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맛, 벵에돔을 찾아 떠난 바다낚시(上)


 

바다의 흑기사 벵에돔.

제 블로그를 포함해 낚시꾼들에게는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어류이지만, 인구가 밀집된 내륙 지방과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생소할 것입니다.

'벵어돔'이라고 잘못 불리기도 하는 벵에돔은 사실 20년 전만 해도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횟감이었습니다.

이유는 너무 흔하기 때문. 낚시꾼과 어부들에게는 잡어로 취급되며 버려지는 생선이었지요.

그런 벵에돔이 지금은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벵에돔 낚시의 활성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바다낚시가 성행했지만, 사실 그 시절에는 낚시의 인프라도 체계도

잡혀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90년도에 들어서면서 일본의 선진 낚시 기법과 장비가 유입되며 바다낚시의 황금기를 맞기 시작했습니다.

감성돔 일변도의 바다낚시에 벵에돔이라는 영리하고 손맛이 당찬 어종이 끼어들게 된 것입니다.

 

당시 벵에돔은 맛이 없어 버려진 물고기였습니다. 해초 위주의 식습성이 그대로 살에 배 풋내가 났죠.

물론, 오늘날 벵에돔도 지역에 따라서 풋내가 나기도 하지만 이제는 제법 맛이 좋은 횟감으로 부각되었고 심지어 경남 지역에서는 감성돔을 능가하는

회 맛으로 많은 낚시꾼에게 사랑을 독차지 받는 어종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맛없던 벵에돔이 오늘날 육질과 향이 좋아진 이유는 낚시꾼들이 뿌린 밑밥에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벵에돔 낚시가 활성화되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낚시꾼이 뿌리는 동물성 밑밥에 연안의 벵에돔들이 길들어진 것.

낚시꾼이 뿌리는 동물성 밑밥은 남극해에서 잡힌 크릴로 오늘날 벵에돔이 잡식성 식습관을 가지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어느 횟집에서 맛본 벵에돔 회

 

벵에돔 회의 특징은 우선 뛰어난 육질에 있습니다. 참돔(도미)보다 더욱 차진 식감. 탱탱한 육질.

또 제철에 먹는 벵에돔은 지방의 고소함이 뛰어나 경남의 낚시꾼들은 감성돔보다도 더 으뜸으로 쳐주곤 합니다.

그러면서 '벵에돔 회가 맛있어지는 조건들'이 경험담을 통해 쏙쏙 돌기 시작했죠.

 

- 벵에돔보다는 긴꼬리벵에돔이 더욱 맛있다.

- 벵에돔은 여름에 맛있고 긴꼬리벵에돔은 겨울에 더 맛있다.

- 길이 35cm 이상, 무게 1kg은 넘어야 제맛이 난다.

- 30cm 이하는 풋내가 날 수 있다.

- 먼바다에서 잡힌 벵에돔보다 앞바다에서 잡힌 벵에돔이 더 맛있다.

 

등등의 이야기가 속설처럼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경험한 사실은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 등 종류를 막론하고 제철은 겨울로 보고 있으며 맛도 겨울이 더 좋다는 것.

벵에돔도 엄연히 제철이 있지만, 연중 맛의 변화가 크지 않은 어류라는 것.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의 맛의 차이는 작은 씨알일 경우 난형난제라는 것. 그러다 크기가 크면 클수록 긴꼬리벵에돔이 더 맛있다는 것.

사실 종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정 크기가 되어야 맛도 있다는 것.

그리고 벵에돔이 잡히는 지역에 따라 회나 구이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과거 제주도에서는 벵에돔을 '흑돔'이라 하여 잡히는 철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횟감이었습니다.

제주도에서 벵에돔이 잘 나는 시기는 여름이며 장마를 전후해 많이 잡히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가을을 거쳐 초겨울이 되면서 씨알이 부쩍 커집니다.

그래서 12~2월은 대물 벵에돔을 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요. 벵에돔이 가장 안 낚이는 시기는 3~5월입니다.

봄에 벵에돔이 잘 안 낚이는 이유는 육지는 봄기운이 완연해도 바닷속은 한겨울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제주도의 어느 횟집에 가도 벵에돔을 쉬이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게 된 벵에돔 회는 제주도 관광 특수와 맞물려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여기에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도 한몫하였고요.

그러다 보니 제주도에서 잡히는 벵에돔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매일 일본에서 양식 벵에돔이 수입되기도 합니다.

또한, 제주도 내에서도 벵에돔을 잡으려는 어부가 몇 년 전보다 늘었습니다.

지금은 주낙과 그물을 통해 벵에돔 조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소비자는 kg당 12~13만 원에 부요리와 함께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낚시를 취미로 하는 제가 돈 주고 벵에돔을 사 먹을 일은 없지만, MBC '어영차 바다야'의 '제주 벵에돔 편'을 촬영하면서 횟집의 벵에돔 회도

맛보게 되었습니다. 먹어 본 결과는 제가 낚아서 먹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

3년 차를 넘긴 어영차 바다야에서 벵에돔 편을 촬영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금까지는 시청자에게 익숙한 어종으로 아이템을 잡았지만, 앞으로는 낚시 어종, 색다른 이야깃거리가 있는 어종도 소재에 포함할 예정이랍니다.

그중 하나가 제주 벵에돔 편이었습니다. 저는 벵에돔을 직접 낚아 갯바위에서 즉석 회를 뜨는 장면까지 선보일 계획입니다.

 

 

성산항

 

그래서 찾은 곳은 우도로 가는 기착지, 성산항입니다.

우도에서 벵에돔 낚시 촬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저는 여러 가지 요소를 점검해야 했습니다.

기상, 바다 날씨, 물때, 그리고 포인트 선별까지 나름대로 계산하여 이날 최적의 장소를 찾은 것이 우도였습니다.

 

PM. 12:00

성산항에 도착하자 새벽에 출발해 낚시를 마친 꾼들이 이제 막 철수 중입니다.

조황이 어떤지 물어봤는데요. 결과는 당혹스러웠습니다. 토요일을 맞아 많은 낚시꾼이 우도로 들어갔지만, 거의 대부분 빈손으로 철수한 것.

선장님은 "냉수대가 들어온 것 같다."며 오후 낚시도 비관적인 전망을 하였습니다.

이제 우도로 들어가 촬영에 성공해야 하는 저로서는 난감하네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물릴 수 있나요? 일단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엎드린 소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우도'

 

한창 열낚 중인 갯바위 낚시꾼들

 

성산항에서 낚싯배로 10분이면 닿는 우도. 이때는 6월 말로 준성수기에 돌입했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매우 아슬아슬해 보이죠? 깎아지른 절벽에서 낚시하는 꾼들이 꽤 위험해 보이지만, 잘 보면 발판이 평평해 문제없습니다.

 

 

우도의 '새우통' 포인트에 내렸다.

 

제가 내린 포인트입니다. 갯바위 공간이 협소하고 안전사고도 있을 수 있어 촬영팀은 최소한으로 꾸렸습니다.

저와 피디님 이렇게 두 명만 내려 벵에돔 낚시 촬영을 진행합니다.

여기서 주어진 미션은 횟감이 될 만한 벵에돔을 여러 마리 잡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 하더라도 한두 마리 잡아 즉석에서 회를 치는 것.

이러한 모습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장면으로 보여주는 게 이번 촬영의 목적입니다.

 

벵에돔을 몇 마리 낚아 즉석에서 회를 치는 일. 제게는 누워서 떡 먹기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습니다.

6월 말이니 이미 벵에돔 시즌은 시작되었겠다. 대충 던지면 알아서 물겠지란 생각으로 낚시를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기다리고 있을 시련도 모른 채 말이지요.

 

 

벵에돔 밑밥

 

밑밥은 바닐라 향이 나는 고급 집어제를 섞어 아주 맛있게 비볐습니다.

주어진 낚시 시간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시간 많습니다. 밑밥도 충분히 개었습니다. 남은 건 신 나게 낚는 것.

 

 

청볼락

 

첫수로는 볼락이 올라왔습니다. 구이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어종이라며 이때만 해도 카메라 앞에서 신 나게 떠들었던 입질의 추억입니다. ^^;

벵에돔 낚시는 잡어 분리가 관건이라는 사실을 꾼들을 알고 있을 겁니다.

어떤 종류의 잡어가 뜨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는 벵에돔 낚시에서 청신호인 자리돔을 기대하며 밑밥을 뿌렸는데요.

피어오른 것은 길고 누런 색깔의 잡어라 예감이 좋지 못했습니다. 확인차 낚아보니.

 

 

놀래기

 

이런 놀래기였네요. 제주도에서는 '어랭이'로 통하는 표준명 놀래기입니다.

발밑에는 이런 녀석이 어마어마하게 모이고 있었습니다. 물색을 누렇게 물들일 정도로 수면에 바글바글한데요.

사료를 뿌리면 물이 튈 정도의 극성에 양어장을 연상케 하는 데 문제는 이 놀래기가 벵에돔 낚시에서는 그리 좋지 못한 징조라는 것입니다.

벵에돔은 자리돔과 비슷한 수온에서 활동합니다. 그러므로 밑밥을 뿌렸을 때 자리돔이 반응하면 그날 벵에돔 낚시는 일단 청신호입니다.

반면에 볼락이나 놀래기(어랭이) 종류가 반응하면 수온이 낮다는 방증으로 벵에돔 낚시에서는 적신호입니다.

그러면 어쩔 건가요? 자연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별로 없었습니다. 끝까지 열심히 하는 수밖에요.

 

 

하지만 스피드 포트가 지속해서 다니고

 

스쿠버 다이버들까지 포인트 근처로 접근하니

 

스피드 보트와 스쿠버 다이버의 난입 속이 진행된 벵에돔 낚시.

과연 소음에 민감한 벵에돔이 잡혀주려나 모르겠습니다.

 

 

제주도 따개비

 

낚시가 통 안 되자 피디님은 카메라를 잠시 내려두고 따개비를 몇 개 캤습니다.

갯바위에 따닥따닥 붙은 보말 좀 보세요. 알이 정말 실합니다. 이것을 까서 죽을 쑤면 따개비 죽, 칼국수에 넣어 끓이면 따개비 칼국수. ^^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접하고도 들어간 재료의 원형을 구경할 일이 흔치 않지만, 이렇게 갯바위 낚시를 하다 보면 식재료의 원형을 살필 기회가

꽤 자주 있습니다.

 

결국은 벵에돔을 한 마리도 보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이날 우도로 들어간 20여 명 중 벵에돔을 낚은 사람은 딱 한 사람. 그것도 잔씨알로 한 마리가 나왔다는데요.

낚시하면서 느꼈지만, 우도 앞바다에는 청물에 냉수대가 들어온 것 같아 다음 날 추가 촬영에는 지역을 아예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AM 6:00 법환 포구

 

벵에돔 낚시는 어지간해서는 꽝이 없는데 전날 우도에서 꽝을 치자 제작진은 추가 촬영을 위해 하루 더 잔류하기로 하였습니다.

대신 이 날은 반드시 잡아야 했습니다. 포인트 선정은 우도의 조황이 안 좋으므로 반대편인 서귀포 범섬으로 갔습니다.

 

 

서귀포 범섬에서 바라본 일출

 

범섬 특유의 으리으리한 갯바위가 반기고

 

포인트에서 바라본 한라산

 

깎아지른 절벽이지만, 안전한 발판이 있어 좋은 범섬

 

이날은 남서풍이 제법 강하게 불고 있어 맞바람을 피하고자 범섬의 북동쪽 포인트에 자리하였습니다.

들물이 한창 진행 중인 아침. 일단은 청물과 냉수대를 피해 온 만큼 좋은 결과를 예상하며 낚시를 시작합니다.

 

 

이날 촬영은 제주도 낚시 블로거 아일락님과 함께 하였습니다. 일전에 얼굴은 몇 번 뵈었지만, 낚시를 함께해 본 건 처음이었죠.

예전부터 한 작대기 하자고 했지만, 서로의 일정이 안 맞아 미루어 오다가 이날 갯바위에 함께 섰습니다.

 

 

그런데 밑밥을 뿌리자 어제의 악몽이 또다시 떠오릅니다. 물색이 말이 아니네요.

쿠로시오 난류의 간장 물색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곳도 여전히 청물입니다.

게다가 노랗고 긴 물고기. 설마 놀래기(어랭이)는 아니길 바랐는데

 

 

벵에돔 낚시에서는 적신호인 놀래기 떼가 부상했다.

 

놀래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저와 아일락님은 난색했습니다. 어쨌든 놀래기가 낚였으니 편하게 즐기면서 낚시하는 건 물 건너갔네요.

어떻게 이 난국을 타파해야 할지 빨리 머리를 굴려야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벤자리 새끼까지 극성을 부린다.

 

전날 촬영 실패에 대한 압박이 있었는데 만약 이날마저 촬영에 실패한다면? 제게는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방영 일정이 며칠 안 남은 상황이라 이날 촬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벵에돔 낚기가 참 어렵네요."라는 실패 성 맨트로 결론지어야 했기에 제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또 그걸 본 시청자, 특히 낚시꾼들이 과연 납득이나 해줄까요?

현장에 있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악조건이든 그들에게는 와닿지 않을 겁니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시청자들에게는 둘 중 하나밖에 없겠죠.

 

"낚았느냐? 낚지 못했느냐?"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낚시. 나의 이미지가 달린 낚시. 이때만큼은 취미가 아닌 죽기 살기로 낚아야 했던 투쟁이었습니다.

물론, 꽝을 치는 것도 낚시의 한 축이라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요. 벵에돔이라는 어종은 낚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소재입니다. 

시장을 둘러보면서 벵에돔 종류를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벵에돔은 일단 낚시로 말해야 합니다.

직접 낚아서 즉석에서 회를 쳤을 때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물고기다 보니 이날 성공하지 못하면 방송에 적잖은 타격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잘 모르는 일부 독자님들은 페이스북에서 저의 실패담에다 "그것도 낚시의 일부죠.", "그것도 낚시의 묘미가 아닐까요?"식의 제겐 눈치 없는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그러한 말을 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현지꾼이거나 바다와 인접한 해외 거주자인데요.

오늘 실패하면 내일이 있고 내일 실패하면 모레가 있는 게 현지꾼이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입장이 다른 거죠.

 

낚시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때로는 반드시 잡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것이 꼭 방송 촬영이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적잖은 경비로 먼 길을

달려왔는데 '꽝'을 친다는 것은 낚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입장에서 '재앙'과 다름없었습니다.

 

"꽝도 낚시의 묘미다?"

 

공감이 되십니까? 꽝이 어째서 낚시의 묘미야 이 사람들아!! ㅠㅠ

현지꾼들만이 할 수 있는 넋두리, 제게는 해당 사항 없습니다요. ^^

 

 

이날 낚시하면서 채비가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찌는 세 번밖에 안 바뀌었지만, 그 속에서 봉돌의 가감, 위치 등 수없이 바꾸며 최적의 공략 환경을 만들려고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끝내 저를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

 

사실 저만 외면당한 건 아녀요. 이날 범섬에 들어간 전원이 몰황을 당하며 조기 철수하였습니다.

이곳 현지꾼의 출조 패턴을 보면 새벽에 나가 점심시간을 넘길 때까지 낚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날은 오전 11시에 대부분 철수하면서 범섬의 조황은

0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게 위안이 되느냐고요? 전혀 안 됩니다.

 

낚시를 마친 후 저는 무기력함, 패배감, 상실감에 빠졌습니다.

남들이 못 잡아도 저는 잡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꼭 방송 때문만은 아닙니다.

쯔리겐 필드스텝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조과를 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있었습니다. 남들 다 꽝칠 때 단 한 마리라도 잡아냈어야 했습니다.

 

당시 쯔리겐 인스트럭터이자 한조무역 대표이신 박범수 사장님도 제주도에 있었다고 합니다.

전날 우도 조황이 몰황이었을 때 박범수 사장님은 동네 방파제에서 벵에돔 낚시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다른 꾼들이 꽝 쳤을 때 자신도 두 마리밖에 못 잡았다며 낚시가 왜 이리 안 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시자 제가 그날 우도의 상황을

말해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진정한 실력자는 전원이 몰황할 때도 한두 마리 잡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한낱 인간으로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수온이 전날 대비 3~4도씩 떨어지고 벵에돔이 죄다 숨어버리면 아무리 날고 기는

고수도 별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제게 그 정도의 상황이 닥쳤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낱마리라도 낚아냈어야 했다고 저는 자평하였습니다.

이날은 확실히 수온이 낮았습니다. 청물이 들어오고 놀래기가 설쳤으며 곳곳에는 해무가 잔뜩 껴 수온이 꽤 낮아졌음을 직감했습니다.

그럼 바닥에 웅크린 채 꼼짝하지 않고 있을 벵에돔 입 앞에 미끼를 갖다 댔어야죠. 그런 능력이 제게 필요했지만, 이날은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결국, 허망했던 낚시 자리를 바라보며 조기 철수했다.

 

항에 도착하자 한 가족이 낚시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포구에 도착하니 아이를 안은 엄마가 아빠의 낚시를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전에는 무심코 넘겼던 이 장면이 이제는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머지않아 저도 방파제 구석에 앉아 아이와 함께 생활낚시를 즐길지도 몰라요.

 

제주도의 맛, 벵에돔을 찾아 떠난 바다낚시.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낚시했지만, 실패로 돌아가자 녹화 분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제게 뜻하지 않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월드컵이 저를 살린 것입니다.

6월 중순 당시 월드컵 중계가 한창인지라 MBC도 어영차 바다야 프로그램 방영이 1~2주 늦춰진 것.

8월 초 방영으로 예정된 제주 벵에돔 편은 편집분 마스터를 일주일가량 남겨둔 시점이라 재촬영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7월 28일 월요일.

단 한 번의 촬영에 횟감이 될 만한 벵에돔을 낚아 그 자리에서 회를 쳐야 하는 막중한 미션을 안고 저는 제주도로 다시 떠났습니다.

거 참. 평소에는 그렇게 흔하게 낚였던 벵에돔이 막상 찍으려니까 왜 이리 귀한지. 

운명의 한판 승부. 그 장소를 저는 차귀로도 했다가 녹화 당일 우도로 바꾸면서 결과가 뒤바뀔지도 모를 나비효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대 사람이 아닌 사람 대 자연으로 진검 승부가 펼쳐질 무대는 우도의 큰 동산.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린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이번에는 입질의 추억이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적잖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갖고 떠난 제주도 벵에돔 낚시.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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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흑기사, 벵에돔의 재밌는 이야기 

대마도에서 그녀의 벵에돔 낚시 현장(동영상) 

벵에돔 낚시(7), 공포스러웠던 마지막 30분 

한 시간 동안 폭풍 입질 

제주도 횟집에서 파는 활어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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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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