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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걸 통째로 씹어먹는 이것의 정체는
제주도에 온지 삼일째 되는 날, 숙소에 머무르며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여유를 부리다가 오랫만에
오후 출조를 하였습니다. 전날 차귀도 앞개에선 볼락만 나오는 바람에 약이 바짝 올라있었는데요.
이 날은 특별 손님 두분을 모시고 차귀도 목여라는 포인트로 들어가 벵에돔 낚시를 시도하였습니다.
참고로 이 분들은 낚시를 하지 않는 분들이라 배타로 갯바위 들어가는 것도 조금 생소할텐데 여기서
생각도 못한 뜰채신공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5월말 제주도 바다낚시 세번째 이야기! 차귀도 목여로 출발합니다.
차귀도 낚시를 위한 첫걸음, 제주도 자구네 포구
이때가 5월 중순에서 말로 넘어갈 때인데 시즌이 아직 이르다면서 최근 제주도에선 벵에돔 조과가 좋지 못하다고 하더군요.
이 날은 차귀도 목여를 찍고 들어갔는데 작년 가을에 두어번 내려서 벵에돔과 뺀찌를 마릿수로 거뒀었던 좋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제가 잘 아는 포인트여서 목여에서의 벵에돔 낚시는 자신이 있었는데요. 문제는 역시 시기가 이르다는 점에서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았어요.
어쨌든 그러한 불안감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일단 배에 올라탑니다.
에메랄드 빛 바다가 선명하게 펼쳐지는 제주 바다
차귀도의 유명한 '제주 다금바리' 포인트인 지실이
지실이를 지나면 매의 형상으로 보인다 하여 매바위라 불린다.
차귀도의 유명한 낚시 포인트들
언제봐도 아름다운 제주도 바다.
서해권 바다낚시만 하다 이런곳에 오면 낚시도 낚시지만 풍경 감상하느라 쉴새없이 눈동자를 굴립니다.
차귀도 목여에 도착, 낚시 시작
오늘 모시고 온 손님은 제주도 스타블로거이신 파르르님, 그리고 사랑해MJ님.
갯바위 한번 따라 들어가자고 한지가 어언 몇 개월.. 드디여 날 잡고 함께 들어왔어요.
5월 말이라곤 하지만 오후의 햇빛은 제법 따가운 편이였고 화장실도 없는 고립된 갯바위에 앉아 저희부부가 낚시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기엔 좀 따분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마음은 이미 갯바위로 향해 있는 모습입니다.
자상하게도 깔판을 챙겨주시는 파르르님.
근데 우리껀 없네요. ㅋ
죽어서 삐쩍 말라있는 생선도 갯바위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혹시라도 사용될지도 모르기에 사진을 찍어 놓는 모습을 보니 천상 블로거라는 생각입니다. ^^
그리곤 가방에서 왠 스티로폴 박스를 열더니
떡을 가져왔네요. 그것도 제주 특산품이라는 오메기 떡.
일전에 한번 받아서 먹어 봤는데 (관련글 : 아줌마들도 열광한 제주 특산물 오메기떡)
말랑말랑하면서 달달구리한게 참 맛났었지요. 그런데 이걸 갯바위에서 먹을 줄을 생각도 못했는데 바다를 보며 떡을 먹다니 좀 색다르긴 합니다. ^^ㅋ
낚시 얘긴 다음편으로 미루고 오늘은 파르르님의 뜰채 신공을 보여드릴까 해요.
신공이라고 하기엔 단지 빨리 퍼 올려야 한다는 정도(?) 지만 이게 보기보단 꽤 어렵습니다.
뜰채 담가보신 꾼들은 아시겠지만 뜰채가 기본적인 무게도 있을 뿐더러 이게 물속에 들어가면서 생각만큼 안 움직여 주거든요.
물고기는 또 얼마나 빠른가요. 그런데 이게 통하는 물고기가 있기는 하더군요.
처음엔 자리돔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아시죠? 제주도에서 물회로 유명한 자리돔.
밑밥을 치면 저리 새까맣게 모여드는데 어느누가 봐도 저런 것 쯤은 뜰채로 퍼올릴 수 있겠다고 생각할 껍니다.
하지만 자리돔은 생각보다 만만한 어종이 아니였어요. 아무리 물 반, 고기 반이라지만 뜰채를 대는 순간 순식간에 흩어집니다.
그간 자리돔에 대해 생각하기를 벵에돔 낚시를 방해하는 잡어 정도로만 치부했는데 이 날 우습게 봤다가 빈 뜰채 올라오는 걸 보고 얘네들 완전히
약았구나 싶었습니다. 그럼 뭘 잡아야 할까요?
사실 타겟은 없었답니다. 그래서 밑밥을 뿌렸을 때 새카맣게 피어오르지만 단 한마리도 걸려들지 않는 자리돔 대신 선택한 물고기가 있으니..
그것은..
멸치 같이 생긴 물고기예요. ^^;;
아랫쪽에 이 고기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일단 멸치는 아니지만 당시엔 멸치랑 비슷하게 생겨서 멜(큰 멸치)이나 멸치의 한 종류로만 여겼었거든요.
어쨌든 뜰채로 퍼올리면 저렇게 여러마리가 잡히지만 뜰채 구멍 사이로 쏙쏙 빠져나가니 재빨리 통에다 담아야 합니다.
후두두둑~ 떨어진 고기를 주워담고 있는 파르르님, 옆에 사랑해MJ님은 줄낚시 중
제주 바다에서 뜰채신공으로 고기 쓸어담기, 차귀도 목여
그렇게 서너번의 뜰채질만 했을 뿐인데
이만큼 잡혔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도 채 안됐을 꺼예요.옆에 자리돔은 사랑해MJ님이 줄낚시로 잡은 것.
뜰채신공은 간단하지만 순발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수면에 떼지어 다니는 이 멸치같이 생긴 무리가 뜰채안에 들어오면 재빨리 퍼 올리는데
이게 말은 쉽지만 물속에선 잘 안움직여서 빨리 올리는게 힘들꺼예요. 하지만 몇 번 연습하다보면 요 정도는 잡을 수 있습니다. ^^
이게 만약 멸치라면 한번 쪄 낸 후 말려서 다시 멸치를 쓰면 되겠고, 소금을 뿌려 삯히면 그대로 멜젓이 되겠지요.
스티로폴 박스 위에 통통 튀는 이 싱싱한 녀석을 즉석으로 드시는 파르르님.
저렇게 대가리만 똑 떼고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시더니 그대로 씹어 드시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선도 100%의 횟감! 초고추장이라도 꺼내드릴까 생각했지만 한 두점 먹기엔 이 자체만으로도 바닷물에 간이 되어 있어 충분하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천상 제주도민이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
멸치도 밴댕이도 아닌 정체불명의 어종, 도대체 뭘까?
하지만 이 어종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저도 모르는 어종이 더러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멸치 종류가 아닐까 하는 추측만 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글도 쓸 겸 해서 이 어종의 정체를 알기 위해 조사를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나오는 거예요.
일단은 그 많은 어종 중에서 범위를 좁히려면 무슨 과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일단 겉 모습만 봐선 등푸른 생선이고 청어 아님 정어리과 쪽으로 가닥을
잡은 후 멸치, 밴댕이(디포리), 웅어, 준치, 청어, 정어리 다 뒤져봤지만 해답을 찾지 못했었죠. 무슨 치어라면 치어 때와 성어 때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도 유념해서 알아봤지만 어류도감에서 조차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어종을 저라고 쉽게 알아낼리 없습니다.
결국 이 어종은 일본의 도감에서 샅샅히 훓어본 후 알아냈습니다.
찾아 본 결과 일어명은 "나미노하나(ナミノハナ)" 굳이 번역하자면 "파도의 꽃"이란 이름을 가진 물고기로 주로 일본의 남부쪽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농어, 부시리와 같은 육식성 어종의 주요 먹잇감이 되기도 하구요.
물 밑에 큰 고기가 들어오면 이 녀석들이 수면에서 점프를 하거나 쫘악 흩아지겠지요.
즉. 이 녀석들이 이렇게 잡히고 있다는 건 그만큼 포인트에 대상어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반증하며 낚시적 상황으로 봤을 땐 적신호.
우리나라에선 그 어떠한 자료를 찾아 볼 수 없기에 일단은 '미기록 어종'으로 판단되며 국내명이 없다면 향후 이름을 새롭게 붙여줘야 할꺼 같습니다.
그런데 파르르님께서 머리를 똑 떼고 먹었던 이 녀석.. 알고봤더니 "일반적으로 식용이 아니다" 라고 나와 있군요. ^^ㅋ
대가리를 똑 떼자 파르르 떨던 '파도의 꽃'은 결국 파르르님의 희생양이 되어버렸으니 훗날 이 물고기의 국내명을 짓게 된다면 저는 "파르르"로 이름
붙여 줄 것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ㅋㅋ
혹시 알아요? 이걸 회무침을 해 먹었더니 별미더라. 훗날 파르르는 제주도 특산품이 되었는데 파르르 회무침 전문점이 생겨나서 손님들이 파르르 무침
3인분요! 할지. ^^;
곁들인 설명을 보니 일본에서도 잡어가 걸려왔을 때의 허무함을 나타낸 문구가 있는데..
벵에돔을 노리는 큰 바늘에 걸려 온다. 거물(대물)을 겨냥하고 있을 때 이것이 걸리면 유감이 되며 무념한 기분이 든다..
한마디로 김 샌다는 말을 무념으로 표현한 것이 재밌습니다. ^^
※ 뒤늦게 알았는데 이 어종이 국립 수산 과학원에 "물꽃치"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군요.
http://portal.nfrdi.re.kr/oceanlife/search/moreinfoview.jsp?mf_tax_id=MF0001258
그나저나 우리의 어복부인은 뭘 하느라 이리 잠잠할까?
고개를 돌려보니 저쪽에서 혼자 고군분투를 하고 계십니다. 어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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