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질의 추억 에세이] 여대생이였던 그녀가 낚시하는 여자가 되기까지


    입질의 추억입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바다 날씨도 좋지 않아 한달 이상 출조를 미루고 있는데요.
    이럴때 마다 낚시 블로거 운영한다는게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하루는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아내와 함께 했던 입질의 추억을 보며 회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낚시를 열심히 했던 한해였던거 같습니다. 덕분에 기억에 남을만한 에피소드도 많았구요.
    반면에 잃은 것도 있었습니다.

    아직은 30대 초반인 그녀지만 남편따라 낚시를 다니다 보니 젊은 여성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체력적 소모와 
    자외선 노출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얼마전 무심코 아내를 보니 손도 거칠어져 있었고 피부도 아릿따웠던
    여대생의 느낌과는 달리 이젠 중후해 졌다고나 할까요. ^^;
    부부가 함께 낚시하는 모습이 남들이 보기엔 색다르기도 하고 또 재밌다고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 무슨 고생인가" 싶은 생각이 들것 같습니다.
    혹시나 싶어 이 글을 쓰면서 옆에 일하고 있는 아내에게 넌지시 물어봤어요.

    "나를 만나고 지금까지 낚시하러 다닌게 고생스럽다고 생각해?"
    "아니" (오~다행입니다. ㅎㅎ)
    "그럼 꼭두새벽부터 갯바위에서 낚시 하는게 힘들다고 생각해?"
    "힘들지. 피곤하기도 하고"
    "그럼 낚시를 안가면 되잖아"
    "자기 혼자 낚시를 보내게 할 순 없잖아. 아무래도 혼자 가버릇 하게 놔두면 나중에 그것이 쌓여서 트러블이 생길지도 모르니깐"
    "나랑 함께 낚시를 간다는건 너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왕 할거 같이하면 좋잖아. 낚시가 힘들고 피곤하지만 잡혀만 준다면 재미는 있더라. 잘 잡히는 날엔 무쟈게 재밌고  안잡히는 날엔
     힘들기만 해. 그것이 낚시가 아닐까"

    낚시가 고생스럽고 힘은 들지만 그래도 잡혀준다면 재밌다는 그녀의 말에 아직은 다행스러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런 그녀도 첨부터 호락호락 낚시를 즐기진 않았어요. 낚시를 아주 싫어하진 않지만 한달에 두어번 출조를 나가는 제가 염려스러운지
    운전조심, 차 조심, 그리고 위험한 방파제나 갯바위에선 늘 조심하라고 일러줍니다. 그러다가 한번은 그녀를 데리고 낚시를 갔습니다.
    "입질의 추억"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공개하지 않았던 사진들을 몇 장 풀어봐요.
    바다낚시 에세이, 열 다섯번째 이야기

    "여대생이였던 그녀가 낚시하는 여자가 되기까지"



    충남 태안군 신진도 마도 갯바위에서

    충남 태안군 신진도 방파제에서

    충남 태안군 마도 방파제에서

    충남 서천 홍원항 방파제에서

    충남 태안군 안면도 천수만 좌대낚시터에서

    경기도 대부도의 유료 낚시터에서

    마도 방파제에서 낚은 고등어들
    지금까지 7년에서 9년 정도 된 사진들입니다. 연애시절 저 따라 낚시를 다녔지만 이때만 해도 그녀는 낚시를 하지 않았어요.
    평상복으로 방파제와 좌대 낚시터를 찾은 우리는 작은 우럭 한마리에 기뻐했고 이렇게 연달아 물고 올라오는 고등어에 행복했습니다.
    처음 낚시는 그렇게 시작했던거 같아요. 아마 우리 커플 뿐 아니라 대다수의 분들이 낚시를 이렇게 시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지금 생각해도 참 풋풋했었죠. 젊어서 그런것도 있지만 낚시를 좋아하고 대하는 마음가짐도 풋풋했구요.
    하지만 늘 기다려야만 하는 낚시가 왜 재밌는지 이해못하는 그녀. 몇 시간째 이러고 서 있으니 슬슬 지치기 시작합니다.
    "잡히지도 않네. 그만 가자" 라는 말에 아쉬움이 가득했던 저는 습관적으로 "10분만 더" 를 외쳤다 그렇게 싸우기도 했습니다.
    "누구는 낚시하고 누구는 기다리고.."

    심지어 제가 낚시하는 동안 그녀는 차에서 음악이나 듣고 잠이나 잔다고 하니 이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내가 낚시를 그만두던가 아니면 그녀가 낚시를 하던가"
    그러다 하루는 그녀의 손에 낚시대를 쥐어주면서 고등어, 학공치를 잡게 했습니다. 이때부터 입질의 추억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거제도 장승포항에서

    그녀가 낚은 생애 첫 감성돔, 경남 거제도에서

    경남 통영 좌사리도에서

    제주시 추자도에서 포인트 이동중

    추자도에서 2박3일간 낚시하며 잡은 고기들
    추자도에서 거둔 성과는 우리부부가 앞으로 낚시를 좋아하게 된 동기가 되어주었습니다.
    비록 원하는 돔을 잡진 못했지만 슈퍼 전갱이를 비롯 실한 사이즈의 볼락까지 그야말로 원없이 손맛을 봤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아내몫까지 구명조끼를 장만해 거제도와 좌사리도등을 다니면서 갯바위 낚시를 즐기기 시작했고 거기서 아내는 감성돔과 벵에돔을
    잡아내면서 "생애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됩니다. 서울에 살면서 감성돔, 벵에돔을 잡는다는건 그저 그림의 떡이였는데 그걸 눈앞에서 곧잘
    낚아내는 아내를 보니 왠지 자랑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론 "나도 아직까지 잡아보지 못한건데" 라는 생각에 은근슬쩍 부럽기도 했습니다. ^^

    사실 바다낚시 불모지인 서울에 살다 보니 기껏 낚시를 한다해도 충청남도. 그 이상 벗어나기란 직장인으로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서울에서 바다낚시를 위해 늘 찾았던 경기도와 충청남도의 방파제는 선택의 여지 없이 찾게되는 곳이지만 그때마다 우릴 기다리는 건 꽝! 꽝! 꽝!
    거기서 백날 해봐야 손바닥 만한 우럭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뭔가 특단의 조취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낚시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구요.
    서울에 사는게 죄라면 죄일까..어쩌다 바다낚시를 시작해서 이고생을...이쯤에서 그만둘까? 아니면 이왕 시작한거 제대로 해볼까? 
    맘속에 갈등이 일어날 때 아내는 저에게 다가와 의외의 제안을 합니다.

    "가깝다고 맨날 경기도나 충청남도로 가서 꽝치고 오느니 차라리 그 경비를 모아 추자도같은 데서 좀 더 확실하게 낚시하자.
    그게 새끼 우럭 잡는 것 보단 낫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시작된 갯바위 낚시.
    하지만  우리부부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시련만이 있을 뿐.
    낚시 내공이 부족하다 보니 먼 섬에만 가면 무조건 잡을것이란 기대감이 무참히도 깨져서 오곤 했습니다.


    비오는 날 왕등도에서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아내의 낚시 패션..그리고 츄리닝 차림, 전남 완도군 청산도

    빗방울이 내리자 비닐 봉지를 뒤집어 써가며 낚시했던 아내, 추자도에서

    강한 비바람에 견디지 못한 아내..결국 낚시대 팽게쳐 놓고 자포자기, 추자도에서

    쌍권총 든 아내가 숭어를 낚자 뜰채지원에 나선 시동생, 전북 격포에서
    그리 비싼건 아니지만 저렴한 낚시대와 구명조끼 하나로 꽤 오랫동안 낚시를 즐겼습니다.
    이걸로 감성돔과 숭어도 낚아왔구요. 그런 그녀에게 이제는 낚시복을 하나 맞춰야 할거 같았습니다.
    몰아치는 파도와 습기로 인해 청바지는 늘 축축한 상태. 그걸 입고 낚시하는 모습이 안스럽기도 했고 또 안전상의 문제 때문이라도
    낚시복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그 누구도 당해낼 자 없는 쌍권총 낚시 포즈 ^^, 충남 홍원항에서
    이때까진 갯바위, 방파제 가리지 않고 출조했습니다.
    비록 낚시복장을 전부 갖춰서 입고 다닌건 아니지만 경제적인 사정이 나아지는대로 하나씩 하나씩 갖춰나가기로 했구요.
    맞벌이 부부다보니 서로 시간 내는게 만만치 않습니다. 또 겨우 시간을 맞춰 낚시를 가려고 하니 물때가 앞을 가로막기도 했고,
    또 물때까지 완벽하게 맞춰서 갔더니 이번엔 기상이 발목을 잡습니다.
    늘 좋은 여건에서 낚시하기를 바랬지만 당시엔 서울에 사는 직장인 부부로선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니깐 ^^

    여자로선 쉽지 않은 갯바위 낚시.
    많은 낚시인들이 아내, 혹은 여자친구와 시도했다 포기해 버린 갯바위 낚시. 저도 난관이 있었습니다.
    일단 새벽부터 밤잠 설쳐가며 낚시해야 하는 것은 둘째치고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갯바위에서의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는 것.
    그런데 이것도 몇 년 정도 조력이 쌓이다 보니 요령이란게 생깁니다. 어차피 인적 없는 갯바위에선 보는 사람도 없으니 요령껏
    해결해도 되지만 이제는 아예 갯바위에 선 순간부터 철수할 때까지 어지간해선 생리적인 현상을 건너뛸 수 있도록 합니다.

    게다가 전생에 뱃사람이였나 의심갈 정도로 배 멀미가 없는 아내.
    서울 깍쟁이 여대생 출신이 그게 가능한건지.. 제가 다 질려버렸습니다.
    선상낚시할 때도 멀미하는 걸 못봤고. 특히 뉴칼레도니아에서 트롤링 낚시를 했을 때 얘깁니다만 3m가 넘는 파도를 타고 넘으며
    바이킹 뺨치는 이격에 저는 속이 뒤틀려 아무것도 못했지만 아내는 암시롱도 안했다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건 전생에 뱃사람 정도가 아니라 인어공주 수준이였나 싶은 ^^;;
    어쨌든 그런 그녀에게 기억될 만한 입질의 추억이 있으니


    37cm감성돔과 53cm 농어를 들고 포즈를 취한 아내,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서

    이날은 아내를 위한 날이였습니다. 아마 용왕님께서 바다를 좀 더 찾아주고 사랑해 달라는 의미로 손맛을 선사한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잡은건 막내 감성돔 한마리. 나머진 아내가 잡아내면서 원맨쇼를 과시했습니다.


    영흥도 선상 우럭낚시에서
    배낚시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는 아내


    울릉도에서 벵에돔 낚시

    벵에돔 낚시에 재미들인 아내, 울릉도에서
    이때부터 아내는 낚시복을 갖춰 입고 낚시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구명복이 너무 헐렁해 보이죠? 구입할 당시 성인 남성 사이즈밖에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입혔다가


    제주시 문섬에서
    얼마전 구명복을 바꿨습니다. 이젠 꾼의 경지에 다다른 아내의 모습이네요 ^^;
    그리고 현재의 모습은..



    제주시 차귀도에서 긴꼬리 벵에돔을 잡고 포즈를 취하는 아내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의 인상이 기억나요. "전형적인 서울 깍쟁이 아가씨" 같은 이미지었습니다.
    고향도 서울이다 보니 영남권 영향을 받은 저희집의 식문화(?)가 새롭게 느껴지곤 했답니다.
    아내는 어렸을 때부터 버섯과 갈치, 쇠고기를 이용한 반찬에 김치는 시원스런 경기도식에 익숙했지만 저희 집은 부모님이 부산사람이라
    반찬도 남도식이 많아요. 파래, 모자반과 같은 해초무침이 많고 미역국은 쇠고기를 넣는 대신 광어를 넣어 푹 끓이는걸 좋아합니다.
    김치도 젓갈 냄새가 났고 젓갈 반찬이 늘 빠지지 않았습니다. 젓갈까지 완벽하게 적응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회를 잘 못먹었던 그녀가 
    저 따라 다니다 보니 이젠 회도 잘 먹고 심지어 횟집에서 썰어진 회를 보면 종류까지 알아맞추곤 해요. ^^;

    아무튼 제가 그간 무심했는지 제 아내 이름 석자의 뜻풀이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서울에서 쭉 살다 여대생일때 절 만나 지금까지 살아온 아내. 하지만 그녀의 뜻 풀이를 보니 뭔가 심상치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물가 "정(汀)"에 뻗어나갈 "연(涎)" 이니 그것은 "물가로 뻗어나갈 운명" 인가요? 어쩌면 그 의미가

    "어복부인" 을 뜻하는게 아닐까. ^^ㅋㅋ
    빠르면 이번달 말, 아니면 내년 1월에 가거도 출조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슬슬 대물 감성돔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한국 최서남단 가거도.
    그곳에서 우리 어복부인이 5짜 감성돔을 낚아 국내 몇 안되는 여성 기록 보유자가 되길 희망합니다.
    여러분들도 화이팅 해주실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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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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