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낚시 4부, 생활낚시의 꽃 "구멍치기"(애월항 방파제에서)


    이틀전, 차귀도에서 완패를 당한 우리부부는 남은 밑밥을 소진시키기 위해 인근에 있는 애월항 방파제를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제주도 낚시 4부는 다름아닌 생활낚시입니다. ^^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 한번 시작했다 하면 전투낚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빡시게 해왔던 저희부부가
    모처럼 여유있는 낚시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날도 전갱이 새끼들이 물어재끼는 바람에 벵에돔 낚시
    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아내는 순간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는
    지 낚시줄만으로 낚시하기 시작! 무언가 연신 올리기 시작하는데..




    제주도 애월항 방파제

    이 날은 그 좋은 아침 물때를 거르고 느즈막히 출발, 조과보다는 저녁 반찬감을 구하는 걸 목표로 나섰습니다.
    애월항 방파제는 제주도에서도 손꼽히는 곳으로 낚시를 위해 제주도로 오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낚시할 만한 곳이라고 해요.
    하지만 최근들어 연일 크레인과 트럭이 오가며 다소 산만한 분위기를 냅니다. 무슨 일인고 살펴보니 바로 옆에 대형 방파제를 새로 건설하는 듯 해요.
    이렇게 될 경우 애월항 방파제가 옛 명성만큼이나 포인트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인근에 대형 방파제나 방조제가 건설되면 해당 포인트는 그 가치가 퇴색될 확률이 크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해권의 신시도와 고군산군도 일대입니다. 이곳은 과거 대표적인 감성돔 명소였으나 최근 그 명성이 많이 퇴색되었다고 해요.
    이유는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물길(조류)이 바뀐 탓이라고 합니다.
    애월항 방파제도 바로 옆에 대형 방파제가 들어선다면 현재의 포인트적인 가치가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 장담 못합니다.


    애월항 방파제는 중간에 이런 모양의 테트라포트가 있어 발판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설이 길었는데요. 어쨌든 우리는 남은 밑밥으로 벵에돔 사냥을 나서봅니다.
    애월항 방파제 중에서도 중간에 U자로 꺽이는 지점을 포인트로 선택, 낚시를 시작합니다.
    보시다시피 이곳은 이렇게 평평한 테트라포트가 있어 낚시하기엔 아주 그만이지요.^^


    이 날 채비는 0(제로)찌로 벵에돔 낚시를 시작해 본다

    주변 수심이 그리 깊지는 않아 제로찌를 선택했지만 각재기(전갱이)층을 조금이라도 빨리 뚫고 내리기 위해 수중쿠션 바로 아래 5번 봉돌을 물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못할 상황.


    첫 캐스팅을 하는 아내, 제주도 애월항 방파제

    밑밥을 뿌리자 시커멓게 달려드는 전갱이(각재기)새끼들..
    잡어 분리도 안되니 수면에 안착되자마자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두손 두발 듭니다.
    조금이라도 빠른 판단을 위해 2~3번 던져보고 아니다 싶어 포인트를 이동합니다.


    낚시하기엔 매우 좋은 날씨지만 어쩐 일인지 매우 한산했다

    제가 알기로 이곳 애월항 방파제는 해마다 8월~10월이면 한치와 벵에돔을 낚으려는 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하던데 최근 한치 낚시를 위해 두어차례 
    방문해 봤지만 꾼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낚시점에 가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요즘 조황이 신통치 않다고만 할 뿐, 자세한 원인은 아무도 모릅니다.
    역시 방파제 공사 때문일까요?


    두번째로 선택한 포인트는 방파제 맨 끝에 위치한 테트라포트.
    이 날 조류가 약해 조금이라도 난바다쪽으로 던져보기 위함입니다.
    테트라포트가 워낙 커서 타고 내려가기가 쉽지 않네요.


    적당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은 후 다시 벵에돔 낚시를 시도해 봅니다.


    그러나 이곳도 상황은 별 반 다르지 않네요.
    밑밥을 뿌리면 시커멓게 포인트를 애워쌓는 전갱이에 대책이 안섭니다.
    저는 작심하고 잡어 분리를 시도해 봤지만 얘네들은 도저히 분리가 되지 않네요. ^^;
    예전 같았으면 전갱이가 빠져줄 때까지 밑밥 투척을 중단했것만 오늘은 작전을 바꿨습니다.

    "이젠 나도 몰라. 배부를 때까지 실컷 먹어랏!"

    그리고는 한곳에다 집중적으로 밑밥을 투척하였습니다. 만약 이곳에 벵에돔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들어간 밑밥에 반응할 것이고 결국 밑밥을 주워먹기 위해
    피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었지요. 벵에돔이 피어오르기만 한다면 저 녀석들이 모두 흩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고 말입니다.
    그렇게 밑밥을 집중 투하한 후 채비를 가라앉히니 찌가 스르륵하고 사라집니다. 힘쓰는게 전갱이도 벵에돔도 아닌거 같은데 뭐지?


    반가운 손님고기, 능성어(구문쟁이)가 올라온다

    "오잉~ 이건 뭐다냐....왠 능성어가"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건 능성어. 하지만 씨알이 잘아 살려주고요~
    아내는 전갱이들의 성화에 낚시대를 놔버렸습니다. 표정을 보니 낚시할 맘이 없어 보이네요.
    요 몇 일간 전갱이떼의 습격에 낚시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전갱이만 보면 학을 뗍니다. 거의 노이로제 수준이에요.

    "집에 갈까?"
    "(도리도리)"
    "그럼 뭐할까?"
    "잠깐만 기달려봐"


    낚시대를 접은 아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멍치기를 시도합니다.
    사용하던 목줄만 따로 빼 작은 봉돌만 하나 달고 담궈봤더니..


    구멍치기에 돌돔이 올라오는군요.^^
    비록 아가야 돌돔이지만 구멍치기로 고급 어종이 낚이다니 확실히 제주도 답습니다.
    사이즈는 딱 횟집 수조의 줄돔크기..얘는 너무 어려서 살려주고요.


    낚시줄로만 해도 별의 별 어종이 나오더군요.^^
    용치놀래기, 어랭놀래기, 복어, 돌돔 새끼, 자리돔까지..
    몇 번은 미끼만 도둑맞았고 또 몇 번은 올리다가 떨구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씨알 좀 되는 손맛을 느꼈는데 중간에 바늘이 벗겨져서 얼굴도 못봤습니다.
    아내는 구멍치기 재미가 솔솔한가 보네요. ^^


    이번에도 아가야 돌돔이 올라옵니다. 방생하고요~
    그동안 릴 찌낚시를 통해 낚시를 배워 온 아내지만 지금은 손가락만한 전갱이떼로 인해 의욕이 한풀 꺾인 상태랍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꿩대신 닭이라도 이렇게 낚시줄만 가지고 손맛 볼 수 있다는 것.
    구멍치기의 장점은 복잡한 계산이나 테크닉 없이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과 고기가 물었을 때의 진동이 낚시줄을 통해 직접 손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사이즈가 작아도 탈탈거리는 손맛을 느낄 수 있다며 그녀는 전합니다.


    잡히는 어종도 다양합니다. 얘는 아열대성 어종인 범돔인데 너무 귀엽죠? ^^ 살려주도록 하고요~
    계속해서 방생사이즈만 나오니 아무래도 오늘은 밥 반찬 마련이 실패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오늘따라 바다는 왜 이리 고요한지. 이런 날은 배타고 멀리 나가서 낚시했다면 좋았을지도 모를텐데..
    비록 생활낚시였고 별 준비 없이 찾아서 그런걸까. 바다는 우리에게 쉽사리 먹을꺼리를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바다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저 전갱이들이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철 없는 생각도 잠시 하였습니다.
    저 근사한 요트에 올라 탄 사람들은 어떤 기분으로 바다를 바라볼까?

    채비를 쉬지 않고 바다를 향해 날렸습니다. 밑밥도 많이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쯤되면 벵에돔들이 밑밥냄새에 견디지 못해 피어오를듯 하것만 애꿎은 전갱이만 바늘에 꽂혀 올라옵니다.
    어찌나 개체수가 많은지 빈바늘로 회수해도 오는 도중 몸통에 꽂히는가 하면, 빵가루 경단을 써도 이것들이 물고 올라오네요.
    빵가루도 소용없다니.. 좌절입니다.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가야 하나..
    순간 아내의 "왔다" 소리가 들립니다!


    오~ 이번엔 씨알이 좀 된다. ㅋㅋ 요 녀석은 오늘 구잇감으로 당첨! 얼른 챙겨넣고요.
    낚시줄로 손맛 본 아내, 재빨리 크릴을 꿰어 넣어보는데 이후론 잔챙이들만 걸려드니 또 다시 포인트를 옮겨봅니다.


    전갱이 새끼의 성화에 의욕을 상실한 입질의 추억

    이곳은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방파제.
    해가 정면이라 찌 보기가 매우 고약합니다. 거의 감으로 낚아채야 하는 상황인데 이곳도 상황은 마찬가지.
    전갱이들의 성화에 전투력을 상실한 저입니다. ^^;


    그런데 아내는 소리소문없이 벵에돔을 낚고 있네요?
    낚았으면 낚았다고 말이라도 해주지..

    "어디서 나왔어?"
    "저어기~ 저쪽에서 나왔어"
    "떠서 물었어?"
    "아니 좀 깊이들어가니 물더라"

    이제는 내가 아내에게 물어봐야 할 처지라니...
    전갱이가 성화를 부리지만 그 와중에 어쩌다 한번 들어간 크릴에 벵에돔이 물고 올라온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잠시후 "왔다"를 외치는 아내.



    "또 낚았네?"

    어째서 내 채비엔 안물고 아내 채비엔 문걸까?
    입질의 추억, 오늘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
    그 후로 아내는 벵에돔을 한마리 더 낚더니 넘 작다며 방생하는 여유까지 부립니다.
    비록 씨알은 잘지만 홀로 세마리를 낚으며 고군분투하는 아내. 반면에 저는 이미 의욕이 꺼진 상태.

    "고만 철수하자"

    오늘도 철수하자란 말을 먼저하고야 말았습니다. 말그대로 의욕상실이네요.
    낚시란게 설계한대로 되야 그게 재미가 있는 법인데 최근들어 이상하게 기상도 꼬이고 낚시도 꼬이고...
    채비도 꼬이고 잡어도 꼬이고~


    짐 정리를 한 후 방파제 언저리에서 밑밥통을 씻고 있는데 눈에 익숙한 뭔가가 바위 틈에 붙어 있습니다.
    뭘까하고 살펴보는데 이게 왠 떡 ^^


    제주도하면 또 뿔소라가 유명한데 이런 곳에 붙어있을 줄이야. 요것도 나름 득템인가요. ^^
    그런데 어라? 주변을 살펴보니 한 두마리가 아니네 ^^ㅋㅋ



    바위가 미끄러워 조심조심. 손 닿는 것들만 땄습니다.
    그리곤 발앞에 뭔가가 눈에 들어오는데..



    "혹시 광어?"
     
    이 곳 수심은 눈짐작으로 봐서 2m 가량 나오는 모래밭인데 바로 발 밑에 광어가 있을 줄이야.
    그런데 물결이 일렁일렁하니 광언지 바윗덩인지 살짝 햇갈립니다. 아내는 계속 바위덩어리라며 우기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광언데.
    한번 살살 꼬셔볼까? 싶어 낚시대를 펼쳐듭니다. 그런데 미끼가 없네..
    제가 낚시대를 펼치는 동안 아내는 크릴 한 조각 줏으러 방파제를 돌고 오네요. ^^;


    아내가 도착하자 유유히 헤엄쳐 빠져나가는 광어

    "봐라~ 바윗돌이 저리 헤엄치나?"

    날개짓을 할 때 배 부분을 봤는데 시커멓더군요.
    아마 인근의 양식장에서 탈출한 탈광같은데요. 상품가치가 떨어져 바다로 방출된 개체로 보였습니다.
    평소 늘 사료만 받아 먹던 녀석인데 자연에서 생존을 위해 먹이 경쟁을 펼치다 보니 적응이 덜 된 걸까?
    그래서 조용한 내항으로 들어와 삶을 연명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좀 측은해 보입니다.


    방생할껀 방생하고 남은 소소한 조과들

    둘이서 한끼 식사로 먹을거니 많은 양은 필요치 않지요.


    숙소로 돌아와 아내는 밥을 짓고 저는 뿔소라와 생선을 다듬습니다.


    벵에돔은 토치로 껍질을 익혀 숙회(마스까와)를 만듭니다.
    이렇게 먹으면 더욱 쫄깃쫄깃. ^^


    둘이서 밥 반찬으로 먹기 적당한 뿔소라와 벵에돔회

    뺀찌는 굵음 소금 솔솔 뿌려 튀겼습니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저 소금이 입안에서 톡하며 씹힙니다.
    여유가 있다면 구워 먹고 싶지만 뜰에서 번개탄으로 구워야 하니 늦은 시간엔 귀차니즘이 발동하네요.^^;



    뿔소라 껍데기는 이 날 훌륭한 소주잔이 되었습니다.
    비록 원할만큼의 조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주도라서 꽝은 없군요.^^
    모자르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당히 먹을 만큼만 잡혀주니 왠지 절묘합니다.
    그렇게 입질부부의 하루는 저물어 갑니다. 다음 편을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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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낚시 2부, 예례동 작은코지와 동양콘도 앞 방파제 낚시
    제주도 낚시 1부, 차귀도 썩은여에서 벵에돔 낚시
    제주도에서 열흘간 살아보니 이런 점이 너무 달라
    무뚜뚝한 남편 단숨에 무너트린 아내의 애교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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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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