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만에 전문 조행기(?)라고 해야 할까요. 지난주에 다녀온 황제도 땅콩여에서의 감성돔 낚시. 그 실패기를 교훈삼아 "왜 감성돔 공략에 실패했는지"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조행기는 황제도로 떠난 초겨울 감성돔 낚시 편을 참조해 주세요!

    사실 낚시란게 일종의 승부근성을 자극하는 레포츠라고 생각을 하다보니 얼마전에 다녀왔던 황제도는 스스로 납득이 안가는 감성돔 공략에 남들은 잡는데 나만 못잡았던 굴욕의 추억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낚시란게 운칠기삼도 있고 또 항상 갈때 마다 잡을 순 없는 법이지만 그래도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다녀온 포인트에 대한 복습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다음에 낚시를 갔을 때 똑같은 포인트에 내린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포인트에 내렸을 때 오늘 내용을 미리 알아두신다면 적어도 '임기응변'을 통한 포인트와 히트지점을 선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제가 평소 낚시 관련글을 쓸 땐 촛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늘 고민을 합니다. 낚시에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초심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할지 아니면 낚시꾼들을 위한 글을 써야 할지.. 흥미위주냐 전문성이냐의 기로에서 늘 합의점을 찾곤 하지만 오늘 포스팅은 낚시를 하지 않는 블로그 이웃님이나 그외 방문자께선 읽기가 어려운 내용입니다. 가볍게 패스 해주시기 바랍니다. ^^;



    황제도 땅콩여에서 초겨울 감성돔 낚시
    지난주 감성돔 낚시를 위해 황제도를 찾았습니다. 황제도는 전남 완도군에 속한 부속섬 중 하나로 덕우도와 함께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감성돔 조황을 주도하는 주요 포인트로 유명합니다.

    저는 황제도를 처음 방문했지만 황제도의 감성돔 낚시 패턴은 청산도나 소안도처럼 완도권의 감성돔 낚시 패턴과 함께 하는 것으로 압니다. 완도권 감성돔 낚시의 특징 중 하나가 사리물때엔 물색이 탁해 불리하다는 점과(물론 이것도 포인트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의외로 목줄을 잘 탄다는 특성이 있어 입질이 없으면 되도록 가는 목줄로 교체를 해주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고 합니다. 또 서해권과 마찬가지로 먼 바다는 뻘로 이뤄진 곳이 많아 대부분의 히트 지점은 근거리에 형성된다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도 포인트 지형에 따라 예외가 있을 수도 있고 또 물때와 기상에 따라 포인트 형성이 약간씩 달라지므로 무조건 맹신해서도 안됩니다. 저는 이 날 황제도의 특급 포인트인 '땅콩여'에 내렸는데요. 사실 '독립여'에서의 감성돔 낚시 경험은 별로 없었습니다. 뭐 경험이 없다하더라도 가이드께서 알려준 히팅 포인트와 수심만 맞춘다면 감성돔의 입질을 받는덴 별 무리가 없다고 보지만 하필 이 날 기상이 풍속 8~12m/s에 파고 1~2m이다 보니 낚시대를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바람과 콸콸 쏟아지는 조류빨에 적잖히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아내와 함께 낚시를 다녀버릇하다 보니 그동안 너무 평화스러운 날씨에서만 낚시를 해온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 이런 악천후에서의 낚시가 실로 몇 년 만이기에 여기에 따른 임기응변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암튼 각설하구요. 초겨울 감성돔 낚시의 메카인 황제도의 땅콩여. 조금씩 파해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단 땅콩여 뿐 아니라 '독립여'의 특징을 가진 지형에선 감성돔 포인트가 이런식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참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  독립여에서의 감성돔 포인트는 어떻게 형성되나?


    아래는 독립여에서 감성돔 포인트가 형성되는 예시를 그려봤습니다. 먼저 파란선은 날물이고 붉은선은 들물입니다. X표는 히팅 지점이 되겠구요. 훈수지대는 갈라진 가지조류가 다시 합수되는 지점을 뜻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들물이 합쳐지는 지점인 "배 댄 자리"와 "높은 자리"는 전형적인 들물 포인트가 형성됩니다.


    황제도 땅콩여 포인트 지도
    지금까지 독립여에 내려 낚시해 본 경험이 한번인가 두번밖에 없다 보니 어제 모처럼 시간을 내서 독립여에 대한 공부를 했습니다. 위의 일러스트는 그렇게 공부하면서 알게된 내용들은 추려서 그려본건데요. 먼저 땅콩여에 대해 간략히 설명 드리자면 그림에서 보다시피 독립여는 본류대가 지형을 맞고 갈라졌다 다시 합수되는 지점(훈수지대)에 포인트가 형성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감성돔 낚시를 할 때 "여를 넘긴다" 란 표현을 하는데 흐르던 찌가 특정 구간에서 자꾸 잠겨들면 그 곳에 수중여가 있음을 알고 뒷줄견제를 통해 수중여를 건너뛰게 됩니다. 이때 입질 받을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는데 이는 감성돔이 조류를 받는 수중여 앞에 있지 않고 "뒤에" 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독립여도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볼 때 수중여가 하나의 나무라면 독립여는 숲에 해당 됩니다. 독립여에서의 감성돔 낚시는 본류대가 독립여를 맞고 갈라지기 시작하는 앞면 보단 "갈라져서 다시 모이는 뒷면" 에서 먹잇감이 모여들고 조경이 형성되면서 포인트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즉, 갈라진 두개의 조류가 한곳으로 모여 훈수지대가 형성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전유동 감성돔 낚시 강좌에서 이성규 프로님이 내려서 낚시했던 자리가 지난주에 제가 했던 자리였습니다. 당시 배 댄 자리에서 수심 8m주로 전방 7~10m를 노리면 된다는 정보만 듣고 낚시를 했었는데 결과적으론 거기에 너무 맹신했던 것이 화근. 강한 바람과 조류빨로 인해 원래 포인트로 점 찍어 뒀던 자리(배 댄 자리)는 밀어닥치는 포말과 너울에 도저히 공략할 수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감성돔 낚시 포인트에서 "포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포말이라도 강한 바람과 파도에 의해 형성되는 포말은 포인트가 될 수 없고 특히 겨울철 감성돔 낚시에서 포말은 수온을 낮추는 요인이 되므로 오히려 피해야 할 대상일수도 있습니다. 몇 번을 공략하다 여의치 않자 자리를 왼쪽으로(높은자리 방향으로) 약간 옮겨서 했는데 여기에도 문제점을 보였습니다.


     ■ 조류가 강하게 흐르는 독립여에선 훈수지대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 관건


    들물 조류가 강할 때 포인트 형성 예
    처음부터 높은 자리에서 낚시를 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포인트에 대한 정보가 없는 저로선 일단 가이드께서 알려주신 지점(배 댄 자리)을 위주로 공략하게 됩니다. 중간에 현지인 두분이 땅콩여로 진입해 '높은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얼씨구나 했을거 같아요. ^^; 그래서 비어 있던 높은자리는 현지인의 차지가 되버렸고 저와 파트너는 배 댄 자리에서 공략이 힘들어지자 높은자리 방향으로 3~4m 가량 이동해 어정쩡한 낚시를 하게 됩니다. 문제는 조류인데 이 날 따라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들물조류가 워낙 강하다 보니(거의 시냇물 수준) 반대편에서 들어오는 들물조류와 합수되는 지점이 정면이 아닌 높은자리 쪽으로 치우쳐져 형성이 되었기에 공략이 어려워진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한쪽의 가지조류가 강하다 보니 훈수지대가 형성되는 지점도 달라진 것이죠.

    결국 우리가 낚시한 자리는 훈수지대가 형성되지 않은 채 본류대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 찌를 본섬 방향으로 보내지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 캐스팅 시 조금만 멀리 던지면 그대로 본류대에 휩싸여 난바다로 떠내려가게 되는 것입니다. 본류대가 갯바위 가장자리까지 접근했기 때문에 낚시대 길이인 5m를 넘겨 찌를 착수시키면 여지없이 난바다로 떠내려가 성급히 채비를 회수시켜야 하는 등 공략에 애로사항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조류는 여름철 참돔낚시를 할때 플러스겠지만 감성돔 낚시에선 도움이 안되겠지요.


    사진으로 보면 저와 파트너가 선 위치는 본류대에서 나온 가지조류가 갯바위 가장자리까지 접근해 흐르고 있어 찌가 전방 5m 이상 벗어나게 되면 여지없이 난바다로 보내버리는 곳입니다. 이곳 포인트 수심은 간조때 6m, 만조때 8~9m를 보이지만 근거리는 계단식 지형으로 형성되어 있어 발앞을 노릴 경우 4~5m 수심만 주고 흘려야 하며 그 이상 주고 흘리면 턱에서 밑걸림이 발생해 고전할 수 있습니다.(제가 그랬습니다 -_-;)

    여기서 한가지 고민이 생기는데 전방에 조류는 시냇물 처럼 콸콸 흐르는 상황이니 흘리는건 의미가 없었고, 발앞은 지류대가 형성되지만 수심이 매우 낮아 감성돔의 입질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저 사람들이 있는 훈수지대까지 흘리는건 매너가 아닐거 같고..ㅎㅎ

    "턱 위를 노리느냐 턱 밑을 노리느냐"

    저는 후자를 선택했기 때문에 수심을 8m~9m를 주고 전방 7~10m를 노렸고, 파트너는 전자를 선택했기 때문에 수심 4~5m만 주고 초 근거리를 노려 감성돔 두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포인트 상황으로만 따지자면 쉽지 않았을텐데 훈수지대로 들어온 감성돔이 옆쪽에서 뿌려대는 밑밥냄새를 맡고 갯바위 벽면을 타고 들어오다 입질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선택했던 턱 밑 공략은 입질 받으면 씨알급을 걸 수 있는 조건이지만 빠른 조류에 밑채비가 안정이 안될 수도 있고 또 갯바위에서 점점 멀어지면 공략 수심대에서 이탈할 수 있기에 결과적으로 옳지 못한 판단이 되었구요. 파트너가 선택한 턱 위 공략은 비록 초 근거리이고 수심도 낮지만 밑채비가 안정화 되면서 빠른 조류에 휩쓸리지 않았기 때문에 입질 받을 수 있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듯 결과를 놓고 그 날의 낚시를 분석해보면 잡은 이유와 잡지 못한 이유가 또렷하게 나타난다는 점. 감성돔 낚시가 어려우면서도 또 묘미가 있는 부분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 알고 낚시하는 것과 모르고 낚시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낚시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게 아니냐"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 밑에 감성돔이 있으면 물 것이고 물 밑에 감성돔이 없으면 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물 밑에 감성돔이 있을지 없을지는 무엇으로 판단할까?"

    단순히 운칠기삼으로만 생각하고 수동적인 낚시를 한다면 그 사람의 낚시는 항상 그 날의 운에 맡겨야 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운7 기3 밖에 안되는 것을 운3 기7(운이 30%, 기술이 70%)로 끌어 올리려면 "왜 잡을 수 없었는지" 에 대한 원인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또 그렇게 했을 때 다음에 이와 비슷한 지형에 내려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겠지요.

    현지인들이 그날 높은자리에서 4마리의 감성돔을 뽑은 것은 물때가 좋았고 공략도 맞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서 감성돔이 나온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특히 같은 포인트를 서너번 이상 내려서 해본 현지인의 경우 전방에 골자리(패여진 지형)가 어딨는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성돔 마릿수(3마리 이상)를 거두기 위해선 밑밥운용도 잘해야겠지만 히트지점을 사전에 알고 낚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입니다. 물론 가는 포인트마다 히트지점을 일일이 알 수 없으므로 오늘처럼 특정 지형에서의 감성돔 포인트는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약간 복잡하지만 알면 알수록 오묘한 감성돔 낚시의 세계 ^^
    하나하나씩 익혀나가다 보면 낚시는 과학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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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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