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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제주도 표선의 김태희 등대. 저는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 김태희 등대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이곳에서 봤던 신비하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다 보니 중부지방에선 볼 수 없었거나 사뭇 다른 느낌의 식물들이 현무암 사이사이에서 자생하는 모습이 저에겐 독특하게 다가왔다고나 할까요.
보통 이곳에 들리는 관광객들은 김태희 등대에 들러 잠시나마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것이 전부 겠지만 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그 매력을 발견하고자 하였습니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제주도의 동남쪽에 속해 있는 표선. 뒤에는 6성급인 해비치 호텔이 있고 앞쪽으론 검은 현무암으로 둘러싸여진 해안선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로 유명해진 김태희 등대가 버티고 서 있죠.
김태희 등대라고는 하지만 드라마의 전후 사정을 모르는 제 눈에는 그저 낡아빠진 흰 등대 정도로 밖에 안보였습니다. 그보다 시선이 돌아갔던 것은 빼곡히 들어차 있는 현무암 사이사이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과 산호조각, 그리고 예쁜 조개 껍데기였죠. 대부분 이곳에는 사람들이 잘 안들어오는 편이여서 매우 한적한데요. 이 넓은 공간을 우리 둘이서 누빈다고 생각하니 마치 우리를 위한 배경지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리고 잠시나마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생명들의 합창에 귀를 귀울여 봅니다.
김태희 등대 해안가, 제주도 표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이끼, 풀꽃들이 현무암 틈새에 자리잡았다.
멀리선 파도소리가 철푸덕하고 있었고 가끔씩 웅~ 하는 바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이곳은 다소 황량해 보이지만 작은 생명체들 싹을 틔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열대 기후 답게 다소 생경한 느낌의 식물군들이 이곳 바위 틈 사이사이로 자리를 잡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검정과 녹색의 조합에 신비스러움과 이국적인 느낌을 동시에 받게됩니다.
사실 이곳에 오게 되면 탁트인 바다와 등대를 중심으로 시선을 멀리 두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선 자리를 중심으로 어느 한곳에 초첨을 맞춰 보시기 바래요.
그러면 눈에 잘 안들어 올 것만 같은 작은 세계가 여러분들을 향해 합창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람소리, 파도소리, 그리고 작고 예쁜 식물들의 합창 말입니다. ^^
언틋보면 검은돌만 깔려있는 황량한 해안가로 밖에 안보이지만 조금만 시선을 발 밑으로 가져가보면 이렇게 다양한 식물군들이 자생하고 있구나란걸
볼 수 있었고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거리리는 모습이 마치 나를 반겨주는 듯한 느낌마저 받게 됩니다. 이 작은 식물들이 오랫동안 해풍을 맞아왔고, 또 기상이 안 좋을땐 파도까지 맞으며 커왔다는 사실에서 작고 예쁘지만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이곳에서 들리는 인공적인 소리라곤 가끔씩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음이 전부. 그 외엔 모두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여서 잠시나마 지친 머리를 식히기엔 참 좋았던 공간이였습니다.
뒷쪽으로 김태희 등대가 보이고 있다, 제주도 표선
구멍 숭숭난 현무암과 조개 껍데기들이 지천에 널렸다.
여기서 뜻밖의 득템도 하게 되네요. 누군가가 낚시를 하던 중 채비가 터져서 떠내려온 찌. 매우 흔한 일이죠. ^^ 그런데 1.5호라 써진 이 찌는 상당히 고부력인데 말입니다. 제주도에선 대부분 벵에돔 낚시가 행해지고 있어 1.5호 찌를 사용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을텐데 혹시 제주도가 아닌 멀리 남해 혹은 일본에서 밀려온 걸까요? 답은 저 찌만이 알고 있을 겁니다.
김태희 등대 앞 해녀의 집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로 유명한 김태희 등대
고기를 잡으러 나온 제주도 현지꾼
이곳 등대앞에서 아내를 모델로 삼아 촬영하던 중 낚시꾼을 만났습니다. 옷차림, 낚시하는 폼새를 보니 영락없는 현지꾼이네요 ^^ 밀려오는 파도에도 아랑곳 않고 좀 더 좋은 포지션을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현지꾼들. 장화를 신고 있었지만 밀려드는 파도엔 역부족인듯 대부분의 옷이 젖어 있었습니다.
무엇을 잡느냐고 물었더니 방언으로 뭐라고 하시던데요. 아마도 '어랭이' 잡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용치놀래기, 황놀래기, 어랭놀래기등... 이런 놀래기 종류를 통틀어서 제주지방에선 어랭이라 부르는데요. 저 같이 돔 낚시 위주로 하는 꾼들에겐 미끼를 따먹는 귀찮은 존재지만 제주도에선 물회로 끝내주는 맛을 가지니 맛으로만 보면 결코 천대할 수 없는 어종이기도 하지요. 글을 쓰다보니 결국 낚시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는가요? 저도 뭐 어쩔 수 없나 봅니다. ^^;
죽은 고기의 살점은 또 다시 많은 생명체들에게 먹잇감이 되면서 순환되고 있었다.
이곳을 잠시 머무르다 가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작고 귀여운 바다 생명체들이 작은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보고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들려주는 게와 새우들의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작은 새우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요. 작은 채만 있었다면 수십마리는 잡아들였을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박하지 잡았던 게 생각나더군요. ^^ 양파망에다 돼지 비계를 한조각 넣고 바닷물에 담궈 놓으면 시커멓게 달려드는 박하지(돌게)들.. 이곳에서 하게 된다면 새우까지 합세해서 달려들겠죠. 정말 수십마리 잡는 게 일도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고인 바닷물에 바글바글 했답니다.
김태희 등대에 오시면 등대위에서 기념사진도 좋지만 발 밑에서 펼쳐지는 작은 세계에 시선을 돌려보기 바래요. 의외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 넓은 해안가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작은 생명들의 합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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