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도로 떠난 초겨울 감성돔 낚시


    이른 새벽, 전남 마량에 있는 포구에 도착한 저는 황제도로 초겨울 감성돔를 위해 배에 올라탑니다.
    이날 예고 된 기상이 풍속 8~12m/s, 파고 1~2m에 비까지 예보가 되어 한바탕 수중전을 치를 각오
    로 갔습니다.  하지만 막상 포구에 도착하니 예상과는 달리 바람한점 없어 평화로웠습니다.
    역시 먼바다로 나가봐야만 확실히 알 수 있을거 같습니다. 황제도로 떠난 초겨울 감성돔 낚시 이야기!
    오늘은 어복부인을 대신해 독자님과 함께 떠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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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도로 떠난 초겨울 감성돔 낚시



    지난 10월, 제주도에서 낚시를 마친 후 우리부부는 11월에 또 한번 제주도 출조를 위해 비행기 표를 예약했습니다.
    그러다 계속되는 기상 악화로 인해 취소하기를 여러번..원래는 오늘도 제주도로 떠날 예정이였지만 결국 기상악화로 인해 현지에서
    오지마라고 해서 취소. 당분간 제주도 낚시는 무기한 연기가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손맛보기 가장 좋은 11월을 이렇듯 허무하게 보내자 저는 서둘러 다른 곳을 알아 봤고 그래서 가게 된 곳이 황제도입니다.
    어복부인은 갑자기 들어오는 일감에 영락없이 일만하게 생겼고 저는 그렇게 벌어다 준 돈으로 혼자 낚시를 가게 됐으니 이 무슨 조화인지 ^^;


    새벽 3시반, 전남 마량의 어느 포구에서
    하여간 그렇게 훌쩍 떠나버린 11월 마지막 날.
    황제도는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섬이지만 기회가 닿질 않다가 이번에야 비로소 가게 되었습니다.
    덕우도, 황제도권은 최근 마릿수 조황이 좋아 평일임에도 많은 꾼들이 배에 탑승하였습니다.


    황제도 알매섬에서 갯바위 접안중
    뱃길로 1시간 가량 달려서 도착하자 포구에선 바람 한점 없었는데 이곳에 오니 물이 뒤집힐 정도로 너울과 바람이 강해 정신을 못차릴 정도입니다.
    바이킹 뺨치는 상하 이격에 저를 비롯 다른 꾼들도 멀미에 씨름씨름 앓으면서 가까스로 도착했습니다.
    어선은 갯바위에 강하게 부딪히며 접안을 시도했고 순간 출렁이는 뱃전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느 낚시꾼.
    깜깜한 새벽에 조금이라도 정신줄을 놓았다간 사고나겠어요. 바람과 파도 소리에 잠을 깬 어느 꾼은 창밖을 내다 보자 온 바다가 성난 듯한
    표정에 약간 당황한 기색이였고 저 역시 출렁이는 배위에서 촬영하자니 멀미도 났고 술 취한 사람마냥 비틀거리며 서 있었습니다.


    황제도 특급 포인트 땅콩여에서 낚시 시작
    오전 7시, 해가 밝자마자 곧바로 캐스팅에 들어갑니다.
    오늘은 어복부인을 대신해 '건강이아빠'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독자분과 함께 갯바위에 내렸습니다.
    평소 제 블로그에 종종 들어와 보신다면서 메일을 통해 낚시장비와 관련해 문의도 해 오셨고 또 제가 추천해 준 릴을 구입해 사용하시는데
    아직은 젋어 보이는 혈기왕성한 분이십니다. 바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며 낚시의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신데요.
    오늘 우리가 내린 자리는 황제도에서도 1급 포인트에 해당하는 땅콩여입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겨울 감성돔 시즌으로 접어 들면서 이곳 포인트를 차지하려는 꾼들의 눈치작전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리가 넓고 발판이 편해 여러 명이 내릴 수 있는 땅콩여는 그 자체로도 특급 포인트지만 특히 "땅콩여 높은자리"는 명당 중에 명당으로 꾼들이 
    배에서 내리자 마자 짐도 안챙기고 뛰어가 자리를 찜 한다는 소문난 포인트.
    우리는 "높은자리"에서 낚시하진 않았지만 늘 좋은 자리를 촬영한다고 챙겨주시는 출조점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좋은 자리일수록 그만큼 고기를 뽑아줘야 할텐데 과연 오늘 조황이 어떻게 될지 기대되는 가운데 낚시는 시작되었습니다.


    황제도 땅콩여에서 초겨울 감성돔 낚시


    황제도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피팅타임.
    설레임을 가득 안고 서둘러 채비를 마친후 캐스팅을 하는데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낚시대를 제대로 가눌지 못합니다.
    너울도 쎄고 조류도 강해 캐스팅 하기가 무섭게 난바다로 흘러가는 채비. 마치 참돔을 공략해야 할 것 같은 조류빨입니다.
    자리를 왼쪽으로 옮겨 공략해 보지만 히트지점을 두고 갈팡질팡 하는 사이 서너 차례의 밑걸림으로 채비가 뜯기는데..


    옆에서 건강이아빠님이 뭔가를 낚고 파이팅 중입니다.
    휨새를 보니 감성돔인거 같아요. 일단 하던 동작을 멈추고 뜰채를 건네 준 후 급하게 카메라를 잡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들이닥친 강한 바람과 조류에 이렇다할 공략도 못해보고 허무하게 시간을 보냈는데 오전 9시를 갓 넘기자 한번의 입질을
    잘 받아내 올리는 모습입니다.


    "축하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날 기상은 오후로 갈수록 더 악화되는 상황이라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낚시여건은 점점 불리해지고 있습니만 그 와중에 강한 조류 속에서
    훈수지대를 잘 공략해 이렇게 35cm급 감성돔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전 태도에서 51cm 감성돔을 낚아올려 기록고기를 만든 그는 이번 출조까지 연타석으로 입질을 받고 있어 페이스가 아주 좋습니다.
    그 순간 저에게도 입질이 왔습니다.
    멀리 뻗어나가는 조류빨에 찌가 안보이자 채비를 거뒀는데 뭔가 물고 늘어지는게 아무래도 4짜는 되어 보입니다!
    갯바위로 올려보니..



    4짜에 가까운 학공치였습니다. -_-;;(죄송합니다.;;ㅋㅋ)
    밑밥을 뿌릴때 수면으로 달려드는 학공치는 볼펜급인데 좀만 멀리 흘려주면 깊은 수심에서 형광등급이 물고 늘어집니다.


    중반전이 지나자 강한 바람과 너울을 피해 한차례 포인트 이동을 하는 모습이다.

    현지꾼으로 보이는 두분께서 땅콩여에 하선을 하고 낚시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계속되는 바람과 더 강해진 너울에 이렇다할 입질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날은 오후 1시가 만조라 계속해서 들물낚시를 해야 하기에 해가 중천에 떠도 포기하지 않고 낚시를 하기는 해야하는데 원래 집어준 히팅 포인트는
    배 댄 자리지만 지금 그 자리는 강한 너울과 포말로 낚시가 불가해 할 수 없이 자리를 이동해서 낚시 중입니다.
    그렇게 한시간, 두시간이 흐르고 있으니 제 맘은 타들어갑니다.

    이 날은 애초부터 낚시가 꼬였다고나 할까..
    처음에 내리자마자 지형지물 파악한다고 수심을 깊게 해서 던진 첫 캐스팅이 그대로 턱에 걸려 채비를 날려먹는 바람에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했고
    잠시 세워둔 낚시대가 두번씩이나 바람에 고꾸라져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이건 낚시대가 두동강 나도 할말없는 상황.
    이왕이면 큰 씨알을 잡겠다고 더 깊이 수심주고 멀리 공략한것이 아마 삽질의 원인이지 않나 싶은..
    옆쪽을 쳐다보니 현지꾼들의 대가 활처럼 휘어지고 곧이어 뜰채질을 하더니 거뭇거뭇한 감성돔을 올리는 장면을 서너 차례나 목격..
    자세히보니 히팅 지점은 발 앞에서 약 7m 정도로 매우 근거리에서 뽑아낸 듯 싶어 이때부턴 저도 수심을 낮추고 발 앞을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남들 잡는데 나만 못잡으니 은근슬쩍 약오르기 시작.
    "옳커니 이제 감 잡았어.." 라며 제대로 공략하려데 갑자기 바닷물이 계곡물로 변하더니 찌가 총알같이 흘러갑니다.
    중들물로 이어지자 도저히 낚시를 할 수 없는 상황.
    게가다 비까지 내리고 파도가 갯바위를 엄습하기 시작하니 촬영하려고 꺼내놨떤 카메라도 도로 집어넣어야 할 판.


    "우리 밥먹고 낚시합시다."
    그리하여 처음 먹어본 자체발열 도시락.
    식사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포인트를 옮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감성돔 한마리로 끝날거 같은 분위기.
    조류빨도 엄청 쎄고 아무래도 독립여라 지형지물에 의지할 곳도 없다보니 계속해서 불어닥치는 바람에 고전할 것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입질님 어떡할까요.옮길까요?"

    정말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맘 같아선 포인트를 옮기고 싶었습니다.
    파트너는 어느쪽이든 좋다고 하셨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심 포인트를 옮겼으면 하는 눈치도 있었구요.
    그런데 감성돔 낚시를 하면서 느낀것은 포인트를 옮겨서 재미봤던 적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쏟아 부은 밑밥도 아깝구요. 결국 고민끝에 결정하였습니다.
    "우리 그냥 이곳에서 뼈를 묻죠"

    밖에선 포인트 이동에 배가 위태위태하게 돌아다니는듯 보였는데 연락하고 짐 정리해서 포인트 옮기고 또 거기서 품질해야 하고..
    이제 곧 있음 끝들물인데.. 잘하면 조류가 한풀 꺾일 수도 있고 그때 입질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포인트 옮긴다고 이런저런 시간낭비를 하느니
    그냥 꽝 치더라도 한곳에서 끝을 내기로 맘 먹고 이곳에서 계속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낚시를 시작한지 10여분 정도 지났을까..
    거짓말 같이 입질이 들어오더니 짜릿한 손맛 끝에 감성돔 한마리를 더 추가하는 모습입니다.


    "오~ 이번엔 씨알이 제법 되겠는데요?"


    40cm급에 가까운 감성돔을 들어올리며 환한 웃음을 짓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칼바람을 맞으며 낚시를 했는데 그 노고가 한방에 날아가는 순간입니다.
    "건강이아빠님. 아까 포인트 옮겼음 이거 못잡았어. 요녀석은 저 땜에 잡은거에요 ^^"


    건강이아빠님의 조과로 약 35cm와 40cm에 가까운 급으로 두마리를 올리셨습니다.
    피 빼는걸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해서 제가 도와드렸는데 이 날 집으로 가져가셔서 가족들과 함께 맛난 회 드셨겠죠? ^^


    옆에서 낚시하던 현지꾼은 두분 중 한분이 씨알은 잘지만 4마리를 잡으셨습니다.
    건강이아빠님의 2마리를 더해 총 6마리가 땅콩여에서 나왔구요.
    이 날 황제도로 출조한 16명은 철수하면서 속속들이 잡은 조과물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적게는 한마리에서 많게는 3~4마리의 감성돔을 낚으면서 총 16분이 14마리를 잡았고 저는 보기 좋게 꽝을 쳤습니다.


    철수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비가 쏟아졌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굴욕의 추억"을 새기고 왔다.
    이날은 저의 낚시인생 10년만에 최악으로 기억될 굴욕이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ㅋ
    거의 매년마다 한번씩 있어왔던 낚시의 굴욕 시리즈.
    작년엔 해금강에서 14시간 진흙탕 낚시속에 몰황을 쳤고 올해는 처음 방문한 황제도에서 모두가 낚을 때 보기 좋게 황을 치고 말았으니
    그것도 땅콩여라는 좋은 포인트에서 말입니다.


    "줘도 못먹나? ㅠㅠ"
    "줘도 못먹나? ㅠㅠ"

    "줘도 못먹나? ㅠㅠ"
    "줘도 못먹나? ㅠㅠ"
    이 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 치는듯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철수 1시간 전에 채비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낚시대가 힘없이 두동강 나고 말았습니다.
    강한 바람에 세워뒀던 낚시대가 넘어가면서 받은 충격이 결국은 이런 사태를 가져왔습니다.
    쓰러질 당시엔 부러지지 않았는데 원줄을 잡아 당기자 힘없이 꺾어졌어요. 이 날은 제가 감성돔을 걸었어도 못먹을 운명이였을지도 모릅니다.

    강한 바람과 너울속에서 고군분투했던 황제도 낚시. 
    처음부터 낚시가 꼬인다 싶었는데 그 뒤로 정신줄까지 놔버려 낚시를 그르친 뼈아픈 추억을 안겨다 준 황제도.
    "잊지 않겠다. 황제도여~ 담엔 어복부인 데려가서 멋지게 복수해주마!"

    빈손으로 철수하자 "운이 나빠서 그런거지~ 넘 신경쓰지마" 라며 애써 위로해주신 맨땅님 감사하구요~
    그래도 다행인건 동반출조해서 몰황은 면했다는 점. 그나마 건강이아빠님께서 저 대신 손맛을 보고 갔으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파이팅 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구요. 만약 건강이아빠님 마저 꽝을 쳤다면 이번 조행기는 못 썼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오늘 조행기, 건강이아빠님을 위한 글인지도 몰라요. 이 글이 가족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추억으로 남았음 좋겠습니다. ^^
    저는 부러진 낚시대를 버리고 조만간 새로 살 궁리를 해야 할거 같아요.
    동계 낚시복 + 낚시대 + 릴 + 찌 등등.. 지금 낚시 장비들이 노후화되어 한차례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어복부인께서 비용을 허락해 주실지는
    미지수입니다. 싸게 구입해도 7자리는 넘을거 같은데 허걱 ㅠㅠ
    왜 낚시를 시작해가지고 이 고생을 하는지 낚시 10년차에 이런 굴욕을 당해도 여전히 깨닭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더 하면 알려나요. ^^;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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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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