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의 천국, 대마도에서의 일주일(프롤로그)


 

 

 

1월 수술로 인해 새해가 밝고도 이렇다 할 출조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주, 첫 출조를 다녀왔습니다. 삼한사온이라는 겨울 날씨가 무색한 요즘, 바람과 파도 없는 날을 만나기란 너무도 어렵습니다. 대마도와 제주도, 혹은 가거도 같은 원도권으로 며칠 낚시를 가더라도 운이 좋아야 한두 번 정도 원하는 포인트에 내리고, 날씨가 심술을 부리면 그마저 어려운 혹한의 겨울에서 저는 예전부터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장박를 위해 긴 여정을 준비했습니다. 

 

작년 4월, 대마도에서의 감성돔 낚시를 끝으로 이곳에서의 조행기는 잠시 멈추었습니다. 당시 아소만의 수려한 경관과 호수처럼 잔잔한 물결을 벗 삼으며 사색을 즐긴 낚시와 달리 지금의 벵에돔 낚시는 강풍과 거친 파도에 맞서야 했습니다. 영등철인 이 시즌, 불야성인 국내 원도권과 달리 대마도는 특급 포인트가 지천인데도 날씨가 좋지 못해 원하는 포인트로 들어갈 수 없는 문제와 직면해야 했습니다. 언제나처럼 플랜 B를 가동해 차선의 낚시를 했고, 거기서 뜻하지 않은 조과를 거두면서 바다의 의외성과 낚시 천국임을 실감하기도 했지요. 

 

그렇다고 해서 일주일간의 장박 낚시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고 왔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깨달음이었죠. 혹한의 여건에서 내가 소화할 수 있었던 일과 소화해 내지 못했던 일이 양분되면서 내게 부족한 부분을 느끼고 정비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포인트 여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른 팀보다 많이 잡았다고 우쭐할 필요도, 못 잡았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저는 결정적인 사진이 필요했고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주어진 여건을 얼마나 슬기롭게 풀어나가는지가 중요했습니다. 그랬을 때 원하는 씨알과 대상어를 만나면 성취감이, 그러지 못했을 때는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하며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의 과정이 대마도와 벵에돔 낚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으로 소상히 전하고자 합니다.

 

#. 일주일간 대마도 낚시 일정

1일차 : 미네만 안쪽에서 2시간 동안 감성돔 낚시

2일차 : 대마도 동쪽 도보 포인트에서 종일 낚시

3일차 : 대마도 서쪽 포인트에서 종일 낚시

4일차 : 대마도 서쪽 포인트에서 종일 낚시

5일차 : 미네만에서 오전 낚시, 서쪽 포인트에서 오후 낚시

6일차 : 도보 방파제에서 오전 낚시, 서쪽 포인트에서 오후 낚시

7일차 : 오전 선상낚시 및 집으로 복귀

 

 

미네만 서쪽 해안 포인트인 우녹소우시로

 

하얀 거품 속에서 솟구치는 당찬 입질 

 

해넘이에 4짜 전후의 벵에돔이 1타 1피로 낚이는 환상적인 상황도 맞이해 보고

 

약은 입질을 서너 번 참아가며 받아낸 손맛의 짜릿함도 있었다

 

이번 대마도 낚시, 전반전을 함께한 성준씨

 

그리고 후반전을 함께한 상원아빠님

 

입질의 추억과 함께 좋은 추억이 되었기를 기대하며

 

대마도는 큰 녀석만 골라서 담아 오는 센스를 발휘하도록 만들어주는 좋은 무대이다

 

내만권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30cm 이하급 방생. 베테랑이라면 꾼의 자존심 문제도 있지만, 국내보다는 좀 더 나은 낚시 여건을 바탕으로 방생의 미덕을 후하게 베풀게 해주는 낚시 천국의 면모를 여전히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낚시 천국도 개인의 준비 여하에 따라 낚시 지옥이 되거나 후회만 남는 출조길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마도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치가 오히려 출조객의 실망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이런 큰 무대일수록 준비는 꼼꼼히 해야 하고, 현장에서의 노련함에 의해 조과 차이가 두드러짐에도 불구하고 "담그기만 하면 대물이 낚인다."는 다소 안이한 생각에 어렵사리 찾은 대마도 출조를 망치기도 합니다.

 

여기에 인터넷 조행기나 조황 정보만을 참고하면서 기대치라는 이름으로 현혹된 점이 없잖아 있고, 눈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사진이나 조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실 뒤에는 수많은 조사의 꽝 조행이 지면에 빛도 보지 못한 채 묻히고 있음을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조행을 통해 흔히 우리가 놓치고 있는 대마도 낚시의 허와 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서 낚시를 즐겨야 하는지, 현장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할 생각입니다.

 

 

탱글탱글 씹는 맛이 일품인 4자 돌돔 회

 

주량을 대폭 올려준 일본식 불고기

 

현지에서 잡혀 곧바로 경매된 生참다랑어회

 

음주와 동시에 숙취가 된 참돔 매운탕

 

정말로 꿀맛이 느껴졌던 갯바위에서의 라면

 

1월에 전신마취 수술, 2월에는 고열을 동반한 두드러기와 함께 몸살을 앓고 난 후여서 장박 낚시에 대한 체력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6박 7일 동안 세 번의 종일 낚시를 포함해 한 타임도 쉬지 않고 풀타임 낚시를 했는데도 체력이 부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중에 들어온 일행이 오전 한 타임을 쉬어가자고 사정했지만, 그 말을 듣지 않고 초속 16m의 북서풍이 부는 주의보에서 도보권 방파제 낚시를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6일째 낚시하고 남은 체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짱짱한 몸 상태. 혹시 식사를 잘해서인가도 싶습니다. 실제로 민숙집에서 나오는 끼니는 꼬박꼬박 챙겨 먹고 것도 모자라 두 공기씩 비우면서 최근 이상하리만큼 식욕이 돋아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원인 미상의 두드러기에 당황하기도 했지만(두드러기 에피소드도 기가 막힌 데 조만간 조행기를 통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약으로 가라앉혀가면서 낚시에 열중했고, 밤이면 온몸에 알로 욱신욱신하고, 일행은 파스를 붙여가며 낚시했지만, 다음 날 새벽이면 거짓말같이 회복되기도 하였지요. 한동안 놓았던 낚싯대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었던 탓일까요?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즐길 때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나 봅니다. 

 

어복부인의 부러움 가득한 카톡에 그날 조황을 사진으로 답하는 달콤한 시간도 손맛의 연장선. 그럴 때마다 "내가 갔어야 했는데"라며 한탄하는 아내의 모습이 애처롭게만 느껴집니다. 언젠가는 예전처럼 함께 할 날을 고대합니다.

 

 

빅마마 피싱 리조트 대표님과 김익재 스텝님과 함께

 

복어의 성화에 애꿎은 바늘만 여러 번 털렸지만, 그래도 즐거운 낚시

 

선장의 뜰채 신공으로 말쥐치 퍼 올리기

 

대물 벵에돔을 걸고 파이팅에 들어간 필자

 

낚시는 싸워서 이기거나 지는 것이 아닌, 즐기는 것. 즐기는 것이 곧 배우는 지름길이라고 봅니다. 누군가에게 레슨을 받는다고 단시간에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닌, 본인이 고기를 많이 걸어보고 또 터트려 봐야 얻어지는 경험이기에 이를 잘 보조해주는 무대가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영등철 혹한기에는 더더욱 말입니다. 

 

낚시는 배움의 완성이 없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수산물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야 겨우 초보 딱지를 뗀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살아온 나이만큼 더 배워야 바다를 이해할 수 있겠지요. 저는 위 사진의 자리에서 실수가 많아 대물을 여러 번 터트렸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한 마리 터트린 것으로 너무 안타까워 며칠 밤을 지새웠겠지만, 여러 번 터트림을 당하다 보니 이것도 금새 무뎌지더군요.

 

대신 터트린 원인은 곱씹고 넘어가야 했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니까요. 끝을 알 수 없는 바다를 상대로 옥신각신하는 미물이 되기보다는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인트 콘트롤이 필요한 취미입니다. 그렇게 성장통을 겪고 났을 때 저 자신이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지요. 

 

대마도에서 일주일 동안 낚시만 하고 산다면, 어떤 느낌일까?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여기를 클릭  

 

<<더보기>>

두미도 감성돔 낚시(4), 괴력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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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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