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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의 본고장, 제주도.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낚시대를 드리우고픈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명하고 높은 가을 하늘, 그 아래 찬란하게 빛나는 옥빛 에메랄드 바다를 향해 캐스팅을 하게 되면
무엇이 물고 올라올지 예상 불가능한 두근거림과 설레임이 있지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엔돌핀이
솟는 이곳 제주도에서 벵에돔 낚시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는 입질 부부.
이 날은 제주도 생활 1주차, 그동안 도보권 포인트만 답사하다 처음으로 배를 타고 차귀도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늘 함께 했던 낚시 파트너(?)가 있었기에 이 분이 빠지면 섭섭함을 넘어 낚시 자체가
재미없을 정도로 아쉽습니다. 모름지기 취미란 마음 맞는 동행인이 함께 했을 때 즐거움이 배가 되는 법!
최근 제주도는 몇 일 동안 비 한 방울 안내리는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상날씨는 썩 좋지 못했어요.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북동-북서풍에 바다는 허연 거품을 내며 너울성 파도로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이 날 예보된 해상 날씨는 북-북동풍으로 7~11m/s, 파고 1~1.5m여서 포인트에 따라 위험 지역이 있을 수도 있는 그런 날이였습니다.
제주도에 온지 일주일 차, 도보권 포인트에선 이렇다 할 조과가 없어 결국은 배를 타고 나갔습니다.
오늘 가게 될 포인트는 제주도 서쪽에 위치한 차귀도입니다. 차귀도는 앞서 몇 차례 낚시를 했던 곳이여서 이런 장면들이 참 익숙하지요.^^
특히 바람 많이 부는 날, 저렇게 풍차가 돌아가고 바다는 파도를 만들어 사진 촬영을 하기엔 그만입니다.
하지만 낚시를 앞 둔 우리부부에겐 이런 상황이 다소 불안하기만 합니다. 북동풍이 거세게 몰아쳤던 날이라 한라산을 등지고 그나마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차귀도로 왔지만 선장님이 말씀하시길 "너울성 파도가 심해 오늘은 조기 철수해야 한다."며 오늘도 낚시가 순탄하지 않음을 예고하였습니다.
언제나 든든한 낚시 파트너가 되어주는 아내
차귀도의 돌돔 명당, 지실이 포인트
독수리섬이라고도 불리는 지실이를 남쪽에서 바라본 모습
차귀도 3대 돌돔 포인트 중 하나인 썩은여
이 날 우리부부가 내린 자리는 차귀도에서도 명 포인트로 꼽히는 썩은여입니다.
워낙 인기가 좋아 주말에는 내리기 힘든 자리이기도 하지요. 이 곳은 돌돔 원투 포인트이기도 하지만 벵에돔 낚시도 된답니다.
지금 시각은 오후 1시, 해질 때 씨알 좋은 긴꼬리 벵에돔을 노리고 이렇게 들어왔는데 선장님께서 철수를 5시에 한다네요.
요즘 낚시는 5시부터 7시까지가 놓칠 수 없는 챤스인데 5시 철수라니 정말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고기 욕심 내려다 저 세상 간 낚시꾼들 여럿 봤는데 너울성 파도가 점점 심해져서 내린 판단인 만큼 안전을 기해야겠지요.
사실 이 날 가려고 했던 곳은 차귀도가 아닌 형제섬이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전날 밤, 형제섬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해경이 조사하는 등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낚시객 1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익사한 것입니다.
그 너울의 잔재가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면 파도가 별로 없는 잔잔한 바다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날 따라 바다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더군요. 저도 깜짝 놀랬습니다.
밑밥통만 남겨둔 채 나머지 짐들은 안전한 곳으로 모두 옮겨놓고 낚시 준비를 하는데 저 표시된 라인까지 너울이 들이닥친 것입니다.
그래서 저 흰색 밑밥통이 그대로 쓰러졌고 낚시 시작도 전에 준비한 밑밥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입니다.
약 10분이 지나자 잔잔했던 바다에 또 한차례 너울이 일기 시작합니다.
제가 10년간 낚시를 다니면서 이런 유형의 너울은 처음 보네요. 이 너울은 일반적인 파도가 아닙니다.
파도가 지속적으로 치면서 찰랑거린다면 그 파도는 사람을 덮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파장이 굉장히 긴 너울이예요.
바다 자체는 장판이라 할 정도로 평온합니다. 그런데 10분 간격으로 한번씩 들이닥치는 너울은 간담을 써늘케 해요.
낚시하다 잊을만 하면 저 멀리 수명선에서 서서히 밀려 오는 너울이 보입니다. 정말 천천히 옵니다.
그리고 그 너울은 갯바위 가장자리에 부딪혀 일부는 솟아 오르고, 일부는 저 사진처럼 밀고 들어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밑밥통 들고 긴급히 피신해야 했지요. 이걸 10분마다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낚시가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굉장히 신경쓰이는 그런 너울입니다. 물론 제가 서 있는 곳은 안전합니다. 너울이 발목까지 들어오면 신발이 젖을 것이고 신발이 마를 때 까지는 낚시에
지장을 줄 정도겠지요. 그래서 지금 장화를 사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낚시대를 펴는 아내
차귀도에서 첫 캐스팅
원래 벵에돔을 노릴 자리는 저 홈통이 아닌 왼쪽에 있는 난바다 쪽인데요.
그쪽은 언제 너울이 들이닥칠지 몰라 할 수 없이 아내를 후방에 세웠습니다.
눈앞에 포인트가 뻔히 보이는데도 너울 때문에 공략하기 힘든 이 심정. 정말 미챠버립니다. ^^;
최근 제주도에 와서 원하는 포인트, 원하는 공략지점에서 낚시 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스케쥴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원하는 시간대에 낚시는 가능합니다만, 그 자리에 물때가 안맞거나, 현지인으로 자리가 없거나 혹은 이렇게 너울성
파도의 위협으로 후미진 곳에서 낚시하게 되는 상황이 다반사입니다.
"어쩌면 오늘도 벵에돔 낚시보단 벵에돔 낚시 연습을 하고 올지 모르겠네"
돌아가는 상황을 보자 아내는 이미 기대를 접었습니다. 오죽하면 "오늘은 밑밥 투척 연습이나 해야겠네" 라는 말이 튀어 나올까요? ^^;
건너편엔 방송 촬영 자리로 유명한 차귀도 목여 포인트가 보입니다.
어제도 차귀도를 다녀왔는데 저 자리에 일곱명이 내려 낚시를 하데요. 정말 평평하고 넓은 자리입니다.
아내와 함께 낚시를 하고 싶은 남편분들에겐 저 자리 강력 추천입니다.
이 날은 바람을 피하고 빠른 수심층 공략을 위해 쯔리켄 슈퍼 익스퍼트 0C를 사용했다
오늘 제가 사용할 채비는 0C(제로씨)의 전유동 채비입니다.
특별히 수심이 낮거나 벵에돔이 부상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제주도에서 벵에돔 낚시는 0α(제로알파), 0c(제로씨), 00(투제로) 심지어 000(쓰리제로)를
위주로 사용할 것 같아요. 제주도는 남해권과 달라 벵에돔이 수면으로 잘 부상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중층이여서 채비를 좀 더 깊게 탐색할 수 있는
채비를 사용하고요. 밑밥도 빵가루를 사용하지만 비율을 낮추고 집어제 비율을 높이거나 상황에 따라 비중이 무거운 집어제를 쓰기도 합니다.
이 날 밑밥은 크릴 4장 + 빵가루 3장 + 중간 비중의 집어제(大)짜로 1봉을 물과 섞어 푸석하게 반죽하였습니다.
<<입질의 추억 채비>>
1호 530대 - 원줄은 SS하이 포지션 2호 - 0C찌 - 수중쿠션 - 직결 - 목줄은 SS토너먼트 1.5호 3m - 벵에돔 전용 바늘 4호
<<아내의 채비>>
1호 530대 - 2호 원줄 - 00찌 - 수중쿠션 - 직결 - 1.5호 목줄 3m - 벵에돔 전용 바늘 5호
제가 사용한 찌는 일본의 벵에돔 명인인 이케나가 유지가 사용했던 모델로 '천조법'에 딱 맞는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 날은 천조법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 보다는 너울에 신경 써야 할 상황.
그렇게 채비와 밑밥이 몇 차례 들어갔는데 역시 제 포인트를 공략하지 않아서 일까, 입질이 없습니다.
0C(제로씨)찌가 0(제로)와 다른 점은 여부력이 거의 없어 채비가 정렬되면 3m의 목줄과 바늘, 크릴의 무게에 의해 서서히 잠겨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극소봉돌을 달아주게 되면 그만큼 잠기는 속도가 빨라지며 좀 더 깊은 곳을 공략하게 되지요.
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내려간 순간 원줄을 쭉 빨고 들어갑니다. 챔질!
생각보다 앙탈을 부리며 갯바위 가장자리로 쿡쿡 처박는 녀석.
잔씨알의 긴꼬리 벵에돔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바다가 매우 평온해 보입니다만, 저러다가도 10분 간격으로 큰 너울이 밀고 들어옵니다. 정말 두 얼굴이 따로 없지요.
원래는 갯바위 끝으로 나가 던지면 좋은데 낚시에 집중하다 보면 멀리서 밀려오는 너울을 놓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안쪽에서 던지고 있는데 그만큼 캐스팅 비거리가 줄어드니 요것도 애로사항이군요. ^^;
잠시 후 또 한번의 입질이 닿습니다. 잠길찌여서 그런지 입질은 시원시원합니다.
잠길 조법의 어신 파악은 원줄이 쪼르륵 풀려나갈 때 베일을 닫고 챔질하면 됩니다.
씨알은 아쉽지만 그래도 긴꼬리 벵에돔이 물어줍니다.
지금은 한낮이라 따문따문 물어주지만 만약에 저녁까지 낚시를 했다면 뭔가 폭발적인 입질을 기대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리고 잠시후 또 다시 입질이 들어오는데..
이번에도 긴꼬리 벵에돔. 아직은 씨알이 잘아요.
이런 얘들은 해가 떨어질 즈음 굵은 씨알이 들어오면서 1.5호 목줄도 그냥 나가버리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만.. 오늘은 5시가 철수니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입니다.
평화로운 바다에 또 한차례 너울이 밀고 들어오네요.
바람은 북풍인데 너울은 저 멀리 남쪽에서 밀려 들어오니 모르긴 몰라도 이것이 저 아래 오끼나와에 상륙한 태풍의 잔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쪽 목여에 내리신 분들도 저만치 물러서서 낚시하고 있네요. 상황이 점점 안좋아지고 있으니 곧 철수배가 들이닥칠 듯 합니다.
남은 시간은 30분, 저는 일찌감치 낚시대를 접었습니다.
지금까지 3마리 잡았는데 비해 아내는 잡어 이외엔 단 한마리도 잡질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철수직전에 단 한 마리라도 손맛보라고 원래 공략하려던 포인트에 세웠습니다.
또 다시 너울이 밀고 들어오면 아내가 서 있는 자리는 순식간에 잠기게 되겠지만 지금은 제가 수시로 바다를 관찰하고 있으므로 괜찮습니다.
저러다 또 한번 너울이 밀고 들어오면 아내를 후퇴시키고 너울이 잠잠해지면 다시 전방에 내세워 낚시를 시켰습니다.
"생각보다 안되네.."
아내는 저 만치 흘러간 채비를 거두더니 미끼를 새로 끼우로 다시 던지길 반복합니다.
어차피 해가 정면이라 찌를 보는 건 불가능해요. 이럴때 00(투제로)찌는 참으로 편리합니다.
아내는 00찌를 처음 써서 적응이 안된다고 하지만 이때 만큼은 찌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에 잠길찌 체제도 나름 편리하다고 하네요.
그런 아내에게 분명히 한마리는 물어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믿음을 갖고 기다려 보라고 했지요.
이제 철수배가 들이닥치기 10분전 입니다.
"제발 한마리만 잡아보자"
아내는 지금 바짝 독이 올라있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손맛도 못보고 이 상태로 철수하려니 아숴웠던 겁니다.
찌가 아닌 원줄로 어신을 파악하기 위해 원줄을 다듬는 저 손가락이 여느때 보다도 진지합니다.
하지만 끄끝내 바다는 아내의 기대를 저버리는 군요.
"이제 됐다. 낚시대 접자"
"잠깐만 한번만 더 던져보고"
"끝났다니깐. 곧 배가 온다고"
아내,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던져본답니다.
밑밥도 다 쓰고 없는데, 하다못해 크릴도 바다에 부어버려 없습니다.
아내는 갯바위에 떨어진 크릴 한 조각을 기여이 찾아서 꿰네요. 그리고 던집니다.
"이러다 배 올라"
그런데 갑자기 챔질하는 아내, 기여이 입질을 받네요.^^
저녁 무렵이 되어 그런지 씨알도 오늘 잡은 것 중에선 그나마 장원입니다. ㅎㅎㅎ
씨알이 좋아지는 타이밍에 철수합니다. 서둘러 대를 접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철수배가 오네요.
별로 잡은 것도 없구만.. 왠지 극적인 낚시를 한 느낌?
하여간 낚시란 철수직전에 잡는 게 가장 기억에 남는 법. 그것이 잔씨알의 벵에돔이라 해도 말이지요.
아내는 겨우 한풀이를 한 느낌일 것입니다. ^^
지글지글, 번개탄 위에 익어가는 긴꼬리 벵에돔 구이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상을 차립니다.
원래 이 날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면 그냥 라면에 김치를 먹을 생각이였습니다.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최대한 외식비를 줄이고자 숙소에서 밥을 해 먹으며 지내고 있거든요.
특히 낚시 후 상차림 만큼은 자급자족에 의한 밥상을 차리자고 다짐하였기에 그날 그날 잡은 게 없으면 반찬도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저희 부부의 밥 반찬 꺼리를 겨우 마련했네요. ^^;
이렇게 잡아 온 물고기는 우리 부부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 주었습니다.
남편이 회 치는 동안 아내는 숙소 정원에서 생선을 굽습니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낚시란 말인가? ^^;
그래서 오늘 상차림은 라면과 김치 말고도 플러스 굵은 소금을 뿌려 번개탄에 구운 긴꼬리 벵에돔 구이와
긴꼬리 벵에돔 숙회까지 있습니다. 집에서 챙겨 온 토치가 이 날 처음으로 사용되었네요. ^^
제주 생활 1주일 차, 입질 부부의 저녁상
제주도에서 술은 역시 한라산으로 쵸이스!
이것도 두 가지가 있는데 도수는 높지만 살짝 달달한 화이트를 개인적으로 선호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였고 해질녁까지 낚시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지만 이렇게 자급자족하는 알콩 달콩한 낚시.
여기에 아내라는 든든한 낚시 파트너가 있어 행복한 이것이 분명..
남편들이 꿈꾸는 궁극의 낚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다음 조행기를 보실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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