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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의 추억입니다. 제가 바다낚시를 즐겨 온 세월은 지금의 아내를 알아왔던 세월과 거의 같습니다. 아내를 처음 만났던 2003년 봄, 하필 낚시도 그때 처음 알게 됐는데요. 당시 그녀는 서울에 살고 있는 아릿따운 미대생이였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낚시에 빠지기 시작한 남자를 만나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결혼한지 3년차, 아직은 얼라가 없는 신혼인데요. 제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부부가 함께 서울에서 전국의 갯바위를 돌아다니면서 낚시를 즐기는 모습에 부럽기도 하고 또 취미를 공유하니 보기에 좋다고 하세요. 심지어 해외로 나가 원정낚시를 하는 모습에서 부럽긴 하지만 직장인으로선 꿈도 못 꿀 삶이라며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어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심지어 부모 잘 만나 물려받은 재산이 많으니 그렇게 여행 다니고 사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습니다. ^^; 이런 얘기들이 나올 수 있었던건 블로그에서 평소 사적인 얘기를 꺼리는 제 성격도 한몫 했을지 모릅니다만, 블로그에서 화기애애하게 낚시를 즐기는 모습만 보여주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시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몇몇 분들이 생각했던 것 처럼 블로그에서 보여진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 새벽에 일어나 거실로 출퇴근 하는 부부 |
몇 몇 분들은 제가 돈 많고 시간 많아서 부부가 함께 낚시를 다니는 줄 아시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 우선 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거의 없습니다. 부르주아 계층은 더더욱 아닌 평범한 서울 시민입니다.
어릴 적부터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월세로 전전긍긍하며 서울바닥에서 이사만 30회 하였습니다. 그러다 군 입소를 하였는데 자대 배치를 받자마자 아버지를 여의고 지금은 동생과 장애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제 가족사에 대해선 여기까지 입니다. 일절 노코멘트이며 앞으로도 블로그를 통해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살다 보니 운이 좋아 올해 장기전세 아파트로 당첨되어 이사올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자금이 딸리다 보니 한가득 빚을 안고서 말이죠. ^^;
5년 연애 끝에 결혼한 우리부부는 아침과 밤이 아니면 얼굴 보기 힘든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저는 작년에 블로그를 개설해서 운영해 왔구요. 갠적인 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아내 역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현재는 같은 프리랜서로 자택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낚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그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처음 블로그를 개설해 취미생활을 해왔던 것이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되버린 것입니다. 블로그에 쏟는 시간 + 업무로 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저에게 주어진 수면시간은 4~5시간 정도.
새벽 6시반에 일어나면 전날 밤에 써뒀던 글을 발행하고 블로그 상황을 체킹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오전엔 이웃 블로거와 구독자들과 소통하는데 시간을 쏟고 오후엔 업무를 봅니다. 그리고 나서 저녁엔 내일 발행할 글을 작성하다보면 어느새 새벽 2시. 눈 좀 붙이면 아침. 그러다 낚시 스케쥴이라도 있으면 일이 밀리지 않도록 미리미리 해놓는 등 하루 일과는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가기만 합니다. 아내가 그럽니다.
"그 열정으로 공부를 했다면.."
◐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낚시 블로거 |
사람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늘 그렇게 함께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울릉도 찍고 제주도 찍고 캐나다까지 찍으면서 너무 부러운 삶을 사는건 아니냐고 사실 포스팅 해논걸 보면 제가 봐도 그렇게 보이기는 합니다. ^^;
하지만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듯 여기엔 엄청난 출혈을 감행하면서 해야하는 아픔도 있습니다. 저는 낚시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협찬없이 사비를 들여서 하고 있습니다.(솔직히 협찬도 없구요, 이 바닥에서 그런거 기대하긴 힘듭니다.ㅋㅋ) 말그대로 순수 취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
※ 8월말 울릉도 2박 3일 출조 비용(2인 기준) 속초 - 울릉도 선박비용 198,000 / 모텔 2박 120,000 / 주유(서울-속초) 35,000 / 톨비(동서울-속초) 20,000 / 울릉도 택시 2번 9,000 / 멀미약4병 4,000 / 휴게소 식비와 커피 16,100 / 독도반점(홍합짬뽕, 홍합덥밥) 22,000 / 해운식당(홍합밥 2인) 26,000 / 99식당(오삼불고기 2인, 소주) 33,000 / 바다회센타(물회 2인) 24,000 / 선창회식당(오징어내장탕 2인 16,000 / 예림원 입장료 8,000 / 호박엿 3,000 / 반건조 오징어 3마리 5,000 / 더덕쥬스 3,000 / 편의점 잡비 21,630 / 부지깽이 3봉 10,000 / 삼나물 1봉 10,000 / 명이나물 1통 12,000 / 건조 오징어 5마리 15,000 / 인출 수수료 1,300 / 낚시선비(와달리)60,000 / 낚시선비(섬목)92,000 / 밑밥과 미끼(2회 출조분) 58,000 ========================== 총계 : 830,530 |
이것은 다음뷰로 발행은 안했지만 제 블로그에다 공개한 2박3일 울릉도 비용 내역입니다. 얼마전 제주도 2박3일도 공짜 항공권이 생겼음에도 출조비용으로 60만원이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블로그로 글 쓰면 어떤 이득이 나올까? 한번 계산해봤습니다. 2박 3일 제주도 낚시를 예로 들자면..(아래를 클릭하시면 해당 내용으로 이동합니다.)
1. 항공료가 배삯보다 싸다는 걸 증명한 제주도 낚시 → 조회수 : 5,563, 추천수 : 866
2. 이것이 바다낚시의 묘미! 아내맘 사로잡은 제주도 낚시 → 조회수 : 2,352, 추천수 : 644
3. 제주도 현지인이 알려준 기가막힌는 생선손질법 → 조회수 : 5,790, 추천수 : 1995
4. 인당 7천원으로 아무나 먹기 힘든 자연산 만찬을 즐기다 → 조회수 : 1,370, 추천수 : 643
5. 낚시꾼 남편에게 칭찬받은 아내의 수확물 → 조회수 : 2,632, 추천수 : 596
6. 부부가 합심해서 잡은 명품 횟감들 → 조회수 : 2,657, 추천수 : 825
7. 7천원에 제주산 삼겹살이, 제주도 현지인이 알려준 골목길 맛집 → 조회수 : 6,100, 추천수 : 328
8. 화보집을 방불케 했던 제주도 낚시, 생생한 현장속으로 → 조회수 : 1,670, 추천수 : 499
2박 3일 동안 제주도에서 열심히 찍고, 열심히 낚으면서 총 8개의 글을 썼습니다. 조회수는 다음뷰로 들어온 것만 계산했고 타 포털에서 들어온건 집계가 안되 제외했지만 이 정도 조회수와 추천수 결코 낮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안 알아줄 것만 같았던 낚시글(어째 어감이 좀;;) 치곤 저에겐 복에 겨운 수치인 것입니다.
하지만 60만원이라는 비용을 들여 8개의 글을 생산했는데 과연 블로그로 그만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까. ㅠㅠ 요즘들어 새로 시작하는 낚시 블로거들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제가 롤 모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는데 블로그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 가능한 사정없이 날려주시기 바래요. 생각했던것 만큼 희희낙락하지 않습니다. ^^;
총 60만원을 들여 8개의 포스팅을 발행했더니..1 포스팅 당 들어가는 제작비용이 평균 75,000원 가량 들어갑니다. 1 포스팅을 위해 밤 잠 설치며 새벽부터 낚시를 하고, 끝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면 사진 편집에 2시간, 글 쓰는데 2시간, 자료 조사까지 하면 글 하나 쓰는데 적잖은 시간이 소비됩니다. 전 가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그나마 지금의 제 열정을 지탱해주고 있는 것은 우리부부의 모습을 통해 "낚시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올바른 생선회 지식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에서 였습니다.
그렇다면 1 포스팅 당 거둬들이는 수익은 어떨까? 결과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습니다. ^^; 사실 낚시를 가지고 돈을 번다? 이거 자체가 현실적으로 말이 안됩니다. 낚시도 골프와 마찬가지로 중독성이 매우 심한 레포츠인데 있는 재산 안깍아먹음 다행이게요. 그야말로 낚시에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 낚시 블로거가 아닐까. 여기에 가장 고생이 많았던 사람은 제 아내입니다.
새벽에 밑밥 개는 아내
발 한번 잘못 디디면 골로 갈 수 있는 협소한 갯바위에서 낚시를 준비하는 아내
지금까지 낚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나름 열심히 해왔다 생각했는데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있었어요. 낚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피곤해서 자기 바빴는데 담 날 아침에 보니 아내의 손이 너무 거칠어져 있었습니다. 살도 많이 탓구요. 아직 30대 초반인데 피부는 벌써 텃밭에서 일하다 온거 같은 ㅠㅠ
아릿따웠던 여대생이 어쩌다 남편 잘못 만나 이리된건가 싶기도 하고.. 하다못해 자외선 차단 크림이라도 챙겨줬어야 했는데 그동안 너무 챙겨주지 못했던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가사일을 적극 도왔던것도 아니고..낚시도 좋고 일도 좋지만 이건 아닌데 저 사진들을 보니 넘 안스럽고 미안해집니다.
결혼하고 절 따라 갯바위를 다닌지 3년..옆에서 군소리 안하고 낚시에 열중하는 아내. 사진상으로 비춰지는 아내의 모습에 사람들은 아내가 정말 낚시를 좋아하나 보다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솔직히 말해 낚시 좋아하는 여자 어딨겠어요?"
그냥 서방이 좋으니 따라다니는거지 ^^;
"정말 낚시가 재밌어서 하는거야?" 라고 물으면 아내는 그럽니다.
"솔직히 재미는 없다. 그나마 잘 물어주면야 재밌기는 한데 그런 날은 손에 꼽잖아. 당신이 좋아하니깐 걍 하는거지"
저 때문에 낚시를 알고 저 때문에 생선회도 눈을 뜬 아내. 그런 아내에게 제가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올 1월에 2박3일 가거도 가자. 가서 정말 함박눈이 평펑 쏟아지는 날 대물 감성돔 잡아서 멋지게 사진 좀 찍어볼까?"
"미쳤어?"
"역시 그건 좀 무린가.."
"그 먼데까지 가서 2박3일이라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이왕 가려면 1주일 장박 낚시는 해야 않겠어?"
할튼 제 아내가 이렇습니다. ^^; 낚시를 정말로 좋아하진 않지만 제가 하는 일을 믿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아내. 그런 아내가 있었기에 오늘도 글을 씁니다.
◐ 낚시에 빠진 남편, 그것을 뒷바라지 하는 아내 |
2011년 9월 대전일보에서 '입질의 추억 기사' 발췌
기자님께서 낚시 달인이라 칭해주시는 바람에 굉장히 부끄러운데요. ^^; 저는 현재 내년 봄에 출간하게 될 '바다낚시 입문'과 관련한 책을 집필 중입니다. 그리고 월간낚시에 "초보탈출 프로젝트"를 연재 중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도움 되었음 좋겠구요.
올해는 정말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물론 해외 일정의 경우 관광청의 지원을 빌려서 가기도 했지만 울릉도 찍고 제주도 찍으면서 낚시 다니느라 제 개인적으로 출혈이 너무나 큰 한해였습니다. 저는 미안한 마음에 넌지시 말합니다.
"이번에 출조비가 너무 많이 나왔는데 좀 부담이지?"
"빚이 1억이나 1억천이나 그게 그거지"
(진짜로 빚이 1억이란 얘긴 아닙니다만 ㅎㅎ) 그녀의 농담엔 "애써 위로해 주려는" 듯한 맘이 느껴졌습니다. 10월, 11월은 연 중 낚시하기 최고로 좋은 시즌입니다. 제 입장에선 지금이야 말로 부지런히 낚시를 다녀서(?) 보다 재밌고 알찬 낚시 이야기로 보답해야 할텐데 이 좋은 시기에 계속되는 기상악화로 낚시를 못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낚시 블로거 하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제 이야기는 낚시를 직접 해야만 나오는 것이므로..지금은 돈 안되는 블로그질에 낚시한다고 경제적인 출혈이 큽니다만 그래도 제 인생에서 뜻 있은 일 하나 쯤은 세우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얼라가 없으니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저희 부부의 모습을 통해 낚시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낚시의 묘미를 널리 전파하고 싶습니다. 힘 닿는데 까지는요! 실제로 낚시에 관심조차 없으셨던 분들이 제 블로그를 보고 바다낚시를 시작하셨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낚시를 배웠다면서요. 마지막으로 힘든 일인데도 물심양면 도와준 제 아내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여보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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