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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태어나서 아직까지 맛사지는 커녕 그 흔한 스파도 이용 못해본 촌놈이예요. 동남아 여행가면 마사지인가 뭔가 다들 받아보고 좋다고 하지만 저는 그런거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낚시와 해양 레포츠만 즐기다 오니 마사지의 오묘한(?) 세계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제주도(해비치 호텔이라는 곳)에서 마사지를 받게 되었는데 처음엔 가격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고나니 거의 상류층만 이용할 법한 가격이더군요. ^^;
아니면 제가 순진해서 그런가요. 겨우 25만원 갖고 호들갑이냐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저에겐 굉장히 큰 돈이랍니다. 어쨌든 이 날은 그 여운이 꽤 오래갈 만한 마사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스파 아라, 제주도 해비치 호텔
서민중에 서민인 제가 이런 고급 맛사지를 받게 된 사연이 있는데 약간 스팩터클합니다. ^^; 얼마전 제주도로 낚시를 갔을 때의 일이 였어요. 당시 저는 해비치 호텔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간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난데없이 마사지를 체험해 볼 생각이 없냐고 합니다.
"(갑자기 왠 마사지?) 저는 그냥 낚시하러 왔거든요. 마사지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라고 말해 놓고선 차귀도로 낚시를 하러 갔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여기가 무려 6성급 호텔 아니예요. 마사지라곤 하지만 왠지 비쌀꺼 같단 생각도 들고 또 굳이 체험 시켜 주겠다는데 안받으면 왠지 손해보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져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오후 3시 말곤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해서 할 수 없이 3시로 잡아놨습니다.
문제는 이때가 1시 20분 였고 차귀도에서 해비치 호텔까진 아무리 빨리 달려도 한시간 이상은 걸린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서귀포 근방에 점심식사도 예약해 놨는데..
정말 열심히 달렸습니다. (과속방지 구간 조심해 가면서 ㅠㅠ) 그리고 우리부부는 서귀포 인근 밥집에서 10분 동안 허겁지겁 먹고(주인이 왠지 안됐다는 눈초리로 보더군요. -0-;;) 예약 시간인 10분 전에 호텔에 도착해서 부랴부랴 샤워실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왜냐구요?
낚시 안해보신 분들은 잘 모르실 테지만 미끼 만진 손으로 핸드폰도 사용하고, 옷에도 묻고 어쩌고 하다보면 몸에서 비린내가 쩔거든요. ^^;; 이 상태로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는 건 좀 예의가 아닌듯 하여 엉덩이 불이 나도록 뛰어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습지요. 이 무슨 시트콤 찍으러 온 것도 아니고..이미 예약한 시간은 넘어섰고 또 불나게 뛰어 스파 아라인지 뭔지 간판을 찾아서 해맨지 한 10분이 지났나 도착해 보니 우릴 마중 나와 계시더랍니다. (뛰는 바람에 등짝에 또 땀이.. ㅠㅠ)
할튼 그리하여 마사지를 받기로 하고 앉았는데 오자마자 차를 주네요? 가뜩이나 헐레벌떡 뛰어와서 땀나 죽겠는데 따땃한 차를 주니 이거 황송해야 할지 우째야 할지..;; 하여간 주니깐 마시긴 했습니다. (매실차같이 생겼지만 구아바 차라고 하네요.)
메뉴판이 있었지만 우린 이미 받기로 한 마사지 코스가 있었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격은 모르고 있었고 그냥 호텔측에서 베푸는 배려(?)겠거니 싶어서 그러고 있는데
여기 직원분을 따라 들어오니 이런 공간도 나오고 ^^(갑자기 눕고 싶네..)
그러다 여기서 멈추더니 갑자기 목욕을 하라고 합니다. 농담이구요. 수영복을 나눠주더니 여기서 사우나? 이런걸 뭐라고 하죠? 제가 무식해서 명칭을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물 틀어놓고 나가십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서 아내와 함께 스파욕을 즐기는데 주어진 시간은 20~30분 정도 준다고 하네요. 윽.. 이런데서 한시간은 있고 싶은데 20~30분이 뭐야.. 하면서 욕조에 들어가 있는데 각 모서리에서 물쌀이 펑펑 등짝을 때리는데 모서리마다 때리는 스타일이 다르더랍니다. 어떤건 허리만 때리고 어떤건 옆구리를 팍팍 때리고, 또 어떤건 온 등짝을 위 아래로 리듬감있게 때리고.. 그래서 위치 옯겨 다니면서 놀다가..
음료가 있어서 마시고.. 근데 처음에 줬던 그 구아바차네요. 따듯한 버전과 시원한 버전 두가지를 주더랍니다. 저는 당연히 시원한걸 원샷으로 벌컥벌컥 마셔버리고..
아내는 조금씩 음미하면서 그렇게 스파를 즐기다가.. 음? 바닥에 뭔가 이상한거 발견..
아까 그 직원분이 스파가 끝나면 "이것"으로 갈아 입으라고 했는데 "이것"이 설마 저거? 손바닥 크기에도 못미치는 저것을 입으라는 말에 왠지 불안한 마음으로 뜯어보는데 순간 우리부부는 그 자리에서 자지러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여기서 이걸 입으라고? ㅋㅋㅋ
이건 여성용 속옷
요건 남성용으로 제가 입을 껀데요. 젖은 수영복은 벗은 다음 몸에 물기를 전부 닦고 입어야 하거든요. 그렇게 입고 난 후 거울을 보는데 아 이 무슨 망측한 망사 팬티여~ ㅋㅋㅋ 물론 그 위엔 가운을 입지만 이거 적응안되네요 ^^; 근데 30분이 지난거 같은데 직원이 안오네?
"아~"
벨을 누르자 문을 살짝 열더니 얼굴을 빼꼼히 내밀면서 "준비 다 되셨어요?' 합니다. 그렇게 안내를 받고 따라오자 또 다른 룸이 나오는데 여기서 뭘 하는걸까? 아직도 우린 내용도 모른 채 어리둥절하게 있는데..
'저 가운데 동그란건 뭐예요?"
"마유(말기름)라고 합니다"
"혹시 이거 몸에 바르나요?"
"네."
살면서 입에다 기름칠은 여러번 해봤어도 몸에 기름칠은 처음 해봅니닷. ^^;;
이런 공간에서 앞으로 남은 한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게 된다고 해요. 이후론 눈감고 마사지 받느라 기록한 사진이 없습니다. 저와 아내는 마사지하는 분에게 안내를 받아 자리에 눕는데 눕기전에 가운을 벗으라고 하네요. 중요한건 마사지하는 분이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당연한가요?)
지금까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앞에서 옷을 벗어 본 적이 없는 저로선 이거 좀 부담인데~ ;; 근데 담요 같은걸로 막을 쳐주더니 고개를 돌리고 있더랍니다. 그 사이 저는 가운을 벗고 저기 위에 엎드렸지요. 그리곤 직원분께서 제 등을 담요로 덮어주었구요. 그 남사스러운 망사 엉덩이는 당연히 가릴줄 알았는데 담요를 접어서 허리춤까지 올리려고 하자..
"아니 이봐~ 나 지금 망사 팬티 입고 있단말야!!"
이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려다 말았습니다. 다행히 엉덩이 바로 아랫부분에서 멈추더군요. ^^;; 그리고는 이후부턴 아주 몽롱하게 있어서 기억이 없습니다. 아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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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하게 만드는 음악이 귓가를 간지럽히듯 나왔고.. 고개를 돌리니 아내도 저랑 똑같은 절차에 의해 마사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정수리부터 발 끝까지 전신 마사지를 하더군요. 심지어 발가락 사이에 손가락을 깍지껴서 하는 발 마사지까지.. 손가락 압력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ㅠㅠ (창피해서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그냥 참았는데 한 두번 참다 버릇하니 나중엔 적응이 되더랍니다.)
문제는 아내였죠. 마사지를 받으면서 가장 걱정됐던 게 있었습니다. 딱 두가지가 맘에 걸렸는데요. 결국 걱정하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ㅠㅠ
"이히히히히~~"
조용히 마사지를 받다가 터져버린 아내의 웃음소리에 마사지 일시 중단..
"그게 아니고요~~ 푸푸풉. 이히히히"
유난히 간지럼을 많이 타는 아내. 지금 큰일났습니다. 손만 대면 웃음보가 터져 마사지사도 당황 ㅋㅋ 지켜보던 저는 웃음이 터질려는 입을 간신히 손으로 틀어막고 애써 참아보는데 휴~~ 시간이 좀 지나니 적응됐는지 잠잠해집니다. 그렇게 한동안은 마사지를 잘 받는가 싶더니 이내 두번째 증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아~ 아퍼요..좀 살살..;;"
유난히 엄살이 많은 아내. 그런데 남자인 제가 봐도 좀 아프긴 합니다. 마사지하는 분들, 연약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튼실한 체구도 아닌데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지~ 손가락 힘이 남자인 저보다도 더 쎈 듯 합니다. 여기에 체중을 실어서 꾹꾹 눌러대는데~
저도 모르게 악~! 하고 비명 나올 뻔 했다니깐요.(시원하긴 했지만) 중간엔 무릎을 제 허리위에 올려놓더니 체중을 실어서 꾸우우욱~! 암튼 시원하기는 엄청 시원합니다. 근데 궁금한것은 그렇게 한시간 동안 손가락 힘을 다 써버리면 다음 타임에 예약한 손님은 어떻게 받을까?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고.. 마사지사야 다 그렇겠지만 어쨌든 상당한 수련을 한건 분명해 보입니다.
위 사진은 연출이예요. ^^; 왜냐면 우리부부가 동시에 시작해 동시에 끝나버려 사진찍을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호텔측에다 양해를 구하고 한컷 찍어봤답니다. 다른 사진도 이렇게 양해를 구하고 찍은거니 오해하진 마세요.
아무튼 그렇게 전신 마사지를 받고 나니 얼굴관리로 들어갑니다. 얼굴에 뭔가를 한껏 바르면서 안면근육과 두피 마사지를 합니다. 뭔지는 모르지만 향은 끝내주었습니다. 그걸 이중 삼중으로 바르면서 얼굴 마사지를 받고 나서야 "수고하셨습니다"라며 90분간의 코스가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중간에 마사지 받을 때 쏟아지는 졸음 참느라 힘든 것 빼고는 아주 좋았어요. ^^ 일어나보니 수십년 묵은 때가 몸에서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랄까. 기분도 개운하고 그 이상한 음악때문인지 몰라도 잠시 꿈을 꾸고 일어난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마사지사의 노련한 손길도 괜찮았구요. 물론 남자였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겠네요. ^^ㅋㅋ 그런데 이쯤되니 가격이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고객님께서 하신 건 90분 코스에 부가세 10%, 봉사료 10% 포함, 25만원짜리 상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받은 건 합이 50만원...이 정도면 정말 뜨악 소리가 날만합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크게 상관 안하겠지만 저희 같은 서민층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건 사실이지요.
그렇게해서 이 날은 호텔측에서 갑작스레 마련해 준 체험단에 제대로 호사를 누리고 왔답니다. 생애 처음으로 받아 본 마사지가 워낙 럭셔리하다 보니 다른 곳에서 받게되면 이 느낌이 나려나 모르겠지만.. 이런 기회 쉽게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언제 이런걸 받아볼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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