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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감성돔 낚시(1), 한국의 가장 먼 섬에서 벌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
"가거도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난주에 취소했다며, 이번에는 꼭 다녀와"
"크리스마스이브와 겹치는데 괜찮겠어?"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나) 집에 없는데. 나 없을 때 빨리 다녀오는 게 좋을걸"
이것은 가거도를 가기 전날, 동탄의 친언니 집에서 산후조리 중인 아내와의 통화였습니다. 임신 막달에 접어들면서 한 달, 아이를 낳고 나서 두 달 가까이 지났으니 낚시를 못 간지는 석 달이 되어갑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처형 집에서 열흘간 보내고 있는 틈을 타 올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출조를 감행하였습니다. 그 출조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섬 중 하나인 가거도입니다.
참 멀기도 하다.
월요일 밤, 수도권에서 출조점 버스에 몸을 싣고 달려온 곳은 전남 진도.
진도에서 다시 뱃길로 꼬박 세 시간을 달려야 닿는 곳은 한때 '소흑산도'라 불렸던 가거도입니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36km, 진도에서는 직선거리로 약 100km가량 떨어져 있으니 서해에서 갈 수 있는 섬 중에서는 가장 먼 섬이자 우리 국토의
최서남단이지요. 중국의 닭 울음소리가 가거도까지 들린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는 해가 가장 늦게 뜨는 곳이기도 합니다.
마을은 촌락을 이루며 1구, 2구, 3구로 섬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습니다.
모두 목포에서 온 배로부터 물자조달을 받으며 그 외에는 자급자족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험준하고 척박한 섬이라 해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 가거도가 겨울이면 후끈 달아오르는 섬으로 탈바꿈합니다. 바로 대물 감성돔을 잡으려고 전국 각지에서 몰린 낚시꾼 때문입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전후로는 해마다 좋은 조황을 보여왔기에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항구는 낚시꾼들로 북새통이 됩니다.
문제는 기상입니다. 망망대해의 정 중앙에 놓인 섬이다 보니 일 년 365일 중 바다가 장판인 날이 며칠 안 됩니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쉽사리 들어갈 수 없고 또 나오기조차 쉽지 않다 보니 가거도 낚시는 물때보다 기상이 우선입니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온전히 낚시할 수 있는 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까닭에 그것이 대물 감성돔의 씨가 마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AM 2:00, 진도 서망항
월요일 밤의 전쟁은 비단 'WWE'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지금은 화요일 밤이 되었지만, 어쨌든 평일이라 한산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 이 한 달 동안은 한국의 가장 먼 섬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니까요.
각자 주문한 밑밥을 배에 싣고는 서둘러 선실로 들어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일단 출항하면, 그때는 멀미가 나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가거도까지 소요 시간은 세 시간. 그것도 바다가 잔잔할 때이며, 너울이 심하면 네 시간 이상도 걸릴 수 있으니 그 시간 동안은 편히 갈 수 있는 방책을
세워둬야 할 것입니다.
저는 사진 찍는다고 뒤늦게 들어가 자리 잡았습니다.
이미 선실은 만원이었고 조타실 밑 쪽방에 들어가니 몇 자리 남아 있더군요. 일단 구명복을 풀고 누웠습니다.
이왕이면 출항 전에 잠들면 좋을 텐데 가거도에서의 낚시를 앞둔 설렘 때문인지 그게 쉽지가 않더군요.
이윽고 배가 출항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순항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이르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
앞뒤 좌우 할 것 없이 흔들리는 건 물론이고 뱃머리가 너울에 부딪힐 때마다 온몸이 들썩입니다.
제가 누운 곳은 조타실 밑이라 수면보다도 낮은 곳에 있습니다. 습하기도 했지만, 바이킹처럼 들썩이는 뱃머리와 가까워서인지 현기증이 납니다.
앞뒤좌우 할 것 없이 흔들리는 건 물론이고 뱃머리가 너울에 부딪힐 때마다 온 몸이 들립니다.
누웠던 몸뚱어리가 잠시 공중부양해 내려앉는데 그때마다 등짝이 철푸덕해요. 아. 정말 괴롭네요.
시계를 보자 제 입에서 '이런 망할~' 소리가 절로 튀어나옵니다. 절반은 지난 줄 알았는데 이제 겨우 30분이 지났어. 젠장.
누워서 멀뚱멀뚱 있으니 시간은 더욱 더디게 갑니다. 혹시 이곳에 강력한 중력장이라도 있어 시간 여행이라도 하는가 싶습니다.
시간은 오지게 안 가고 멀미는 스멀스멀 올라오고. 어두컴컴한 쪽방에 상체를 일으키며 심호흡하는데 멀미가 호전되지 않으니 다시 눕기를 반복.
멀미약을 먹어도 이 정돈데 안 먹었으면 골로 갈 뻔했을 듯.
AM 6:30분, 가거도 1구에 도착
얼마나 지났을까? 그 요란스럽던 엔진 굉음이 갑자기 죽어버리길래 눈을 떴습니다.
쪽방에 환한 불이 들어오고 꾼들은 일제히 일어나 구명복을 주섬주섬 입고 나갑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저도 잠이 들었나 봅니다. 멀미약이 효과는 있었나 보군요. 적어도 두 시간 정도는 건너뛴 기분이라 마음이 가뿐해졌습니다.
"가거도 1구 나오세요!"
1구가 종착지인 꾼들은 일제히 짐을 들고 빠져나갔고 남은 우리(출조점 손님)는 사선에서 종선으로 짐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종선으로 옮겨 탄 꾼들은 가지고 온 밑밥을 체크하고 다시 승선명부를 적습니다.
그런데 누군지 몰라도 부력망을 새로 사왔더군요. 이러면 꼭 꽝치던데. ^^;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아침 식사입니다. 고작 1박 2일이다 보니 식당에 들러 밥 먹을 시간이 없어요.
조금이라도 낚시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배에서 도시락을 까먹습니다. 출조비도 만만치 않지만, 이 고생을 감수하면서 오게 된 동기는 하나뿐이겠지요.
다름 아닌 대물 감성돔입니다. 그 감성돔이 우리에게 밥 먹여줄 것도 아닌데 이런 반찬에 이런 대우를 받아도 꾼들은 아무런 불평불만이 없어요.
재작년에는 그나마 손가락만 한 조기 한두 마리라도 들어갔는데 지금 제가 먹는 반찬 좀 보십시오.
잠시 후 내 손에 잡힐 대물 감성돔을 생각해서라도 이 정도는 참고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암요. 그렇다마다요. 가거도는 이렇게 다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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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정신으로 쓰는 글인지.
가거도 1구의 새벽
역시 가거도의 진정한 성수기는 한겨울인가 봅니다. 좀 전에 내린 1구 손님들도 종선 배 타느라 정신없군요.
서너 대의 배가 출항 준비를 합니다. 엔진에 시동을 걸었지만, 아직 출발하면 안 됩니다. 서로 약속한 출항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질 급한 선장들은 가만히 있질 못합니다. 기어가는 속도로나마 유리한 출발점을 점령하기 위해 눈치작전을 펼칩니다.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데 초침이 일곱 시를 가리켜도 여전히 출발할 생각을 안 하더군요.
그러다가 7시 15분쯤 되니 한 배가 부아앙 달리기 시작했고 나머지 배들도 일제히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서로 약속한 출항 시간이 몇 시인지?
그나저나 이 새벽에 웬 레이스? 전속력으로 밟으니 갑판에 물이 튀는데 저도 한 번은 물바가지를 뒤집어썼습니다.
낚시 시작부터 젖는 몸이라니 기분이 영 찝찌름합니다.
AM 7:30, 포인트에 도착
제가 속한 출조점은 가거도 중에서도 3구 포인트를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가거도 낚시를 다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3구에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명포인트들이 즐비하죠.
큰납데기, 작은납데기, 오동여, 검은여, 개린여, 천장판 등등. 그런데 이날은 개인 민박 손님에게 우선순위가 돌아가 버려 우리는 모두 2구 쪽에 내렸습니다.
2구 중에서도 몇몇 좋은 포인트들은 다른 배와 경쟁했을 테고 다만, 같은 출조점 손님들끼리라도 공평성을 위해 제비뽑기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2조로 뽑혀 두 번째로 내린 곳이 '큰깨밭밑'. 이곳은 정총무님이 기록 고기를 낚았던 곳이라며 권합니다.
아 그런데 현장에 와보니 발판이 굉장히 상그럽네요. 온통 김 천지입니다.
배에서 내릴 때 저곳을 잠시 밟았는데 순간 식겁했습니다. 김발에는 갯바위 신발도 무용지물.
이거 잘못했다가는 너울 치는 바다로 그대로 미끄러지겠다 싶어 내리자마자 구명복 가랭이 끈을 맸습니다.
그리고 낚시할 장소를 물색해 보는데 온통 김이 붙어 난감합니다.
여기는 서 있기조차 힘들 듯. 낚시 불가.
이쪽이 평평해 보이지만, 역시 김발이 붙었고 수시로 너울이 덮치는 상황이라 포기.
제가 있는 자리만이 겨우 두 발을 붙이고 설 수 있어 선택의 여지는 없을 듯하네요.
이날 저와 함께할 낚시 파트너
저와 함께 내린 분은 초면이지만, 조가 정해진만큼 1박 2일 내내 함께 낚시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인사를 나누고요. 낚시 장소와 공략 지점에 대해 잠시 상의한 다음 자리를 잡았습니다.
벵에돔 낚시와 달리 감성돔 낚시는 협공이 매우 중요합니다.
꼭 가거도가 아니더라도 2인 1조로 내려 감성돔 낚시를 하게 될 경우에는 밑밥을 따로 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게 하면 서로가 피곤해지고 조과는 조과대로 나오지 않겠지요. 고기가 나올만한 예상 지점을 서로 협의해 한 군데로 정해야 합니다.
밑밥도 한 곳에 꾸준히 쳐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누가 고기를 잡으면 수심과 히팅 지점을 알려주고 함께 흘려야 좋은 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간혹, 옆 파트너를 젖혀두고 혼자만 손맛 보는 경우가 있는데요. 똑같이 흘려서 누구는 잡고 누구는 잡지 못하고 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고기 나온 자리를 혼자 독식하거나 따로 플레이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그 사람은 낚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거도 첫날 낚시는 1호 반유동 채비로 세팅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시마도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오쿠마 LBD 3000번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3호(세미 플로팅 타입)
어신찌와 수중찌 : 쯔리겐 TOP 치누 1호 / 쯔리겐 메탈 다이버 -1호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2호
바늘 : 감성돔 전용 바늘 4호
봉돌 : B봉돌 두 개 분납
이곳 큰깨밭밑은 수심이 4~6m로 그리 깊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물때가 여덟 물이고 가거도 특유의 빠른 속조류에 밑 채비가 뜨지 않도록 여부력이
3B인 찌를 선택하였습니다. 이 모델은 쯔리겐 인스트럭터인 금성철 프로께서 기획한 것으로 기존 모델인 M-16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여부력이 3B로 조금 많은 이유는 속조류가 강한 서해, 가거도의 필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봉돌의 분납을 통해 밑채비가 속조류에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겠지요. 그러니 같은 1호찌를 쓰더라도 여부력이 B~2B밖에 안 되는 모델은 가거도의 필드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줄과 목줄을 각각 3호와 2호를 쓴 이유는 50cm 후반의 대물 감성돔을 의식해서이고 수심 낮고 들쭉날쭉한 여밭에서 실수 없이 제압하려는 조치입니다.
바늘은 대상어의 크기가 최소 4짜 이상이 예상되므로 4~5호를 위주로 사용하였습니다.
가거도 첫날, 포인트 공략도
시간이 흘러도 물때가 바뀌어도 조류는 일편단심 먼바다로만 흘러가니 벌써 꽝의 여신이 미소 짓는 듯합니다.
감성돔 낚시의 확률을 떨어트리는 조류.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바깥으로 나가는 조류는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조류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네요. 일단 제가 선 곳은 지형상 안으로 만곡 져 있어 찌가 갯바위에서 멀어지더라도 수심이 급격히 깊어질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가정한다면, 잠길찌로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방법은 현 채비에서 2B 봉돌 하나를 더 물리는 것.
사용한 찌의 여부력은 3B이고 목줄에는 이미 B봉돌 두 개가 달려 잔존부력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B+B=2B가 아닌 3B가 조금 못 됨)
여기서 2B를 도래 밑에 추가로 달아주면 여부력을 초과하므로 면사매듭이 찌톱에 걸린 이후로는 찌가 천천히 잠기게 됩니다.
면사매듭 수심은 4m로 세팅하고 발 앞에 캐스팅. 찌는 반탄류에 밀려 갯바위에서 난바다 쪽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매듭은 이미 찌톱에 닿았으니 찌가 일렁이면서 잠겨듭니다. 그 상태로 몇 초가 지나자 육안에서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지금쯤 최소 5~6m 수심은 더듬고 있을 것입니다. B봉돌 두 개가 목줄 하단을 잡아주고 있으니 이 정도 조류 속도라면 미끼가 뜨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렇게 찌는 느린 조류를 따라 멀어지는데 초릿대가 톡톡거립니다. 살짝 견제에 들어갑니다. 그랬더니 뒷줄이 살며시 펴집니다.
"챔질"
첫수로 노래미
올려보니 작은 노래미.(방생) 이후 같은 방법으로 바닥층을 훑어나갑니다.
이렇듯 잠길찌 채비는 찌가 갯바위에서 멀어지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바닥층을 훑지만, 어디까지 효율적으로 훑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물속 지형이 갑자기 내려앉을 수도 혹은 완만하게 내려앉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것에 대한 확인은 전적으로 감에 의존해야 하니까요.
찌는 이미 시야에 사라진 지 오래고 채비는 조류에 떠밀려 갯바위에서 30m 이상 멀어져 있습니다. 이럴 때는 낚싯대를 살짝 들어 바닥에 걸려 있는지
혹은 제대로 흘리는 중인지를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밑걸림이 몇 차례 생겼고 뭔가 두둑하며 해초가 뜯겨 나온 것을 보니 이 포인트는 찌가 멀리 나가더라도 수심 변화가 크지 않은 곳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걸 알게 되었으니 어느 정도 흘리기까지는 문제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감성돔의 소식은 여전히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찌가 갯바위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입질 확률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이 조류가 바뀌지 않으면 오늘은 꽝치겠구나 싶네요.
갯바위에서 점심
중간에 배가 오더니 도시락을 전해주고 갑니다. 열어보니 새벽에 먹은 도시락과 100% 일치하네요.
최근 가거도가 부식비를 인상했다고 합니다. 저야 출조점을 이용하니 이 도시락이 얼마짜린지는 모르지만, 부식비를 인상했다는 말에 이 도시락의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천 원에서 5천 원으로 인상한 것인지 5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인상한 것인지, 아니면 6천 원에서 7천 원으로 인상한 것인지?
어느 쪽이든 도시락 품질은 탐탁지 않군요. 가거도 낚시는 그렇게 다니는 거라고 합니다. 물론, 먹으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하다못해 저렴한
부산오뎅이라도 사다 볶아내면 한 수저라도 더 먹힐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PM 2:40, 이제는 조류가 멈췄다.
가거도에서의 첫날 낚시는 오후 네 시까지 진행했습니다.
오전에는 들물, 오후는 썰물이 이어지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조류는 시종일관 가거도를 떠나고 싶어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다가 오후 두 시를 넘기자 조류가 아예 멈췄습니다. 차라리 잘됐네요. 오죽하면 조류가 멈추는 게 낫다고 했을까?
이제는 공략 방법을 바꿔보기로 합니다. 좀 전에 붙인 2B 봉돌을 떼고 다시 수심 6m로 세팅한 반유동으로 감성돔을 노립니다.
남은 밑밥은 한 곳에 집중적으로 뿌리고 채비는 그보다 멀리 던져 가라앉힌 다음, 밑밥이 내린 자리를 훑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공략하자 좀 전에는 보이지 않던 뭔가가 물속에서 방해하는군요.
4호 감성돔 바늘에 붙은 크릴이며 심지어 깐새우까지 물고 늘어지는데 소리소문없이 따 먹고 가는 정체가 지금 이곳에 꽤 많이 들어와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채비를 넣는 족족 미끼가 따먹히는 상황. 예상되는 범인은 복어와 망상어지만, 수면을 보니 뭔가 은빛이 번쩍합니다.
찌는 미동이 없어 올려보니 해초 걸림. 다시 던져 이번에는 살짝 견제해보는데 찌가 자물자물. 도대체 어떤 녀석 내 미끼를 강탈하는겨?
범인은 멸치였다.
썩어 문드러지기 일보 직전인 크릴
그렇게 저는 멸치를 내리 잡았습니다. 나 원 참. 가거도까지 와서 멸치나 잡고 있어야하다니.
그건 그렇고 멸치들이 아무 경계심 없이 바닥에 쌓인 밑밥을 주워 먹고 있었네요. 아무래도 감성돔이 들어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날 미끼로는 각크릴과 깐새우를 썼는데 각크릴 품질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낚시 시작부터 풍기는 냄새가 이미 썩어 문드러진 냄새였고 그래서 이후로는 깐새우만 사용했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요즘 들어오는 크릴 중 일부는 재고품이 많은지 각크릴, 백크릴, 선별크릴, 생크릴 할 것 없이 전부 품질이 기대 이하였습니다.
낚시점에서는 이들 크릴의 품질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우중충했던 날, 철수 시각이 돼서야 해가 비친다.
낚시가 안 되자 일찌감치 철수를 준비하는 파트너
가거도 낚시 첫날은 보기 좋게 꽝을 치고 말았다.
이날 아침 7시 30분부터 4시까지 낚시하며 본 생명체는 노래미 한 마리와 멸치 몇 마리가 전부였습니다.
배 올 시간이 다 돼가니 슬슬 마무리합니다. 우선 갯바위 청소를 하고요. 사용한 목줄은 돌돌 말아 쓰레기봉투에 넣습니다.
이날은 입질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었기에 처음 세팅한 목줄이 철수 직전까지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철수배가 오는 가운데 성건여에 내렸던 1조의 조황이 궁금하다.
이쯤 되니 다른 팀의 결과가 궁금합니다.
만약, 몰황이라면 제가 꽝 친 것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창 물오른 감성돔 회는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된다면, 가거도에서 먹거리라도 찍어가야 하는 제게 비상이 걸립니다.
반대로 다른 팀의 조과가 풍성하다면, 상대적으로 상실감이 들었겠지요. 고기를 못 잡았으니 어느 쪽이든 우울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가거도에서는 고기를 못 잡은 게 '죄'입니다. 돌아가서 꽝 조행기를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덤으로 주어지겠지요. ㅠㅠ
속속들이 철수하는 꾼들을 보며 조황을 확인하는데 대부분 몰황이었습니다.
그나마 맨 마지막에 내린 조에서 4짜 감성돔 두 마리와 3짜 한 마리가 나왔더군요. 그것도 4짜 두 마리는 정총무께서 잡은 것. (손님이 잡아야 하는디 ㅎㅎ)
이날 개인 민박 손님의 조황
가거도 3구에 도착. 전체 조황을 살펴보니 5짜는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 특급 포인트에 들어간 개인 민박 손님들이 마릿수를 하였습니다.
위 사진은 오동여에서 나온 감성돔 조황. 이렇게 포인트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편차가 매우 심합니다.
우리는 다음 날 출조를 위해 미리 밑밥을 갭니다.
밑밥을 갠다고는 하지만, 이미 진도에서 버무린 밑밥을 가져왔기에 특별히 할 일은 없습니다.
그냥 개인 밑밥통에 채워 넣고 낚시 가방과 함께 배에 실어다 놓으면 끝이라 이런 건 편리하더군요.
밤새 달려와 온종일 낚시하니 몸이 노곤합니다. 빨리 들어가 밥 먹고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
그러려면 무거운 몸으로 저 노란색 집까지 계단을 밝고 올라가야 할 것입니다.
원래 가거도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대박 조황이 난다 해서 간 거였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오동여나 넙데기 등 일부 명포인트를 제외하고는 조황이
고르지 못했습니다. 포인트 편차가 이리도 심한데 내일이라고 희망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희소식이 들어 왔습니다. 이날은 특급 포인트를 개인 손님에게 내준 대신 내일은 우리 손님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곳 가거도에 와서 걸 수 있는 유일한 희망 하나가 겨우 생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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