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유채꽃 여행] 섭지코지의 유채꽃 만발한 풍경


1월 중순, 섭지코지에 유채꽃이 피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1월이면 살갗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과 강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인데, 이 작고 앙증맞게 생긴 유채꽃의 생명력은 어디까지일까요?

 

3월 말에 다녀온 섭지코지는 그야말로 유채꽃이 만발한 풍경이었어요.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 촘촘한 유채꽃 밭에 이제는 따듯하다고 느껴지는 바닷바람이 불면, 유채꽃 밭은 모두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살랑살랑 춤을 춥니다. 천연의 노랑 물감을 풀어헤친 이 작은 꽃들이 좌우로 춤을 추니 방랑자의 마음도 한껏 동요됩니다.

 

여기에 진한 남색의 바다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색깔 대비에 한동안은 멍하니 서 있게 만들지요. 제주도 유채꽃 여행의 적기는 3월 말에서 4월까지가 최적기입니다. 그 시기를 넘겨도 유채꽃을 볼 수 있지만, 가장 아름답게 피어오를 시기를 찾아 유채의 향기를 만끽한다면, 시름시름 앓던 고민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 오늘은 섭지코지에 핀 환상적인 유채꽃 풍경을 보러 가겠습니다. 

 

 




 
조망이 탁 트인 섭지코지 전경, 제주도 유채꽃 여행

섭지코지는 제주도에서 동쪽에 있는 '곶부리' 지형입니다. 곶부리란 길게 튀어나와 있는 지형을 의미하는데요. 이렇게 튀어나온 지형의 폭은 100m밖에 안 되지만, 2km나 나와 있기 때문에 제주도의 동쪽 해안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에요. 성산 일출봉과 함께 꼭 둘러봐야 할 여행지로 꼽히며, 특히 3~4월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시기를 택해 많은 사람이 유채꽃 여행을 하러 옵니다.

 

섭지코지의 여행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2003년 큰 화제를 낳았던 SBS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인 올인하우스를 둘러보는 것과 등대에서 바라보는 '촛대바위'의 위엄, 그리고 이맘때면 흐드러지게 피는 섭지코지의 유채꽃 등이 있습니다.


드라마 '올인' 촬영지로 유명한 올인하우스

 

네비주소 :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57
문의 및 이용시간 : 06-782-7800 / 09:00~18:30
올인하우스 입장료 : 성인 3,000원, 중고생 2,500, 어린이 2,000원



섭지코지라는 '곳부리' 중에서도 유난히 나와 있는 곳부리에서 낚시를 즐기는 꾼


섭지코지의 촛대바위

#. 전설이 된 선녀바위, 알고 보면 해안 침식의 걸작
선녀바위라고 불리는 이것은 높이 30m, 둘레 15m를 가진 커다란 '선돌'입니다. 선녀들은 밤마다 내려와 목욕했고, 새벽이 오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는 곳. 그러다가 용왕의 막내아들이 그 모습을 훔쳐보게 되고, 좀 더 자세히 보려다 결국 들켜서 당황한 선녀들은 날개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하늘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에 화가 난 옥황상제는 금족령을 내렸고, 이후 선녀들의 모습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마음 병을 앓게 되자 용왕은 지극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렸는데 100일째 되는 날,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올 것이니 그때 혼인을 시켜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날이 오자, 갑자기 바다에 폭풍이 일어 선녀들은 끝내 내려오지 못했고, 용왕의 아들은 기도를 올렸던 자리를 떠나지 못해 슬퍼하다 점차 몸이 굳어져 바위로 변해 버렸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인간 중심에서 태생한 스토리란 생각이 드는데요. ^^; 선녀바위는 화산체 일부로 'Sea Stack'이라고도 불립니다. 파도가 치는 해안선 부근에서 암석의 약한 부분을 파도가 계속 침식해 만들어진 것인데 그 과정이 서귀포 삼매봉 앞의 외돌개와 닮았다고 합니다. 


고기가 잘 안 잡히는 영등철인데도 이렇게 낚시를 즐기는 꾼들, 섭지코지

섭지코지의 유채밭

이곳은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유채꽃 밭으로 사실 풍성한 느낌은 없습니다. 다만, 저 아래 입구에서 돈(1,000원)을 받고 찍는 부지와 달리 이곳은 마음껏 이용해도 된다는 점이 사유지와 공유지의 차이랄까요. 대부분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지만, 조금만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멋들어지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찍으면 성산일출봉과 함께 담을 수 있다

똑같이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담았지만 한 장은 갈대숲과 함께 담고, 또 한 장은 나무와 함께 담았다.

흐드러지게 핀 섭지코지의 유채꽃에 몸과 마음이 정화된다



#. 제주도의 봄을 만끽하려면 '유채'를 즐겨라

봄의 중심엔 언제나 유채꽃이 있습니다. 겨울의 찬 바람을 견디고 핀 유채꽃은 작지만 강렬한 색채를 선사해 줍니다. 푸른 하늘, 남색 바다, 여기에 노랗게 물들인 유채꽃을 한 프레임 안에 집어넣어 촬영하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봄의 중심에 서 있는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조금만 허리를 숙이면 자신과 키 높이가 같을 정도로 무성히 자란 유채꽃. 이 안에서 얼굴만 불쑥 내밀고 찍는 연인들의 사진 놀이는 유채꽃의 대표놀이가 되었습니다.

 

비단 연인뿐만이 아닙니다. 지나가는 노부부도 이러한 유채꽃을 핑계 삼아 평소엔 하지 못했던 어깨동무나 팔짱을 끼고선 브이 자를 그립니다. 유채꽃이기에 가능할 수 있는 풍경이지 않을까? 그 진한 노란색이 가져다주는 심리적인 처방은 사랑의 묘약이기도 합니다. 바람에 나풀거리는 유채꽃에다 코끝을 가져가면, 훅하고 들어오는 진한 향기가 코끝을 찡하게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에 먹던 유채꿀 향기와 비슷합니다. 그 달짝하면서도 진한 여운이 은근한 중독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유채꽃밭은 섭지코지의 주요 산책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몇 걸음만 가면 닿을 수 있는 곳입니다.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은 만큼 운치는 절정에 달하는 법. 유채꽃 촬영은 구름이 적당히 낀 맑고 화창한 날이 적기입니다. 성산 일출봉과 섭지코지는 동쪽에 있는 까닭에 오전 시간은 역광으로 선명한 사진을 담아내기가 어렵습니다. 따듯한 역광에 부서지는 유채꽃을 찍을 게 아니라면 정오를 넘긴 오후 시간대를 찾는 것이 촬영에는 좋습니다. 또한, 삼각대와 ND 필터가 있다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까지도 담을 수 있겠지요. 제주도 유채꽃 여행의 적기는 바로 지금입니다. ^^

<<제주도 유채꽃 축제 정보>>
1) 제주유채꽃 큰잔치 : 2013. 4.19~21 / 장소 : 제주 우도 유채꽃 마을 / 064-728-2782
2) 서귀포유채꽃 국제걷기대회 : 2013. 4. 6~7 / 장소 : 제주조각공원 입구 운동장 / 064-760-3320

<<제주도 유채꽃 경관 좋은 곳>>
동북쪽은 동북해안도로를 타고 성산 일출봉에서 섭지코지 방향으로 오면 유채꽃 밭이 많이 있다. 다만, 도로변에 있는 유채꽃은 사유지여서 1인 1,000원이 들고, 섭지코지 안쪽으로 들어오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유채꽃 밭이 있다. 서남쪽은 사계 해안도로나 산방산 아래로 가면 산방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유채꽃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많이 피어있진 않지만, 한 곳에 집중적으로 피어 있으며 사계리 해안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송악산 올레길도 추천할만하다. (관련글 :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송악산 유채꽃 절경)

<<숲길과 오름>>
제주에는 들꽃을 보며 산림욕을 할 수 있는 숲길과 오름이 많이 있다. 최근 영화인 '늑대 소년' 촬영지로 유명한 물영아리 오름은 삼나무 군락이 장관이고, 정상엔 람사르 습지가 있다. 그 밖에 맨발로 걷을 수 있는 '사려니 숲길'과 나무 사이로 시원하게 걷기 좋은 '비자림'도 훌륭한 선택이 된다.
(관련글 : (1)신비스러운 숲길 산책로, 제주도 사려니 숲길, (2)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 비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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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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