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낚시 후기, 제철 감성돔회 우럭회가 쏟아집니다.


    첫날 가거도에서 낚시를 마친 27명의 꾼들이 저마다 잡은 고기들을 펼쳐 놓습니다.
    그러나 냉수대의 영향으로 대부분이 꽝. 그나마 개우럭이 몇 마리 나와줘서 다행인데 이렇듯 가거도에서 첫날
    조황은 매우 안좋았습니다. 저와 파트너는 각각 4짜급 우럭과 54cm급 대물 쥐노래미를 오늘 저녁 횟감으로
    더했지만 노래미가 죽어버려서 찬밥신세. 이제 제 블방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노래미는 고래회충의
    압박이 있어 죽으면 회를 안뜹니다.(살아있어도 안떠요. 다른 좋은 횟감이 많은데 굳이 노래미를 뜰 이윤 없으니)
    이 날 장원은 48cm급 감성돔이 고작, 영등철 대물 시즌을 맞이한 가거도의 조황치곤 초라합니다.
    그 다음으로 이목을 받았던 건 제 파트너가 낚은 대물 쥐노래미인데 냉동실로 들어가는 신세를 지고..ㅠㅠ


    아가미를 찔러 피를 빼고 있다.

    낚시 뒷풀이엔 언제나 자연산 회라는 달콤한 식탁이 기다리고 있지만 혹자들은 '야만적이다' 라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식과 야만의 경계"

    그러나 언제나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육, 해, 공 식재료들은 인간의 식량이 된다는 이유로 그렇게 희생되어지진 않을까..
    차이가 있다면 '생계수단'이냐 '손맛'과 '유희'를 위한 것이냐라는 다소 이분법적인 논리로 따져들 수 있겠지만..
    그래서 저는 낚시를 할 때 "먹지도 않을거면서 불필요한 어획은 하지 않는게 좋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베스나 블루길처럼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종들은 예외로 치구요.
    그런데 이 날의 조과는 정말 '간신히 먹을 만큼만 잡았네' 란 생각이 들 정도로 빈약, 어쩌면 회가 모자를지도 모르겠어요.
    요새는 먹을 만큼만이라도 잡아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쨌든 이 날 잡힌 횟감들은 꾼들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껍질이 벗겨지고 다듬어져야 할텐데 그런 역할을 자처한 분이 계시니
    우린 그를 "칼잡이"라 부릅니다.^^


    저는 이 날 칼잡이께서 회뜨는 걸 유심히 관찰했는데 역시 수년간 다듬어진 내공이여서 그런가..
    보통은 비늘을 치고 내장을 뺀 다음 포를 뜨겠거니 싶은데 이분은 그냥 다이렉트입니다. 
    27인분의 횟감을 마련하는 것도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 할 텐데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 있으니
    그것은 비늘도 안친 채 그대로 오로시(포뜨기)를 해버리는 방법입니다.


    쓱~쓱~쓱~  그리고 싹뚝! 하면...


    한쪽 포뜨기가 순식간에 완성. 그리곤 곧바로 뒤집어서  


    같은 방법으로 쫙~ 갈라버립니다.
    철갑을 두른듯한 감성돔을 가볍게 종이 오리듯 오려버립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칼도 잘 들어야겠죠.
    언틋보니 보통 다듬어진 칼이 아닌듯 합니다. 저도 나중에 사시미 칼 사면 요 방법으로 회를 뜨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포스팅 해보겠습니다.


    이번엔 개우럭. 무려 50cm를 넘나드는 우럭이다보니 감성돔보다 더 큽니다.
    감성돔이나 우럭이나 지금 제철의 중심에 있기에 맛이 오를대로 올라 있을 터~  씨알도 크니 얼마나 맛있을까요. ^^


    쫙 가르니 속살 드러내는 개우럭. (혹시 햇갈려하실까봐..개우럭은 50cm급 이상되는 우럭을 그렇게 부릅니다.)
    살 색깔도 아주 하얗습니다. 가운데 노란건 알집. 저건 매운탕감.


    막간을 이용해 맛배기라도 보려는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다른 부위에 비해 비교적 영양가 없는 꼬리부분만 몇 점 썰어서 소주한잔 ^^
    저도 두어 점 얻어묵고 있는데..


    이번엔 기대하던 개볼락을 뜹니다. 보통 꺽저구, 돌볼락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 개볼락은 두꺼운 철갑속에 이렇게 하얀 속살을 숨기고 있었는데
    살 색이 하얗다 못해 아주 뽀얗습니다. 살점의 탁도가 가히 예술.
    한 점 집어 입에 넣어보니 그 느낌이 마치 "고귀한 여왕의 희고 보드라운 손등에다 키스하는 듯한 기분"이랄까..
    그 이상은 말로 표현 못하겠습니다. ^^;


    억쎄고 날카로운 철갑속에서 썰어져 나온 개볼락 회

    우선 따라주는 소주를 입안에다 원샷으로 털어 넣습니다.
    그리고 고귀한 개볼락의 살결을 입술로 뭅니다. 이어서 쪽~ 하며 입속으로 빨아들입니다.
    말캉하게 씹히는 개볼락은 적당한 탄력으로 제 아구의 씹는 압력을 받아들이면서 단물을 뽑아냅니다.
    초고추장은 일찌감치 침에 섞여 식도로 들어갔고 남은건 개볼락의 살점에서 나온 달콤한 어즙만이 입안을 감돕니다.
    그냥 개볼락이면 거창하게 말 안하지요. 무려 30cm급 이상, 못해도 족히 8년생은 넘게 살아온 개볼락이라 그 맛이 각별합니다.


    회는 꾼들이 보는 식탁위에서 직접 썰어내 서빙된다.

    제철맞은 감성돔회(좌)와 우럭회(우)

    볼품없이 막 썰어낸듯 했지만 이것이야말로 막회의 진수가 아닐까..
    비록 고추냉이도 간장도 없이 초장에 찍어먹는 회지만 워낙 탱글하고 깔끔한 맛에 다들 지치고 피곤해도 표정들은 밝습니다.

    "아직 우리에겐 내일이 있으니깐 ^^"


    조기매운탕 한술 뜨시고..


    한참 먹고 있는데

    "회 리필이요~! "
    "회가 와르르 쏟아지네.."

    조황이 좋지않았는데 그래도 씨알 좋은 우럭과 개볼락이 잡혀줘서 어찌어찌 양은 되네요.
    특히 칼잡이를 자처하신 분, 27인분짜리 회 뜨느라 욕보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우리 거국적으로다가 건배합시다!"

    낚시는 이 맛에 하는거 아닌가요? ^^*
    가거도 낚시 기행, 마지막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PS : 꿈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이유는 어이없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감성돔을 못낚아서 입니다.;;
           왜 그런 꿈을 꾸게 된 걸까. 요즘 제 심리상태를 대변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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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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