주셨던 커플 팀 모두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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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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