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부터 겨울까지 맛있는 제철 생선회 총정리(서해 편)


 

 

※ 원래는 천고마비의 계절에 이 글을 올렸어야 하는데 많이 늦어졌습니다. 이 칼럼은 작년 봄에 썼던 봄 여름, 자연산 제철 생선회 총정리의 연장이며 가을부터 겨우내 맛이 좋은 자연산 생선회를 총망라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9월부터 12월을 거쳐 이듬해 4월까지 맛이 좋은 자연산 생선회를 전국 각지의 '검증된 식당'에서 찾아드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특정 업소에 대한 정보가 나갈 수 있습니다. 본 글의 취지는 검증된 식당에서 검증된 자연산 제철 생선회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에 있습니다. 내용이 방대해 1~4편으로 나뉘어 발행될 예정입니다.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는 제철 생선회"

"흔한 생선회부터 귀한 자연산까지 총정리"

 

 

겨울 하면 생각나는 국민 먹거리, 생선회가 빠질 수 없다. 

찬바람이 불고 바다 수온이 내려감에 따라 바닷물고기는 월동 준비에 들어간다. 산란을 위해 살집과 지방량을 늘리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암놈은 난소(알)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수놈은 이리(정소)를 찌운다. 여름에는 그 존재감이 미미한 '청어'를 떠올려보자.

겨울이면 일부 횟집과 주점에서 청어구이를 내는데 어떤 놈은 알주머니가 가득 들었고 또 어떤 놈은 이리(정소)가 가득 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겨울은 많은 물고기가 새끼(난태생)를 낳거나 혹은 알을 부화하기 위해 지방을 축적하는 시기이다.

수많은 해수어 중 절반 이상이 봄에 산란하게 되니 생선에게 있어 겨울은 종족 번식을 준비하는 성스러운 시기일 것이다.

그 성스러운 시기를 우리는 '제철'이라 부르며 미식을 취한다.

 

"생선회는 가장 살쪘을 때 먹어야"

 

쇠고기로 따지면 한 마리에 살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보는 '육량'과도 같다.

쇠고기야 육량 검사를 통해 A, B, C 등급을 매기고 있지만, 활어는 그런 게 없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지역에서 잡힌 자연산 활어라면 육량의 차이가

크지 않기에 구분 없이 먹는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잡힌 자연산이라도 '지역'에 따라 맛과 살집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예로 숭어, 도다리, 광어, 우럭, 감성돔, 전어 등을 꼽는데 이들 어종은 지역에 따른 맛 차이가 분명히 나고 또 수급량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산지에서 직송으로 받는 자연산 전문 횟집은 대게 남해산(통영, 충무, 진해, 완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특산물은 선택의 여지 없이 그 지역에서 공수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횟감으로 '실치, 망둥어, 간재미, 과메기, 개복치, 도루묵'이 그러하다. 이 장에서는 제철 자연산 생선회를 지역에 따라 나눴다.

우선 서해 편부터 알아보고 이어서 남해와 동해 산, 그리고 제주 산까지 알아볼 계획이다.

 

 

 

■ 서해(9~12~4월로 이어지는 제철 생선)

"조피볼락, 전어, 삼치, 간재미, 망둥어, 실치"

 

#. 조피볼락(양식 가능)

우럭으로 더 잘 알려진 조피볼락은 돌이나 바위틈 속에 살기를 좋아하는 여러 볼락과 어류 중 하나다.

광어와 더불어 국민 횟감으로 손꼽힐 정도로 흔하다 보니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우럭회를 팔지 않은 횟집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동, 서, 남해 어디에서도 잡히는 흔한 녀석이지만, 희한하게도 우리가 접하는 우럭은 90% 이상 양식산이 차지하고 있다.

 

"양식 비중은 광어 다음으로 2위, 일식업계에서는 외면당해"

 

우럭은 80년대 중반부터 대량 생산에 성공하면서, 서민들에게 차진 횟거리를 제공한 고마운 생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마다 가격이 내려가고 있고 다른 경쟁력 있는 횟감들이 속속들이 양식함에 따라 우럭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광어 다음으로 서열 2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언제 어떤 횟감으로부터 2위 자리를 내주게 될지 모를 상황인 것.

게다가 일식 업계에서는 광어의 그늘에 가려져 철저히 외면당하다 보니 적당히 숙성해 맛이 오른 우럭 회 맛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대부분 활어회로만 소비하다 보니, 살 속에 벤 감칠맛이 새어나오기도 전에 우리 입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우럭이 일식업계에서 외면받아온 이유가 있다. 죄명은 '대가리 비대증'이다. 머리가 커서 살이 적게 나온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우럭은 다른 횟감보다 수율이 적어 일식에서는 '회로 적합하지 않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우럭 처지에서는 굉장히 억울하다.

안 그래도 국민 횟감 선호도에서 2위. 양식 비중 2위. 가격도 저렴하기로 2위 등등 제대로 콩라인을 타고 있지만, 적당히 숙성한 자연산 우럭회는 기존에

알던 맛과는 전혀 다른 혁명의 맛이 숨어 있다.

 

 

자연산 우럭(위), 양식 우럭(아래)

 

자연산 우럭과 양식 우럭을 반반씩 섞어서 먹어도 맛으로는 확연히 구분됐다.

 

대충 썰어 먹는 막 회부터 일정 기간 숙성한 우럭회까지 모두 먹어봤지만, 필자의 입맛에는 덩치가 조금 있는 우럭을 숙성해서 먹는 그 맛이 아직도 잊히질

않았다. 하루는 양식산 우럭과 자연산 우럭을 한 자리에 놓고 회를 쳤다. 위 사진에서 근육 색을 유심히 보자. 어떤 건 불그스름하고 어떤 건 창백하다.

살짝 불그스름한 게 자연산 우럭이고, 창백한 건 양식이다. 맛을 음미했더니 지금까지 양식 우럭을 먹어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묘한 흙내가 났다.

만약, 양식 우럭회만 먹었다면 이 맛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산 우럭을 먹고 나서 양식 우럭을 먹어야만 느껴지는 텁텁한 맛의 정체.

계속 씹어보면 단맛과 감칠맛에서 자연산 우럭이 훨씬 좋았다.

 

물론, 둘 중 하나만 맛보면 이러한 차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 정도로 미묘한 차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맛만 보면 이것이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구별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이들을 믿지 않는다.

나조차도 당장 블라인트 테스트를 한다면 알아맞힐 자신이 없다.

 

하지만 양식 우럭과 자연산 우럭을 한 자리에 놓고 맛보면 그 차이가 현격히 남을 느낄 수 있다.

당도 높은 과일을 눈앞에 두고도 굳이 당도가 낮은 과일을 택할 이유는 없듯이 자연산에 젓가락이 가는 것도 당장에 느껴지는 감칠맛이 있어서다.

그 감칠맛을 한층 더 이끌어주는 것이 '숙성회'다. 개인적으로 우럭은 크기가 제법 나가는 자연산으로 숙성했을 때 그 맛이 기가 막혔다.

하지만 우럭을 숙성회로 취급하는 곳은 우리 주변에는 매우 드물다. 숙성회를 주로 파는 일식집은 우럭을 메인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자연산 우럭을 숙성회로 다루는 집이 드물게나마 있다.

이다음에 자연산 우럭회를 맛보겠다면, 이러한 내용을 상기하며 맛을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

제철은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지지만, 남해로 내려갈수록 수온이 높아지는 탓에 제철은 일찍 끝난다.

 

자연산 우럭회 문의

인천 방죽물집(032-746-5579)

마검포원조 바다횟집(041-674-6563)

 

 


 

 

 

#. 전어(양식 가능)

지금은 시즌이 끝났지만, 가을 바다의 맛을 호령하는 전령사에서는 단연코 전어로 시작해 전어로 끝날만큼 비중이 높은 횟감이다.

같은 전어라도 서해산보다 남해산이 좀 더 맛있지만, 안 그래도 서해는 수온의 등락 폭이 커서 잡히는 종류가 많지 않은데 전어마저 남해에  빼앗기면

억울할 것 같아 특별히 서해에 배치해두었다.

 

"전어 대가리는 깨가 서 말, 뱃살은 깨가 네 말이다."

 

이는 구이에 통용되는 말이다. 왕소금을 척척 뿌린 전어를 오븐에 구워내면 일단 그 향으로도 좌중의 시선을 끌지만, 맛을 보면 평소 전어와 사이가

멀었던 이들도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올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가리나 내장 따위를 먹게 해선 안 된다.

초보자에게 전어 대가리는 깨가 서 말이 아닌 그냥 못 먹는 음식일 뿐. 여기에 잔가시가 속속 박혀 어떻게 먹어야 할지 난감하다.

이럴 때는 뱃살만 발라줘 보자. 깨가 쏟아질 듯한 고소한 맛에 전어를 다시 볼지도 모른다.

 

 

배에 광택이 나는 전어가 상품이다. 광택은 곧 비늘이 온전히 붙어 있음을 의미한다.

 

전어회에 양념 된장은 필수, 생고추냉이를 한 점 올리면 별미

 

해마다 8월이면 먼바다서 산란을 마친 전어가 연안으로 북상한다. 이때부터 전어잡이가 시작되는데 그 절정은 추석 전후이다.

일 년 중 전어 소비량이 극에 달할 때도 바로 이때다. 한때는 양식 전어도 많이 성행했다. 그해 자연산 전어 어획량이 좋지 못하면, 양식 전어가 그 자리를

메꾼다. 하지만 지금은 양식 전어가 많이 줄었다. 최근 자연산 전어가 많이 잡혀 양식 전어가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있지만, 일정한 크기로 키워서

출하하다 보니 제때 내놓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전어 양식은 하고 있다. 다만, 그 수도 현저히 줄어 우리 입에 들어가는 전어는 대부분

자연산이 많다.

 

맛도 자연산이 양식보다 낫다. 자연산 전어는 작은 갑각류, 동물성 플랑크톤, 뻘의 유기물 등을 먹고 자란 탓에 맛이 아주 고소하다.

그 고소함은 9~10월에 절정에 이른다. 이때는 지방함량도 봄보다 3배에 이르니 과학적으로도 가을 전어가 맛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양식 전어도 가을에 맛있기는 자연산과 똑같다. 다만, 자연산 전어의 맛을 따라갈 수 없는 환경적인 요인(사료, 물살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맛에서는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작년(2014년)에는 자연산 전어 어획량이 보합세였는데 올해는 어찌될 지 모르는 일이다.

여름에 태풍이 얼마나 오는가에 따라 수온 변동 폭이 다르므로 이는 곧 전어 어획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에 따라 전어 시세도 오르락내리락할 것으로 보인다. 제철은 9~11월.

 

자연산 전어 문의

자연산 전어는 9~10월, 어디서든 맛볼 수 있다.

 

 


 

 

 

#. 삼치(양식 안 함)

 

주낚으로 잡은 횟감용 대삼치, 전남 완도

 

늦가을일수록 맛이 깊어지는 삼치지만, 사실 겨우내 맛이 좋은 생선이기도 하다. 

내륙지방이나 도심지 사람들은 '삼치도 회로 먹어?'라며 반문할 수 있지만, 이미 해안가 도시에서는 大삼치를 숙성해서 두툼하게 썰어 먹는 선어회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고등어회처럼 마른 김에 밥을 올리고 양념간장에 삼치회를 찍어서 싸 먹는 맛이 별미인데, 봄 여름에는 맛이 덜해 가을에만 찾게 되는 

횟감 중 하나였다. 물론, 12~1월에도 수급만 원활하다면 선어회 전문점에서 삼치회를 맛볼 수 있다.

 

"특별히 大삼치라야 한다."

 

필자는 삼치회를 낚시를 즐기면서 자연스레 접했었다. 그것도 감성돔 낚시 도중에 우연히 삼치 떼를 만났는데 이 녀석들이 미끼를 물고 늘어지면

날카로운 이빨 때문에 여지없이 낚싯줄이 잘려나가곤 했다. 바늘이 윗입술에 착하고 걸려야 하는데 성질 급한 삼치는 시속 80km 속도로 달려들어 미끼고

낚싯줄이고 다 삼켰다. 그러고 나서 좌우로 휘젓고 다니니 낚싯줄이 이빨에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그 와중에서 몇 마리를 낚아 회를 쳤다. 비록, 쫄깃한 식감은 덜했지만 마치 참치회처럼 부드럽게 녹아드는 맛이 일품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 삼치회도 급이 있다. 이런 등푸른생선은 크기가 클수록 맛이 꼬십다. 한 마디로 세월의 때만큼 지방도 깊게 밴다. 

그래서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40~50cm 길이의 삼치는 삼치 중에서도 아기에 속한다. 횟감은 주낚으로 낚아낸 크기 80cm 이상의 대삼치가 적당하다.

대삼치를 시장에서 직접 구입하면 1kg당 만원. 보통 한 마리에 6~7kg이나 나가니 6~7만 원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이 정도면 족히 15인분 이상이다. 가장 맛있는 뱃살과 몸통 중앙은 회로 먹고 꼬릿살과 대가리는 반으로 갈라 구이를 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삼치회는 선어회 전문점에서 사 먹는 편이 일손도 덜고 편리하다.

이런 선어회 전문점은 소위 '찍어바리'라고 하여 활어가 숨을 거두기 전에 피를 빼놓은 것을 가져와 썰어내므로 당연히 수조가 없다.

수년간 선어회만 전문적으로 취급했기에 수조가 없어도 신뢰가 가는 이유이다.

 

삼치회 전문점 문의

여수 사시사철(061-666-1445)

마포 남해바다(02-707-3101)

 

 


 

 

 

#. 간재미(양식 안 함)

간재미, 간자미, 강개미, 강제미 등등. 애칭도 가지가지다. 진도에서는 간재미, 당진에서는 강개미 혹은 강제미라 불린다.

그렇다면 표준명은 뭘까? '상어가오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간재미는 가오리일까? 홍어일까?

이 부분에서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지만, 나는 '홍어'라는데 한 표를 주고 싶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재미에 복잡한 사연이 얽혀있어서다.

 

원래 간재미는 홍어가 아니다. 가오리 새끼는 더더욱 아니었다. 간재미는 그냥 간재미로 남았어야 했다.

그런데 몇 년 전, 어류학자들이 간재미의 유전자를 조사했는데 우리나라 서남해에서 잡히는 홍어와 묵가오리와 DNA가 일치한다는 거였다.

다시 말해, 지역마다 다르게 불렸던 몇몇 가오리들이 한 종류로 판명되면서 이제는 명칭을 통합해야 할 고민에 놓인 거다.

'국제동식물 명명규약'에 따르면, 같은 종에 이름이 여러 개가 붙었을 경우 가장 먼저 붙여진 이름이 표준명이 되고 그 뒤로 붙여진 이름은 표준명에

귀속되는 '이명(異名)'이 된다고 나와 있다.

 

그 결과 간재미의 정식명은 '홍어'가 될 것이며, 상어가오리는 이명으로 붙게 된다.

그렇다면 기존에 홍어라 불렀던 녀석은 뭐가 되었을까? 바로 참홍어로 승격(?) 되었다. 

그래서 어류도감을 보면 참홍어와 홍어가 나란히 붙어 있고 간재미란 생선은 아예 없다. 홍어가 곧 간재미이기 때문이다.

 

참홍어 ≠ 홍어 = 간재미 = 상어가오리

 

이쯤 되니 머리가 다 아프다. 이름 이야기는 그만 집어치우자. ^^;

 

 

간재미 수컷

 

어쨌든 간재미는 암수 구분이 쉬운데 수컷의 경우 위 사진처럼 두 가닥의 생식기가 달렸다. 식감은 암놈이 좀 더 부드럽게 씹히니 횟감용으로 알맞다.

수놈은 주로 찜이나 탕감으로 좋다. 하지만 암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골 뼈가 연하게 씹히는 맛이다.

이 맛이 좋으려면 연골이 물렁물렁해야 하는데 그 철이 바로 겨울에서 봄까지다. 여름이 되면 간재미가 깊은 속으로 들어가면서 뼈도 억세진다.

 

 

간재미 회무침

 

간재미로 유명한 산지는 충남 당진과 전남 진도를 꼽는다.

그런데 당진 앞바다와 진도 앞바다는 위도상으로 차이가 있어 수온 역시 다르다.

당진 앞바다의 수온이 더 차기 때문에 간재미의 제철을 4~6월로 꼽는다. 하지만 진도는 다르다. 4월이면 이미 수온이 따듯해져 농어가 들어올 시기다. 

그래서 진도에서 간재미는 1월부터 4월까지로 보며, 그보다 더 따듯한 통영 앞바다는 간재미 철을 12~2월로 보고 있다.

간재미의 참 맛을 보려면 이왕 먹는 것 지역에 따른 제철을 아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간재미 전문점 문의

오천 강게미회센타(041-932-4313)

진도 사랑방식당(061-544-4117)

 

 


 

 

#. 망둥어(양식 안 함)

정식명은 '풀망둑'이지만, 망둥어, 망둥이, 그리고 서해에서는 '문저리'란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사실 우리 앞바다에는 훌륭한 횟감이 지천인지라 망둥어 가지고 유명한 생선이라 하기에는 좀 애매하다.

하지만 없어서 못 먹는 지역(?)에서는 거기서 나는 제철 생선이 모름지기 최고가 된다. (해당 지역 주민들께는 왠지 죄송한 표현이네요. ^^;)

 

개펄이 많이 발달한 강화도나 영종도로 눈을 돌리면 망둥어가 왜 최고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음력으로 12월이면 망둥어가 아니라 거의 '몽둥이'가 된다.

평소 망둥어라 얕잡아보던 낚시꾼도 이때만큼은 몽둥이 같은 망둥어 잡으려고 난리다.

그 길이가 어림 짐작으로 50cm는 족히 넘어 살이 토실토실하다. 초심자들이 원투 채비를 날려 잡아내기에 가장 쉬운 어종도 망둥어다.

개펄에 서식하는 탓에 밑걸림과 같은 방해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망둥어

 

이 철에 잡힌 망둥어는 살이 차지고 약간의 단맛도 들어 평소 돔만 먹고 사는 이들이 의아심을 품을 수도 있다.

실제로 망둥어에 대한 낚시꾼의 인식은 바닷물고기 중 가장 천한 계급에 멈춰있는 편이다.

그런 망둥어도 11월부터 겨울까지는 서해에서 가장 대접받는 어종 중 하나라는 사실. 잊지말자. ^^

 

그나저나 망둥어 회를 보니 10년 전, 영흥도에서 천막을 치고 낚시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늦가을이었는데 수심이 1~2m로 매우 낮은 줄도 모르고 낚시하다 온종일 밑걸림과 싸우다 지쳤다.

그러다 한 번은 해변을 따라가 조금 멀리 던졌는데 거기서 큼지막한 망둥어를 한 마리 건졌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에 여기서 할 것을.

철수 직전에 한 마리를 건져 꽝은 면했지만, 이틀 꼬박 낚시한 결과치고는 너무나 허무했다. 

 

처음에는 살려줄까도 생각했지만, 씨알이 괜찮아 회 맛이나 보자며 칼을 꺼내 들었다. 

아내와 처가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한 점씩 집어 먹으니 금새 바닥났다. 그때 먹었던 망둥어 회 한 점이 어찌나 차지고 달콤했던지.  

고생 끝에 꿀맛 같은 회를 선사한 것이 바로 망둥어 회였다. 망둥어를 얕보지 말자. 지금은 맛이 들어 뭘 해 먹어도 괜찮은 생선이 아닐까 싶다.

 

망둥어회 전문점 문의

무안 봉대횟집(061-453-1907)

김포 대명포구에 가면 망둥어 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 실치(양식 안 함)

 

요즘 나오는 뱅어포의 재료는 뱅어가 아닌 실치다.

 

생선 중에 실치만큼 기구한 운명이 또 있을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어렸을 때부터 대량으로 포획돼 말라 죽어야 하는지.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지만, 실치는 죽어서도 제 이름을 남기지 못해 억울한 원흉이 되어 저 서해바다 어딘가에

떠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고? 실치는 죽어서 뱅어포를 남기기 때문이다. ^^;

 

그러니 기구한 운명일 수밖에. 왜 사람들은 실치를 실치로 보지 않는 걸까? 이유는 이렇다.

공업화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우리나라의 강 하구에는 뱅어가 널렸다. 초창기에는 뱅어를 잡아 뱅어포를 구워 먹었으니 아마 지금의 386세대

정도면 어렸을 때 '진짜 뱅어포'를 도시락 반찬으로 가져다 먹은 이들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급속도로 공업화된 오늘날, 강 하구의 수질이 많이 오염되면서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뱅어는 거의 멸종했다.

똑같이 발전한 일본의 하구에는 여전히 뱅어가 많아 지금도 회로 즐기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확실히 우리나라는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인식이

OECD 국가 중 꼴찌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뱅어가 멸종하자 그것을 대체한 것이 실치다. 그 실치를 잡아 말린 게 오늘날 우리 식탁에 오르는 뱅어포다.

 

 

베도라치

 

그 실치가 다 자라면 바로 이 녀석이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베도라치과에 속하는 '흰베도라치'이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까지 먹은 뱅어포는 이 녀석들의 새끼인 셈이다. 과연 우리의 위장에 녹아버린 베도라치는 그동안 몇 마리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천문학적인 숫자일 것이다. 그렇게 잡아들여도 씨가 마르지 않은 걸 보면 참으로 용하다.

언제까지 실치로 만든 뱅어포가 우리의 식탁에 오를 수 있을까? 만약, 이 녀석들마저 멸종된다면 그때는 어떤 생선의 치어를 말려 뱅어포가 될까?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녀석이다. 지금까지 실치를 실치포라 불리지 못하고 뱅어포로 희생된 이 녀석에게 잠시 묵념을(--)(__)

 

그런데 이 실치가 실치로서 제 이름을 떨치는 철이 있다. 바로 4월이다.

이르면 3월부터 출현해 4월까지는 충남 장고항에서는 실치 축제가 열린다. 이때는 실치를 회로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올해는 꼭 한 번 들러보기 바란다.

사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지금까지 소개한 생선회 중 유일하게 실치회를 맛보지 못했다. 그래서 사진도 실치회가 빠졌는데 올해는 꼭 한 번 가볼 생각이다.

실치 시즌은 매우 짧으니 날을 잘 맞춰서 가야 할 것이다.

 

실치회 문의

마검포원조 바다횟집(041-674-6563)

 

원래는 남해 편까지 내리 쓰려고 했지만, 내용이 너무 길어 다음 편으로 나누었습니다. 

쓰는 사람도 읽은 사람에게도 분량이 적당해야 좋겠지요. ^^

남해 편에서는 가을에서 겨울 내내 맛있는 제철 생선회로 쏨뱅이, 열기, 멸치, 감성돔, 참돔, 광어, 밀치, 줄가자미, 돌가자미, 범가자미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동해 편과 제주 편도 준비될 예정이에요. 겨울에 먹어야 할 제철 생선회 종류가 가장 많으므로 내용도 방대해졌네요.

다른 제철 생선에 대해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더보기>>

생선회를 건강하고 맛있게 먹는 팁

봄 여름, 자연산 제철 생선회 총정리(上)

봄 여름 자연산 제철 생선회 총정리(下) 

간재미란 어떤 어종인가?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어부의 횟감 

제주 자연산 다금바리 기행(2),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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