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3), 엄청난 힘에 망연자실, 대물의 기습 공격


 

 

대마도 낚시 2일 차. 바다는 청개구리 같은 존재인가 봅니다. 내 바람과는 정반대로 흘러가 주는 낚시 여건이 심리적으로 압박해 오는군요. 학공치를 노리고 간 출조에서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 형광등급 학공치가 지금은 수면을 가득 메우며 벵에돔 낚시를 방해합니다. 밑밥으로 묶어두려고 애를 써보지만, 쉽사리 분리가 안 되니 마음만 답답하군요.  

 

 

시간은 오후 다섯 시.

아직 이렇다 할 소득 없이 바람만 맞고선 지 세 시간 째. 저와 함께 낚시하던 분은 조기 철수한 상태입니다.

날은 급격히 어두워지니 찌의 시인성을 떨어트리고 계속해서 부는 바람은 연신 낚싯대를 밀어내며 제 손목을 압박합니다. 

지속해서 불던 바람은 이제 휘파람 소리까지 내며 더욱 거세게 몰아치는군요. 

 

짝다리로 서 있던 제 몸뚱어리가 바람에 밀려 중심을 잃을 정도입니다. 그냥 함께 철수할 걸 그랬나요.

상황도 상황이고 이런 외진 곳에서 나와 봐야 뭐가 나올까 싶기도 하고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일까?

이미 제 마음은 철수한 상태지만, 아쉽고 찜찜한 기분이 떠나질 않으니 낚싯대를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의보로 인해 내만 깊숙한 곳 도포 포인트에서 낚시 중

 

쉴새 없이 부는 바람. 그 속에서도 강약의 리듬은 분명 있었습니다.

낚싯대를 가누지 못할 만큼 강한 바람이 억압했지만, 잠시 잦아드는 틈을 타 캐스팅에 성공. 생각해 보니 이번 대마도 낚시는 이런 상황의 연속이군요.

최대한 멀리 던지면 바람에 밀린 찌가 알아서 다가오는 식으로 탐색하던 중, 전방 20m 부근에 잠기던 찌(잠길지 채비였음)가 속도를 내며 들어갑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 찌. 일단 챔질해보는데

 

 

표준명 황놀래기

 

살짝 기대했는데 역시나.

작은 잡어가 7m 수심에서 물고 올라옵니다. 어찌 됐든 학공치 외에 생명체가 입질하기는 하나 봅니다.

 

 

바람이 미네만 안쪽 깊숙한 곳까지 밀며 포인트 여건을 험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일찌감치 철수해야 맞는 기상인데 이 무슨 오기가 발동했는지 나도 참.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불 때, 필요한 팁이 있어서 잠시 언급하고자 합니다. 일단 무거운 찌를 쓰는 건 기본이겠지요.

최대한 롱 캐스팅하고 착수와 동시에 릴을 몇 바퀴 감아 일직선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곧바로 초릿대를 물속에 집어넣어 물속 방향으로 챔질해 표면 장력을 깨트립니다.

이렇게 하면 수면에 늘어진 원줄이 물속에 잠기니 바람의 영향을 덜 받게 되겠지요.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야 원줄의 원호가 덜 지고 채비가 밀려 포인트를 벗어나는 현상을 막아 줍니다.

 

또한, 이렇게 바람이 불 때는 가는 원줄이 롱 캐스팅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왕이면 플로팅 계열보다는 서스펜드 타입이 유리하고요. 

초릿대는 최대한 물속에 담가 뒷줄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베테랑 낚시인이라면 다들 알 만한 내용이지만, 초심자들은 모를 수 있어 잠시 짚어봤습니다.

 

이때는 원줄을 1.5호를 사용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무슨 깡으로 그랬는지 모르겠군요. ^^;

지형지물을 보아 고기를 히트했을 때 파고들 만한 여나 수중턱이 없어서 선택한 호수입니다.

포인트 주변도 미네만 안쪽의 마을 어귀입니다. 지금이야 주의보 상황이라 바람이 부는 것이지 원래는 호수보다도 더 잔잔한 연못 같은 곳이었죠.

이런 곳에서 고기가 나와봐야 벵에돔 정도 아니겠습니까? 라고 생각했던 저는 철수 직전에 엄청난 일격을 당합니다.

채비를 던지고 밑밥이 들어간 곳으로 살살 끌어오는데 이번에는 찌가 총알처럼 사라집니다. 곧바로 원줄이 펴지는 찰나, 챔질에 성공!

 

 

30cm가 될까 말까한 참돔이 올라왔다.

 

잠시 꾹꾹 하더니 올라온 녀석은 상사리급 참돔이네요. 상황이 워낙 아쉽다 보니 이런 녀석도 반갑습니다. 그런 데로 당찬 손맛본 후 그대로 방생. 

챙길만한 씨알은 아니죠. 그런데 엊그제 마트에 갔더니 이것보다 2~3cm가량 큰 참돔이 한 마리당 25,000원 정도 하더군요.

물론, 양식이고 선어인데 말입니다. 아니 수산시장에 가도 활어 참돔이 1kg에 25,000원이 안 되는데 마트님들 도미에 금이라도 붙이셨나. 

 

 

벵에돔

 

이어서 올라온 건 새끼 벵에돔. 크기는 작아도 저녁이 되니 슬슬 긴장되기 시작.

 

 

입질 받기 직전에 놓인 찌

 

시간은 어느덧 5:30분. 철수시각까지 20분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해는 지금쯤 수평선 아래로 들어갔을 듯.

제겐 전자찌가 없어요. 일몰 뒤에 남은 빛으로 낚시하다 눈이 침침해지면 철수를 준비해야 할 운명에 놓였습니다.

이때 순간적으로 찌를 놓쳤습니다. 순간 1초 정도 남짓 되는 극히 짧은 시간에 원줄이 쫙하고 펴지더니 낚싯대가 뻗어버립니다.

 

"아. 베일"

 

바람이 많이 불어 베일을 닫고 있었던 게 화근. 낚싯대가 일자로 쭉 뻗자 무시무시한 힘이 제 팔을 압박해 옵니다.

그간 웬만한 입질에도 당황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좀 당황스럽군요. 이런 마을 어귀에서 이런 입질을 받게 될 줄이야.

 

일단 녀석과 힘겨루기하려면 낚싯대부터 세워야 하는데 세워지지 않네요. 자칫 힘으로 세웠다가는 낚싯대가 두동강 날 수도 있고.

이어서 살짝 열어둔 드랙이 풀리기 시작. 이 틈에 대를 세워보는데 어어어?

순간 하늘로 서버린 낚싯대.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합니다. 걷어보니 원줄이 나갔네요.

 

날은 더 어두워져 눈이 침침해져 오고 손은 벌벌 떨리고 있습니다. 심장도 쿵쾅쿵쾅. 도대체 뭐였을까?

마치 대물 긴꼬리벵에돔이 가져가는 듯한 입질이었는데 이 조용한 만에 긴꼬리가 있을 리 없고.

시계를 보니 5:40분. 다시 채비를 만들기에는 애매한 시간. 그렇다고 이대로 낚싯대를 접자니 너무 아쉽네요. 

 

그 상태로 저는 선택 장애자가 된 채 5분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5:45분. 차량이 오기로 한 시간이 15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도로를 보니 드문드문 차량이 지나가는 가운데 왠지 민숙집 차량은 금방 올 것 같지는 않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떡할까? 낚싯대를 접어야 할까? 고민해보지만, 제 손은 이미 찌를 더듬고 있었습니다.

 

생각과 몸이 따로 움직이는 기이한 현상. 낚시하면서 처음 느껴봅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해졌는데 제 몸은 철수보다 낚시 쪽에 반응하고 있었군요.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낚시에 눈이 뒤집어진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지금까지는 아무리 아쉬워도 정신을 콘트롤했는데 좀 전에 들어온 강력한 한방에 시간 개념이고 뭐고 없어졌습니다.

어느새 저는 체면에 걸린 사람 마냥 채비를 가다듬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오후 6:00.

강하게 부는 바람 탓에 채비 완성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자찌가 없어 일반 구멍찌를 장착했더니 찌가 안 보입니다. 눈이 침침하니 발앞도 잘 보이지 않는 군요. 스산한 바람소리만 여전합니다.

이런 날, 이 시간까지 낚시하고 있는 '미친놈'은 대마도에서 나밖에 없을 듯. 등 뒤로 드문드문 지나가는 운전자는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이제는 잠길찌고 뭐고 필요 없습니다. 수심 7m로 준 반유동으로 곧바로 노려봅니다.

 

남은 밑밥을 몇 주걱 던져 넣고 기다리는데 찌가 보이지 않아 뒷줄에 감각을 의지한 채 기다렸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장님이 된 기분.

잠시 후, 바람에 흔들리던 뒷줄이 팽팽해짐 느꼈습니다. 순간 초릿대가 덜커덕하니 반사적으로 챔질.

좀 전에 받았던 녀석만큼은 아니지만, 만약에 이걸 낚는다면 막판 역전 드라마를 쓰기에 충분할 것이라는 예감이 왔습니다.

 

대를 세워 차분히 끌고 오는데 이때 차량 불빛 저를 비추며 들어옵니다. 민숙집 차량이 왔군요.

차를 세우자마자 창문을 여시는 가이드님. 파이팅 중인 제 뒷모습을 지켜봅니다. 

저는 보란 듯이 잡아내는 모습을 상상하며 의기양양하게 끌고 오는데 순간 귓방망이를 후려치는 총성. 

 

낚싯대는 하늘을 향해 퉁겨졌고 허탈한 적막감에 휩싸이고 맙니다. "혹시 방해된 건 아니냐?"며 아쉬워하는 가이드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이곳은 벵에돔보다 70~80cm급 참돔이 종종 들어온다고 합니다.

얼굴을 못 봤으니 그것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녀석을 놓친 아쉬움은 그날 밤잠을 설치게 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이날은 오전 낚시만 하고 대마도를 떠나는 마지막 날.

아직 일정이 남은 꾼들은 북서풍을 피해 대마도 남쪽과 동쪽 갯바위로 떠났습니다.

 

 

미네만 타카이

 

저는 이날도 주의보로 인해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미네만에서 마지막 낚시에 들어갔습니다.

결국은 바깥쪽 갯바위를 한 번도 밟지 못한 채 마무리되는군요. 아쉽습니다.

 

 

현장에서 밑밥 점도를 맞추고

 

AM 7:00. 미네만 타카이에서 낚시 시작

 

세어 들어오는 옆바람에 낚싯대 가누기가 힘들 만큼 여건은 험악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원줄이 날리는 상황

 

옆바람이 강해 00호 잠수찌 채비로 공략

 

#. 나의 장비와 채비

낚싯대 : 동양레포츠 갯바위 원정기 1.75-530

릴 : 오쿠마 3000번 LB릴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5호(서스펜드 타입)

어신찌 : 쯔리겐 토너먼트 아크로 02번(00호), 조수우끼고무 L사이즈

목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5호

바늘 : 감성돔 바늘 2호 → 벵에돔 바늘 7호로 변경

봉돌 : g5 → g7로 변경

 

이곳 타카이는 몇 번 내려봤기에 수심이나 지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 수심은 8m이고 조금 멀리 나가면 12m로 깊은데 문제는 삼각형 모양의 여뿌리가 길게 나와 있어 고기를 걸었을 때 이쪽으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콘트롤하는 게 관건입니다. 또한, 왼쪽 직벽에는 수중에 굴이 있고 이곳에 다량의 벵에돔이 서식하는 있기에 고기를 걸면 굴속으로 강하게 처박는

벵에돔을 어루고 달래야 할 것으로 판단, 원줄과 목줄을 모두 2.5호로 세팅해 강제집행을 염두에 둡니다. 

 

벵에돔의 입질 예상 수심은 6~7m 정도. 대부분 갯바위 벽을 타고 다니므로 발 앞에서 입질 받게 됩니다.

그러니 찌를 멀리서 가라앉혀도 천천히 갯바위 벽으로 붙이는 방법이 유효할 것으로 보이고요.

이때의 미끼는 5~6m를 하강하고 있어야 녀석들의 눈에 띌 확률이 높아지므로 침강속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날은 북서풍이 워낙 강해 수면이 밀리고 백파가 일어났습니다. 낚싯대도 휘청거렸죠.

하지만 벵에돔의 입질 예상지점은 초근거리에 있고 수심도 6~7m로 예상하기에 거기까지 채비를 내리기만 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탐색전을 펼친 결과, 초릿대를 수면 아래로 처박고 원줄 관리만 잘해 준다면 g7 봉돌 하나로도 수심 8m 이상 내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잡어 상황을 점검하는데요.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많이 피어오르지는 않습니다.

이때를 틈타 몇 마리 솎아내야 할 텐데 첫 번째 입질이 들어옵니다.

 

 

황놀래기

 

말쥐치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돔의 성화가 대단히 거세집니다. 갓난아이 손바닥만 한 자리돔이 시커멓게 몰리기 시작.

사이사이 돌돔과 범돔 새끼, 무늬오징어도 보이는군요. 제게 있어 가장 불청객은 전갱이와 숭어 새끼인데 다행히도 아직은 보이지 않습니다.

밑밥은 철저히 발 앞에 뿌리며 잡어를 묶어둡니다. 그 와중에도 제법 먼 곳까지 나가 있는 잡어에 의해 미끼가 계속 따먹히고.

열 번 캐스팅하면 한 번꼴로 미끼가 살아서 내려가니 그때마다 중하층에서 놀래기나 말쥐치가 물고 늘어질 뿐. 아직은 벵에돔 소식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여뿌리 근처에 자물거리던 찌가 스르륵 하고 잠겨 듭니다. 뒷줄을 정리하자 초릿대가 까딱까딱하네요. 그대로 챔질!

 

 

AM 8:40, 첫 벵에돔이 낚였다.

 

약 33cm급 벵에돔

 

간만에 벵에돔이 올라와 반갑기는 한데요. 이 정도 씨알은 이곳 타카이에서 아기 취급받습니다. ^^;

그래도 꾸준한 노력 덕택에 잡어 분리도 어느 정도 되는 것 같고 이제는 슬슬 벵에돔이 낚일만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습니다.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상황을 주시해 봅니다. 밑밥은 발 앞에만 두세 주걱 뿌리고 캐스팅. 

자리돔을 비롯한 잡어들은 수면의 파동이나 착수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이런 곳에서는 착수음을 줄일 수 있는 소형찌가 유리합니다.

여기서는 9g짜리 찌를 썼기에 '퐁'하는 소리만 났는데요. 그 소리에도 일부 자리돔은 찌로 달려들려고 합니다.

 

밑밥을 재빨리 발밑에 쳐서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묶어두고요. 그사이 채비는 천천히 하강하며 수심을 확보하기 시작. 

이왕이면 빠른 정렬을 위해 캐스팅 직후 릴을 몇 바퀴 감아 원줄을 직선으로 만든 다음 베일을 닫습니다. 

베일을 닫으면 채비가 하강하면서 서서히 안쪽으로 다가와 입질 예상 지점으로 붙게 될 것입니다.

 

채비가 정렬되자 00(투제로)찌도 서서히 잠겨 들고. 

굴절로 일렁이는 찌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 미끼는 대략 6m 지점을 훑고 있을 것을 상상하며 작은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원줄을 가져가는 시원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황금볼락이 잡혔다.

 

벵에돔을 기대했건만, 볼락의 당돌한 입질이 저를 놀래키는군요. 그런데 이 녀석 채색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천 마리당 한마리 꼴로 잡히는 황금볼락.

같은 건 없고 그냥 이 근방에만 붙어사는 붙박이다 보니 채색이 저렇게 누렇습니다. 그래도 황금색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PM 10:00, 잠시 바람이 잦아들었다.

 

점점 많아지는 잡어

 

해가 높이 솟으면서 잡어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려했던 숭어 새끼가 가세해 가까운 곳, 먼 곳 할 것 없이 미끼를 채갑니다. 이제는 제게 남은 기회도 얼마 남지 않은 듯.

 

00찌는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만약, 미끼가 붙어있다면, 바닥에 누워있을 듯. 

혹시 몰라 낚싯대를 들어서 미끼를 띄워봅니다. 약 2m 정도 띄워서 가라앉히는데 잠시 후 원줄이 슬그머니 펴집니다.

견재해 보니 톡톡 건드리는 게 어랭이 같네요. 확인차 챔질하는데

 

"와락"

 

순간 우악스러운 힘이 낚싯대를 가져갑니다. 역시 대물 벵에돔이 틀림 없어.

발 앞에 굴이 있어 그쪽으로 파고드는데 이 녀석, 낚싯대 세울 타이밍을 주지 않는군요. 파이팅 시작과 동시에 물속에 처박힌 낚싯대. ㄷㄷㄷ

이를 복원하려고 레버 브레이크를 잠깐 썼지만, 오히려 악수가 돼버립니다. 

그 틈에 굴속으로 더욱 깊게 파고드니 에이 이젠 나도 이판사판이야 하면서 그때부터는 힘으로 끄집어내려는데 순간 팅.

 

워낙 깊숙이 파고들어 목줄도 아닌 원줄이 나갔습니다.

발 앞에서 터트린 녀석이라 다행히 찌는 뜰채로 건졌는데 문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시계를 보니 10:40분.

이제 철수시각까지 20분밖에 안 남았는데 아무래도 이대로는 철수가 아쉬워 급히 카톡을 넣었습니다. 30분만 늦게 와달라고.

연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 미네만에 철수꾼이 저 혼자였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채비를 마감하고 다시 던져봅니다.

입질은 굴 근처에서 받게 되므로 히트 즉시 강제집행해야 함을 머릿속으로 상기하며 입질을 기다립니다.

잠시 후, 똑같은 방법으로 잡어를 분리하고 채비를 내린 다음 갯바위 벽 쪽으로 붙이는데 이번에도 찌가 스르륵 하며 들어갑니다.

 

입질이 굉장히 약네요. 잡어 입질인지 벵에돔 입질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

슬그머니 낚싯대를 들어보는데 초릿대가 톡톡합니다. 크릴을 문 채 가만히 있군요. 에이 몰라 챔질!

 

"우와악!"

 

좀 전에 터트린 녀석에 비할 정도는 못 되지만, 이번 녀석도 장난이 아닙니다.

역시 굴속으로 들어가려는 녀석. 이번에는 어림도 없죠. 저는 입질 받자마자 앞으로 뛰어나와 낚싯대 휨새를 바깥쪽으로 돌렸습니다.

이때는 무조건 고개를 틀게 해야 기선 제압에 성공. 줄이 터지든 말든 힘으로 돌려세우니 녀석, 굴 입구에서 더 이상 못 들어가고 허공으로 내던져집니다.

이때가 기회다 싶어 바짝 끌어올리는데

 

 

잠시 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모습을 드러낸 시커먼 녀석.

비록, 개인 기록을 경신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대물 벵에돔이 뜰채에 담깁니다. 

 

 

 

"어휴 힘들게 잡았다. 이 녀석아"

 

이곳은 발밑에 굴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이면 가차 없습니다. 

손맛 볼 새도 없이 터트리니 여기서는 인정사정없이 끌어올려야 이런 녀석을 먹는가 봅니다.

하지만 좀 전에 터트린 녀석의 힘은 더 대단했습니다. 이 정도 벵에돔은 적당한 파이팅으로도 먹을 수 있는 수준.

아무래도 놓친 고기가 크다곤 하지만, 힘으로 보아 50 중반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군요. ^^;

 

 

날씨 좀 보소. 이제 대마도를 떠나려 하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좋아집니다. 왕 짜증.

 

 

좀 전에 받은 입질이 상당히 약았는데요. 그 이유를 선착장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 봅니다. 원인은 청물.

이곳 선착장은 수심이 10m는 족히 되는데도 불구하고 바닥이 훤히 보여요.

 

 

예전에 이 자리에서 길이 80cm에 달하는 자바리(제주 다금바리)가 통발에 걸려들었다죠. 뭐 먹을 게 있다고 여기까지 와서 재수 없게 잡혔는지 ㅎㅎ

 

 

담치에는 쥐치 새끼들이 배회하고 있는 데 정말 귀엽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벵에돔으로 회를 떴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벵에돔 껍질회

 

서울역에 도착하자 고맙게도 최필님이 차로 마중 나왔습니다. 안 그래도 짐도 많고 택시도 타야 하고 번거로웠는데 덕분에 택시비 굳었습니다.

이날 가져온 횟감은 많지 않지만, 가장 큰 벵에돔 두 마리를 최필님에게 주고 남은 녀석은 회와 구이, 백숙으로 해먹었습니다.

이번 대마도 낚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탄하지 않았네요. 아쉽지만, 이쯤에서 조행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낚시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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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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