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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무엇일까?
건설현장에서 혹은 농가에서 실컷 땀흘리며 일하다가 맞이하는 점심식사.
거기서 먹는 밥이 가장 맛있지 않을까? 어렸을 적 어쩌다 몇 번 경험해 본 일이였지만 그 밥맛이 그렇게
꿀맛일 수 없었습니다. 그런 꿀맛을 갯바위에서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가을 감성돔 낚시를 위해 전남 영광군에 있는 비교적 먼섬, 안마군도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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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도 모르는 낚시꾼 밥상의 맛이란
가을 감성돔 낚시 안마군도편(1)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요즘 갯바위는 가을 감성돔을 잡으려는 꾼들로 분주합니다.
수도권에서 밤새 달려 도착한 곳은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안마군도.
이곳은 최근까지만 해도 포인트 개발이 덜 돼 그야말로 때묻지 않은 갯바위 환경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곳에서의 가을 감성돔 낚시는
어떻게 전개 되는지, 2부작으로 나눠서 자세히 파해쳐 봅니다.
오늘은 잠시 밥먹고 쉬어가자구요. ^^
전남 영광군 안마군도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감성돔 낚시가 피크 물때를 맞고 있습니다.
먼저 채비를 투척해 낚시를 시작 중인 아내. 채비를 넣자마자 벌써 입질을 받았는데요. 올려보니.
노래미 한마리가 앙탈을 부리며 올라옵니다.
바닥층을 공략하기 위한 감성돔 반유동 채비. 저나 아내나 꽤 오랜만에 해봅니다.
오랜간만에 감성돔과의 조우가 있어주길 기대하며 설레임을 안고 열심히 낚시해 봅니다.
그러다가 저에게서 아주 미세한 입질이 전해지며 찌가 가라앉다가 멈춰섭니다.
어떤 녀석이 미끼를 건드리는 걸까? 입에 물고만 있는 걸까?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마치 보이는 것처럼 맘대로 상상하며 대를 슬쩍 끌어봅니다. 그랬더니 들어가는 찌.
올커니~!
제법 앙탈 부리는 손맛이 감성돔과 비슷하지만 좀 애매합니다.
만약 감성돔이라면 25cm급 밖에 안될거 같은 힘이 전해지는데 막상 올려보니 왠 우럭?
들어뽕 하기엔 다소 큰 씨알이라 안전하게 뜰채를 댑니다.
갯바위 가장자리에서 올라온 녀석치곤 쓸만한 씨알입니다.
"반갑네 친구! 감생이란 친구는 어디갔니 ^^;"
그리곤 입질이 뚝 끊겼다가 오랜만에 물고 올라온 녀석. 넙적하고 허여멀그레한 녀석이 인사를 합니다.
"광순아 오랜만이다 ^^"
광어의 표정을 보아하니 왠지 감성돔들이 이사를 간것처럼 느껴집니다.
시간은 이미 오전 9시를 넘겨섰고 물은 제법 빠지기 시작합니다. 오늘 이러다 꽝 치는거 아닐까?
왠지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왼쪽부터 광어, 노래미, 우럭
비록 감성돔은 못만났지만 국민횟감 3종 셋트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런걸 보고 골라먹는 재미가 솔솔~ 하다고 해야 할까요. ^^;
낚시는 안되고 밥은 먹어야겠고.. 뭘로 회칠까 고민하다 우럭을 선택!
노래미는 사진만 찍고 방생..
"우럭아 미안하다. 다음 생애엔 낚시꾼으로 태어나길"
아가미를 찌르고
살림통 속에 넣어두며 피를 뺍니다.
그러면서도 낚시는 동시에 진행중이예요. 이럴때 행여나 감성돔의 입질이 들어올지도 모르니 촬영하면서 곁눈질로 찌를 보는
멀티테스킹을 구사합니다. 이젠 뭐 익숙해져서 일도 아닙니다. ^^;
가을 감성돔 낚시하러 떠난 전남 영광군 안마군도
물은 계속해서 빠지고 있었고 거의 간조에 다다릅니다. 이 틈을 타 얼른 회를 치고 식사를 해야 합니다.
낚시도 야구처럼 9회말 2아웃에 대역전극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철수배가 오기 직전까진 채비를 드리워 놓아야 합니다.
이렇게 밥 먹는 도중에도 곁눈질로 찌를 보면서 말입니다. 그것이 제 낚시의 지론이라면 지론이랄까 ^^*
혹시 아남요~ 철수배가 멀리 오고 있는데 여기서 6짜 감섬돔의 대박이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깔끔하게 피를 뺀 우럭 한마리를 가지고 회를 뜹니다.
횟집의 우럭에선 절대 저런 빛깔이 나올 수 없는 저 하얗고 투명한 살점 좀 보세요.
아이스박스를 식탁 삼아 갯바위 상차림이 완성됐습니다.
도시락은 2인분 중에 1인분만 꺼냈는데도 올려놓을 공간이 없습니다.
20대 초반, 용돈 벌이 하겠다고 공사판에서 노가다를 몇 일 뛴적 있었는데요. 한여름에 비지땀을 흘리다가 먹은 별 볼일 없는 도시락이
어찌나 꿀맛이였던지. 이 날도 늦 가을이라고 하나 꽤 후덥지근한 날씨였습니다.
기온을 떠나 갯바위 자체가 이래저래 후끈 달아오르기에 땀방울이 송글송들 맺혀 있었는데 모자를 벗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먹는
식사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근사합니다. ^^
나에겐 황재같았던 갯바위 한상차림
양식 우럭에서 나타나는 검은 실핏줄은 찾아 볼 수 없는 자연산 특유의 우유빛 회 때깔
서울 깍쟁이 여대생이였던 제 아내가 어쩌다 절 만나 이 고생을 하는지..
낚시를 하다보니 손도 탓고 거칠해졌어요. 이대론 안되겠습니다. 뭐라도 바르는걸 챙겨줘야겠어요.
집에서 싸온 생양파 한조각에 우럭회 두어점 올려서 먹는 그 맛이란~
양파도 단내가 나는데 회도 씹으면 씹을 수록 달고.
어설픈 돔 보단 우럭회가 짱이라는 아내!
저와 함께 숱한 날을 낚시하면서 다양한 회의 맛을 보았지만 그래도 아내의 입맛을 사로 잡은 것은 다름아닌 우럭회입니다.
괜히 국민횟감이 아니라는 ^^
그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방금 잡은 자연산을 그대로 회쳐서 먹었던 갯바위에서의 점심. 우리는 늘 먹던 밥이라 특별함을 모르고 살았던 것입니다.
저것이 육지로 가면 싯가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내륙에 사는 분들에겐 꿈의 밥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낚시를 하면서 얻었던 혜택들 그리고 바다가 주는 풍요로움을 당연시 여기면 이렇게 근사한 밥상도 그저 배만 불리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돌아오면서 몇몇 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는데요. 꾼들의 만담 참 재미납니다. ^^
그들의 만담을 듣고 있노라면 한가지 눈에 보이는게 있습니다. 만담속에서 지고 싶지 않은 기싸움이 은연중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달 여기서 이만한 감성돔 잡았어요."
"그래요? 전 그거보단 한 10cm는 큰거 잡았는데. 그만한 씨알은 여기 널리고 널렸어요"
"전 광어같은건 걍 방생해요. 얼마전에 이따만한 도다리가 잡혔는데 그정돈 되야 집으로 가져오지"
"그래요? 여기 도다리는 그냥 그렇던디.. 차라리 지금은 광어가 더 맛있어요. 우럭같은건 흔해서 방생"
내가 더 많이 잡았다. 내가 더 큰 씨알을 잡았다. 내가 이곳 낚시는 더 잘 안다. 등등등...
자연 앞에 한낱 미물에 불과한 사람들의 낚시 영웅담. 얼마나 의미 있을까요?
그들은 알까.. 그들에겐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이 우럭 한마리가 얼마나 맛있는 회인지.. 아마 대통령도 이 맛은 모를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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