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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3박 4일간 제주도로 낚시를 다녀왔는데요. 출조가 아닌 여행이 되어버린 사정이 생겼습니다.
원래는 3일간 머무르면서 세번 출조 할 계획이였어요. 세부적인 포인트까지 철저하게 찍고 분석해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제주도 3대 포인트 중 하나인 형제섬 넙적여, 에깅낚시를 위한 대평리 해안가,
그리고 차귀도 목여에 이르기까지 나름 준비를 하고 갔었는데 왠걸요.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제주도
낚시와의 인연을 꿈꿔봤지만 "입질의 추억님은 올때마다 동풍을 몰고 온다"는 가이드의 말을 입증이
라도 하듯이 첫날부터 강한 동풍과 너울에 발목이 잡혀버렸습니다.
꿩대신 닭으로 선택해서 들어간 곳은 차귀도 앞개 포인트. 이곳에서 벵에돔과의 조우를 기약하며
아내와 함께한 제주도 낚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새벽 4시, 제주도 최고의 포인트라 일컫는 형제섬 넙적여에 진입하기 위해 일찌감치 낚시짐을 챙기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렌트카인 트렌스폼을 이끌고 숙소인 표선에서 사계리 포구까지 어두컴컴한 도로를 달려나는데 이때의 소요시간은 약 1시간 20여분..
가는 도중 길성호 선장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지금 너울이 높아 배가 못뜬다며 차귀도로 가라고 하십니다.
아~수개월 전부터 가고 싶었던 형제섬. 그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동풍의 꼬장으로 못가게 되니 형제섬과의 인연이 참 쉽지 않습니다.
저는 첨부터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낚시가 말리는 좋지못한 징크스가 있는데요.^^; 제주도 낚시 첫날부터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옵니다.
차귀도로 향하는 길
그렇게 차를 끌고 자구내 포구로 향하니 5시 30분. 마침 낚시 유어선이 떠날 채비를 하려던 찰나.
CF에서 누군가가 "잠깐!"을 외치며 등장하듯 우리부부는 이제 막 시동을 걸고 떠나려는 낚시 유어선에 제동을 걸고선 급히 짐을 옮겼습니다.
낚시는 나비효과의 연속이였다고 하지 않았던가. 포인트 하나만 바꿔도 벵에돔 조과가 틀어질 수 있음을 알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 신중해집니다.
어차피 내일은 차귀도 목여로 들어가기로 했으니 촬영할 때의 뒷 배경도 감안해야 한다면 오늘은 목여가 아닌 다른 포인트로 진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곳이 방어덕 아니면 앞개인데 방어덕은 철수시 만조때 배가 진입하지 못한다고 하여 앞개로 결정.
수일간 계획했던 제주도 낚시를 단 1분만의 결정으로 또 한번 운명의 장난에 몸을 맡겨 봅니다.
우리가 낚시하게 될 차귀도 앞개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포인트 정보는 제가 제주도 낚시를 다녀 온 이후 가이드로부터 전달 받았은 내용이예요.
낚시할 당시엔 포인트 정보를 전혀 알지 못했죠. 조류가 V자로 뻗어나간다는 것과 긴꼬리 벵에돔이 나오는 구역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처음 자리에 내렸을 때 선장으로부터 들은 내용은 단 두가지였습니다.
배 접안하는 자리는 수심 6m이고 우측에 보이는 등대쪽 수심은 무려 15m나 나온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포인트는 수심이 깊은 외해쪽(빨간색 표시)이 될 게 뻔해보였죠. 그런데 막상 내려보니..
포인트가 되는 등대쪽 방향은 떠오르는 해를 정면에 두고 있어 찌 보기가 고약했고(이때는 편광안경도 소용없슴)
채비도 날라가지 않을 정도의 맞바람(동풍)이 거세게 부는 상황입니다.
채비를 마치고 크릴을 끼우는 아내
포인트가 되는 쪽은 바람, 조류, 빛 모두 악 조건이다 보니 결국 자리를 정한 곳은 비교적 잔잔한 안통지역.
하지만 셋바람이 표층수를 밀고 있어 공략이 쉽지 않음을 직감하였습니다.
스타트 채비는 수심 6m 공략에 맞춰 둘다 제로찌로 시작했지만 역시 바람에 저항이 있다보니 밑채비가 원활하게 내려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곧바로 좁쌀봉돌의 치수를 g5에서 g2로 올리고 수중쿠션을 물려서 전층낚시를 시도해 봅니다.
어복부인의 힘찬 캐스팅
찌 주변에 한 주걱
발 밑에 한주걱으로 분위기 파악에 들어가는 아내.
그런데 밑밥에 몰려드는 잡어를 보니 좋지 않은 예감이 듭니다.
벵에돔 낚시에서 최대 관건은 발밑에 피어오르는 잡어의 종류.
당연히 자리돔이 나오길 빌었지만 수면에 모습을 드러낸 건 젖볼락과 놀래기들입니다.
물론 각재기(전갱이)가 아니여서 천만 다행이지만 볼락무리가 피어 오른 것은 여전히 수온이 차갑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 볼락들이 벵에돔 낚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모르지만 확실히 좋은 징조는 아닌듯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첫수에 볼락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계속해서 몰려드는 볼락의 성화에 벵에돔 공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낚여 올라온 건 볼락, 혹은 놀래기들.. 아니면 미끼 도둑맞기. 미끼가 30초를 못 버티고 사라지는 상황입니다.
기대했던 벵에돔이 중층에서도 반응이 보이질 않자 좀 더 신속하게 중하층을 노리기 위해 아내의 채비를 B찌로 교체해서 공략해 봅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상황만이 전개되자 처음에 포인트라 생각했던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는데..
여전히 맞바람이 낚시대를 휘청하게 합니다.
아무리 봐도 안통쪽은 재미가 없을꺼 같고 힘들지면 이곳을 공략해 보기로 합니다.
눈이 부셔 찌가 안보이는 상황이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지만 적당한 시기에 챔질해 보면
여지없이 물고 늘어지는 볼락.
좀 더 멀리 쳐야 할 것 같은데 맞바람에 찌가 날라가지 않으니 답답한 상황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찌가 안보이는 상황에서 볼락 2~3수 정도 하고 방생하고 하다보니 이쪽에서 낚시하고 싶은 생각은 샥 가시고 ^^;
아침식사는 해야지 싶어 방생을 중단하고 딱 네마리만 회쳐보기로 합니다.
아침식사로 볼락회, 제주도 차귀도 낚시
아침식사를 회로 먹어보기는 처음입니다.
얼마나 가능성이 없어 보였으면 이런 중요한 시간에 낚시대를 쥐지 않고 회를 칠 수 있나요? ^^;
좀 처럼 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런 고약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이거라도 먹고 힘내야 하겠지요.
볼락의 회맛은 굳이 말안해도 아시죠? 활어 특유의 미지근하면서 달근한 맛, 언제 먹어도 최고입니다!
그렇게 회를 후다닥 먹어 치우고 심기일전해서 낚시에 임하는데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네요.
각재기(전갱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이 후 던졌다하면 각재기들이 미끼를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고 물어재끼니 아내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집니다.
일전에 얘네들한테 심하게 시달린 적이 있어 이제는 보기만해도 한숨이 나오는 것입니다.
밑밥으로 잡어들을 묶어놓고 벵에돔을 공략해보지만 발 앞에선 볼락이 전방 10m 전후로는 전갱이떼가 붙은 상황.
"밑밥 중단"
아마 지금 상황으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치던 밑밥을 중단하고 상황을 관망하는 게 아닐까.
포인트가 되는 동쪽은 맞바람과 너울에 태양빛의 압박.
오늘 날 제대로 잡았네 ㅠㅠ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머리를 열심히 굴려봅니다.
어차피 제로찌로는 공략이 힘들 것 같고..그래 반유동으로 해보자. 지금 수온이 낮아 밑밥을 쳐도 벵에돔이 부상하지 않고 있어.
그렇다면 처음부터 중하층을 노리는게 어떨까?
일단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아내는 제로찌로 하게 냅두고 저는 0.5호 반유동으로 채비를 변경하였습니다.
포인트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의 중하층을 공략하기 위해 찌는 자중이 나가는 것으로 선택하였고 조류는 바람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서
적당히 조류에 태울 수 있는 수중찌를 선택해 봅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중하층엔 놀래기 말고는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미끼는 들어가자마자 1분 안에 따먹히는 상황. 결국 비장의 무기를 꺼내듭니다.
온갖 잡어들이 설치는 바람에 빵가루 카드를 꺼내드는데..
벵에돔 낚시에서 잡어가 설쳐댈땐 특효라는 빵가루 조법. 혹시나 하고 몇 번 던져 봤지만 물속에서 풀어지거나 혹은 그대로 올라옵니다.
아직 벵에돔이 안붙었나..
멀리 쳐도, 가까이 쳐도 올라오는 것은..
볼락에
용치 놀래기까지 가세.
사실 볼락이야 개체수가 엄청나니 맘만 먹으면 수십마리는 잡았겠지만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날아와서 볼락낚시를 한다는 건 선뜻 내키지 않았습니다.
씨알이라도 크면 모를까..지금은 그저 벵에돔 낚시를 방해하는 잡어일 뿐.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바람이 또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중 하층을 노려봤지만 별다른 재미를 못보자 이번엔 00(투제로)를 선택 표층부터 바닥까지 아주 샅샅히 훓어 볼 생각입니다.
강한 동풍에 표층수가 밀리고 있는 포인트 상황
해가 중천에 뜨자 햇빛에 대한 압박이 사그라들면서 드디어 원하는 포인트를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맞은 편 등대를 바라보고 힘차게 날려보는 어복부인. 바닥을 훓었는지 해초더미만 잔뜩 낚아올립니다.
풍경만큼은 환상적이였던 제주도 낚시
이후 볼락만 줄창 올라옵니다.(방생)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볼락이나 낚을껄 그랬나. 한 수십마리는 낚았을텐데 ^^;;
오전 12시 20분, 다음 스케쥴이 있어 서둘러 철수합니다.
이 날 밑밥은 밑밥용 크릴 4장 + 벵에헌터 큰거 1봉 + 빵가루 2봉을 섞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든 밑밥통, 상당히 무거워 보이죠? 밑밥이 반이나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밑밥을 남긴 적은 별로 없는데요. 중간에 전갱이들 습격에 시냇물 조류로 인하여 밑밥사용을 자제하였습니다.
덕분에 오후 낚시에 쓸 분량을 새로 사지 않아도 되어버렸지만 ^^;
철수하면서 찍은 자구내 포구의 환상적인 풍경, 아내와 함께한 제주도 낚시
5월말 제주도 낚시에 대해 현지인과 선장님의 말을 인용해 보면..
벵에돔 낚시는 한 두마리 아니면 꽝, 하지만 무늬오징어는 잘 나온다고 해요. 그래서 에깅낚시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가진 후 저녁에 에깅낚시를 하러 가야했습니다.
그런데 이 날 계획에도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낚시복을 입어야 할 아내가 난데없이 샤랄라한 옷으로 갈아 입더니 "낚시안해" 선언을 해버린 것입니다.
에깅낚시하려고 에기를 충분히 사뒀것만, 또 왕창 남아버린 밑밥은 어쩔껀지..
결국 이 날 저녁은 에깅낚시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게 됐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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