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물고기를 놓쳐버린 기막힌 사연(왕등도 낚시대회 후기)


    흔히 "낚시란 운칠기삼이다" 란 말이 있습니다. 
    실력도 중요하나 그것은 같은 자리에서 낚시했을 때의 얘기.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포인트가 안좋으면 무용지물이며 초짜라도 포인트가 좋으면 낚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낚시란 "포인트"와 "운"에 의해 상당부분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걸 절실히 느꼈던 것은 얼마전에 있었던 왕등도 낚시대회
    가게를 이전한 어느 낚시점에서 그간 이용해 준 꾼들에게 보답 차원으로 대회를 마련했는데 손해를 감수하며 
    상금을 마련, 작은 이벤트를 연 것입니다. 물론 저 "입질의 추억"도 참가했구요. ^^ 

    이른 새벽 격포의 한 낚시점에서 밑밥 준비에 한창인 조사님들
    수도권에서 26명의 조사님을 태운 출조점 버스는 밤새 달려 격포에 도착합니다. 
    든든하게 아침밥을 먹은 후 서둘러 밑밥을 섞느라 분주합니다.


    오늘 대회의 운명을 가르게 될 제비뽑기

    대회의 운명을 가르게 될 제비뽑기!
    어쩌면 이것이 1등의 행운을 가져다 줄지도 모릅니다.
    이 날 대회는 현지꾼 30여명과 수도권에서 출조버스를 타고 온 26명을 합해 총 64명이 참가하였습니다.
    오늘 대회에서 각 포인트로 꾼들을 실어다 나를 낚시어선은 총 4대.
    64명의 참가인원은 제비뽑기를 통해 어느 배에 타게 될지와 함께 내릴 파트너를 결정합니다.

    여기서 눈에 안보이는 꾼들의 눈치작전이 펼쳐지는데
    이 제비뽑기의 결과에 따라 낚시대회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게..
    A, B, C, D 총 4대의 선박 중 가장 유리하다 생각되는 것은 왕등도 포인트 사정을 잘 알고 있는 A와 B 어선을 타는 것입니다.
    꼭 그런건 아닐지도 모르나 그래도 A와 B 어선이 왕등도 전문 출조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렬려면 1번부터 64번의 제비 중 앞자리 걸려야 합니다. 최소한 1~32번이 걸리면 되는 것입니다.
    나머지 33~64번을 뽑으면 C와 D 어선을 타게 됩니다.
    그러니 대다수의 꾼들의 바램은 앞자리가 걸려 A나 B 어선을 타길 바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61번을 뽑았습니다. D배로 탑승이 결정됩니다. (망했구나..ㅠㅠ)


    자기가 탑승하게 될 어선에 승선명부를 적는 중이다.
    그렇담 저와 함께 내리는 파트너는 누구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꾼들은 저마다의 생각과 바램들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런 대회에선 생판 모르는 분이나 혹은 낚시 초짜와 함께 내려 낚시하는 것 보단 
    가급적이면 얼굴이라도 아는 분, 혹은 낚시경험이 많은 베테랑 꾼과 함께 내리길 바랄 것입니다.
    아무래도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이 없다면 서로 각자 플레이를 하거나 밑밥을 엉뚱한 곳에 쳐서 낚시 분위기를 와해시킬 수 있으므로 
    될 수 있다면 서로 협력할 수 있거나 혹은 상대가 베테랑이여서 리드해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내리는 것이 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수 있습니다.
    입질의 추억과 함께 내리신 분은 작년 이맘 때 이곳에서 58cm감성돔을 낚으셨던 나름 실력있는 분이셨습니다.
    오늘 대회, 낚시배 운은 없지만 파트너 복은 따라준거 같아요.


    새벽 5시 출항직전, 전북 격포항
    출항시간이 다가오자 꾼들은 각자 타고갈 배로 찢어집니다. 한 배에 16명씩 총 4척이 왕등도를 향해 동시 출항합니다.
    40여분을 달려 왕등도에 도착.
    그런데 이 날 해상날씨가 7~9m/s, 파고 1~1.5m로 예보된 만큼 너울이 상당히 심합니다. 어떤 곳은 갯바위 접안 자체가 위협스러웠는데
    내릴 곳이 마땅치 않자 제가 탄 배는 섬을 쭉 둘러보면서 사람이 내려서 낚시할 자리다 싶으면 무조건 내려주는 방식이였습니다.
    포인트 이런건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제가 탄 배는 예상했던대로 왕등도 포인트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거 같았습니다.)
    겨우 내리긴 했지만 출렁거리는 너울파도에 오늘 낚시 제대로 될까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오늘 저와 함께 내린 파트너께서 서둘러 채비를 하고선 낚시를 시작한다.

    드디어 시작된 낚시대회!
    대회룰은 간단합니다. 
    대상어종은 25cm이상의 감성돔이며 계측해서 가장 큰 씨알(cm)로 등수를 가려 1, 2, 3등에게 상금이 돌아갑니다.
    1등 100만원, 2등 50만원, 3등 20만원, 그리고 참가자 전원에겐 고급 낚시모자 증정. 


    낚시대회란게 비슷한 실력이라면 포인트 잘 걸리는 사람이 먹는거라고 하는데..
    우리가 내린 자리는 그야말로 안습. 제가 출조전에 왕등도 포인트 지도를 살펴보면서 염려했던 지역이 있었습니다.
    가장 무난한건 상왕등도, 만약 하왕등도라도 저렇게 움푹 들어간 자리만 아니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걸려버렸습니다. -ㅛ-;; 
    그나마 북서풍을 등질고 너울의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나중에 알고보니 제가 내렸던 자리는 그야말로 생자리.


    포인트에 내려보니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순간.
    감성돔 낚시에서 중요한 '특정지대'라곤 코빼기도 찾아 볼 수 없었고 그저 밋밋한 갯바위만이 이어져 있습니다.
    그나마 제가 선 우측에 골이 패인 지형이 있어서 그곳을 중심으로 낚시를 시작.
    이때부턴 사진 촬영 없이 낚시대회에 몰두했기에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이곳의 수심은 낚시대회라 당연히 수심을 모르고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캐스팅을 해보니 만조 때 10m, 간조때 6m 정도로 파악.


    낚시시작 후 6시간 경과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노래미만 줄창 방생하다 건진건 40cm급 광어 한마리와 우럭 뿐.
    감성돔의 입질을 받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저와 함께 한 파트너도 감성돔을 입질을 받아내지 못한 채 낚시대회는 종료되었습니다.


    철수 후엔 낚시점에서 다과회를 마련하였구요.
    사진은 맨땅의 헤딩님. 역시 원장님답게 헤어스탈이 멋지다는 ^^ (초상권 허락 안받았는데 이 정도는 괜찮지요? ㅎㅎㅎ)


    감성돔 44cm로 대회에서 1등, 상금 100만원을 들고 기념촬영

    100만원의 주인공이 바뀌게 된 기막힌 사연

    결국 대회는 1등이 44cm, 2등이 42cm, 그리고 3등이 30cm의 감성돔을 올리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그 외엔 감성돔 구경도 못한 꾼들이 수두룩(저도 포함 ㅋㅋ), 대부분 상왕등도에서 감성돔이 나왔다고 합니다.
    역시 A와 B 어선에서 나왔으며 제가 탄 D배는 보기좋게 전원 몰황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런데 원래 1등 고기를 잡은 주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다들 꽝을 치고 있을 때 2등 하신 사장님의 기막힌 사연입니다.

    새벽에 왕등도로 달려가는 도중 배안에서 깜빡 졸다가 일어나 보니 꾼들은 전부 내리고 혼자 남았습니다.
    황당한 나머지 대충 아무대나 내려달라고 했는데 내린 그 자리에서 대물급 감성돔 입질만 네번 받았다고 합니다. 
    첫 캐스팅만에 그대로 빨고 들어가길래 챔질해보니 힘쓰는게 장난이 아니였고 수면에 띄워보니 언틋 5짜는 되어 보이는 감성돔입니다.
    뜰채질을 해야하는데 옆을 보니 뜰채가 너울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뜰채 없이 건지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너울은 겁나게 치고 있고 하반신은 다 젖어 들어가는 상황이고..
    이걸 어찌어찌 갯바위로 끌어내는데 성공!
    쟤보니 48cm급 감성돔이였습니다. 지금 이 날씨에 이 정도 씨알이면 수상권에 충분히 드는 상황.
    다시 채비를 던지는데 던지자마자 거짓말 같이 찌를 쏙 빨고 들어갑니다. 수면에 띄워보니 씨알 좋은 감성돔!
    뜰채가 없어 들어뽕을 하는데 씨알이 커서 만만치 않다가 올라오는 너울의 힘을 빌려 갯바위로 끌어내는데 성공!



    2등하신 사장님의 기가막힌 사연(근데 2등과 3등 프린팅이 잘못되는 바람에 단위가 후덜덜하다.ㅋㅋ)
    이후에도 던지면 계속 물고 늘어지는 감성돔의 입질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랍니다.
    세번째 입질을 받았는데 이번엔 대까지 끌고 들어가는 무시무시한 힘. 
    가까스로 수면에 띄우니 왠 시커먼게 언틋봐도 오짜가 넘어보이는 대물 감성돔입니다. 
    그런데 이거는 씨알이 엄청나 들어뽕도 안되고 파도힘을 이용해 끌어내는 것도 만만찮고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배에다 전화를 넣었다네요. "뜰채 좀 갖다달라고"

    가이드께서 뜰채 가지고 올 동안 걸었던 대물 감성돔은 너울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쓸려 결국 터트려 먹고, 또 다시 던지는데 미친듯이 계속 입질!
    이번에도 대물 감성돔.. 수면까지는 띄웠는데 뜰채 기다리다 결국 못 버티고 터트립니다.
    잠시후 기다리던 뜰채도착! 그런데 입질은 이미 끊어진 상태..
    총 4마리 중 2마린 터트려먹고 잡아 놓은건 48cm와 42cm만이 남은 상태.

    그래도 가이드께선 지금 이 날씨에 48cm면 거의 1등 확정이라며 축하해줬고 기념 촬영이라도 해두려고 폰카를 꺼내듭니다.
    자자~~  감성돔을 손으로 들어서 포즈 취하시고~~ 찰~칵 하려는 순간
    "펄~~~~~~~~떡!"

    손에서 벗어난 감성돔은 그대로 바다로 굴러 떨어집니다. 너울과 함께 사라진 감성돔...
    결국 남은건 낚은 것 중 가장 작은 42cm감성돔 하나. 그래서 안타깝게 1등을 놓치고 2등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대물 감성돔 두마리 터트린것도 모자라 잡아 놓은 녀석까지 털려버렸던 뼈아픈 사연.
    하지만 짖굿은 날씨에 한 자리에서 연달아 대물급 감성돔을 4마리나 걸었던 것은 정말 기분좋은 일이 아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낚시대회에서의 운칠기삼이란..
    감성돔 낚시 기법을 총 동원해가며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낚시해도 안되는 사람들은 안되는 반면 되는 분들은 뭘 해도 되는가 봅니다.
    날씨가 안좋아 대부분의 포인트에선 감성돔 구경을 할 수 없었는데 유독 한 자리에서만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 왔다는 점.
    아마도 그것은 강한 너울에 감성돔들이 피신을 위해 어느 한 곳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인거 같아요.
    그리고 그 자리가 바로 배에서 깜빡 졸다 젤 늦게 내려버린 자리였단 사실!
    낚시도 고스톱과 같은 끝빨이 작용하나 봅니다. 물론 잡은 사람의 실력 탓도 있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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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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