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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은 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마주하고 있는 제주도 본섬에서는 가장 남쪽에 있는 나지막한 산이자 오름입니다. 올레길 10코스로 알려졌으며 '부남코지', '절울이 바위'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암석층이 해안 절경의 독특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지요.
제주도에서 유채꽃 명소로 알려진 코스는 아니지만, 일부나마 흐드러진 유채꽃과 함께 시퍼런 바다 물색(여기 바다는 쪽빛이 아닌 시퍼렇습니다.)의 상반된 대비에 눈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여기에 산방산과 형제섬이 만들어내는 사계리 해안 풍경은 제주도 여행 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고요. 짙은 노란색과 파란색이 만들어 내는 절묘한 조합.
제주도 여행의 일번지, 송악산 올레길 10코스
#. 기생화산체인 송악산은 제주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명소
한반도에는 송악산이 세 개가 있습니다. 북한 개성에 하나, 충남 당진군에 하나, 그리고 제주도에 하나. 송악산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있는 축화산으로 높이 104m의 나지막한 산입니다. 주봉을 중심으로 서북쪽은 넓고 평평한 지대가 나오고 그곳엔 3~4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는데 이곳에는 2중 분화구가 있는 화산체로 알려졌습니다. 주봉이 있는 남쪽 지역은 현재 안전과 보존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으며, 그곳을 제외한 지역은 이렇게 올레길이 만들어져 산책할 수 있게 해놨습니다.
송악산은 예로부터 '절울이오름'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해안 절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대단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절'은 파도가 암벽에 부딪힐 때의 물결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라고 합니다. [탐라지]에는 '송악(松岳)'이라 기록되어 있다는데, 이는 화산쇄설물인 스코리아를 제주에서는 '송이'라 부르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이 송이가 많아서 '송오름' 또는 '송악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일본군이 남기고 간 상처들(제주도 여행/송악산 올레길 10코스)
#. 과거 전쟁의 참혹한 흔적을 보여주고 있는 진지동굴
송악산에 오르면 과거 일본군이 구축해 놓은 해안 동굴과 진지를 볼 수 있습니다. 1945년부터 공사에 들어간 일본군은 미군 상륙에 대비해 특공기지를 만들었는데 '자살보트'신요와 인간 어뢰 '카이텐'을 숨겨 놓고 상륙하는 미군의 선단을 공격, 침몰시키기 위한 용도로 구축하였다 합니다. 이러한 해안 동굴은 송악산 주변에만 60여 개에 달한다고 해요.
비단 해안선만은 아닙니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이러한 진지 동굴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진지 구축, 일본군이 직접 파낸 게 아니거든요? 바로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강제로 징집당해서 온갖 시달림과 고단했던 곡괭이 질에 피땀 흘렸을 생각을 하니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토양 훼손
작년 가을에 큰 태풍이 두 개나 지나갔습니다. 그때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인데요. 이러한 태풍이 한 번 더 불었다간 무너질지도 모를 기세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통행하는 올레길에 있어서 보수작업이 필요해 보여요.
봄을 맞고 있는 제주 송악산(제주도 여행/송악산 올레길 10코스)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제주도 여행/송악산 올레길 10코스)
산방산이 우뚝 솟아 있는 사계리 해안 절경(제주도 여행/송악산 올레길 10코스)
송악산 절벽 밑에서 낚시를 즐기는 꾼들(제주도 여행/송악산 올레길 10코스)
제주 바다에서 빠질 수 없는 풍경을 든다면 바로 낚시하는 장면이지요. ^^ 낚시 시즌은 아니지만, 꾼들의 낚시 장면에 괜스레 제 마음이 설레네요. 비록 이번 제주도 여행은 낚시가 아닌 순수 여행을 목적으로 방문하였지만, 그래도 꾼의 본능을 감추기에는 너무도 가깝게만 느껴졌던 풍경입니다.
그런데 저분들 무엇을 잡았을까요? 여러분은 알 수 있나요? 저는 멀찌감치 보고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 보시면 부력망이 없죠? 아직은 이렇다 할 조과가 없는 모양입니다. 지금 제주 바다에서 낚시로 잡을 수 있는 어종은 벵에돔, 자리돔, 어랭이, 각재기(전갱이)가 대부분이에요.
만약 벵에돔을 잡았다면 분명히 물칸(갯바위 지형으로 인해 고여있는 물)에 담가 뒀거나 부력망을 펼쳤을 겁니다. 저 분들 모양새를 봐서는 자리돔, 어랭이, 각재기를 잡았을 경우 챙기지 않고 바로 방생했을 확률이 높고요. 그러니 지금은 열심히 밑밥만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
형제섬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있다(제주도 여행/송악산 올레길 10코스)
#. 산방산, 형제섬이 있어 더욱 빛이 나는 사계리 해안
앞서 송악산은 제주도에서 유채꽃 명소로는 조금 부족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대신 이곳에 오면 빼놓을 수 없는 풍광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지요. 바로 산방산과 형제섬이 버티고 있는 사계리 해안입니다. 이 사계리 해안은 제주도 남서쪽 해안을 담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명소인데요.
이 해안선에 산방산과 형제섬이 없다면 얼마나 밋밋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풍경의 중심을 잡아주는 아주 중요한 명소들입니다. 게다가 이 해역엔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람선과 노란 잠수함 계류정이 있어 바다 풍경을 찍고 감상하는데 매우 좋은 포인트가 되어주고 있어요. 적당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짙푸른 바다, 그 뒤로 넓게 펼쳐지는 해안선을 보고 있자니 조물주가 만들어 낸 걸작을 보는 기분입니다.
보통 제주도 바다하면 에메랄드 빛깔을 떠올리지만, 이곳 바다는 짙푸른 색이에요. 이유는 수심에 있습니다. 제주도는 대게 북쪽 해안선이 수심 얕은 지형으로 이뤄져 있고, 동쪽으로 가면 모래나 펄 지형이 있어 여기서 반사된 물빛이 청명한 하늘색과 만나 에메랄드 빛깔을 내게 됩니다. 반대로 남쪽에 있는 서귀포, 남원, 사계리 해안 일대는 수심이 굉장히 깊습니다. 해안선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60m 이상 푹푹 떨어지기 때문에 물 빛깔도 짙다는 사실. ^^
낚시 포인트로 알려진 송악산 부남코지(제주도 여행/송악산 올레길 10코스)
#. 작년 가을, 87cm 부시리의 손맛을 안겨준 장소
제 블로그 오시는 분들은 이제 부남코지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닐 겁니다. 작년 11월이었지요. 저희 부부가 낚시했던 곳이 바로 저깁니다. 당시 벵에돔도 낚고 부시리도 낚았는데요. 그동안 낚시하면서 부시리랑은 인연이 없었는데, 바로 저곳에서 처음으로 부시리를 낚았던 것입니다. 그때 잡은 사이즈가 87cm.
여러 번 입질을 받았지만 3호 목줄밖에 없어 계속해서 터트리다가 한번은 작정하고 10분 가까이 파이팅을 한 끝에 낚아냈었지요. 저도 지치고 부시리도 지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갯바위에서 약 10m 떨어진 수중을 보십시요. 커다란 여(암초)가 물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게 어렴풋이 보일 겁니다. 저곳에서 실랑이를 벌일 때 부시리가 저 암초 속으로 파고드는데 이때 목줄이 많이 긁혔습니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지요.
부시리가 얼마나 똑똑한 생선인지를 그때 알았습니다. 보통 부시리는 홈통 안으로는 잘 안 들어가는데 이때의 녀석은 죽음을 각오했는지 수심이 얕아지는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의도적으로 수중 암초를 끼고 돌아 낚싯줄을 감기게 하거나 긁히게 하는 스킬(?)을 부리더군요.
사진엔 잘 보이지 않지만, 진지동굴 안으로도 들어가려는 녀석의 고삐를 잡아당겨서 방향을 틀게 한 후 저기 보이는 평평한 갯바위에서 뜰채질로 올렸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관련글 : 제주도 낚시 18부 - 갯바위의 폭군 부시리, 낚시의 화끈한 손맛)
생애 첫 부시리를 낚은 입질의 추억이 있었던 곳(제주도 여행/송악산 올레길 10코스)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 같지만, 자세히 보면 꼭 낚시하라고 만든 것 마냥 평평한 발판이 있죠. 정면에 보이는 이 곳보다 뒤쪽으로 돌아가서 낚시한다면 손맛 볼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발아래 수심은 10~13m. 조금만 갯바위에서 벗어나면 30~40m로 깊어지는 곳이고요. 이날은 낚시꾼이 없었어요. 저 자리는 언제나 밑밥 친 흔적이 있는데 보시다시피 아주 깔끔합니다. 최근 며칠 동안은 낚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겠지요.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과 짙푸른 바다의 색상 조합이 환상적이다(제주도 여행/송악산 올레길 10코스)
#. 노란색과 파란색이 만들어낸 기막힌 풍경
송악산 올레길은 처음 찾은 곳이지만, 왠지 여러 번 방문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작년 가을엔 낚시하면서 올레꾼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어 줬는데요. 이번엔 입장이 바뀌었군요. ^^
아직은 일부였지만 송악산에서 본 유채꽃 풍경은 제주의 다른 곳에서 봤던 유채꽃 풍경과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에메랄드 빛 바다나 황톳빛 토양을 함께 담은 유채꽃 풍경보다 더 진한 풍미를 낸다고나 할까요? 노란색 잠수함 계류정도 이 풍경에 가세했고, 저 멀리 형제섬이 있어 바다는 외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송악산 유채꽃 절경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에 묵었던 때가 확 날라갑니다.
"오늘은 올레길을 걸었지만, 다음 방문은 또 다시 절벽 아래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송악산과의 짧은 이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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