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감성돔 낚시(3), 모처럼 마릿수 터진 감성돔 낚시 조황


 

 

때는 2014년 12월 24일.

기온은 영상 5도, 물때 9물, 풍향 북서풍, 풍속 7~9m/s.

 

이날은 크리스마스이브임에도 불구하고 감성돔을 낚으려고 들어온 간 큰(?) 낚시꾼들이 수십 명에 달했습니다. 저야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로 오게 되었지만, 다른 분들의 사정은 어떨지 모르겠군요. 이렇게 크리스마스이브에 낚시해 본 적도 처음이지만, 가거도까지 와서 꽝을 치게 될 줄이야. 첫날은 그렇게 보냈으니 이제 모든 희망과 기대는 둘째 날에 걸게 되었습니다.

 

 

 

현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나긴 한파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수온이 많이 떨어졌었답니다. 그전에는 13.5도였는데 꽝을 친 날에는 11.3도. 

낚시꾼으로서 가장 만만한 핑곗거리가 수온이라지만, 이 정도 하락 폭이라면 꽝 칠만 하겠죠. ^^;

오늘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습니다. 이제는 바다의 용왕님, 아니 산타 할배에게 비는 수밖에요.

 

"저 고기 욕심 없습니다. 그냥 5짜 한 마리만 주십쇼. 그게 전부입니다."

 

그리하여 둘째 날은 가거도 북쪽 본섬에 있는 '높담'에 내렸습니다. 

오전 7시 40분, 낚시를 시작하는데 세 번째 캐스팅 만에 첫 감성돔이 물고 늘어집니다. 씨알은 35cm. 

사진 몇 방 찍고 부령망에 넣은 다음, 다시 입질 받았던 부근으로 흘리는데 여주변에서 또 한 마리가 물고 늘어집니다. 이번에는 36cm.

아니 가거도 감생이가 왜 이래?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제 손은 바쁘게 밑밥을 치고 있습니다. 

 

감성돔 두 마리를 연달아 히트하니 왠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지네요.

일단 물색이 푸르팅팅하면서 희끗뿌이한 게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도 조류 속도가 '감생이 못 잡으면 바보'라고 외치는 듯하였습니다.

비록, 가이드님이 말해준 방향과는 정반대로 흘렀지만, 이 정도 유속이면 없던 감시라도 물고 늘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어쩌면 이곳에 감시가 제법 들어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군요. 그렇다면 이 안에 들어온 감시만큼은 뽑아 주어야 도리겠지요.

 

 

AM 9:14분 세 번째 감성돔이 걸려들었다.

 

한동안 입질이 없자 잠시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왼손에는 낚싯대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휴대폰을 보는데 순간 찌가 총알처럼 들어갑니다.

곧바로 원줄이 펴지면서 초릿대까지 가져가려는 찰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챔질에 성공합니다.

워낙 입질이 시원하니 팔꿈치 관절이 허용된 범위로만 휘둘렀는데 입천장에 박힌 느낌이 짱짱하게 전해져 옵니다. '턱'

 

"쿡쿡쿡"

 

재빨리 휴대폰을 집어넣고 양손 파이팅으로 자세를 잡는데 앞쪽에 수중여가 하나 있어 신경이 쓰였지만, 개의치 않고 끌고 옵니다.

그랬더니 더욱 쭉쭉 처박습니다. LB를 주는 대신 상체만 살짝 숙이며 대응하다가 이번에는 LB를 쏴주지 않으면 위태로울 만큼 처박습니다. 

 

그나저나 LB를 주기 전에 드랙이 나가도록 조여놨는데 안 나가네요. 파이팅 도중에 드랙을 조절했는데도 여전히 안 풀리는 릴.

그 릴은 9만 원짜리 오쿠마(대만산) 모델이었는데 역시 저렴한 제품은 드랙력이 세밀하지 못함을 실감합니다.

그래서 다들 값비싼 명기를 사용하는 거겠지만, 서민형 낚시꾼인 제게 80만 원이나 하는 릴은 감히 엄두가 안 나지요. (이건 아내도 이해 못해 줌)

지금으로써는 저가 릴의 조작감을 익혀 그것으로 대물을 제압하는 것. 거기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이것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으니까요.

 

이제 녀석의 힘이 한풀 꺾일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가거도의 조류발이 감성돔의 힘을 강하게 만들어주는가 봅니다. 

힘은 분명 오짠데 막상 올려보면 씨알은 생각처럼 많이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처박던 녀석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저는 낚싯대를 바짝 치켜들며 수면으로 띄우기에 돌입했습니다.

 

 

잠시 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드러낸 녀석은 잘생긴 감성돔. 옆에서 뜰채 지원해주겠다는 것을 마다하고 혼자 처리에 들어갑니다.

처치 곤란한 지형 조건이 아니라면, 될 수 있으면 파트너분께 방해되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고기가 나오고 있으니 한 번이라도 더 흘려서 같이 잡아야 할 상황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랜딩에는 성공했지만, 발판이 좁아 애를 좀 먹었습니다. 흥분되는 상황일수록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면 뒤로 나자빠지거나 혹은 장비 파손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여럿 보았기에 차분하게 행동 요령을 머릿속에 되뇌며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먼저 낚싯대는 여유 줄을 준 다음 갯바위 벽에 살짝 기대놓고요. 다음은 뜰채를 내려놓은 다음 감성돔을 꺼내는데 바늘이 조금 위태롭게 꽂혀 있었네요.

손으로 바늘을 빼려 하자 입천장에 단단히 박혔는지 안 빼집니다. 만약에 침 끝이 예리하지 못한 바늘을 사용했다면, 이 상황에서 벗겨질 수도 있었겠지요.

 

 

이 녀석 빵이 어찌나 좋은지 한 손으로 들고 있기가 버거울 정도.

만약 저 상태에서 펄떡이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자연 방생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사진 찍으면서도 굉장히 조마조마했지요. 

그런데 좁은 공간에서 촬영하려니 각이 안 나옵니다. 화각을 조절해야 하는데 손이 모자라네요.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닌데 에휴 이게 뭐하는 짓인교. 

 

 

48cm급 감성돔

 

어떻게든 한 손으로 간신히 받쳐 들고 찍어봅니다. 실은 뒤쪽 벽에 기댔습니다. 이렇게라도 잡고 있지 않으면 들고 있기가 매우 불안했을 듯. 

그나저나 빵이 얼마나 두꺼운지 고기가 각이 다 졌습니다. 행여나 펄떡일까 봐 조심조심.

카메라를 갯가에 내려놓고 이 녀석은 땅바닥에 두면 안 되니 도로 뜰채 속으로 집어넣습니다.

그리고는 부력망을 끌어올려 구멍을 벌리고 다시 이 녀석을 집어 넣어야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ㅠㅠ

낚시 참 어렵게 하는군요. 이럴 때일수록 아내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쩝.

 

아무튼, 지금은 한 마리라도 더 낚아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미끼를 꼽아 던졌습니다. 옆 파트너분과 함께 수심과 히트 지점을 공유하고요.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찌를 응시하는데 왠지 이번에도 제 찌가 쑥하고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흐르고 있던 파트너분의 찌가 들어가버립니다.

 

"왔어요. 왔어"

 

 

 

"나이스"

 

 

파트너분도 수중여 근처에서 한 마리를 뽑아내십니다.

씨알은 다소 아쉽지만, 아무래도 오늘 이 자리는 씨알보다 마릿수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AM 9:30. 가거도 앞바다에는 적막감과 함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시간은 오전 9시 30분. 물때는 초들물을 지나 중들물에 접어들었습니다.

조류는 이른 아침부터 시종일관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었는데 유속이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딱 적당한 속도로 가주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아홉 물이라 물발이 셀 것이라 예상했었지요. 물발이 세면 간조나 만조 전후로 물이 살짝 죽을 때 감시 타이밍이 나오는데 이날은 시종일관 

감시 타이밍에 걸맞은 유속을 보이고 있으니 이보다 좋은 상황은 아마 없으리라 봅니다.

사진의 아래쪽에는 삼각형 모양으로 째진 홈통이 있는데 이른 아침이라면 한 번쯤 노려볼 만한 곳으로 보입니다.

 

 

가거도 둘째 날 감성돔 낚시 공략도

 

이제 네 번째 감성돔을 맞기 위해 찌를 열심히 흘리는데 좀 전과 같은 입질은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수중여 뒤쪽으로도 흘려봤지만, 소식이 없어 다시 수중여를 스치면서 뒷줄로 넘기는 시도를 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2시 방향에 캐스팅한 다음 베일을 닫고 릴을 서너 바퀴 감아줍니다.

그러면 찌는 당기는 힘에 의해 알아서 파란색 점선을 따라 흘러 들어옵니다.

 

수심은 6m를 줬기 때문에 수중여 앞에서 견제하지 않으면 여기서 어김없이 밑걸림이 생기겠지요.

저도 몇 차례 뜯겼으니 이제는 이 부근을 지날 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찌가 수중여 근처로 들어오면 낚싯대를 조류 상류쪽으로 기울여 견제에 들어갑니다.

이때 찌 톱에 붙었던 면사매듭이 30~40cm 가량 떨어지면서 목줄 각도를 벌립니다. 그렇게 몇 초를 띄웠다 싶으면 견제를 멈추고 뒷줄을 1~2m 방출한 다음 

계속해서 흘려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세 마리가 낚였고 파트너 분도 제가 첫수를 거둔  지점에서 한 마리를 낚았습니다.

 

 

찌는 계속해서 왼쪽으로 흘러갔지만, 이쪽은 수심이 낮은 여밭이라 밑걸림이 자주 생깁니다.

계속 흘려보니 별 재미가 없어 대부분 회수했는데요. 이번에는 느낌상 끝까지 흘려보기로 합니다.

대신 수심을 많이 준 상태이기 때문에 수시로 견제해 봅니다. 미끼가 바닥에 닿았다 싶으면 띄우고 띄웠다 싶으면 가라앉히기를 반복하며 찌를 보는데  

살짝 잠기는 어신이 들어옵니다. 견제한 지 몇 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찌가 들어갔기 때문에 밑걸림은 아닌 듯합니다.

뒷줄을 사리고 기다리는데 찌가 천천히 들어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사라집니다.

 

"왔다!"

 

순간 쿡쿡쿡 하는데 아 이 녀석도 보통은 아닌 듯. 좀 전에 잡은 녀석과 거의 대등한 느낌.

히트 지점이 제가 선 자리보다 훨씬 왼쪽이었기 때문에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끌고와야 했습니다.

괜히 여유 부렸다가는 여에 쓸리기 딱 좋은 수심 대다 보니. 그렇게 기선을 제압하는데 거의 정면으로 끌고 왔을 즈음해서 다시 한 번 처박습니다.

처박으면 처박는 대로 낚싯대 고개를 숙여주고 그게 끝이라면 다시 끌어오기를 두세 번하니 녀석도 지쳤는지 슬슬 끌려옵니다.

제아무리 감성돔이라도 생선은 생선. 너는 껍딱도미회(마츠까와 타이)로 해주마!

 

 

허걱. 뜰채에 담기자 바늘이 훌러덩 벗겨져 버렸다.

 

역시 찌는 흘릴 수 있을 때 끝까지 흘려봐야 한다는 걸 알게 해준 감성돔.

그나저나 뜰채질 과정에서 바늘이 빠져버립니다. 여태 설 걸린 상태였다니요. 감성돔 입장에서는 재수가 억수로 안 좋군요.

 

 

47cm급 감성돔, 가거도 감성돔 낚시 2일차 中에서

 

그런데도 사람 욕심을 끝이 없다는 말이 맞기는 맞나 봅니다.

이제는 진짜로 오짜 한 마리만 더 잡으면 여한이 없을 듯.

 

 

갯바위는 다시 적막감에 휩싸였습니다. 물때는 만조를 향해 갑니다.

이날은 가거도에서 철수하는 날이라 제게 주어진 낚시 시간은 오후 1시까지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0시 10분. 아직은 물때와 조류가 꺾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좀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횡으로 흐르던 조류가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 

대물 감성돔에 대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느낌 상 한 시간 안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여기서 만족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시간은 AM 10:15.

갯바위는 다시 한 번 술렁이기 시작. 포말이 더욱 거세지면서 허연 거품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밑밥을 여러 번 치며 흐르는 찌를 지켜보는데 수면에 웬 멸치 떼가 튀어 오릅니다. 밑에 큰 고기가 들어왔나 싶어 더욱 긴장하는데 순간  

찌가 사라집니다.

 

"챔질!"

 

다시 꾹꾹 하는 힘이 대번에 감성돔임을 직감하였습니다. 이것으로 다섯 마리째.

한 손으로는 낚싯대를 치켜세우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후속타를 위해 밑밥을 뿌립니다.

혹시라도 들어와 있을지 모를 감성돔들이 와해하지 않기 위해.

 

 

35cm급 감성돔

 

올려보니 중치급 감성돔. 이제 30cm급은 사진을 안 찍고 넘어가렵니다. 그래서 위 사진은 처음 낚았던 사진으로 대체하였습니다.

벵에돔 낚시도 아닌데 감성돔 낚시가 이렇게 바빠 본 적은 정말 오랜만의 일.

 

 

첫수부터 다섯 마리째까지 히트 지점을 표시하였다.

 

시간대별 히트 상황

 

여섯 번째 감성돔을 맞기 위해 서둘러 미끼를 끼웠습니다. 서너 주걱의 밑밥을 뿌리고 캐스팅.

조류가 죽어가는 상황이므로 이번에는 발 앞 1시 방향으로 던져 빠른 채비 정렬과 함께 수중여 언저리를 신속히 훑어봅니다. 

그런데 바다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합니다. 잘 가던 조류가 조금씩 느려지더니 이제는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대로는 걸릴 게 분명하니 채비를 걷고 약 30m를 원투해 봅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애초부터 자중이 나가는 찌로 세팅한 상태였습니다.

수위가 많이 불어난 상태이므로 수심은 종전의 6m에서 7.5m로 올린 상태.

 

"한 마리만 더 물어봐라!"

 

조류라든지 분위기를 보아 이제는 감성돔 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딱 한 마리만 더 물어준다면, 왠지 5짜일 것 같은데.

그렇게 찌를 보고 있는데 뭔가 오려는 조짐이 보입니다.

 

"온다. 온다. 온다."

 

 

개린여와 국훌도가 보인다.

 

온 것은 도시락 배달이었습니다. 이건 몰랐네요. 갯바위에서 점심을 먹고 철수하는 거였다니.

하지만 지금은 먹을 시간이 없습니다. 바다는 언제라도 감시가 퍽퍽 물어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열낚 중인데 이제는 찌가 아예 멈춰버리네요. 조류 올 스톱. 

 

그래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조류가 가든 말든 이곳은 일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가거도니까요.

어찌 가거도에서 도시락을 까먹고 앉아있을 수 있겠습니까. 도시락이 맛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시간이라면, 한 번이라도 더 흘려야 합니다. 한두 번의 흘림에 대물 감성돔 한 마리가 오락가락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그것이 개인 기록어가 될 수도 있으니 열심히 흘린 자에게 보상이 돌아가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비록, 조류는 멈췄지만, 한 마리는 분명 제 미끼를 건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 확신을 밑밥에 담아 찌 주변으로 뿌립니다. 한 주걱, 두 주걱, 세 주걱. 에이 몰라. 세보지는 않았지만, 열 주걱 이상을 찌 주변에다 폭격하듯이 쏟아

부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량의 밑밥을 넣고 기다린 지 30분. 

 

 

우리는 도시락을 까먹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밑밥으로 묘수를 부려도 안 되네요. 감시 타이밍이 끝났나 봅니다.

그나저나 도시락 메뉴가 살짝 바뀌었네요. 젓갈이 아주 푸짐하게 들어갔는데 오물오물... 맛있네요. 

게다가 옆 바람이 계속 불고 있어도 제 몸 속은 따듯했습니다. 이게 다 감시 때문인기라예.

 

밥을 급하게 먹고 시계를 보니 철수시각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습니다. 던져보니 조류는 여전히 멈춰있네요.

그래도 혹시나 하여 계속해서 찌를 흘려봅니다. 이제는 해가 중천에 걸렸으니 장타를 날려 11m 이상 수심대를 공략해 봅니다.

한동안 노력해 봤지만, 안 되네요. 다시 포인트를 조정해 밑밥이 쌓여있을 만한 곳을 훑어봅니다. 

행여나 압맥을 주워먹고 있을 감성돔을 상상하면서 말이지요. 

 

그러자 미동이 없던 찌가 살포시 잠깁니다. 그래 조류가 안 가니까 천천히 잠길 수도 있지. 

찌가 내려가다 말고 도로 올라옵니다. 뭐였을까? 그대로 둬 볼까? 아니지 미끼가 따였으면 걷어야 하는데. 

낚싯대를 살짝 드니 아직 달린 듯.(깐새우라 대를 들어보면 느낌이 다릅니다.) 

일단 내버려둬 봅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찌가 살포시 잠기니. 에이 몰라 챔질. 

 

 

앙증맞은 개볼락이 반겼다.

 

꾼들이 황점볼락과 종종 헷갈리는 '황점개볼락'이 올라왔습니다. 이것도 정식명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개볼락을 단일 종으로 보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개볼락 이종을 세 가지 타입으로 구분하고 있지요.

(관련 글 : [신 자산어보] 개볼락과 개볼락 변종에 대해서)

 

 

밥을 먹고 일어서자 제게 설렘을 준 바다는 침묵의 바다로 변해있었습니다.

 

 

계속되는 고뇌의 시간 속에 행여나 들어올지도 모를 감성돔 입질을 기다려봅니다.

 

 

철수 30분 전. 남은 밑밥을 모두 소진하였습니다.

깐새우도 세 조각만이 남았군요. 이제는 슬슬 정리해야 할 시간.

 

 

평온했던 바다가 조금씩 으르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오후부터 다시 안 좋아진다더니 요즘 기상예보가 많이 정확해진 것 같습니다.

 

철수시각 10분 전.

낚싯대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정리하였습니다. 제게 남은 미끼는 깐새우 두 알.

이제는 밑밥도 다 떨어졌고 깐새우 두 알로 뭘 하겠느냐만, 그래도 수평선에 철수배가 보이기 전까지는 한두 번의 캐스팅 기회가 남아 있었으니

혹시 모를 대반전을 위해 희망을 날려봅니다. 아 그런데 찌가 총알처럼 사라집니다.

 

"챔질"

 

순간 낚싯대가 힘없이 서버립니다. 벗겨졌네.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얼떨떨하군요.

아. 마지막 기회였는데 벗겨지다니 이게 웬 시츄에이션인가요. 시계를 보니 5분밖에 안 남았습니다.

배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알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수평선을 주시합니다. 대 접을 타이밍을 보기 위함인데.

 

그나저나 조금 전 것은 노래미나 잡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파이팅 도중에 터진 게 아니므로 잘하면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침 땅바닥을 보는데 깐새우가 딱 한 알 있네요. 이제는 정말 마지막까지 왔군요. 한 알 남은 거 마저 끼워 던졌습니다.

 

조류가 없으므로 살살 끌어다가 밑밥이 놓인 지점에 둡니다. 좀 전에 입질 받은 바로 그 자리입니다.

아직도 녀석이 머물러 있다면, 이걸 물어야 할 겁니다. 좀 전에는 흥분한 나머지 서둘러 챔질했는데 만약, 다시 한 번 내게 기회가 온다면, 심호흡하고

챔질해주겠노라고 다짐하였습니다.

 

그렇게 기다린 지 2~3분. 찌가 미동도 없이 있다가 이번에도 단숨에 들어가버립니다.

가만 보니 찌가 입수 속도만 빨랐지 수면 아래에 머물고 있었군요. 챔질해 말어?

마지막이므로 확인 사실을 하기 위해 견제에 들어가 봅니다. 그랬더니 찌가 빨려 들어갑니다. 챔질!

 

"왔다. 왔어"

 

 

 

"..............."

 

 

2014년 마지막 한 수는 개볼락으로 당첨.

 

죄송합니다. 감성돔이었으면 멋진 마무리가 되었을텐데. ^^;

저의 2014년도 낚시는 마라도에서 벵에돔을 첫수로 시작해 가거도에서 개볼락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이 녀석은 살려줍니다.

 

"2014년도여 잘 가거라!"

 

가서 바다의 희망이 되거라.

2014년도는 우리 국민의 가슴에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죠. 가만히 있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바다는 점점 거칠어졌고 우리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철수할 수 있었다.

 

가거도 감성돔 낚시 둘째 날 총 조과

 

이날 사용한 소품들

 

감성돔 낚시가 아무리 포인트 싸움이라지만, 이날 결과는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날 특급 포인트에는 감성돔이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낚시를 잘하는 분들인데도)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진 곳에 내린 우리 팀이 이날 유일한 조과였으니 이런 걸 보면 낚시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계측은 집에서 죽은 감성돔으로 하였다.

 

끝내 오짜를 못 봐서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래도 48, 47cm를 포함해 몇 마리 잡아 왔으니 제게 있어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습니다.

이 중 4짜 한 마리는 횟감용으로 쓰시라고 파트너분에게 드리기로 했는데 도착하고 나서 마음이 바뀌셨는지 끝내 사양하십니다.

가져가 봐야 혼자 먹어야 하고 또 손질도 만만치 않을 거란 이유에서 였습니다.

이럴 때는 근처 횟집을 알아두었다가 깔끔하게 회를 떠버리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본의 아니게 파트너가 잡은 감성돔까지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많은 감성돔을 아름답게 처리해야 할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군요. 그래서 저는 결정했습니다.

 

"감성돔으로 밥을 짓겠노라고"

 

싱싱해야만 가능하다는 '도미 솥밥' 말입니다.

호텔 일식집에나 가야 맛볼 수 있는 초고급 음식을 만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조만간 레시피를 올릴 예정입니다.)

마침 다음 날은 크리스마스이고 산후조리를 마친 아내와 딸래미가 집으로 복귀할 예정이니 타이밍 한 번 절묘해요.

아내와 딸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해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집에 도착하자 자정이 넘었습니다. 그래도 잡아온 감성돔은 모두 포를 뜬 다음 숙성고에 넣어 뒀습니다.

장비를 모두 꺼내 씻고 샤워를 마치니 새벽 3시. 이제야 저는 긴장된 몸을 풀고 잠자리에 들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날은 꿈도 안 꾸고 잘 것입니다.

가거도에서 겨울 감성돔 낚시를 여기서 마칩니다. 새해 첫 출조지는 여수로 결정했는데 조만간 소식 전하겠습니다.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수도권 가거도 출조 문의

인천 피싱클럽 (010-5352-1317)

 

<<더보기>>

가거도 감성돔 낚시(1), 한국의 가장 먼 섬에서 벌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

가거도 감성돔 낚시(2), 대한민국 최서남단의 밥상(자연산 감성돔회)

[대마도 감성돔 낚시] 수심 1m에서 올라온 대물 감성돔

[감성돔 낚시] 누구나 꿈꾸는 짜릿한 감동의 순간

해금강 자살바위에서 겨울 감성돔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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